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155화 (155/477)

제155화 겁 좀 내면서 일하죠. 그래야 될 것 같은데(7)

신와대부 대표실.

대부업체 대표 다섯이 소파에 앉아 달달한 커피를 즐기며 달달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신 대표님 말씀을 듣길 잘했습니다.”

“그러게요. 역시 로운스타입니다. 괜히 투자은행, 투자은행 하는 게 아니었어요. 세상에 임재준의 약점을 정확히 공격하다니.”

로운스타와 펠리컨매니지먼트도 구분 못 하고 있다.

“요즘은 잠도 잘 옵니다. 하하하.”

“아쉬운 점은 대출이 절반으로 확 줄고 이자도 20%라 매출이 예상치에서 훨씬 떨어질 거란 점입니다.”

“그게 뭔 걱정입니까? 임재준이 그렇게 하라고 해서 하는 건데 매출이 떨어졌다고 우릴 닦달이야 하겠습니까?”

매출이 안정적으로 변한 것도 모르고 있고.

“그건 그렇지요.”

“그런데…….”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서로를 위로했지만 찜찜한 구석도 있었다.

“이번에 최 대표의 외화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로운스타가 한알은행에게 외화은행 주식을 넘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 간 인수 합병 시에 어떤 소송이 걸려 있으면 끝날 때까지 승인을 낼 수 없다.

“그러게요. 그 문제가 우리한테 영향을 끼치지는 않겠죠?”

“그렇진 않을 겁니다. 로운스타가 나서고 있으니까요.”

“참 나, 살다 보니 로운스타가 우리 일을 다 처리하는 걸 보게 되네요.”

“로운스타도 질긴 놈들이에요. 거의 일주일에 한 번은 언론에 터뜨리고 있는 거 아닌가요?”

“체감으론 거의 매일 보는 것 같아요.”

“근데 왜 현재증권은 가만히 있는 걸까요? 나라면 당장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텐데.”

“그렇긴 해요. 임재준이 저런 놈이 아닌데.”

무척 궁금한 듯 서로를 쳐다봤다.

임재준, 뭔가 준비하고 있겠지.

그보다 문제는.

신와대부 대표 신성필이 그동안 고민해 오던 문제를 꺼냈다.

“제가 지금까지 계산을 좀 해 봤습니다.”

“계산이요? 무슨 계산?”

“현재증권 주가입니다. 로운스타는 분명 10% 정도 매수한다고 했는데, 주가는 처음 매수할 때 보다 두 배 이상 올랐습니다. 그러면 저희가 전달한 5,000억이 훨씬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다는 건데, 로운스타가 아직 돈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게 좀 걸리는데. 어떠세요?”

음. 하긴 그 점은 이상하긴 했어.

모두 신 대표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설마, 10% 매수하는 데 실패한 건 아니겠죠?”

“그건 이미 공시를 했습니다. 10%를 매수한 건 맞아요.”

“그럼, 나중에 추가 자금을 요구하는 거 아닙니까?”

“당연히 그렇겠지요. 로운스타가 자선단체는 아니니까요. 문제는…….”

신 대표는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만약, 로운스타가 실패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겁니다. 분명 임재준이 우릴 가만히 놔두질 않을 텐데.”

실패? 임재준?

“아니, 실패라니요?”

재수 없게.

“대비해야 합니다. 어쩌면…… 해외로 나갈 준비 정도는 해 둬야 할 겁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안 되고 동남아 정도로.”

“장부 좀 만졌다고 해외로 도피까지 가는 건 좀.”

“실패하면 임재준 하나 상대하는 게 아니라 금융기관 전체를 상대해야 할 겁니다.”

맞는 말이다.

투뱅코와 현재증권에 얽혀있는 금융기관과 기업의 도움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아니, 어쩌면 금감원이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대부업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도 있다.

다섯 명은 시작할 때와 다르게 짐만 잔뜩 짊어진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 현재증권 정기주주총회에 가 봐야 하지 않을까요?”

“가 봐야지요. 그러려고 3개월 전에 주식도 몇 주 샀습니다. 가서 임재준이 얼마나 망가지는지 꼭 확인할 겁니다.”

“그래요. 가 봅시다.”

대화 내용에 비해 다들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

현재증권 정기주주총회.

이미 시장에 이번 주총은 임재준과 펠리컨매니지먼트의 대결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서 90%에 가까운 주주들이 몰려들었다.

각 언론의 기자들도 현재증권 밖에서 진을 치고 유명인사들이 보일 때마다 인터뷰하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어, 저기 폴 시그널이다.

드디어 임재준과 한판 붙을 상대방이 나타나자 기자들이 몰렸다.

-이번 현재증권 주총에서 배당과 이사 선임 건을 내셨는데 현재증권의 의견과 반대라고 들었습니다. 안건이 통과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험, 험.

폴 시그널이 마른기침을 한 후 마이크 앞에 섰다.

“자꾸 현재증권과 펠리컨매니지먼트의 대결로 몰고 가는데 아닙니다. 우린 모든 주주들이 한곳에 모여 새로운 기준을 세울 기회를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펠리컨매니지먼트는 현재증권의 주주이며 현재증권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저희의 노력을 지지해 주시길 바랍니다.”

뭐야, 이 입에 발린 소리는.

기자들은 뭔가 저돌적인 발표가 있을 줄 알았는데 김빠지는 소리가 끝나자 마이크를 물렸다.

이때,

임재준이다.

우르르, 폴 시그널 앞에 있던 기자들이 한 명도 남지 않고 재준에게 달려갔다.

참 어이없군. 기자들이란.

어디 주총이 끝나도 임재준에게 달려가나 보자.

폴 시그널은 기분 나쁘다는 듯 거칠게 몸을 돌려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어이, 폴 시그널. 인사도 없이 그냥 들어가려고?”

재준이 폴 시그널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걸어왔다.

“인터뷰는 잘 했고?”

“임재준, 자신만만하군요.”

“자신 없을 이유라도 있나? 너도 오늘 낸 안건에 대해 자신 있잖아.”

“주주들을 위한 거니까요.”

“거, 아까부터 말끝마다 주주들 주주들 하는데 정말 주주들을 위한 거야? 아, 펠리컨도 주주구나. 맞네. 맞는 말이야. 그러고 보니 내가 주주 대접을 안 해 줬네. 같이 들어가실까요, 주주님?”

팟팟팟팟.

재준이 시그널의 어깨에 손을 얹고 같이 들어가는 모습에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

정기주주총회가 시작되자 주주들의 모습이 다소 긴장하는 듯 보였다.

“먼저 재무제표 승인과 기말배당 승인 안건에 대해 주주권리를 행사하시기 바랍니다. 현재증권 이사회는 올해도 무배당을 제시하였습니다. 이에 반해 펠리컨매니지먼트는 주당 2만1967원을 제시하였습니다.”

2만 원?

알고는 왔지만 진짜로 안건을 상정했네.

모두 실제 상황에 직면하자 생각해 왔던 의지가 조금씩 허물어지는 걸 느꼈다.

지금 천주 보유하고 있는데.

배당을 받으면 2천만 원이 생기는 거잖아.

이때 어디선가 항의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2만1967원이라는 배당이 어떻게 나온 겁니까?”

여기,

폴 시그널이 손을 들고 일어섰다.

“주주 여러분, 현재증권의 현금 보유량은 NCR 150%를 훨씬 넘습니다. 무려 2조 원에 해당합니다. 이 현금은 현재증권의 주인인 주주들의 것입니다. 저희 펠리컨매니지먼트는 앞으로 현재증권이 거둔 이익에서 NCR 150%가 넘는 현금은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환원하기 촉구합니다.”

NCR(순자산비율)은 은행의 BIS와 같은 개념이다.

은행은 BIS 8%를 지켜야 하고 증권사는 NCR 150%를 지켜야 한다.

이 수치를 증권사의 건전성 지표로 삼는다.

“옳소. 우린 왜 배당을 하지 않습니까?”

저벅저벅.

재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걸어 나왔다.

“거 참, 전에도 말했는데 또 말하게 만드네요. 방금 옳소 한 분 어디 계십니까?”

주주들 중앙에서 누군가 슬며시 손을 들었다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재준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시킨 일은 잘하네.

누군가 물어야 대답을 할 수 있잖아.

주총꾼을 꼭 저쪽만 고용하라는 법은 없지.

“우리가 왜 배당을 안 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재준은 시그널을 보며 빙글 웃었다.

“이봐, 시그널. 조사하려면 제대로 하든가 대충 하다 마니까 주주들이 착각하는 거잖아. 현재증권이 언제 배당을 안 했다는 거지? 우린 충분히 했는데.”

“배당을 한 번도 한 흔적이 없는데 무슨 말입니까?”

“윌가에 있는 사람이 저렇게 무식해서야. 준비한 그래프 좀 띄워 주세요.”

현재증권의 주가 그래프와 자사주 보유 현황이 대형 화면에 떴다.

“주주 여러분, 현재증권은 10년 전부터 매년 3월 주주총회 때 보유 주식을 3.2%씩 시장에 매도했어요. 보이죠. 물론 BPS가 120% 아래로 떨어지면 자사주를 매입하기도 하지만.”

BPS는 주당순자산으로 기업을 청산 했을 때 받는 돈을 나타낸다.

만약 BPS가 20,000원인 기업 주가가 10,000원이라면 얼른 빚을 내서라도 사야 한다.

그만큼 기업은 시장에서 할인되어 거래되는 것이다.

현재증권의 주가는 BPS보다 한참 높게 설정되어있다.

투마로우라는 거대 금융기업이 뒤에 버티고 있으니 미래 가치가 반영된 것이다.

“중요한 건 매년 시장에 3.2%를 매도한단 거예요. 그리고 보세요. 현재증권의 주가는 매년 10% 이상 상승했어요.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있던 그해에도 말입니다. 이 말은 시장이 현재증권 주식을 매년 110%의 가격에 사준다는 겁니다. 그럼 저희 BPS는 더 올라가고 주가는 더 올라갑니다. 이게 뭔지 알지? 폴 시그널.”

폴 시그널은 그래프와 보유 주식 현황을 노려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왜 대답이 없어? 설마 모르는 거야?”

폴 시그널은 재준의 재촉에 허탈한 듯 내뱉었다.

“매도배당기법.”

“잘 아네. 알면서 현재증권 배당만 쳐다보고 있던 거야?”

쯧쯧쯧.

재준은 다시 주주들을 쳐다봤다.

“안다고 하네요. 여러분, 지금 당장 무슨 말인지 모르셔도 상관없어요. 모두 증권에 대해 해박한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현재증권을 보유하고 있다면 돈을 버는 거예요. 그리고 배당을 해주면 뭐가 달라붙습니까?”

세금이요.

아까 그 주총꾼이 대답했다.

아주 좋아.

“들으셨죠. 세금. 배당을 받으면 15.4%라는 세금이 붙어요. 여러분은 현재증권 주가 올라가는 것만 쳐다보고 있다가 필요할 때 팔면 딱 한 번 0.25%의 쥐꼬리만 한 매도세만 내는 거예요. 도대체가, 이런 걸 알려주지도 않고 현재증권이 현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만 뚫어지게 보는 사람 말을 왜 믿는 거예요?”

모두의 시선이 한곳을 향하자 폴 시그널의 얼굴색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무배당으로 합시다.

-현재증권이 설마 주주들에게 불이익을 주리라 생각지 않습니다.

여기저기 찬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이후 시그널이 이사회에 자기 측 사람을 심으려 했지만 이미 돌아선 주주들의 마음을 잡기에는 부족했다.

팟팟팟팟.

기자들의 카메라는 폴 시그널의 표정을 잡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 사람들이 정말.

폴 시그널이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일어섰다.

그리고 여러 장의 사진을 들어 올렸다.

“여러분 임재준의 과거 행적에 대한 사진들입니다. 이걸 보면 과연 이런 사람이 현재증권의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자리에 있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임재준은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발악은 그저 공허하게 회의장을 울렸고 주주들의 반응은 미적찌근했다.

-에이, 난 또 뭐라고.

-거, 신문에도 났던 거 같은데 뭘 이제 와서 자꾸 그러는 거야? 그러다 진짜 임 대표가 손 떼면 어쩌려고 그래요?

-앉아요.

-아직도 망나니 타령입니까? 언제 적 이야길 지금 하는 겁니까?

하나도 통하지 않다니.

재준은 폴 시그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다가오는 재준을 본 폴 시그널이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는데,

“폴, 그냥 가면 후회할 텐데.”

뭐? 뭐가 또 남은 건가?

폴 시그널이 돌아서자 재준이 빙글 웃었다.

“주주총회와 별도로 해줄 말이 있어. 현재증권 주식. 일본 대부업체 주식과 바꿔 줄게.”

“뭐라고?”

시그널은 방금 들은 말을 머릿속에서 되뇌었다.

바꿔 준다고?

그럼, 지금까지 왜?

아니면 또 다른 함정을 파 놓은 건가?

스티븐의 말에 의하면 현재증권 주식 10%를 매집하는데 15억 달러 이상이 들어갔다고 했다.

주가는 두 배 이상 올랐고.

임재준, 15억 달러가 탐이 나는 건가?

근데 기분 나쁘게 왜 자꾸 웃는 거냐?

“자, 바로 계약서 작성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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