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154화 (154/477)

제154화 겁 좀 내면서 일하죠. 그래야 될 것 같은데(6)

며칠 후 언론은 두 가지 이슈로 떠들썩했다.

하난,

[10년 전 임재준 SB 그룹 손자 폭행]

또 하난,

[이상환 전 외화은행장 고의적으로 BIS 비율 조작으로 로운스타 도왔다는 새로운 단서 포착]

[이상환 전 외화은행장은 금감원에 2003년 말 BIS 비율 전망치가 10%인데도 6.16%라는 내용의 팩스를 전달하였고 금감원은 이를 근거로 외화은행을 부실 은행으로 지정했다는 내용의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팩스는 조작되지 않았다고 판결이 난 것이다. 하지만 팩스 원본을 입수한 우주일보에 따르면 숫자 위에 종이를 붙이고 팩스를 보내서 조작된 흔적을 지웠다고 주장했다. 이상환 전 외화은행장을 다시 고발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 비판은 거셀 전망이다]

-이거 누가 임재준을 노리고 과거를 폭로하는 것 같지?

-그래 봐야. 임재준이 꿈쩍이나 하겠냐?

-근데 이거 나도 카더라 통신으로 알고 있던 내용인데. 기사화만 안 됐을 뿐이지. 우리 모두 알고 있는 내용이잖아.

-너도 알고 있었냐? 난 나만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꼭 성공한 사람들 시기하는 놈들이 있어.

-하긴 그보다 이상환 이 새끼는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여기 봐, 외화은행 로운스타에 인수된 후 행적이 나왔잖아. 로운스타 경영 고문으로 7개월 일하고 고문료로 17억을 받았데. 은행의 관행이네 뭐네 하면서 피해가긴 했지만 이건 누가 봐도 한통속 아니냐?

-그뿐이냐, 여기 봐. 바로 한국투자공사 초대 사장으로 부임했대. 이게 말이 되나 싶어.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그를 강력하게 밀어줬단다.

-이거 다 한통속이었어.

-외화은행 팔아먹고 얼마나 뒤로 받았을지 감도 안 온다.

-이상환이 17억 받았으면 여기 경제보좌관은 최소한 20억은 받았겠네.

-그 위로는 어떡해?

-야, 그 위는 말하지 마라. 위험하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위험해?

시장에 떠도는 이야기가 은근히 외화은행 과거 기록으로 흘러갔다.

***

로운스타.

최광수 대표는 스티븐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빠졌다.

“스티븐, 현재증권 주식은 현재 얼마나 매집되었지?”

“이제 곧 10%에 도달합니다.”

“예상보다 자금이 더 들어갔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현재증권은 항상 매수세가 강한데 저희가 끼어들었으니 급등할 수밖에요.”

“암튼 일을 빨리 끝내야겠어. 여론이 이상하게 형성되고 있어. 자꾸 지난 일이 들춰지는 게 꺼림직하단 말야.”

“그래 봐야, 전부 재판까지 끝난 사건입니다. 한알금융지주와 계약도 체결했고 이제 금융위원회 승인만 나면 됩니다. 승인만 떨어지면 외화은행 지분을 넘기고 떠나면 그만이니 너무 걱정 마세요.”

“자네야 미국 로운스타로 떠나면 되지만 나는 여기 남아야 하니 그렇지.”

“하하. 대표님. 대표님 뒤에 윤헌재 이사장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별걱정을 다 하십니다.”

“그렇긴 하지만…….”

최광수의 머릿속에 윤 이사장이 예전에 임재준에게 호되게 당하고 금감원장 자리에서 쫓겨났던 기억이 살아났다.

이사장님한테 찾아가 봐야겠는데.

이번 일만 끝나면.

“스티븐, 현재증권 임시총회는 소집할 건가?”

“아니요. 시그널이 좀 더 임재준 과거 기사를 뿌린 후 주주총회에 참석할 겁니다.”

“근데, 시그널이 영 시원치가 않아.”

“하하, 상관없습니다. 주주들 앞에서 떠들어 댈 만큼 가짓수만 많으면 됩니다. 그게 시그널의 주특기고요.”

“그런 건가?”

“여론이 형성되면 더 좋겠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에요. 주주들 앞에서 수십 가지 사건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오너의 자질을 의심받게 됩니다.”

음.

“그렇겠구만.”

“그래도 조심해야 합니다. 현재증권 대주주가 되었다고 투마로우를 어쩌지는 못하니까요. 임재준은 콧방귀도 끼지 않을 겁니다. 그냥 우리 목적만 달성하고 빠져야 합니다.”

“그래, 그래. 알아들었네.”

둘이 대화를 마무리할 때쯤.

“폴 시그널이 찾아왔습니다.”

“들어 오라고 하세요.”

“둘이 이야기하게. 난 나가 보겠네.”

“네.”

최광수가 나가고 시그널이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흔들었다.

“시그널, 일은 잘 돼 가는 겁니까?”

“임재준이 만만한 인물은 아니더라고. 도리어 내가 당했어.”

“역시 쉽지는 않군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조여야겠어.”

“시간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래, 주식은?”

“준비 다 되었습니다.”

“그럼 임시주총을 열어볼까?”

“아마 정기주주총회까지 기다려야 할 겁니다.”

“임시주총은 이사회를 반대하겠지?”

“당연히.”

“그럼 기다리면서 이제 슬슬 다른 임원들을 건드려야지.”

“왜요? 임재준 하나로 부족합니까?”

“그게, 임재준은 과거 기록은 쓸 만한 게 많은데 요즘은 아예 없어. 일밖에 안 했더라고. 한국에도 없었고. 그렇다고 잘한 일을 퍼트릴 수는 없잖아.”

“그렇지요.”

***

현재증권과 관련된 인물에 대한 무차별 카더라 공격이 시작되었다.

[임병달 회장 이번에 바뀐 비서가 알고 보니 내연녀]

임병달 : 나 원 참, 살다 살다, 내연녀가 있다는 기사는 첨이네.

[정태균 행장 정계 인사들과 룸살롱 출입 빈번]

정태균 : 흠, 흠. 같이 간 정계 인사를 데려오세요.

[투마로우 리치 곽형택 사장 부동산 투자인가 투기인가]

곽형택 : 왜 가만히 있는 사람을 건드려? 올해 단 1평의 땅에도 투자하지 않았는데.

[투뱅코 SPC 최효범 사장. 손실액 사상 최고 1조 넘을 듯]

최효범 : 아니, 처리할 일이 있어야 손실이 나든 말든 할 거 아닙니까?

[임재준 동기 다섯 명 이유 없는 승진. 다른 직원들의 비애감 키워]

김혜림 : 말을 아끼자.

일동 : 그래.

[투마로우 재단 서형길 이사장 정관에 없는 수익사업 벌여]

서형길 : 저희 재단은 인덱스 펀드 투자 외에는 다른 사업을 벌인 적이 없어요.

그러나,

페렐라와 워서스틴이 주가 차트와 기관 물량 사이에서 찾아낸 자료를 언론에 흘리자 검찰이 로운스타 대표를 긴급 체포했다.

[로운스타와 외화은행이 외화카드 주가 조작 사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만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로운스타 최광수 대표가 외화은행 주가 조작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을 입수]

최광수 : 난 모르는 일이라고.

***

로운스타.

“아닙니다. 심려 끼쳐서 죄송합니다.”

툭.

Fuck!

본사 키매니저 조셉으로부터 온 통화를 끊은 스티븐은 터져 나오는 욕을 참지 못했다.

로운스타 한국법인 대표 최광수가 외화카드 주가 조작으로 검찰에 잡혀갔다.

8년 전 일이라 마음 놓고 있었는데 누군가 기록을 뒤져 주가 조작을 간파해 냈다.

멍청이, 임재준 옆에 페렐라가 있다는 걸 깜빡하다니.

제기랄, 최 대표를 애초에 해외로 빼돌리는 건데.

할 수 없지.

스티븐은 핸드폰을 들었다.

“안녕하셨습니다. 이사장님. 스티븐 킴입니다.”

-뉴스 보았네. 그것 때문에 전화 한 거지?

“네, 죄송합니다.”

-아니야, 그게 왜 자네 잘못인가? 최 대표가 일 처리를 못 한 거지. 암튼 이야기는 해 놓겠네. 걱정하지 말게.

“그게 아니라…….”

-아니라고?

“꼬리를 잘라 주십시오.”

-최 대표를 버리는 건가?

“최 대표 혼자 죽으면 다시 살려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죽으면 다 죽게 됩니다.”

-손해가 클 텐데. 최 대표 형이 확정되면 손해배상 소송이 몰려들 거야.

“그건 외화은행에 받아 낼 수 있습니다.”

-주가 조작은 최 대표가 했는데 손해배상은 외화은행이 한다……. 피해자가 도리어 배상을 해야 한다? 거 참. 재밌구만. 알겠네. 최 대표 선에서 마무리 짓지.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스티븐은 미간이 확 찌그러졌다.

또 돈 나가게 생겼네.

하지만 윤헌재, 이 양반을 움직였으니 확실하게 처리되겠지.

로운스타가 주가 조작을 하고 외화은행이 피해를 입었는데 외화은행이 손해배상을 해 준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도리어 로운스타가 외화은행에게 배상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스티븐은 로운스타 싱가포르 지사에 전화를 걸었다.

“응, 나야. 뉴스 봐서 한국 상황 알지?”

-네.

“판결은 최 대표 소행으로 날 거야. 파르테논캐피탈이 외화은행과 로운스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하는 거로 마무리 지어.”

-알겠습니다.

스티븐은 그제야 소파에 몸을 기댔다.

어떻게 결말이 나든 우린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

파르테논캐피탈은 외화카드의 최대주주로, 주가 조작이 사실이라면 합병 당시 헐값에 외화카드 주식을 팔아야 했다.

파르테논캐피탈이 로운스타와 외화은행 둘에게 주가 조작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둘은 파르테논캐피탈에 손해배상을 해 줘야 한다.

파르테논캐피탈로 들어온 돈은 로운스타로 흘러들어 갈 것이고.

그래, 차라리 잘됐어.

곁가지는 다 쳤으니 임재준과 제대로 붙어 볼 수 있다.

***

서울 성북동 레스토랑.

“페렐라, 워서스틴, 수고했어. 주가 조작 제대로 잡았어.”

“주가 조작 잡아내는 건 일도 아니죠. 돈이 들어온 통로와 나갈 통로만 확인하면 되는데. 근데 어째 로운스타 솜씨 같지가 않아요. 주가를 그렇게 무식하게 떨어뜨리면 누구라도 의심할 텐데. 지금까지 증권거래소는 뭘 한 거예요?”

“한국은 아직 누가 한마디만 하면 넘어가는 게 되는 나라거든.”

“음. 그렇군요. 그럼 이번에도 넘어갑니까?”

모두 코스 요리를 즐기며 재준과 페렐라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아니, 이번엔 그냥은 안 넘어가긴 하는데. 최광수가 자기 독단으로 처리한 일이라고 혼자 책임지겠지.”

“그래요? 그건 좀 의외네요. 어쨌든 우리도 로운스타에게 손해배상 소송 걸어요.”

“그래야지, 우리도 엄연히 외화카드 주식이 있었으니까. 근데 이렇게 끝나면 로운스타는 손해를 전혀 보지 않는단 말이지. 그게 맘에 안 들어.”

“왜요? 손해배상 해야 할 텐데요?”

재준이 기억을 더듬으며 술 한 모금을 마셨다.

“아니, 로운스타가 손해배상을 받을 거야. 모든 책임은 외화은행이 질 거고.”

“외화은행이 왜요?”

“원래 둘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니까.”

“전에 우리가 흘린 신문 기사 말씀하시는 거군요.”

윌켄이 잘 먹던 음식을 내려놓았다.

“맞아요. 펠그리니, 외화은행 BIS 어땠어?”

“정상적이었어요. 은행장이 말한 6.3은 실수한 거나 거짓말을 한 것 같아요.”

“들었지? 외환위기 때 잠깐 흔들렸다고 팔아 버린 게 아냐. 시작부터 로운스타에 넘기기로 결론이 나 있던 거지.”

윌켄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로운스타의 잘못도 외환은행이 덮어쓴단 말이군요.”

“그렇다고밖에 볼 수가 없어. 뭐, 그러거나 말거나.”

재준은 민어회를 한 점 입에 넣었다.

“윌켄, 지금부터 우리가 대주주로 있는 월가 은행은 로운스타에게 채권 발행을 금지시켜요. 대출도 안 돼.”

“리파이낸싱을 못하게 하려는 거군요.”

“그래요. 어디 현금 들고 만기 채권 결재할 수 있나 보자고.”

“현재증권 주식을 들고 있을 텐데요.”

“그 전에 현재증권 주식은 일본 대부업체와 교환해야지.”

“그럼.”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지. 채권을 부도내느냐 계약 파기로 소송을 당하느냐.”

“둘 다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요.”

“아마 가지고 있는 자산을 처리해야 할 거예요. 보유하고 있는 부실채권, 아니면 부동산. 하지만 시간이 없다는 게 문제지.”

채권 만기에 돈을 갚지 못해 부도를 내면 24시간이 시간을 추가로 준다.

24시간 안에 해결 못 하면 최종 부도 처리된다.

재준은 로운스타가 리파이낸싱으로 채권을 돌려막을 시간을 주지 않을 것이다.

로운스타가 채권 부도를 알아차린 날이 바로 채권 만기일이 될 것이다.

뭘 팔려고 해도 24시간 안에는 절대 못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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