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141화 (141/477)

제141화 글로벌은 아무나 하는 줄 아나 보네(1)

재준이 뿌듯한 맘으로 백악관을 나오는데,

띠리리링.

정 행장님?

“네, 행장님. 어쩐 일이십니까?”

-그냥 안부 전화 드린 겁니다. 하도 뉴스에 자주 나오셔서.

“할아버지가 시키셨군요.”

-하하하. 그런 점도 없지는 않습니다. 회장님이 뉴스만 보면 불안해하시면서 한숨을 쉬십니다.

“걱정 마시라고 전해주세요. 제가 어린애도 아니고 뭐가 그렇게 불안하실까. 그리고 제 주위에 블랙워터 사설 군대가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번 중국놈들 때문에 만난 블랙워터를 아예 투마로우에 주둔시켰다.

이게 얼마나 잘한 일이냐면 블랙워터는 2007년부터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아무 대나 총질을 해대는 통에 군인뿐 아니라 민간인도 죽였다.

실력은 좋은데 인성이 쓰레기로 변질된 거지.

내가 옆에 두고 인성 교육 좀 시킨 다음에 내보내려고.

혹시 재준이 나중에 누굴 위협하려는 목적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맞다.

그런 목적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블랙워터요?

“네, 무시무시한 미 특전단 출신들이니까. 걱정 푹 놓으세요.”

-하하하. 역시 도련님답습니다.

“요즘 한국은 어때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잘 피했습니다. 미국은 아직도 요란하죠?

“여기는 제가 안정시킬 겁니다.”

-네? 아, 네. 그러시겠죠. 앞으로 뭔 일이 또 있겠습니까.

“뭔 일이요? 아, 생각났다. 혹시 모르니 유럽 돼지들에게 돈 빌려주지 마세요.”

피그스, PIIGS, 포르투갈·아일랜드·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몇 년 후 유럽에서 발생한 금융위기 주범들이다.

-돼지요?

“포르투칼,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앞글자를 따서 부르는 이름입니다.”

이건 사라크방크와 클레이스에도 알려야겠다.

특히, 그리스.

-아, 네.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그렇게 하겠습니다. 참, 대출 하니 생각났습니다. 2001년 대부업법이 통과되고 일본대부업체들이 들어와 성황을 이루고 있습니다.

“대부업체요?”

이런 멍청이, 이걸 놓쳤네.

정신 나간 정부 놈들이 만든 법.

이 법으로 일본 대부업체들이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설쳤다.

누구라고 말은 안 하겠지만 재경부에게 한 의원이 이자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지껄였던 말이 떠올랐다.

“대개 60%가 적다고 생각하시면, 저는 기타수수료 있지 않습니까, 기타 이런 것은 법에 이자를 포함한다고 돼 있잖아요? 이자는 이자대로 명시하고 기타 어떤 명목으로 해 가지고 몇 % 이상 못한다, 그러면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국민에게 설득력이 있지 않겠느냐, 저는 그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이자 이외의 수수료도 별도로 인정해 주고 대손도 처리를 인정해 주면 공식적인 이자가 다 포함해서 100%가량 넘었거든요. 그것을 인정해 주면 60% 전후로 해도 그것을 가지고 이 사람들이 장사가 현실적으로 감안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되는데, 어때요?”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니다.

자기가 빌리지 않는다고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이 말은 그러니까 대부업자에게 표면적으로 60%를 법정 이자로 지정해줄 테니 이것저것 붙여서 100% 받아 쳐드세요?

아니 저게 국회의원 입에서 나올 만한 소린가?

당장 한국으로 날아가고 싶지만 참는다.

“정 행장님. 제가 미국에서 일본 애들 돈줄 끊을게요. 행장님은 투마로우 재단을 만드세요. 불법 추심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위해 무료 변론해 주세요. 비용은 전부 투마로우가 댑니다. 그리고 무료 변론이라고 광고 때리세요. 아니다. 제가 서형길 실장님을 한국으로 보낼게요.”

-네, 알겠습니다.

아주 좋아.

이 방법이 있었어.

재단 만들어 좋은 일도 하고 세금도 감면받고.

돈 많이 벌면 좋은 일에도 써야지. 암. 그렇지.

여기까지가 어제 있던 일이었다.

***

다시 돌아와서.

“브랜트, 와서 앉으라니까요. 뭘 그렇게 멀뚱히 서 있는 겁니까?”

브랜트는 힘없이 다가와 자리에 앉았다.

“자, 차 한잔하시고.”

“이미 내가 올 걸 알고 있었습니까?”

“그럼, 나 말고 또 누구한테 구걸하려고요?”

구걸?

브랜트의 미간이 구겨졌다.

말을 해도 꼭.

“신경 쓰지 말아요. 뭐 망했는데. 자리는 보존해야 하잖아요. 안 그래요?”

끙.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 없다.

“자, 정부와 연준은 이미 월가를 제 손에 쥐여줬습니다. 다 팔아서 대출을 회수하고 싶지만. 내가 워낙 인정이 많아서. 당신 둘은 투마로우에서 거둘 겁니다.”

“인수되는 거군요.”

리처드의 목소리에 힘이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인수하려면 구조조정을 해야겠죠? 그러니까, 당신 둘. 앞으로 나한테 불리한 구조조정 하나라도 세팅되면 가차 없이 자를 겁니다.”

“원하는 게 뭡니까?”

“당신 둘 밑으로 절반을 자르세요. 구조조정하라고 하면 밑에 있는 말단 직원 몇 자르고 끝내던데, 그거 구조조정 아니에요. 위에서부터 싹 다 자르세요. 알겠죠?”

“투마로우가 직접 해도 되는 일 아닙니까?”

“왜? 자기 손에 피 묻히려니 싫어요? 하지만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인데. 그래야 앞으로 신중하게 일을 하지 않겠어요? 아, 그리고 퇴직금 없습니다. 보너스 당연히 없습니다.”

“그건 노동법에 어긋납니다. 소송이 이어질 겁니다.”

아직 정신을 덜 차렸구나.

“법원에 소송 걸라고 하세요. 아주 조목조목 따져서 회사에 끼친 피해 만큼 다 받아 줄 테니까. 이 사람들이 남의 돈으로 장난치면서 손실이 나도 보너스 막 퍼주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아요? 그러니까 지금 이 꼴이 된 거예요. 이 꼴이. 투자에 진정성이 없어. 싫으면 여기서 빠지고. 그 밑에 있는 사람 불러다 시키면 되니까.”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리처드는?”

“네. 처리하겠습니다.”

“브랜트, 리처드. 숨죽이고 열심히 2년만 하다 보면 큰 보상이 있을 거예요.”

재준은 둘을 보며 빙글 웃었다.

자, 이 잘린 이들을 어디로 데려갈까?

그야 모두 일본이라는 웅덩이로 몰아넣어야지.

거기서 일본놈들과 서로 죽고 죽이며 피 터지게 싸워.

일본 금융 돈줄이 바싹 마를 때까지.

***

시바타홀딩스 사장실.

“와다나베.”

“노무라.”

노무라는 사장실로 들어서며 두 팔을 벌렸다.

하하하하.

“어서 와. 그동안 고생 많았어. 정말 걱정 많이 했지?”

“자네가 있는데 무슨 걱정. 그저 머리 좀 식히고 있었지.”

“그래, 그래. 이제 그놈들이 물러갔으니 우리들 세상이야.”

“더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때마침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터질 줄이야. 하하하.”

와다나베는 시바타홀딩스의 새로운 사장으로 취임하며 오랜 러닝메이트인 노무라를 부사장으로 불러들였다.

“정말이야. 하늘이 도왔어.”

전 사장인 코가와 부사장 토도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자 24억 달러의 신용손실로 인해 동반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늘이 도왔다?

지금은 그럴지도 모른다.

이 둘이 바로 재준에게 헨리스미스브라더스 아시아와 유럽 사업 부분을 인수하는 주인공들이다.

“자, 앉자고.”

와다나베가 노무라에게 자리를 권했다.

일본 국내 사업 부분과 주식 리테일 영업에 잔뼈가 굵은 와다나베.

“그러지. 근데, 소식은 들었나? 헨리스미스브라더스가 인수됐다고 하던데.”

노무라. 일본인답지 않은 기질을 타고나 런던에서 화려한 IB뱅커로 명성을 날리던 인물이다.

하지만 모나면 맞는 법.

전 사장 코가의 눈 밖에 나 지방으로 좌천당했다.

와다나베는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해외 IB 사업 부분과 해외사업 부분을 맡아줄 인물로 노무라를 지방에서 불러들였다.

“그게, 하필 투마로우가 먼저 낚아챘어.”

“나도 들었어. 하지만 좋은 소식이 들려왔네. 아시아와 유럽 사업 부분. 투마로우가 매물로 내놓았어.”

“알아. 하지만 인수하겠다는 몇 군데는 벌써 거절당했어. 투마로우의 조센징 그놈이 꽤 까다롭게 군대.”

“임재준, 운이 좋은 놈이긴 해. 그래 봐야 냄새나는 조센징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우리도 오퍼를 던져 봐야지. 내가 미국으로 가겠네. 헨리스미스브라더스는 그냥 흘리기엔 정말 아까운 기업이야.”

“알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을까?”

“불가능하더라도 해 봐야지. 투자은행을 만들려면 저들의 경험이 필요해.”

글로벌, 글로벌 하니까 일본도 쥐고 있는 돈으로 투자은행을 만들어 볼까 생각했다.

노무라는 아직 꿈을 접기에는 영국에서의 화려한 추억이 너무 생생했다.

“일생에 딱 한 번 있는 기회야. 잡아야 한다고. 자그마치 미국 굴지의 투자은행이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아니면 꿈도 못 꿀 일 아닌가?”

“음. 그렇긴 하지.”

와다나베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술을 꽉 다물었다 떼었다.

“좋아. 투마로우에 가게. 자금은 내가 책임지겠네.”

“꼭 성사시키도록 하겠어.”

재준이 헨리스미스브라더스 인수를 원하는 기업들에게 이 핑계 저 핑계를 둘러대며 시바타홀딩스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둘은 전의를 불태웠다.

그러다 홀랑 타 버리지.

***

AAG빌딩 66층.

서형길이 재준의 말에 입술을 동그랗게 말았다.

“그러니까, 제가 한국에 가서 언론을 통해 사채의 위험성에 대해 국민 계몽을 시키란 말이죠?”

“계몽은 너무 예스럽고 공익 캠페인입니다.”

“어쨌든 투마로우 재단을 만들고, 홈페이지에서 불법 추심 사례도 받고, 변호사 고용해서 처단하고, 공익 광고도 하고, 언론에 정보도 흘리고, 아, 이건 흘리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주는 거군요. 어쨌든 대부업을 다 까발리라는 거죠?”

“딱 그겁니다. 바로 그거. 정 행장님을 도와 훌륭한 일을 한번 해 보시죠. 그 투마로우 재단 이사장은 바로 실장님입니다. 이제 이사장님이라 불러야 하네.”

끄흡.

서형길은 감동이 복받쳐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전 영원한 도련님의 서 실장입니다. 이사장은 당치도 않습니다.”

“암튼 어서 가셔야 합니다. 하루라도 늦으면 그만큼 피해를 입는 국민이 늘어납니다.”

“네, 지금 당장 떠나겠습니다.”

서형길이 눈물을 소매로 훔치며 들어오는데 박민수가 들어왔다.

헉, 왜 저래?

멀어지는 서형길을 자꾸 뒤돌아보며 재준에게 다가왔다.

“임 대표님. 헨리스미스브라더스하고 그랜드월에서 쫓겨난 인재들 총 7,100명 전부 재취업시켰습니다.”

“전부 유럽으로 보냈죠?”

“네.”

“순순히 가던가요?”

“그럼요. 현재 미국은 일자리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예요. 실업률이 장난 아닙니다.”

“하긴 한국 외환위기와 비슷할 정도로 심각하긴 하던데.”

“근데 그들은 기껏 내쫓아 놓고 다시 헨리스미스브라더스 유럽 사업부에 취업시킨 이유가 뭡니까?”

“그들도 어디에선 가장이고 어디에선 남편이고 아내잖습니까. 내가 그들만 생각하면…….”

“거짓말하지 말고요. 대표님 얼굴에 다 쓰여있습니다. 말을 하면서 왜 웃습니까?”

“티 나나요?”

“많이.”

흠.

그렇구나.

역시 연기는 서형길 실장이 짱인데.

좀 배울 걸 그랬나.

“곧 누군가 헨리스미스브라더스 아시아와 유럽 사업체를 사려고 올 겁니다.”

“누가요?”

“시바타증권, 정확히 시바타홀딩스죠.”

첨 들어 보는 이야긴데.

모두 시선이 재준에게로 향했다.

“내가 말 안 했나?”

이럴 때는 무조건 시치미를 떼는 거지.

모두 눈살을 찡그렸다.

벌써 또 다른 일을 벌였어.

지금 정리하고 있는 일만 해도 머리가 둘이라도 모자랄 판에.

“이번엔 그렇게 힘들진 않을 겁니다. 그냥 지켜보는 수준?”

흥, 그걸 믿으라는 거지?

차라리 지나가는 개가 ‘야옹’ 했다면 믿겠다.

모두의 표정이 불신으로 뒤덮였다.

“암튼 그래요. 좀 있다가 시바타에서 사람이 올 겁니다.”

이번엔 일본에 어떤 빅엿을 먹이려고 저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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