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140화 (140/477)

제140화 수익률이 얼마라고요? 1,000%요?(10)

헨리스미스브라더스.

그동안 공격적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 매수 정책을 펴면서 가장 많은 모기지 채권을 보유한 헨리스미스브라더스는 2분기 28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주가는 88달러까지 치솟던 게 석 달 전인데 지금은 6달러도 지키기 어려운 형편.

5달러 밑으론 뭐라고? 페니스탁(동전주).

5달러 지키지 못하면 개망신이다.

헨리스미스브라더스 회장 브랜트는 초조하게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목소리를 지우려고 노력했다.

-인수할 회사를 찾지 못한다면 헨리스미스브라더스는 역사에서 사라질 것을 각오하세요.

재무부 장관 행크 폴슨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대뜸 공중에 대고 지르는 고함.

“누가 그걸 몰라서 지금 이러는 줄 압니까? 로비 자금 받아 처먹을 땐 좋다고 하고선. 지금에 와선 왜 딴소리야?”

어떻게 다시 세운 은행인데 누구 맘대로 역사에서 지우냐 마냐 떠들어대는 거야.

뚫린 입이라고 내뱉으면 다 말이 되는 줄 알아.

핸리스미스브라더스는 선두 은행 대열에서 쫓겨나고 탈환하고 쫓겨나고 탈환하기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다시 선두에 들어섰다.

특히 지난번 스톡체인 합병 건으로 휘청거렸지만, 다시 합병으로 벌지브라켓의 지위를 회복했다.

“근데 뭐라고? 네가 뭔데 지우네 마네야, 응?”

난 반드시 살아남는다.

의지를 다지는 순간 다른 기억이 찾아왔다.

그때, 그때 성공만 했어도 이런 수모를 겪지 않는 건데.

지들이 뭔데 나를 쓰레기 취급이야?

여기서 지들이란 한국의 산업은행.

미친놈들, 감히 헨리스미스브라더스를 6.4달러에 꿀꺽하려고. 최소한 14달러는 내야지.

산업은행과 인수작업이 잘 진행되다 막판 가격에서 틀어졌다.

산업은행은 현 주가인 6.4달러를 제시했지만, 자존심을 지키려는 브랜트는 미래가치를 들먹이며 14달러 밑으로는 절대 안 된다고 버텼다.

석 달 전에 88달러 하던 우릴 무시해도 유분수지.

제기랄.

이럴 때 JP스탠리만 건재했어도.

서로 밀어줬을 텐데.

하염없는 후회만 해대고 있는 와중에 들리는 또 하나의 목소리.

-하하하, 지금 저희가 합병 중이라서 죄송합니다. 자금 여력이 없습니다. 뭐 그냥 주신다면 생각은 해 보겠습니다만.

보기 좋게 거절한 클레이스의 실질적인 리더 밥 다이돈.

빌어먹을 영국놈, 웃긴 왜 웃어.

지금 웃음이 나올 때인가?

그리고 뭐? 그냥 달라고?

정신 나간 놈.

지금 브랜트가 이렇게 망설이며 지나간 모욕을 떠올리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그래, 가 봐야 알지. 이렇게 고민하면 뭐 할 거야?”

그리고 전화기를 들었다.

“차 대기 시켜. 투마로우로 갈 거야.”

이거다.

브랜트가 지금까지 고민하며 주저하던 일이 자신에게 모욕을 주었던 투마로우에 가서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빌어야 하는 것.

죽기보다 하기 싫은 일.

두고 보자.

이번만 넘기면 다신 쳐다보지도 못하게 만들어 주겠어.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굴욕을 딛고 다시 일어서리라 다짐했다.

밖에 대기하고 있는 차에 올랐다.

“AAG 빌딩으로 모시겠습니다.”

“응.”

브랜트는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머리를 뒤로 젖혔다.

임재준, 차라리 해외라도 나가 있지.

투마로우에 가기 싫어서 은근한 자기 투정을 부렸다.

이미 며칠 전부터 임재준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었고.

지금 AAG 빌딩 66층에 그가 있다는 것도 보고 받았다.

가기 싫은데 시간이 왜 이리 빨리 가는지.

“도착했습니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아니 됐어. 내가 내릴게.”

비서가 나가서 문을 열어 주겠다는 것을 마다한 브랜트는 스스로 문을 열고 나왔다.

고개를 들어 AAG 빌딩 꼭대기를 한번 쳐다보고는 발걸음을 뗐다.

투마로우 본사가 62층부터 있다는 이유로 1층부터 60층까지는 다양한 금융회사에 들어왔고 로비는 오가는 금융인들로 북적였다.

돈을 쓸어 담고 있네.

그때 이 빌딩을 샀어야 했어.

911 테러 이후 고층빌딩 가격이 폭락하자 자신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빌딩을 매입하려고 했다.

느닷없이 어떤 돈 많은 놈이 시세의 50%나 더 주고 덜컥 사 버려서 놓쳤지만.

그 어떤 돈 많은 놈이 임재준일 줄이야.

한 번 놓친 빌딩에 와서 구걸하게 되다니.

온통 후회만 기억나게 만드는 빌딩이다.

이상하게 기분 나쁜데.

브랜트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66층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비서에게 자신을 알렸다.

“자네 보스 있나?”

“네, 오시면 그냥 들어오시라고 했습니다.”

뭐라는 거야?

“내가 올 줄 알고 있었다고?”

“네. 들어가세요.”

미행을 붙인 건가?

기분 더러운 인물이야.

브랜트는 스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리처드, 자네가 여길 어떻게…….”

그랜드월의 리차드가 임재준에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재준이 어서 오라고 손짓을 했다.

“들어와요. 브랜트. 마침 리처드도 왔는데 다 같이 이야기나 해 봅시다.”

징그러운 새끼.

***

하루 전.

백악관.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지난번 상장 사기 카르텔 사건 때 봤어야 했는데 워낙 바쁜 분이라 지금에야 모셨습니다.”

재준은 대통령이 내민 악수를 받았다.

“앉으시죠.”

“네.”

차가 나오고 한 모금 마시는 시간이 흐르자 대통령이 말을 뗐다.

“사실은 어려운 부탁을 드리려고 보자고 했습니다.”

후.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일개 기업인에게 부탁하려니 입이 제대로 떨어질 리가 없다.

좀 도와 드릴까?

“대충은 짐작하고 있습니다. 모기지 채권 때문에 그러시죠?”

“그러긴 합니다만. 그게.”

“하하. 대통령님. 편하게 말씀하시죠. 아니, 뭐 저는 깨끗하거나 양심 있는 놈 아닙니다. 근데 이겨 봤고, 앞으로도 이기는 방법을 아는 놈입니다. 그게 대통령님이 절 보자는 이유 아닙니까? 저 같은 놈 만나는 거 자주 있는 기회 아닙니다. 지금 사태를 극복하고 싶다면, 또 망설이다가 전부를 잃고 싶지 않다면 저 이용하시죠. 더는 흔들리지 마시고요.”

대통령은 쓰게 입맛을 다셨다.

하하.

“그럽시다. 알겠지만, 미국 전체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근데 지금은 글로벌 금융 세계라 전 세계가 함께 무너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동안 국민의 삶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아, 네.”

국민, 근데 나보고 어쩌라고.

“부동산이야 금리를 내리고 양적 완화를 한다면 잡힐 수 있지만, 음.”

빨리 말하세요.

에휴, 또 도와 드릴게요.

“AAG 살려 드리겠습니다.”

“정말입니까?”

“네.”

왜 AAG일까?

AAG는 미국 제일의 보험회사다.

주로 기업을 상대하기에 무너진다면 미국 전체로 퍼져 있는 보험이 무너질 수 있다.

납입한 보험금 내놔라, 사고 났으니 보험금 내놔라, 대출금 내놔라, 더는 돈을 빌려줄 수 없다, 딱 봐도 순식간에 전쟁통으로 변할 것이다.

근데 왜 AAG가 무너진 걸까?

바로 CDS.

AAG가 욕심을 부리고 헨리스미스브라더스가 요청한 CDS를 무작정 발행해 준 것이다.

그리고 헨리스미스브라더스는 이 CDS를 투마로우가 산다니까 전부 팔아먹었다.

자, CDS가 투마로우로 넘어왔으니 헨리스미스브라더스가 보유한 모기지 채권의 손실을 AAG가 전부 책임져야 한다.

얼마를 책임지나? 6,130억 달러.

‘금액이 말도 안 돼’라고 말하면 안 된다.

전에 말했듯이 CDS는 6,130억 달러의 1%에 거래가 된 거니까.

투마로우는 61억 달러 정도에 샀고 6,130억 달러의 보험금을 타는 것이다.

투마로우는 헨리스미스브라더스 덕에 AAG 한 곳에서만 한화로 700조 이상을 벌어들였다.

이걸 AAG가 갚을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이런 현상이 미국 전역을 강타했다.

미국 전역에서 19조 2,000억 달러를 물어줘야 했다.

한화로 2경……. 그만 말하자.

특히 은행과 보험, 증권사가 부도가 나면 그 연쇄 작용은 가히 상상을 불허한다.

기업이야 부도나면 몇천 명 실직이지만 보험사가 부도나면?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빤스런 각이다.

이러니 대통령이 정신이 온전할 리가 없었다.

누구에게든 사정해야 할 판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대통령에게 재준이 제안했다.

“일단 투마로우가 가진 모든 CDS를 대출로 환산하고 대출 상환을 연장해 주겠습니다.”

통 크게 나간다.

“그러면 금융권이 숨통은 좀 트이겠군요.”

그리고 부실해진 기업을 혼내 준다.

“그리고 조금 답답하더라도 부실자산매입프로그램(TARP)을 미루세요.”

부실자산매입프로그램(TARP)은 공적자금 투입을 의미한다.

“왜입니까?”

“자기들 스스로 정화한 후에 돈을 주십시오.”

지금 공적자금 주면 보너스 파티로 수억 날아간다.

파산하고도 정신 못 차리는 게 월가니까.

내가 목숨 연명해줬는데 그 꼴은 못 보지.

“스스로 정화라니요?”

“구조조정을 말하는 겁니다. 고통이 따르겠지요.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이들은 겪어 보지 않은 상황인데요. 선례를 만들어야 합니다. 스스로 뼈를 깎아야 도움을 준다고 믿게끔요.”

후.

대통령은 재준을 바라보았다.

“한국 외환위기 때문입니까?”

“하하. 제가 복수심에 이런다고 생각하십니까? 오해십니다. 만약 복수를 원했다면 한국에서 돈 벌어간 금융사부터 처리했을 겁니다. 어쩌면 한국의 외환위기는 그 정도로 끝난 게 다행입니다. 덕분에 돈이 얼마나 무서운지 배웠으니까요.”

“미국도 이번에 큰 교훈을 배웠습니다. 신자유주의에 매몰되어 있던 지성인들도 크게 깨달았고 시장도 무조건 시장친화주의는 사양하게 됐습니다.”

“최소한의 정부 개입은 필요하니까요.”

“맞습니다.”

재준이 대화 주제를 바꾸기 위해 차를 한잔 마셨다.

“이제 앞으로 투마로우가 할 일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꽤 거칠게 몰아붙일 겁니다.”

“네. 각오하고 있습니다.”

“ABC암로 계열사인 리살은행, 헨리스미스브라더스, 그랜드월은 미국 역사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인정합니다.”

이 세 곳은 투마로우가 인수한다.

“저한테 부채가 있는 기업들은 절반 이상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살려 줄 겁니다.”

“음.”

CDS를 전부 대출로 전환했으니 채권자가 되었다.

반기를 들면 공중 분해해 버릴 것이다.

“그리고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연준을 정부 산하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연준을요? 그게 가능합니까?”

“이번 사태의 원인에 연준이 금리를 무식하게 올린 것도 한몫한 겁니다. 연준 독단적인 처리는 안 됩니다. 듣기로, 대통령님은 윌리엄을 다음 연준 회장으로 생각한다고 하시더군요.”

“맞습니다.”

“윌리엄과 상의해서 연준의 독자 행보에 제동을 걸 장치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좋겠습니다.”

가능하지 않지, 이 사람아.

하지만 금리 조정에 내 입김을 좀 불어 넣고 싶은 거뿐이야.

대통령은 이미 연준이 정부 산하 기관이 된 것 같은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내가 미국 정부를 위해서 연준을 건드리는 건 아니고.

투마로우 덩치가 커지면 제일 먼저 연준이 시비를 거니까.

정말 순순하게 방어 차원에서 연준을 쥐고 흔드는 것뿐이다.

절대 내 맘대로 금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려는 건 아니다.

근데 한번 해보고 싶기는 해.

그래도 참아야지.

마지막 한 방은 우리 대국 타령하는 놈한테 써야 하니까.

재준은 시계를 보고 대통령에게 말했다.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투마로우 덕에 큰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하, 별말씀을.”

이제 재준은 월가 대부분 금융사의 채권자가 되었다.

월가를 제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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