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168화 (168/477)

제168화 꼭 뭘 모르면서 설친다니까(9)

AAG 빌딩 66층.

“아니, 제정신이냐고!”

분노의 박민수가 다른 팀원을 향해 분노의 고함을 질러댔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라 아무도 박민수에게 시선을 주지 못하고 엄한 곳만 바라보았다.

하루, 아니 오전이었다.

그 맑디맑은 스페인 앞바다에 휘황찬란한 대형 요트를 타고 나갔다.

스페인 최고의 요리도 만 달러짜리 위스키도 날아갔다.

한 일이라곤 요트에서 하룻밤을 잤다는 것뿐.

그리고 아침, 눈부신 무지갯빛 태양에 감탄을 하던 그때, 보기 싫은 문자가 도착했고.

통화를 했더니.

설마 했는데.

이렇게 급하게 미국으로 날아왔다.

“민주당이 급하게 움직여서 그런 겁니다. 박 팀장님이 이해하세요. 우리가 윌리엄을 도울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페렐라가 말하자 박민수와 강호석이 동시에 레이저를 발사했다.

어디서 대신 변명을 늘어놓는 거지?

“페렐라, 우리가 없다고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고, 아니, 지금까지 우린 후처리 작업만 도맡아 왔어. 그런데 왜 지금은 우리를 부른 거지? 이건 마치 우리가 휴가를 가는 게 너무 배가 아픈 듯한 처사인데.”

안 그래, 임재준?

박민수가 페렐라에게 말을 끝내자마자 재준에게 시선을 옮겼다.

자, 이제 사실대로 말하라는 듯한 매서운 눈빛에 재준이 손사래를 쳤다.

“에헤, 박 형,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요. 어쩔 수 없다니까. 저쪽 쪽수가 어마어마해. 공화당에서 금융 전문가 인원을 대폭 늘려서 우리도 사람을 보강해야 하는데. 우리가 보강할 사람이 어딨어요. 박 형이랑 강 이사님뿐이잖아.”

허, 말도 안 돼.

“아니, 이번 합병으로 투마로우에 직원만 10만 명이 넘고 똑똑한 사람이 널리고 널렸는데. 왜?”

재준이 허탈하게 대드는 박민수를 빤히 쳐다봤다.

“누구?”

누구?

“누가 똑똑한데? 누굴 불러?”

“그건…….”

박민수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일리 있는 말이라 반박이 안 됐다.

그러게 누굴? 누굴 부르지?

버피 해서웨이 경우도 백만 명이 넘는 직원이 있지만, 항상 버피는 그의 파트너 밍거하고만 의견을 교환하고 결정을 내린다.

그뿐인가. 투자은행이 왜 다음 CEO를 내정하기 위해 합병을 하면서까지 인재를 끌어들이려고 하는 걸까.

그 수많은 직원들을 놔두고.

사람은 전부 다른 개성과 다른 인성을 가지고 있어서 서로 맞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똑똑하다고 아무나 파트너가 될 수 없다.

투마로우에 이렇게 잘 맞는 팀이 있다는 건 어쩌면 임재준에게 운이 따른 거지.

아닌가? 운을 만든 건가?

“그러니까 같이 일하기에 적합한 사람이 없다니까 그러네요.”

쩝.

박민수는 마른 입으로 입맛을 다셨다.

할 말이 없네.

“그래서 뭐부터 할 겁니까?”

일단,

“페렐라, 워서스틴, 소송은 어떻게 돼가고 있지?”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의 변호사 유진 스캘리아가 두 소송을 지휘하고 있습니다. 소액주주들의 이사회 추천권은 승소할 확률이 꽤 높습니다. 문제는 포지션리미트인데 연방선물거래위원회(CFTC)의 답변을 기다려야 하니 좀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시간이 걸리는 건 상관없어. 소송 중에는 포지션리미트를 중지하지 못하게 가처분 신청도 병행하도록 해. 슬슬 똥줄이 타게. 아, CFTC는 내가 한 번 갈 거야.”

워서스틴이 재준의 말에 재밌다는 듯 혀로 입술을 핥았다.

“보스, 공화당은 잘 움직이는 건가요? 속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던데.”

내가 가서 한번 휘저으면 안 되려나?

질문은 재준에게 했지만, 미소는 윌켄에게 지었다.

“워서스틴, 이 나쁜 놈. 네가 공화당 가고 싶어서 그런 거지. 너 공화당에 얼씬도 하지 마. 정치인들은 저돌적인 거 안 좋아해.”

“저, 공화당 근처에도 안 가요. 저도 정치인들 싫어해요. 저랑 체질적으로 맞지도 않고. 근데 좀 느린 것 같아서 그러는데 한번 구경 시켜주면 안 되나요?”

“절대, 네버. 앱솔루틀리. 안 돼.”

쩝.

워서스틴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자 페렐라가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뭐든지 치고 나가서 원하는 걸 얻는 워서스틴이지만, 이번만큼은 어렵다는 듯했다.

“보스, 이제 우리가 윌리엄을 어떻게 도와야 합니까?”

“윌리엄을 도울 필요는 없어. 혼자서도 잘할 거니까. 다만 윌리엄에게 위협이 되는 인물 하나를 잘라내야 해.”

“누군데요?”

“버니 핸더슨.”

네?

민주당 상원 의원 대빵을?

“왜요?”

“은행을 싫어하거든. 정확히 월가를 싫어해.”

“아니, 금융위기 이후 월가를 좋아하는 정치인이 어딨어요?”

그래도 이 사람은 월가를 너무 싫어한다.

그동안 너무 커서 파산시킬 수 없던 초대형 금융기관들을 이제는 너무 커서 존재해서는 안 되는 곳이라며 해체시켜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너무 커서 존재하면 안 되는 금융기관이 어디야?

얼반 그룹? 여긴 민주당과 짝짜꿍이고.

그럼, 투마로우밖에 없는데.

심지어 초대형 금융기관 해체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페렐라의 말에 재준이 빙글 웃었다.

“그렇긴 하지. 하지만 버니 핸더슨은 워낙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자라 너무 과격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할 필요가 있어.”

“어디로 돌려요?”

“정치인이잖아. 대통령이 돼보라는 건 어떨까?”

네?

모두 서로를 쳐다보고 다시 재준을 보았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강호석이 말했다.

“이제 하다 하다 대통령까지 만들어 보려고? 무슨 마피아 보습니까?”

강 선배 무슨 소리야.

거기서 마피아가 왜 나와?

그리고 버니 핸더슨은 대통령이 못 돼요.

진짜 그냥 우리한테 시선 좀 끄라고 그러는 거지.

“아니, 대통령을 만들자는 게 아니고 바람 좀 넣으면 우리한테 관심을 좀 줄일까 싶어서 그러죠. 5년 후 차기 대권 주자는 힐러리 클리프잖아요. 버니 핸더슨은 그의 발끝도 못 따라가고. 근데 이게 왠지 하면 될 것 같게 만들어 주면. 응? 될 것 같지 않아요?”

“무슨 수로 될 것 같게 만들지?”

“쉽죠. 그가 평소에 하던 이야기에 대해 금융만 빼고 지지하는 거예요.”

“누가?”

“누구긴 언론이 해야죠. 우리가 하면 믿겠어요?”

“언론이라면.”

“서 실장님 오라 해야죠. 아, 이제 이사장이구나. 하도 버릇이 돼서.”

“그 영어도 못 하는 사람을?”

“아, 여기 박 실장이랑 강 이사님 있잖아요. 그래서 오라 그런 건데. 여기에 더해 블록이 진짜 진흙탕 싸움이 뭔지 알려드릴 거예요. 힐러리 클리프 까고 버니 핸더슨 올리고. 그러니까 맘 푹 놓고 한번 해보세요.”

“마음 푹 놓고?”

“네.”

그게 마음 푹 놓고 할 일이냐?

그러다 들키면 대선 후보를 음해했다는 범죄자가 되는 건데.

진짜 대책 없는 인간이야.

***

얼마 후.

스캘리아가 소송에서 승리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기업들에 효용 대비 과도한 비용을 안기는 자의적인 조항인 소액주주들의 사외이사 추천권은 위법입니다.”

[연방항소법원 더글라스 리 판사 소액주주들의 사외이사 추천권 위법 판결]

[이는 소액주주들을 무시하는 판결이며 민주주의 수치다. 우리 ‘미국인을 위한 금융개혁’은 이 판결에 대해 즉각 항소할 것입니다]

며칠 후.

두 번째 뉴스가 월가를 덮쳤고 민주당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저희는 그리스에 긴축 없는 구제 금융은 단 한 푼도 줄 수 없습니다.”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중앙은행은 그리스 구제 금융 반대. 독일, 참으로 아쉬운 결정이 아닐 수 없다 한탄]

민주당은 즉각 성명을 내고 투마로우를 공격했다.

[그리스에 무리한 개혁 요구 뒤에는 투마로우가 있다. 그들은 그리스 국민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다. 즉각 카르텔을 멈추고 그리스 구제에 적극 나서길 촉구한다]

***

백악관.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대통령은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대사를 한자리에 불러 놓고 질문을 했다.

“중앙은행의 결정이라 저희도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

프랑스 미 대사가 담담하게 답을 하자 대통령이 미간을 찡그렸다.

뭐라?

중앙은행?

“정말 중앙은행 단독 결정이란 말입니까? 투마로우 입김이 들어간 건 아니고요?”

흠, 흠.

“저희 프랑스가 일개 은행의 입김으로 결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정말입니까? 제가 알기로는 프랑스 은행의 절반 이상이 투마로우가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그것과 그리스 구제 금융은 상관없는 겁니다.”

“확실해야 합니다. 투마로우가 이 일의 원흉이라고 나중에 밝혀지면 여기 있는 나라들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면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퍼질 겁니다. 금융위기가 또 올 수도 있습니다.”

“그건 미국이겠지요.”

“뭐라고요?”

“대통령님은 정말 유럽을 걱정하시는 게 맞습니까? 미국이 가지고 있는 국채가 걱정되는 건 아니고요? 그리스 구제 금융에 투마로우가 개입되어 있다고 확신하신다면 차라리 저희보다는 투마로우 임재준을 만나시는 게 도움이 되실 겁니다.”

허.

대통령은 소파에 등을 기대고 프랑스 대사를 쳐다봤다.

미국은 유럽 문제에 개입하려니 자칫 유럽연합이 발을 빼 버리면 그리스 구제 금융을 책임지게 될 것 같고.

그렇다고 모른 척하려니 월가에 잠자고 있는 그리스 국채 문제가 불거질 게 걱정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임재준을 만나라고?

대통령의 불만 가득한 태도에 네덜란드 대사가 나섰다.

“솔직히 유럽 국가들은 이제 그리스에 대한 금융자산 처리는 거의 끝났습니다. 이대로 그리스가 유럽연합에서 빠져도 문제 될 게 없습니다.”

“뭐라고요? 정말 그리스가 유럽연합을 탈퇴해도 상관없다는 말입니까?”

“네. 저희도 안하무인인 그리스를 설득하는 데 지쳤습니다. 정치적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스 국민이 긴축안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저 돈만 달라고 합니다. 갚을 의지가 없는 나라에 구제 금융은 절대 할 수 없습니다.”

“국가가 은행입니까?”

“국가도 은행입니다.”

한 치의 물러섬이 없는 대화였다.

“좋습니다. 제가 직접 각국 정상과 통화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그럼 저희들은 이만.”

세 나라의 대사가 돌아가고 대통령 혼자 남았다.

“이 사람들이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는데.”

그리스 경제위기가 처음 터지고 만났을 때 대사들이 아니었다.

그때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마치 그리스 사태가 다 해결된 듯 말하고 행동했다.

네덜란드 대사가 남긴 마지막 말.

‘국가도 은행입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국가가 이자나 받아먹는 은행이라고 당당하게 말을 하다니.

은행이라…….

대통령은 대사들이 마치 월가의 뱅커 같다는 생각을 했다.

투마로우와 연관이 없다고?

마치 투마로우와 손잡고 미국을 비웃는 것 같은데.

임재준, 정말 만나야 하나.

월가를 개혁하는 것도 막히고.

유럽을 정비하는 것도 막히고.

대통령님.

이때, 비서실장이 급하게 대통령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입니까?”

“연방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서 스왑거래 규제 금액을 80억 달러로 정한다고 합니다.”

“뭐라고요? 1억 달러로 하기로 한 거 아닙니까?”

그게…….

“임재준과 하원 의장 폴 라이레놀이 다녀갔답니다.”

이것들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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