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118화 (118/477)

제118화 다 망하는 꼴 최선을 다해 지켜보겠습니다(7)

KK 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들이 다시 그룹 회장실로 호출이 되었다.

정 회장은 비서실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들고는,

“당신들 전부 미친 거 아냐? 주가가 50%나 떨어졌는데 어떻게 자기 지분을 팔아? 지금 연일 전체 그룹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데. 불난 데 부채질도 모자라서 기름을 부어? 엉? 어디 변명이라도 해 봐!”

KK증권 사장이 자기는 억울하단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회장님. 일부 계열사 사장 몇이 몇백 주 매도한 거에 불과합니다. 그보다 공매도를 행한 임재준을 만나보는 게 중요합니다. 분명 이유가 있을 겁니다.”

쾅!

정 회장은 책상을 내리치며 일어섰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이유는 무슨 이유. 전에 당신이 임재준을 감싸고 돌 때는 그러려니 했어. 공매도를 치고 우릴 공격하고 있는데 만나서 뭐? 이유를 물어보라고? 왜, 차라리 내 목을 치시오 하고 내밀지 그래? 아니지. 이 사장. 당신 뭔가 알고 있는 거 아냐? 임재준이 왜 저러는지 알고 있지?”

후.

“모릅니다. 단지 엔터와 연관이 있지 않을까 추측이 될 뿐입니다.”

“뭐, 뭐, 뭐.”

정 회장은 식겁한 마음에 마른침을 삼켰다.

“엔터. 미친. 갑자기 거기서 엔터가 왜 나와? 그것도 추측이라고 참 내.”

증권 사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닫았다.

젊은 나이에 회장을 물려받더니 너무 막 나가.

그래도 여기 자기보다 나이 적은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정 회장은 증권 사장을 피해 다른 사장들로 시선을 옮겼다.

“뭐 저런 황당한 추측이라도 또 없어? 그냥 이대로 당할 건가?”

에너지 사장이 자신 있게 나섰다.

“임재준보다는 시장이 저희를 믿지 못해서 생긴 결과입니다. 실적이 저조한 계열사를 정리하고 덩치 큰 계열사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임재준이 아무리 공매도를 떠들어도 저희 주가는 오를 겁니다. 먼저 저희 에너지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하겠습니다.”

오호.

정 회장은 에너지 사장의 말에 귀가 쫑긋했다.

“그렇지. 임재준이 아무리 설쳐도 전 국민이 우리 주식을 산다면 공매도는 실패로 돌아가지. 이거 봐 다들, 이런 좋은 의견이 나왔는데 박수라도 쳐야 하는 거 아냐?”

그렇습니다.

짝짝짝짝짝.

우렁차게 울리는 박수 소리 안에 힘없이 대충 소리만 내는 사장들이 몇몇 있었지만, 다시금 자신감이 충만해진 정 회장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직 우린 살아있다. 이걸 보여주잔 말이지? 그래, 맞아. 그냥 살아있는 게 아니라 펄펄 날아다닌다는 걸 보여줘야겠어. 이봐, KK에너지에서 SS에너지 적대적 인수 진행합시다.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어.”

네?

모든 사장들이 서로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생기는 걸 확인하며 속삭였다.

뭐라는 거야?

이 시점에 적대적 인수?

하지만 정 회장은 단호했다.

“뭔 걱정이야? 사실 강화성 펀드를 통해 SS에너지를 인수하려고 했어. 그런데 강화성이 병신처럼 나가떨어지는 바람에 실행이 조금 늦어진 것뿐이야. 그러니 이번에 다시 진행하는 것도 나쁘진 않아. 안 그래?”

증권 사장은 저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저거구나.

임재준의 심기를 건드린 게 저거였어.

SS에너지를 인수하려고 임재준과 경쟁을 벌인 거야.

증권 사장은 임재준이 SS에너지 적대적 인수 발표와 정 회장의 적대적 인수가 충돌을 일으켰다고 착각했다.

“좋은 생각이십니다. 저희 KK에너지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습니다.”

정 회장은 이번엔 KK글로벌 사장을 돌아보았다.

“글로벌 사장. 이번에도 힘 좀 써야겠는데 괜찮겠지? 전 계열사 물량 수출하고 그 실적으로 SS에너지 자금을 마련해 줬으면 하는데.”

다시 분식회계 하라는 말이다.

이제 전 계열사 물량이 과도하게 생산되고 글로벌은 해외 창고로 물건을 실어 나를 것이다.

마치 엄청난 양의 수출 실적을 올린 것처럼.

수출 실적이 늘면 은행으로부터 더 큰 자금을 대출할 수 있고 그 돈은 SS에너지 인수 자금으로 쓰일 것이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글로벌 사장은 자신 있게 대답하는 척했다.

그래, 계속 죽어라. 죽어라 하는구나.

지금까지 부풀린 자금만 얼마야.

이거 탄로 나면 난 실형을 사는 수준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 회장은 글로벌 사장에게 아주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지었다.

“자, 자, 여러분, 이번 인수만 잘 마무리되면 KK 그룹은 다시 살아날 거고 주가도 어느 정도 회복될 거라 믿습니다. 힘들 냅시다. 임재준이고 나발이고 우리가 아직은 힘이 있다는 걸 보여주면 끝납니다.”

모든 사장들의 표정은 각자 다 달랐다.

하지만 하나, 그들의 마음속에 불안감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

KK증권 사장실.

그룹 회의를 마친 네 명의 사장이 모였다.

주요 계열사인 KK증권, KK글로벌, KK중공업, KK텔레콤 사장들.

회장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위기의식을 못 느꼈다면 이상할 만한 상황이었다.

“회장이 미친 게 틀림없습니다. 아무리 젊어도 그렇지 이건 패기가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는 수작이에요.”

“전 걱정입니다. 가공 채권으로 이미 매출을 1조 5천억 부풀렸는데. 이제 또 분식회계를 해야 하니.”

“뭐요? 분식회계로 1조 5천억을? 그것도 가공 채권으로요? 그걸 왜 하신 겁니까?”

분식회계를 전혀 몰랐던 텔레콤 사장은 정색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제가 하고 싶어 했겠습니까? 비서실에서 회장 지시사항이 내려왔으니 했을 뿐입니다. 저도 이러고 싶지 않습니다. 거기다 다들 오늘 회장 이야기 들으셨죠? SS에너지 인수 자금을 만들기 위해 장부에 또 손을 대야 합니다. 이러다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아요.”

“음, 많이 심각한데요.”

“사장님들.”

증권 사장이 뭔가 은밀한 이야기를 하려는 지 목소리를 낮추었다.

“에너지 사장이 문제라고 생각지 않으십니까?”

다들 아는 사실이다.

회장 앞에서 꼬리를 살랑거리는 개새끼 한 마리.

“그런 면이 있지만, 우리가 어쩌겠습니까? 회장의 신임을 받은 사람인데.”

“아닙니다. 그 정도로 물러나면 안 됩니다. 에너지 사장은 임재준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사람입니다. 임재준이 SS에너지를 적대적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는데. 한번 싸워 보겠다는 거 아닙니까. 아무리 회장이 지시했어도 말렸어야 했다고요. 만약 임재준과 싸워서 패하면 그룹 전체가 날아갑니다. 선동방과 대한 그룹을 잊었습니까?”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요. 정말 흔적도 없이.”

“재우와 모던도 고개를 숙이는 마당에 진짜 답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회장에게 반기를 들 수도 없는 거 아닙니까. 지금은 우리말을 들으려고 하지도 않을 겁니다.”

일방통행인 인간에게 옆을 돌아볼 여유는 없었다.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증권 사장의 말에 모두 시선이 쏠렸다.

“음. 글로벌 사장, 보여주세요.”

글로벌 사장은 핸드폰을 꺼내 탁자에 올려놓았다.

“이게 뭡니까?”

“협박 문자 같기도 한데.”

증권 사장은 침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글로벌 사장이 받은 문자인데 임재준이 보낸 문자가 아닐까 의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문자의 날짜를 보면…….”

증권 사장이 문자에 관해 설명하려는 순간에 하나의 문자가 도착했다.

[KK 그룹 정태원 회장 분식회계 조사 도중 그룹으로부터 대출형식으로 4,000억 원 상당 횡령]

모두 말없이 문자를 바라보았다.

자신들도 몰랐다는 눈치였다.

“회장이 어느 정도 회삿돈을 가져간 건 알고 있었는데 이제 회장 자리에 오른 지 3년밖에 안 된 사람이 4,000억을? 난 믿을 수 없습니다. 이 문자는 뭡니까?”

“임재준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날짜를 보면 회사 비서실에서 지시가 내려오기 전에 전달되었습니다. 이미 우리들이 무얼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단 소리죠.”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죠?”

“크게 어렵지 않은 일 아니겠습니까. 비서실에 임재준의 사람이 있다면……. 회장은 이미 임재준의 손바닥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오늘 나온 인수 건도 벌써 귀에 들어갔을 겁니다.”

“그럼 이미 진 싸움 아닙니까?”

“이건 지는 정도로 끝나지 않습니다. 저흰 아마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겁니다. 그리고 임재준과 싸워서 패했다는 이유로 다른 회사에서도 거절당할 거고요.”

“참 내. 그럼 우리가 할 일은 이 두 번째 문자라는 겁니까?”

“자신의 회사 지분을 팔고 떠나야 합니다.”

“내 지분을 팔고 떠난다고요? 이건 지금까지 KK에 바쳐 온 내 삶을 버리는 겁니다.”

“맞습니다. 좀 더 생각해 봅시다. 회장의 횡령도 아직 밝혀진 것도 아니고 단지 문자 하나에 결정할 사항이 아닙니다.”

갑자기 찾아온 침묵.

모두 머릿속으론 자기 잇속을 찾으며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 찼다.

“자, 일단 여기서 헤어지고 다음에 봅시다.”

“그럽시다. 허,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모두 서로의 눈치를 보며 자리를 떴다.

***

다음 날 오후 3시 25분.

KK증권 사장실.

증권 사장은 모니터를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임재준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모니터 속 KK증권의 주가 옆에 파란색 화살표가 보였다.

매도, 매수가 거의 사라져서 뜨문뜨문 거래되고 있었다.

초반에 개미들이 던지는 걸 기관이 거두어 갔다.

이제 시장에 KK 그룹 관련 주식은 씨가 말랐다.

기관 놈들 계속 추이를 보는 것 같은데.

“임재준이 공매도를 발표하고 주가는 반토막. 100억이었던 지분도 50억으로 반토막. 분명 이 시점부터 매집에 들어갈 텐데. 매수하려는 흔적은 전혀 없고. 지금 내 지분을 처분하고 싶어도 이 많은 물량을 받아 줄 매수세도 없고.”

어쩐다.

다른 사장들은 자기 보유 주식을 팔까?

알 게 뭐야, 난 팔고 떠난다.

임재준을 상대할 순 없어.

증권 사장이 생각 없이 마우스를 클릭 클릭하는데.

헛, 뭐야?

순식간에 주가가 하한가로 떨어지며 매수 잔량 100만 주가 쌓였다.

이건 뭐야?

이거 임재준이 확실하다.

오늘부터 시작인가?

멍하니 잔량을 바라보고 있는데.

어! 사라졌다.

그대로 주가는 15% 하락한 하한가로 마감했다.

***

다음 날 오후 3시 25분.

KK중공업 사장실.

중공업 사장은 증권 사장이 전한 내용을 곰곰이 곱씹어 보았다.

-임재준이 매수를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어제 KK증권, KK중공업, KK텔레콤, KK글로벌 주가가 하한가로 마감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며칠 전에 모인 네 군데만 하한가라.

이것도 임재준이 벌이는 짓일까.

글쎄.

시장에 매매가 거의 없으니 누군가 맘만 먹으면 하한가로 내리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50억의 15%인 7억 5천이 날아갔다고 생각하니 어째 맘이 안 좋았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에이, 정말 짜증 나네. 가뜩이나 7억 5천만 원이 날아갔는데. 여기서 더 하락하면? 아, 몰라.”

중공업 사장은 혼자 성질을 내고 마우스를 던지듯이 내려놓았다.

몰랐으면 이런 고민도 안 할 텐데.

괜히 그런 이야기들을 들어 가지고.

이 바쁜 시기에 모니터나 들여다 보…….

어! 오늘도 하한가?

매수 잔량이 100만 주가 쌓여있는 게 보였다.

팔아야 하나?

아냐, 어떻게 사장인 내가 회사 주식을…….

어! 사라졌다.

고민하는 사이에 100만 주의 물량은 사라지고 주가는 하한가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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