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156화 (156/477)

제156화 겁 좀 내면서 일하죠. 그래야 될 것 같은데(8)

신와대부.

신와대부 신성필 대표를 중심으로 다섯이 모였다.

“아니 이게 무슨 일입니까? 로운스타가 아니라 펠리컨 뭐라는 곳에서 임재준과 계약을 했다는데.”

“그럼 우리가 투자한 돈은 어떻게 된 겁니까?”

“글쎄요. 알아보니 로운스타와 펠리컨매니지먼트가 한 팀이라고 하던데. 이거 미리 우리에게 알렸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로운스타는 우릴 만나주지도 않아요. 매일 어디 출장 중이다. 진행 상황은 매니저밖에 모른다면서요.”

“도대체 펠리컨이 주식을 양도받으면 우린 어떻게 되는 겁니까?”

모두 처음 들어보는 펠리컨매니지먼트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당연하지.

자그마치 5,000억이라는 돈이 투자됐는데.

모두 지난 현재증권 정기주주총회 일에 대해 성토하고 있을 때 신성필은 침묵을 지켰다.

잘못되지는 않겠지.

잘못되면 안 돼.

일이 틀어지면 돈만 날리는 게 아니다.

임재준에게 찍혔으니 숨만 붙은 채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조용히들 해보세요.”

“뭐 좋은 아이디어라도 있습니까?”

“사람을 붙여서 현장을 급습하는 건 어떻습니까?”

“무슨 현장이요.”

“분명 계약은 했지만 가계약이고 주식영장을 주고받는 날이 따로 있을 겁니다. 그때 우리도 참석해서 우리 몫을 받는 겁니다.”

“그거 괜찮은 방법이군요. 아이들도 좀 동원하겠습니다.”

모두 사모펀드나 헤지펀드가 일반 펀드처럼 친절하리라고 생각한 순진한 계획을 세웠다.

***

로운스타.

폴 시그널은 스티븐 앞에 투마로우와 작성한 계약서를 내밀었다.

“결국 임재준이 이겼는데 일본 대부업체 본사 주식을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했단 말이죠?”

“그렇게 됐어.”

“거 참.”

이해할 수 없어.

임재준이 먼저 계약을 제안했다?

다른 계획이 있는 걸까?

“스티븐, 네 생각은 어때? 계약은 언제든지 파기할 수 있어.”

“글쎄요. 이미 작성한 계약을 파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일본이나 한국은 대부업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고. 걱정하던 것과 반대로 이자 상환율도 꽤 높습니다.”

“맞아. 수익 면으로 봐도 괜찮은 사업이 되었어. 하지만 아직 원래 우리가 그린 그림으로 나가도 괜찮아.”

“우리가 그린 그림이라면.”

국가 부도…….

설마 임재준도?

아니야, 임재준은 절대 국가 부도는 생각하지 않았어.

그럴 계획이었으면 국회에서 금리 인하하라는 소동을 벌이지도 않았을 거고.

설마,

“임재준답지 않게 한국 대부업을 안정시키는 게 목적이었을까요?”

갑작스러운 스티븐의 엉뚱한 말에 폴 시그널이 실소를 했다.

“큭, 애국심? 월가의 뱅커가 애국심 따위를 가진다고?”

“한국인이니까요. 현재증권에 할아버지도 있잖아요.”

“스티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내가 그의 행적을 조사하면서 느낀 거야. 애국심? 절대 아니야. 그가 한국 기업들을 어떻게 했는지 알아? 그룹 두 개를 순식간에 공중분해 시켰어. 지금 한국 최고의 기업인 모던 자동차와 재우 그룹을 거의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고. 임재준에게 한국도 결국은 먹잇감일 뿐이야.”

“음. 그렇군요.”

애국심은 아니다.

애국심은 아니라도 대부업을 안정화시키는 건 할 수 있잖아.

안정화시킨 후엔?

“역시 팔려고 사들인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인수 후 정리 그리고 몇 배에 판다? 투자은행의 전형적인 수법이긴 하지. 일본에서 얼마에 샀지?”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거의 헐값에 사들였습니다. 그때가 그리스 사태와 동일본 대지진, 그리고 투마로우의 일본에 대한 무차별 공매도 직후거든요.”

“이거네. 임재준은 포장을 잘한 거야. 우리는 거기에 놀아난 거고. 어쩐지 그놈의 웃는 얼굴 뒤에 뭔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놀아났다니요.”

“처음 너를 찾아온 게 누구야? 신와대부 대표잖아.”

“거기서부터?”

“당연하잖아. 신와대부가 누구 거지? 임재준 거 아냐? 신와대부 대표에게 로운스타에 가서 말을 전달하라 했다고 쳐 봐. 스티븐, 너 거절했을까?”

“만약 거절했다면요?”

“그럼 다른 곳을 쑤시면 되지. 한국에 진출한 월가의 투자은행이 어디 한두 군데야? 그중 어디든 걸렸을 거야. 우리야 현재증권 주식으로 교환하려 한 것이고. 다른 곳은 다른 수법을 써서 포장된 대부업을 팔았겠지. 우리도 혹했잖아. 이건 그냥 대부업이 아니라 일본과 한국 둘을 제어할 수 있는 거라고.”

“그렇다는 건…….”

투자은행이라면 나라를 통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리 없다.

제1금융은 덩치가 너무 커서 인수도 어렵고 통제도 불가능하지만, 대부업은 덩치는 작아도 국가를 통제 불능으로 만들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과 똑같이 만들면 되니까.

처음 1조 정도 투입해서 마구잡이로 대출을 해 주고, 대출 채권을 ABS(대출채권)으로 만들어 팔고, 또 ABS를 묶어 CDO를 만들고, CDO의 보험인 CDS를 발행하고.

물론 대부업은 불량 채권일 확률이 높지만, 금리는 높다.

탐욕에 눈이 먼 뱅커들은 세상에 널려 있다.

서브파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겪었으니 이번엔 CDS를 절대 팔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생각할 거고.

이걸 나만 생각했을 리 없어.

월가 뱅커라면 한눈에 알아차렸을 거다.

계약은 잘한 거야.

스티븐이 주먹을 말아쥐었다.

“우리가 안 사도 다른 투자은행이 노릴 수도 있다는 거군요.”

“그렇지. 임재준이 나에게 먼저 대부업과 현재증권 교환을 제안한 건 어쩌면 당연한 거였어. 일단 얼마인지 모르지만 15억 달러는 손에 넣을 수 있거든. 그리고 서로 윈윈하자는 거지.”

“임재준이 윈윈을 제안했다는 건…….”

“임재준도 어디 하나는 부도나기를 바라는 거야.”

“과연 그럴까요?”

스티븐은 폴 시그널과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실행을 결심했는데도 무언가 가슴에 돌 뭉텅이 하나가 돌아다니는 듯 갑갑했다.

석연치 않아.

***

투뱅코 행장실.

재준은 로운스타 일을 마무리 짓기 위해 투뱅코를 찾았다.

“도련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너무 바쁘신 거 아닙니까? 찾아뵈려고 해도 도통 가만히 계시질 않습니다.”

“하하하, 이제 거의 마무리되었습니다.”

정 행장과 재준은 그동안 한국에서 벌어진 로운스타 일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잘되었습니다. 이제 현재증권 주식과 대부업체 주식을 교환하면 끝나는군요.”

“네, 그렇긴 한데 뭔가 허전해요. 꼭 어디 갔다가 덜 닦고 나온 듯.”

“왜요?”

“외화은행 매각을 주도한 놈들이 아직 건재하잖아요. 로운스타 최 대표 판결도 그렇고. 저렇게 허술한 변호는 첨입니다. 아니, 아예 죄를 자백하는 수준이던데.”

“정치인들입니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세요.”

“그러려고 했는데 그대로 두었다가는 언젠가 현재증권에 칼을 들이댈 것 같단 말이죠.”

“현재증권한테요? 설마요. 투마로우가 있는데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렇죠?”

그렇긴 하지만.

최 대표의 단독 범행으로 판결이 나면 로운스타는 한국 정부에 ISDS 중재를 하지 않을 것이다.

로운스타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판결이 나야 법원이 로운스타의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고 강제로 주식을 매각하게 할 테니까.

이게 과연 좋은 일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해결책은 아니야.

그동안 있던 일이 그냥 다 묻히고 말잖아.

재준은 외화은행과 로운스타를 처리한 게 꼭 수박 겉핥기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행장님, 한알은행이 외화은행을 인수하면 저희 투뱅코에게 영향은 없습니까?”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신경 쓸 수준은 아닙니다. 둘이 합쳐 봐야 투뱅코의 절반도 안 되는 크기입니다.”

투뱅코가 많이 컸구나.

“그래서 제일 먼저 저희에게 외화은행 인수 제의가 왔을 때 거절했습니다. 외화은행 강점이 달러에 있는데 도련님이 이미 월가에 계신 이상 필요 없으니까요.”

“인수 제의가 왔었다고요? 그것도 제일 먼저?”

“네.”

인수, 인수, 인수라…….

가만, 외화은행을 우리가 인수한다고 발표하면 어떻게 되지?

정부가 가만히 안 있겠지?

줄 때는 안 먹고 식사 다 끝나갈 때 뒤늦게 숟가락 든다면 밥상을 치우지도 못하는 정부는 열 받을 거야.

열 받으면 실수하는 거고 실수하면 먹히는 거지.

어쩌면 한 번에 다 처리할 수도 있겠는데.

“행장님, 외화은행 인수한다고 발표해 주세요. 가격은 기존보다 20% 더 올려서.”

“네? 지금이요? 이미 한알은행으로 확정됐습니다. 최 대표 판결만 나고 크게 문제없으면 끝납니다.”

“그러니까 최 대표 판결 나기 전에 해치워야죠.”

“힘들 것 같은데요.”

“일단 발표만 해주세요. 단 투뱅코가 아니라 투마로우가 인수한다고.”

“네, 알, 알겠습니다.”

자, 여기서 끝나면 안 되지.

시장은 시끌시끌해야 관심을 가지는 거니까.

재준은 서형길 이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사장님.”

-아이고 도련님. 한국에 오셨다는 소릴 들었는데 못 찾아뵈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바쁘십니까?”

-아니요. 재단 이사장이 되고 할 일이 정말 없습니다. 법인재단이라 직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은 전부 외주를 주고 있어서 시간이 남아돌지 뭡니까. 그래서 골프도 좀 치고……. 흠, 흠. 예전에는 몰랐는데 재단 이사장들이 왜 골프를 잘 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약속이. 거, 한두 군데도 아니고 하하하. 오늘도 필드 잔디 좀 밟느라……. 험, 험. 죄송합니다.

“누구랑 그렇게 골프를 치십니까?”

-그, 그거야. 제가 아는 언론사 사장들하고 하, 하, 하. 이게 다 대부업 일을 좋게 처리하려다 보니, 하, 하, 하.

“그래요? 잘됐네요. 언론 좀 움직여야 하는데.”

-언론이요? 말씀만 하십시오. 경제면 상단에 큼지막하게 장식하겠습니다.

재준은 서형길 이사장에게 최대한 시끄럽고 최대한 많은 언론에 노출되도록 지시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정 행장이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도련님. 여론 몰이해서 외화은행을 빼앗으려는 겁니까?”

“아니요. 사실 외화은행은 관심 없어요. 앞에 말씀드렸잖아요. 뭔가 찜찜하다고. 그 찜찜한 걸 해소하려고요.”

“그, 그럼, 정치인들과 또 싸우실 겁니까?”

정 행장은 정색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엔 제가 아니라 대타를 세울 겁니다.”

“누굽니까?”

“참진실연대요.”

“참진실연대라면 외화은행 매각에 의심을 품고 정부에 진실을 요청하긴 했지만, 소송이 전부 끝나면서 일단락 지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직접 소송에 뛰어들게 하려고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하하하, 만약 우리가 외화은행 인수에 뛰어들고 여론이 들끓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일을 빨리 처리하려고 할 겁니다. 봐라, 이미 다 끝났다. 투마로우가 너무 늦게 뛰어들었다. 뭐 이럴 겁니다.”

“빨리 처리하려면 어디부터 해결해야 합니까?”

“최 대표 판결을 빨리 낼 겁니다.”

“정해진 판결을 어떻게 빨리 진행할까요? 그거 불법 아닙니까? 아닌가, 조작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거야 그렇죠.”

재준이 정 행장을 똑바로 보며 나직이 속삭였다.

“투마로우는 외화은행 인수를 방해한 정부를 고발해서 세계투자은행에 중재를 요청할 겁니다.”

“국가를 고발하겠다고요?”

“네. 정부가 일 처리를 너무 빨리해서 5조 원의 손실을 봤다고.”

“도련님.”

뭘 그렇게 놀래요?

로운스타가 고발을 못 하게 됐으니 내가 하는 것도 괜찮아 보이는데.

로운스타가 고발하려 한 건 돈을 받기 위해서였지만, 나는 뒤에 숨어서 자꾸 신경 쓰게 만드는 놈들을 잡기 위해서다.

“그래서 참진실연대가 변호인단을 꾸려서 싸우게 하려고요. 알아보면 이미 여러 가지 조사를 해 놓았을 거예요. 그걸 터뜨리려고 해도 믿어 주는 사람이 없어 고민했을 거고. 전 세계적으로 다 까발리다 보면 용기가 불끈불끈 솟지 않겠어요?”

“도련님.”

정 행장은 이제 도련님 이외에는 할 말을 찾지 못했다.

“훼방꾼 역할인 로운스타는 제가 꼼짝 못 하게 할 거고. 중간중간에 여론에 진행 상황을 발표하면 정부도 이 상황을 진정시키려고 스스로 팔다리 정도는 잘라낼 겁니다.”

솔직히 참진실연대가 한 일들이 다 맘에 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정부를 상대로 이 정도 쌈닭도 드물다.

이제 좀 개운하네.

로운스타는 내가 직접 처리하고 정부는 참진실연대가 알아서 지지고 볶고.

아마 시간은 꽤 걸리겠지만 유엔 산하 기구인 세계은행이 있는 장소가 중요하다.

바로 미국 워싱턴 DC.

변론이 한 번 열릴 때마다 세계 언론이 벌떼처럼 달려들 거다.

정부가 스스로 청소를 하지 않으면 사건이 일파만파 번지게 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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