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158화 (158/477)

제158화 겁 좀 내면서 일하죠. 그래야 될 것 같은데(10)

“오랜만이네.”

스티븐은 회의실로 들어서는 재준을 노려보다 아차 싶어 재빨리 눈에 힘을 풀었다.

긴장하지 말자.

이건 단순한 일이다.

월가의 뱅커가 이런 일 하나 처리하는 데 긴장할 순 없다.

변호사들이 서로 계약을 확인하기 위해 계약서를 주고받았다.

“자, 마지막 확인하겠습니다. 현재증권과 펠리컨매니지먼트 계약 당사자 맞습니까?”

“맞습니다.”

꿀꺽.

변호사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던 스티븐이 마른침을 한 움큼 집어삼켰다.

결국,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건가.

지금이라도 계약을 파기하고 싶지만,

다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뚫고 나간다.

“현재증권 주식과 다섯 개 대부업의 주식을 교환하겠습니다.”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다.

변호사 둘이 서로 주식영장을 주고받았다.

현재증권 주식영장을 손에 든 재준이 빙글 웃었다.

“이제 다 되었네. 그럼 무슨 일을 벌이려는지 모르겠지만 성공하길 바라.”

폴 시그널은 입가에 옅은 미소를 걸고 재준은 빤히 쳐다보았다.

“임재준, 상대하기 힘든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승자는 우리가 될 것입니다.”

“그러든가. 근데 폴, 스티븐을 정말 믿는 거야?”

재준의 말을 들은 폴 시그널이 스티븐을 바라보았다.

“그런 말로 흔들리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재준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티븐을 봤다.

“스티븐, 자, 그럼. 이제 정산을 해야겠지?”

“무슨 정산을 말하는 겁니까?”

재준이 품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10억 달러 채권. 만기가 다가왔는데 준비는 잘 되고 있는 거지?”

스티븐은 올 것이 왔다는 듯 입술을 깨물었다.

스티븐, 10억 달러 채권이 왜?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폴 시그널이 스티븐을 쳐다보며 작게 속삭였다.

“스티븐, 무슨 말이야? 10억 달러 채권이 왜 임재준 손에 있는 거지? 그럼 전에 투마로우가 로운스타 채권을 인수한 건가?”

“네, 모르고 있었습니까?”

“그걸 지금, 이제야…….”

폴 시그널은 당장이라도 막말을 쏟아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모르고 있었냐니.

말을 했어야 알지.

10억 달러의 채권이 임재준의 손에 들려 있다면.

“지금까지 리파이낸싱을 하지 않고 뭐 하고 있는 거지?”

“이미 말했잖아요. 안 된다고. 그건 본사에서 알아서 할 일입니다.”

“그건 내가 했던 말이고, 지금은 상황이 다르잖아. 저 10억 달러가 임재준, 아, 이런 제기랄.”

말문이 막혔다.

로운스타는 10억 달러 채권 리파이낸싱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10억 달러 현금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어떤 미친 기업이 10억 달러를 현금으로 가지고 있을까?

불길한 예감이 뇌리를 스쳤다.

이건 내가 생각한 거와 너무 다르잖아.

다른 은행이라면 채권 만기 연장이라도 부탁하는데.

투마로우라니 전혀 가망성이 없잖아.

만약 로운스타가 채권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된다면?

말도 안 돼. 로운스타가 겨우 10억 달러에 부도날 리가 없어.

조셉이 무슨 수를 쓸 거야.

이때,

벌컥.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신성필의 필두로 대부업 대표 다섯이 회의실로 쳐들어왔다.

“왜? 펠리컨매니지먼트가 저희 기업을 인수한 거죠? 이건 엄연한 계약 위반입니다.”

스티븐은 한쪽 귀에서 이명이 들리는 듯 한쪽 눈을 찡그렸다.

“여긴 어떻게 알고…….”

“스티븐 씨.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우린 당신을 믿고 5,000억을 만든 건데. 펠리컨이 계약 당사자라니요. 저들을 믿어도 되는 겁니까?”

“믿어도 됩니다.”

“당장 각서라도 받아야겠습니다.”

“각서는 무슨 각서!”

폴 시그널이 하찮은 인간들이란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내가 왜 당신들한테 각서를 써줘야 합니까? 로운스타가 믿으라면 믿고 기다리세요. 조만간…….”

“조만간 뭐요? 기다리라뇨. 뭘 기다리란 말입니까? 그리고 당신은 왜 돈 한 푼 투자하지 않고 이득을 취하고 있습니까?”

이런 하수들을 봤나.

“내가 당신들과 이런 이야기를 할 위치는 아닌데.”

“그럼 당장 주식을 내놓고 물러나요.”

허.

폴 시그널이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어디서 이런 떨거지들이 튀어나와서.

폴 시그널이 누군가.

지옥에서 온 주주행동주의자 아닌가.

악명이라면 월가에서도 둘째라면 서러워할 인물인데.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모르니까 용감한 대부업체 대표들이었다.

-물러나요!

-어서 주식을 내놔.

-스티븐 씨 뭐 하는 겁니까?

어질어질.

머리가 빙빙 도는 스티븐은 이 어지러운 현장을 빠르게 정리해야 했다.

잠깐! 조용! 셧 더 마우스.

“전부 가만히 계세요. 왜 같은 편끼리 싸우고 있는 겁니까? 신성필 씨 대표로 말씀하세요.”

“그러니까 우리는…….”

이때,

큭큭큭큭.

지금 싸우고 있는 이들의 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한 비웃음이 들렸다.

모두의 시선이 웃음소리를 찾아 돌아갔다.

임재준!

“아, 재밌어. 역시 돈 앞에서는 아무도 못 믿는다니까.”

빌어먹을.

스티븐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재준은 스티븐을 보며 억지로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스티븐, 큭큭, 아니 일을 왜 이렇게 재밌게 만든 거지? 앞으로 볼만한 게 좀 더 남았나? 아닌가, 이제 다 해결된 건가? 스티븐, 근데 왜 질질 끌려다녀? 지금 당신은 이들의 주인인데. 안 그래? 내가 방금 줬잖아. 주식. 다 잘라버려.”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닙니다. 참견하지 말아주세요.”

스티븐은 목소리는 애걸에 가까웠다.

끼어들지 마라, 임재준.

가뜩이나 머리 아픈데 불난 집에 부채질이나 하고.

내가 주인인 건 알아, 하지만 채무자이기도 하다고.

시간, 시간이 필요하다.

재준이 한 발 앞으로 나와 스티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니, 설마. 5,000억 빌린 것 때문에 그런 거야? 내가 꿔줄까?”

“정…….”

스티븐은 입에서 튀어나온 말을 단번에 멈추었다.

‘정말입니까?’라고 말할 뻔했다.

저 인간, 일단 여기를 벗어나야 해.

하지만 스티븐의 행동보다 재준의 말이 빨랐다.

“어이, 거기 다섯 아저씨들. 거, 좀 스티븐이 하자는 대로 좀 해요. 처음에 나한테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스티븐에게 애걸복걸했으면 끝까지 진득하니 기다릴 줄도 알아야지. 자기 맘에 조금만 안 맞으면 쪼르륵 달려와서는 이래라저래라 말들이나 하고.”

대부업 대표 다섯이 일제히 재준을 바라봤다.

“뭘 봐요? 내가 모를 줄 알았어요? 한심하기는. 그리고 당신들은 아직도 멀었어. 금융이 뭔지 알려면 한참 고생해야 해. 아니 그렇게 전전긍긍할 거면 1,000억씩은 어떻게 내놓았을까?”

다섯의 눈동자가 빠르게 서로를 흩었다.

돈까지 알고 있었던 거야?

그러나 신성필은 관료 출신답게 나섰다.

“임재준 씨. 말조심하십시오. 당신 말대로 이제 우리는 당신에게서 벗어났습니다. 하등의 관계가 없는 사람이란 말입니다.”

어, 똑똑한데?

얼마나 똑똑한지 볼까?

“이야, 그렇구나. 주식이 저리 넘어갔으니까. 그러네. 그럼, 계속 싸워요. 싸워. 난 멀찍이 구경이나 할 테니까.”

신성필이 스티븐에게 향하며 말을 하려는 찰나,

띠리리리링.

이런. 쌈 구경 못 하게 생겼네.

“아, 잠깐, 잠깐. 조셉한테 전화가 왔는데. 잠깐 싸움은 통화 뒤에 해도 될까?”

뭐?

쉿!

재준이 핸드폰을 볼륨을 최대로 올렸다.

자, 다들 귀를 기울이라고.

“어, 조셉. 어떻게 전화를 다 했습니까?”

-내 옆에 잭슨 블록이 있습니다.

“그래요? 블록이 언제 또 거기에 갔대.”

-능청 떨지 말아요. 역겨우니까. 다 당신이 벌인 일이란 걸 모를 줄 압니까?

“에이, 왜 나한테 화를 내고 그래요? 다 당신이 사람 볼 줄 몰라서 생긴 일인데. 그러게 외화은행 인수를 추진하는 게 아니었다니까. 거, 처음부터 불법으로 도배를 했으니 일이 이렇게 된 거잖아요. 그리고 투마로우가 채권을 인수한다니까 안 말렸잖아요. 안 그래요?”

-거기에 대해 모르는 일입니다. 다 스티븐이 추진한 겁니다.

“이야, 꼬리를 자르시겠다? 뭐 맘대로 하세요. 어차피 ISDS에서 다 드러날 테니까.”

-뭐요? 지금 한국을 고발이라도 하겠단 겁니까?

“네. 내 돈이 걸린 문젠데 책임 소지는 분명히 해야죠.”

폴 시그널의 표정이 굳었다.

미친놈, 자기 나라를 고소하겠다고?

나보다 더한 놈이네.

나로서는 버거워.

모두 재준을 향해 시선이 고정되자 재준은 괜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암튼 그건 나중 일이고. 지금은 10억 달러 갚아야지요. 은근슬쩍 넘어가면 안 돼요.”

-압니다. 하지만 시간을 주세요. 높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해서라도 리파이낸싱 할 겁니다.

뭐라는 거야?

지금까지 겪은 게 얼만데.

“싫은데요. 내가 왜 시간을 줘야 하는데. 온갖 비방에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내 욕이란 욕은 다 해 놓고. 그리고 배당을 달라고 떼를 쓰질 않나. 남의 자회사에서 돈을 빼다가 뒤통수를 치려는 사람에게 시간을 달라고? 됐으니까 시간 안에 갚아요. 아니면 부도내던가. 아주 이번에 신용을 아르헨티나 급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제발,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 압니다.

“알면 뭐해요. 알았으면 대비를 했어야지. 로운스타가 이 정도밖에 안 됩니까? 손해를 보면서라도 신용을 지킬 용기가 없냐고요?”

후.

-원하는 걸 말하세요.

진작 그럴 것이지.

역시 조셉은 판단이 빨라서 좋네.

여기서 질질 끌어봐야 좋은 꼴은 못 보지.

“자, 그럼 한국에서 벌여 놓은 거 싹 다 놓고 철수하세요. 그래 봐야 20억 달러 좀 넘긴 하는데. 이 정도 선에서 합의 보죠. 알겠지만 딴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요.”

-알겠어요. 한국에서 벌인 일은 다 포기합니다.

“그럼, 다 되었네요. 거기 블록이 도와줄 겁니다.”

툭.

재준이 핸드폰을 흔들며 먼저 신성필을 바라봤다.

“이야, 신 사장님. 이를 어쩌나. 대부업체가 다시 내 손에 들어왔네요. 자, 먼저 거기 계신 분들은 어떻게 1,000억을 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투자를 하셨는지부터 들어봐야겠는데.”

“이게 뭡니까?”

대부업체 사장들은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인지 감도 오지 않았다.

뭘 이렇게 어리바리하게 쳐다봐?

“내가 그랬지. 당신들은 금융에 대해 아직 멀었다고. 아무리 대부업이라도 금융은 금융인데 할 줄 아는 게 로비 아니면 장부 조작이 다잖아. 진짜 1,000억이 필요했으면 차라리 은행에 가서 대출 상품이라도 알아보든가 했어야지.”

오리슨 대표 오정국이 재준에게 허리를 숙였다.

“살려 주십시오.”

재준은 고개를 저었다.

“틀렸다니까. 자, 회사에서 1,000억이 사라졌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 거 같아요.”

“그건…….”

“횡령이나 배임이잖아. 그리고 내 뒤에서 못된 짓을 모의한 것도 모자라 진짜로 행동에 옮긴 건 용서가 안 되잖아요. 그, 드라마 보면 나오죠. 역성혁명을 일으켰는데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지. 내가 본 드라마에서는 사지를 찢어발기던데. 뭐, 지금은 그렇게까지 할 순 없고 어디 공기 탁한 곳에 가서 반성 좀 하고 오세요.”

재준을 보고 붉으락푸르락하던 오정국이 핸드폰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다 올라오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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