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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115화 (115/477)

제115화 다 망하는 꼴 최선을 다해 지켜보겠습니다(4)

“이, 이게, 이게 무슨 짓이지?”

“한심하네. 한심해.”

재준은 기자들을 향해 돌아섰다.

“들으셨죠? 이제 여러분이 나서면 됩니다. 지금 이야기의 사실 여부는 여러분의 손에 달렸습니다. 진짜로 강화성 교수는 소액주주의 권리를 위해 펀드를 운영했는지. 아니면 리자드 헤지펀드가 강화성 펀드에 돈을 대고 SS에너지를 적대적 인수하려고 했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강화성 펀드는 얼마를 벌었는지. 자, 파헤쳐 보세요.”

재준은 엔터와 KK에너지와의 관계는 밝히지 않았다.

아직은 시기가 아니다.

KK에너지는 지금부터 하나하나 팔다리를 잘라 쓰러뜨린다.

강화성은 그저 도구일 뿐 몸통은 KK에너지니까.

KK에너지, 한 번에 무너지면 안 되지.

쓴 물이 입안 가득 찰 때까지 견디다 죽어.

그래야 다른 놈들도 현재증권을 건드리면 안 되는구나 반성을 하지.

재준은 잘게 몸을 떠는 강화성을 향했다.

“자, 강화성 교수님? 이제 어떻게 되는지 내가 알려줄게. 당신은 리자드를 믿고 SS에너지를 1,000억 원 공매도를 때렸습니다. 근데 방금 들었지? 내가 엔터에 400억 달러 공매도를 쳤거든. 그럼, 엔터 주가를 리자드는 방어할 수 있을까?”

강화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놈 말이 맞다.

엔터의 자금은 리자드에 의해 굴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엔터가 400억 달러? 아니, 500억 달러 공매도를 맞으면?

엔터의 주가를 방어해야 할 리자드는 버티기 힘들다.

리자드는 백기를 들 것이다.

제기랄.

리자드가 SS에너지 주가를 끌어내려 줘야 하는데.

그래야 공매도가 성공할 수 있는데.

그렇게 현재증권으로부터 약간의 프리미엄을 얹어 SS에너지 주식을 가져오는 게 계획이었는데.

다 망했다.

강화성 교수는 아직 엔터의 분식회계를 몰랐다.

단지 투마로우가 엔터를 공격할 거라 생각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엔터는 버티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개 같은 임재준.

흔들리는 강화성의 표정을 확인한 재준은 다시 기자들을 향했다.

“여러분, SS에너지 주가가 올라가면 강화성 펀드는 얼마나 손해가 날까요? 그래서 오늘 시간부로 현재증권은 선언합니다. SS에너지 적대적 M&A 시도하겠습니다. 지금 시장가 100%에 공개 매수하겠습니다.”

뭐라고? 100% 공개매수?

강화성의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100%면 난 1,000억의 손실을 입는다.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재준이 단상에서 내려와 강화성에게 다가갔다.

“그러게 왜 건드려. 네까짓 게 뭔데. 교수 달고 이런 짓 하면 다 좋아할 줄 알았어? 주위의 몇 명이 청렴결백한 학자가 대한민국의 뿌리부터 썩은 기업 구조를 뜯어고치기 위해 나섰다고 치켜세우니까 정말 그런 것 같아?”

“······.”

“지금까지 네가 산 주식이 엉뚱하게 올라 수익 좀 봤잖아. 안 그래? 그러면서 뭐? 소액주주의 권리? 웃기고 있네. 넌 그걸 이용해서 네 재산을 불린 것밖에 안 돼. 괜히 고고한 척은. 진짜 쓰레기는 너 같은 놈이야.”

“난 정말······.”

강화성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팟팟팟팟.

플래시가 터지고 기자들은 쓰러진 강화성과 재준에게 질문이 쏟아내며 달려들었다.

뛰어드는 보안 요원.

뚫으려는 기자들.

이미 시체로 변한 임병달.

그 옆에서 두 손 꼭 잡아주는 박민수.

재준의 입가에 짜릿한 미소가 걸렸다.

***

다음 날 신문에서는 일제히 강화성 펀드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보도되고 여기저기 원성의 포화가 퍼부어졌다.

SS에너지 주가가 연일 치솟자 1,000억이나 공매도를 한 강화성 펀드의 계약자들이 금감원으로 몰려갔다.

[공매도 한도를 넘어선 투자. 강화성 혼자서는 불가능]

[금감원, 강화성 펀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

-이야, 역시 강화성 펀드 가는구나.

-그러게 임재준하고 맞짱 뜨면 안 된다니까.

-임재준이 주총에서 강화성한테 쌍욕을 했다며?

-신문 읽어 보니 욕 처먹어도 싸더라. 무슨 소액주주 권리네 뭐네 하더니 결국은 미국 헤지펀드 앞잡이 노릇이었어. SS에너지 인수하려는 게 본래 의도였데.

-그동안 강화성 펀드가 사면 무조건 폭등했잖아. 돈도 꽤 벌었을 텐데.

-금감원에서 뭔가 나오면 바로 검찰로 넘어가겠지?

-그럼 다 털리는 거지.

-근데 난 과연 금감원이 잘할까 의문이야. 강화성 혼자서는 불가능한 공매도라잖아.

-아냐, 이번에는 달라. 대충 유야무야 넘어가면 임재준이 또 금감원 쳐들어간다.

-그렇지. 한두 번 쳐들어간 것도 아니고.

-근데, 코스닥 무너져서 우울한데 은근히 속이 뻥 뚫리네.

-그러게 요즘 자꾸 신문 기사 뒤적이면서 임재준 이름 찾아보는 게 일이야.

-하하하하, 나도.

모두 재준의 행동을 보며 시원하다 느꼈다.

***

KK에너지 기획실.

KK 그룹 정태상 회장이 직접 이 좁은 기획실에 왕림해서 KK에너지 사장과 실장의 뺨을 손자국이 선명하게 때리고 있었다.

짝, 짝.

“너희는 뭐 하는 놈들이야?”

사장과 실장은 고개를 푹 숙이고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을 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 회장은 넥타이를 풀며 고개를 좌우로 꺾었다.

사장과 실장의 나이는 대략 50대 중후반인데 회장은 언뜻 봐도 나이가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 정도밖에 들어 보이지 않았다.

정 회장은 젊은 나이에 그룹 회장을 맡았다.

그러니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 못 하고 나대고 있었다.

“엔터에 결제한 돈 어쩔 거야?”

“지금 엔터의 상황이 좋지 않아 당장은 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으, 머리야.

정 회장은 관자놀이를 잡고 꾹 눌렀다.

“그러니까 항상 주시하고 대비하라고 몇 번을 얘기했어. 자그마치 1조 5천억이라고 1조 5천억. 진짜 X발.”

얘기를 들어보니 KK에너지 난리 났네.

엔터에서 주관하는 에너지 관련 공급 계약을 사고파는 거래에 1조 이상이 들어갔다.

엔터의 거래는 단순했다.

미국 석유 회사가 엔터에 파는 석유 계약을 KK에너지가 사들였다.

미국에서 한국에 파는 가격과 미국 내에서 거래되는 가격의 차이를 거래한 것이다.

거래만 보자면 KK에너지는 대박 중에 상 대박이다.

엔터는 이런 식으로 석유나 전력, 가스 계약도 사고파는 기업이다.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계약을 파는 거다.

어떻게 보면 시간을 거래하는 것과 같다.

보통 3년 치, 5년 치, 10년 치, 20년 치 안정된 공급을 계약하니까.

계약을 매매한다.

와! 참으로 참신한 아이디어 아닌가?

그런데 이런 참신한 기업 엔터는 왜 망했을까?

뭐긴 그게 다 분식회계 때문이지.

분식회계도 들키기 쉬운 좀 고루한 방법을 썼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한심하게 유물로나 쓰던 분식회계라니.

엔터는 무작위로 계약을 남발하다보니 팔리지 않는 계약이 발생했다.

그대로 놔두면 자사의 신용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래서 팔리지 않는 계약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마치 팔린 것처럼 꾸몄다.

그렇게 만든 페이퍼컴퍼니가 자그마치 400개.

이런 식으로 천문학적 손실은 숨긴 회계장부는 깨끗했다.

장부가 깨끗한 건 좋은데.

이게 정리가 쉽지는 않았다.

그러니 분기 발표 때마다 손익계산서를 제출하고 대차대조표와 현금흐름표는 한 달 뒤에 제출했다.

웃기는 일이지.

대차대조표와 현금흐름표를 바탕으로 손익계산서가 나와야 하는데 손익계산서를 먼저 만들고 이에 맞추어 다른 장부들을 만들었으니.

선수들이 보면 자지러지게 웃을 일을 버젓이 저질렀다.

간단히 말해.

식당 주인에게 문 닫을 시간에 ‘오늘 얼마 벌었어?’ 물어보니 주인이 대충 짐작으로 ‘한 100만 원 벌었어.’ 하고 대답한다.

‘정확히 얼마야?’라고 다시 물으면, ‘가만있어 봐. 계산 좀 해볼게.’라고 대답하는 것과 똑같은 행동이다.

그것도 시총이 600억 달러가 넘는 기업이.

결국 일이 꼬였다.

윌켄과 퀴니코가 엔터의 분식회계 정황을 언론에 풀기 시작한 것이다.

석유 회사들이 하나둘 엔터와의 계약을 파기했다.

어쨌든.

KK에너지는 20년 동안 공급 계약을 1조 5천억을 주고 선취해서 20년 동안 안정적인 석유 공급을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아, 정말 아름다운 미래였는데.

이제 KK에너지는 어찌 될까?

어찌 되긴 뭘 어찌 돼.

돈 날린 거지.

엔터가 사라지면 계약자도 사라지고 돈도 함께 사라지고.

정 회장은 도무지 믿어지질 않았다.

엔터 계약만 잘 유지된다면 SS에너지를 인수해서 국내 정유업계 2위로 도약하는 것이 분명했는데.

“좋아, 그렇다고 쳐. 그럼 SS에너지는. 강화성은 어떻게 됐어?”

“그쪽도 검찰 조사를 피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범죄는 그리 크지 않은데 언론에 뭇매를 맞아서 돌아오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아, 이게 뭐야.

이게 다 임재준 때문이야.

미친 쌍또라이 같은 놈.

왜 나타나서 이 사달을 만드는 거지?

“임재준이 어찌 못하지?”

“절대 건드시면 안 됩니다.”

“현재증권 주식도 매집이 안 되고?”

“회장님, 선동방이나 대한 그룹이 무너질 때만 해도 다들 경계하는 척했습니다. 그러나 재우와 모던이 임재준에게 무릎을 꿇은 후엔 아예 근처에도 가지 않습니다.”

빌어먹을 일개 증권사 하나를 무서워해야 한다니.

“그래, 지금 임재준 걱정할 때가 아니지. 우리가 처리해야 하는 돈이 정확히 얼마야?”

“1조 5천억 정도 됩니다.”

“방법은?”

KK에너지는 말하기 껄끄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도 KK글로벌에 몰아넣고 회계 처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만.”

“KK글로벌?”

음. 하던 대로 처리하면 되겠네.

KK글로벌은 종합상사다.

종합상사는 그룹 입장에선 만능 도라X몽 주머니 같다.

악성 재고가 늘어나면?

해외 창고로 빼돌려서 매출로 잡는다.

수출도 되고 회계 장부에서 사라지고.

물론 해외에서 팔리면 다행이지만 폐기해도 상관없다.

이미 매출로 잡혔으니까.

매출이 필요하면?

한 번 수출한 건을 뒷자리 숫자만 살짝 바꿔 여러 번 수출한 것처럼 보이게 할 수도 있다.

종합상사는 수출을 너무 많이 하니까 일일이 살필 수 없다.

아, 이것도 있네.

3국 간 거래 시 수출 관련 서류를 여러 은행에 돌려 마치 여러 건의 수출 계약이 이루어진 것처럼 할 수도 있다.

그리고 계열사가 부실해지면?

부실한 계열사 사업을 종합상사가 인수해서 추진한다.

나머지 계열사는 깨끗해진다.

종합상사는 달러를 만지니까 은행권 대출도 쉽다.

종합상사는 그룹에서 하고 싶은 걸 말하면 주머니에서 뭔가 막 꺼내서 해결해 준다.

정 회장은 결심을 굳힌 듯 말했다.

“우리 그룹 주가는 어때?”

“최악입니다. 강화성 사건이 터지면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저희 KK 그룹이 입에 오르내리는 바람에.”

“이야, 정말 당신들은 할 줄 아는 게 없구나.”

“죄송합니다.”

아니지, 가만, 가만.

“됐어. 어쩌면 잘 된 거야. 쌀 때 옮겨야지. 일단 KK글로벌에 쌓여있는 주요 계열사 주식들 장내 거래시켜. 장외 거래하지 마! 들킬 수 있어. 이 정도는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이 기회에 KK글로벌 싹 털고 폐업합시다. 이름만 바꿔서 다시 시작하면 되지 뭐. 해외에는 CI 작업 했다고 하고.”

“네. 알겠습니다.”

며칠 동안 KK글로벌은 가지고 있는 KK 그룹 내 6개의 주요 계열사들의 주식을 시간 외 매매로 넘겼다.

***

주식이 다 넘겨진 다음 날.

KK 그룹 회장실.

정 회장은 주요 계열사 사장들을 전부 소집했다.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거래는 했는데 주식은 없다? 이런 개 같은 소리를 내가 지금 듣고 있어야 해. 그럼 주식은 다 어디로 간 거야?”

“시간 외 거래라 누군가······.”

KK글로벌 사장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내가 왜 이런 개 같은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하는 거야? 한 번이면 그러려니 해. 자그마치 6개의 계열사라고 6개. 이게 전부 없어졌는데. 뭐라고? 시간 외 거래? 당신은 이게 이상하거나 신기하지 않아? 그저 그런 일상 같은 일처럼 보여? 엉?”

KK 그룹의 정 회장은 아주 안 좋은 조짐을 느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우리 안에 누군가 있어도 불가능한 일인데.

“저 회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죠?”

“지금 공시가 떴습니다. 시간 외 거래로 저희 주식을 가져간 곳이 현재증권이랍니다.”

또 임재준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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