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135화 (135/477)

제135화 수익률이 얼마라고요? 1,000%요?(5)

암스테르담 정원이 있는 술집.

카!

서형길은 맛깔스러운 스테이크와 감자, 가지를 곁들인 안주에 하우스 맥주 한잔을 원샷 하고는 청량함에 탄성을 자아냈다.

“도련님. 제게 해외여행의 기회를 다 주시다니. 그저 충심이 벅차오릅니다. 네덜란드라니. 이런 호사를 제가 다 누릴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이게 다 인맥을 넓혀주신 도련님의 선견지명 아니겠습니까.

며칠 전 재준은 서형길에게 전화를 걸어 국내 여론을 네덜란드로 향하게 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번뜩 누군가 떠오르는 게 아닌가.

-저 근데, 도련님. 제가 네덜란드 언론에 아는 기자가 있는데. 그쪽도 좀 건드려 볼까요?

-정말요? 네덜란드에 아는 기자가 있다고요?

-네.

-당장 네덜란드로 오세요. 경비는 전부 제가 지불하겠습니다. 빨리 짐 싸세요.

-언론이면 여기서도 전화로 충분히 할 수 있는데 말도 안 통하는 네덜란드는 가서 뭐하게요?

-시장 교란. 실장님 특기를 발휘하셔야죠.

-네덜란드에서요?

이렇게 된 거였다.

어떻게 네덜란드에 아는 기자가 있냐고?

당연하지.

도련님 뒤치다꺼리를 하면서 국내 기자란 기자는 전부 알고 있는데, 그중 아주 친했던 기자 하나가 네덜란드 지사로 발령이 났네.

가기 전에 내가 두둑하게 봉투도 줬고.

가기 싫다고 눈물까지 흘리던 놈을 여기서 다시 보게 된다니.

이게 다 도련님 덕분이지. 암, 그렇고말고.

헬로, 원 비어 플리스.

맥주 한 잔을 추가로 주문하고 자신의 영어 실력에 자신이 감탄하던 그때,

“서 실장님!”

“어, 여기야. 여기.”

후다닥.

갑자기 포옹.

“아니, 이럴 수가, 서 실장님을 네덜란드에서 보게 되다니 이게 꿈입니까, 생시입니까?”

“아이고, 김 기자. 여전히 밝네. 밝아. 내가 김 기자를 이래서 좋아한다니까? 하하하.”

자리에 앉은 김 기자는 맥주를 거하게 한 잔 마셨다.

“이야, 이게 얼마 만입니까? 한국에서 언제 오신 겁니까?”

“천천히. 천천히 시간을 좀 즐기자고. 여전히 빨라.”

“기자니까요.”

“하긴, 기자는 빨라야지. 네덜란드에 온 건 우리 도련님이 오라고 해서.”

“도련님이요? 누군데요?”

“투마로우 오너 임재준이 우리 도련님이지.”

“네? 정말요?”

“왜 그렇게 놀래? 현재증권이 투마로우 계열사가 된 지가 언젠데.”

“아니, 그게? 그렇네요. 그래도 임재준이란 이름을 들으니 놀랬습니다.”

“이 사람, 임재준이 뭐야? 그분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나도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는 도련님인데.”

“아, 죄송합니다. 조심하겠습니다.”

“조심해.”

김 기자는 서형길 실장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맥주를 원샷 하고 한 잔을 추가 주문했다.

“많이 먹어. 많이. 내가 전부 살 테니까.”

“아닙니다. 그래도 네덜란드에 오셨는데 제가 사야죠.”

“어허, 내가 언제 남이 사주는 거 먹는 거 봤어? 부담 갖지 말고 먹어. 뭐, 안주 좀 더 시킬까?”

하하하하.

즐거운 대화가 오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서 실장님. 제가 아주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지금 네덜란드에서 그분이 난리 치신 건 아시죠?”

“알지. 근데 왜?”

이걸 난리라고 부르긴 뭐하지만.

뭐, 그룹 하나는 꿀꺽해야 진정한 난리지.

“이거 보세요.”

김 기자는 신문 한 부를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영국 클레이스은행 ABC암로은행과 대등합병 제안]

[산타떼은행, 로얄뱅크, 포르티은행 컨소시엄 구성. ABC암로은행 분할 인수 제안]

[ABC암로은행 산타떼 컨소시엄 무시하고 클레이스와 논의]

“이게 뭐?”

김 기사는 서형길 실장에게 다가가며 속삭이듯 말했다.

“투마로우의 입장은 어디입니까?”

“그…… 글쎄 내가 뭘 알겠어?”

애써 모른 척한 서형길은 맥주를 마시며 곁눈으로 김 기자의 표정을 살폈다.

“에이 그러지 말고 좀 알려줘요. 나도 특종 하나 잡게요. 그래야 한국에 갈 수 있다고요.”

“허 거참. 나도 모른다니까.”

“진짜요?”

“그렇다니까. 그냥, 그 뭐더라. 인수금액이 100조던가 그런 것 같던데.”

“네?”

김 기자의 촉이 벌떡 일어섰다.

100조?

아직 합병이네 인수네 말만 많았지 실제 금액을 말한 적이 없었다.

이런 싸움에서 먼저 가격을 밝히는 쪽이 지는 거니까.

가격을 알아내면 이건 특종 중의 특종이다.

서형길은 눈이 반짝거리는 김 기자를 살폈다.

대충 이 정도에서 흘려도 되겠네.

역시 도련님이 말한 대로 덤벼드는군.

“좋아, 김 기자. 절대 내가 말했다고 떠들면 안 돼.”

“에이, 그럼요. 우리가 그런 건 한국에서도 잘 지켰잖아요.”

“맞아, 그렇지.”

“그러니까 뭔가 있는 겁니까?”

벌컥, 벌컥.

“잘 들어. 클레이스는 주식교환방식으로 합병을 주장하는데 금액이 910억 달러야.”

“네? 진짜 한화로 100조네요.”

“어허, 근데 놀라긴 일러.”

“뭐가 또 있습니까?”

“산타떼 컨소시엄은 현금 인수방식으로 금액이 1010억 달러.”

“네? 한화로 110조요?”

어허, 쉿.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소리가 높아진 김 기자에게 서형길이 조용히 하라고 경고의 메시지로 눈을 부라렸다.

“산타떼 컨소시엄은 85% 현금. 15% 주식. 어때, 굉장하지.”

“현금 85%요?”

“그래, 이런데도 ABC암로는 산타떼 컨소시엄에게 안 파는 이유가 뭔지 알겠어?”

“알지요. 은행이 분할 되는 걸 막으려는 거잖아요.”

“그래, 맞아. 허 이거 내가 김 기자에게 도움을 다 주네. 항상 도움만 받다가. 하하.”

“이건 완전 특종인데요. 진짜 고맙습니다.”

벌컥, 벌컥.

김 기자는 빨리 기사를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안절부절못했다.

이해는 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신문을 통해 나간다면 어느 정도 파급 효과가 있을지 체감이 되지 않았다.

서형길은 김 기자의 눈빛이 흔들리는 걸 봤다.

이 정도면 됐겠지.

“어이구, 이런 내가 깜빡하고 호텔에 지갑을 두고 왔네.”

“네?”

“김 기자 여기 좀 있어. 내가 호텔에 금방 갔다 올 테니. 대충 한 시간 정도 걸릴 거야.”

“한 시간이요?”

호텔이 어딘데 한 시간이야?

잘됐네. 여기서 얼른 기사를 써서 전송하자.

“어디 가지 말고 여기 있어. 우리 2차 해야지. 할 얘기도 많고.”

“그럼요.”

***

다음 날.

[클레이스 910억 달러 주식교환방식 합병, 산타떼 컨소시엄 1010억 달러 현금 85% 주식 15% 인수. 과연 어디가 주주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것인가?]

네덜란드 국민들은 ABC암로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뭐야? 왜 ABC암로는 클레이스를 택한 거야? 산타떼 컨소시엄은 현금을 준다는데.

-그러게 말야.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거 아냐?

-이번 주주총회는 좀 시끄럽겠는데.

***

ABC암로 주주총회 당일.

이미 주주총회는 시작은 순조로웠지만 금세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더는 회의 진행이고 뭐고 없었다.

흥분한 주주들이 흐링크 회장에게 따져 물었다.

-왜? 산타떼 컨소시엄은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겁니까?

주주총회 내내 클레이스 합병을 공식 제기했을 뿐 산타떼 컨소시엄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주주들의 이익은 안중에도 없습니까? 말을 해 보세요.

당연히 안중에 없다.

흐닝크는 자신이 CEO 자리에 앉아 천하를 호령하고 싶을 뿐이었다.

-떨어지는 주가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대로 내버려 둬야지.

이미 합병 금액은 나와 있으니 주가가 떨어져야 훌륭한 합병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니까.

재준은 맨 뒤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며 하품을 했다.

아~~함.

이제 슬슬 나가볼까.

재준은 옆 사람에게 살짝 고개 인사를 한 후,

“안녕하세요?”

얼떨결에 인사를 받은 사람이 주변을 살피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저한테 무슨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

“아, 네. 제가 임재준입니다.”

“네?”

재준은 머쓱해서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넘겼다.

내가 생각해도 좀 창피한데.

하지만 어쩌겠어.

이 도떼기시장에서 이목을 집중시키려면 이 방법이 최고인걸.

“나, 임. 재. 준.”

“임. 재. 준?”

잠시 재준을 뚫어지게 쳐다본 사람은 어어어 하면서 입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임재준이다. 임재준이야. 투마로우의 임재준.”

방금 전까지 흐닝크 회장을 향해 삿대질과 고성을 지르던 사람들이 멈칫하더니 재준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임재준이라고?

저 사람이 여긴 오긴 왔네.

재준은 살며시 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으로 향했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재준을 따라 서서히 움직였다.

탁.

단상 앞에 멈춘 재준은 뒤를 돌아 주주총회에 모인 주주들을 향했다.

“안녕하세요. 임재준입니다. 제가 여기 나오게 된 건 모든 주주들이 보는 앞에서 흐닝크 회장에게 듣고 싶은 말이 있어서입니다.”

다시 뒤를 돌아 흐닝크 회장을 향했다.

모두들 클레이스 합병과 산타떼 인수 중 투마로우는 과연 어디를 지지할 것인가에 촌각을 세울 때.

“투마로우가 미국 리살은행을 210억 달러에 매수하고 싶은데 팔 의향이 있나요?”

210억 달러?

갑자기 리살은행 인수 얘기를?

근데 리살은행이 210억 달러나 하나?

현재 리살은행의 시총은 150억 달러 정도였다.

분명 투마로우는 60억 달러의 프리미엄을 주고 사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흐닝크 회장의 미간이 구겨졌다.

“안 팝니다.”

흐닝크 회장의 목소리는 단호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클레이스와 합병하기 위해선 온전한 모습을 유지해야 한다.

리살은행 매각은 달콤한 유혹이지만 거절하는 게 맞았다.

“왜 안 팔아요? 방금 제가 60억 달러 웃돈을 얹어주고 사겠다는데.”

재준은 다시 뒤를 돌아 주주들을 보며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여러분 150억짜리 은행을 제가 방금 210억이나 주겠다는데 우리 흐닝크 회장은 거절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뭐? 150억인데 210억를 주고 산다고?

그럼 내가 가진 주식을 더 비싸게 사겠다는 거 아냐?

근데 회장은 왜 싫다고 하는 거야?

-회장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왜 거절하는 거야?

-회장 퇴임에 대한 안건을 신청합니다.

-왜 그러는지 이유나 좀 압시다.

삽시간에 회의장이 다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이때,

“여러분.”

재준이 손을 들며 소리를 질렀다.

“회장의 말을 들어 봅시다.”

재준이 흐닝크 회장을 똑바로 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지.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는 사람들한테 돌 맞아요.

하지만 흐닝크 회장은 굳게 입을 다물고 열지 않았다.

저놈의 수에 말리면 안 된다.

일단 주주총회를 끝내야 한다.

재준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주주들을 향했다.

“할 말이 없나 봅니다. 그럼 제가 한마디 하죠. 지금 흐닝크 회장은 클레이스와 합병을 하려고 다른 의견은 모두 무시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뚜벅, 뚜벅, 뚜벅.

“클레이스와 ABC암로가 합병하면 거대 은행이 탄생합니다. 어쩌면 유럽에서 1, 2위를 다툴 수도 있습니다. 자, 합병을 했다고 칩시다. 그럼 누가 은행장이 될까요? 클레이스? 아니면 ABC암로? 제가 합병을 몇 개 해봐서 아는데. 은행장은 3년씩 번갈아 하는 게 룰입니다. 자, 합병을 하면 누가 은행장이 될까요?”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야? 그럼 은행장이 되고 싶어서 산타떼 컨소시엄의 인수를 무시하고 있는 거야?

-유럽 최대의 은행이건 말건 우리가 무슨 상관이야. 우린 돈을 더 많이 주는 게 좋은 거 아냐?

-왜 우리의 이익은 무시하고 자기 명예만 챙기려는 거야?

“자자, 여러분. 이제 회장의 말을 들어 봅시다. 흐닝크 회장님. 이제 말을 하셔야 할 것 같은데.”

흐닝크 회장은 재준을 빤히 쳐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마음껏 지껄여라.

난 그 어떤 대답도 하지 않을 거니까.

“말하고 싶지 않나 보군요. 그럼 하지 마세요.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한번 보죠.”

재준은 어깨를 한 번 들썩이고는 주주들 사이를 지나 밖으로 나갔다.

흐닝크 회장 옆으로 경영진 여섯이 몰려들었다.

“분명 내일 무슨 일을 벌일 것 같습니다.”

“그래 봐야 기자들 앞에서 오늘 했던 이야기 재탕하는 거겠지.”

“정말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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