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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113화 (113/477)

제113화 다 망하는 꼴 최선을 다해 지켜보겠습니다(2)

재준은 곽 부사장을 향해 분노의 주먹을 들어 보였다.

“실장님은 안됩니다. 넘보지 마세요. 아저씨. 실장님 없으면 전 앙꼬 없는 찐빵입니다.”

언론은 누가 담당하라고.

재준의 반응에 서형길은 너무 놀랐다.

허, 도련님.

저를 그렇게 생각해주시다니.

서형길의 눈에서 한 줄기 물방울이 떨어졌다.

슥.

소매로 훔친 서형길은 자신의 잔을 비우고 소주병을 들어 자작을 했다.

“에헤이, 자작하면 안 돼요.”

이쁜 마누라 얻는대요.

어, 이미 결혼하셨지.

그럼, 해도 돼요.

이때.

드르륵.

누군가 술집으로 들어오더니 바로 재준에게 다가와 대뜸 소리 질렀다.

“나는 뭐냐?”

“네?”

“여기 형택이는 사장 다는데 나는 뭐냐고?”

아니 그걸 왜 저한테 따지세요?

“정 실장도 행장이 됐고 형택이도 사장이 됐는데 나는 아직도 부사장이잖아. 이거 너무한 거 아니냐?”

“아니, 이거, 참. 오셨으면 술이라도 한잔 드시고 천천히 이야기해도 되는데. 너무 다짜고짜 아닙니까?”

“야, 재준아. 너 정말 많이 컸더라. 아니, 큰 게 아니라 공중으로 날아다니더라. 아주 근두운 타고 날아다니더라.”

“또 무슨 이야기를 듣고 오신 거예요.”

“너 JP스탠리 인수했다며?”

“그야 뭐. 그렇죠.”

네?

뭐?

왜 이렇게 놀라는 거야?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던데.

서형길 실장이 재준을 향해 콧구멍을 벌렁거렸다.

“그, 요 앞에 있는 JP스탠리코리아가 도련님 거예요?”

“아, 뭐, 그렇죠. 그게 그렇게 되네요.”

“저 목에 힘을 주다 못해 깁스하고 다니는 놈들이 전부 도련님 직원이라고요?”

“아. 그게 그러네요.”

벌떡.

서형길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먼 테이블에 있던 놈들에게 다가가 다짜고짜 삿대질을 했다.

“야, 너희들. JP스탠리지.”

“네, 그런데요.”

일순간 당한 일행들은 그저 서형길을 바라봤다.

“저기 저분이 너희들 대빵인데 인사 안 하냐?”

일행 중 하나가 서형길에게 짜증을 냈다.

“저 사람이 임재준이라도 됩니까?”

큭큭큭.

“그래 바로 저분이 투마로우 주인이신 임재준 도련님이시다.”

뭐라는 거야.

임재준이 왜 여기에 있는데?

황당한 일행들.

서형길이 가리키는 쪽을 보지도 않고 무시했다.

하하.

허탈한 재준은 생각했다.

서형길 실장 아저씨에게 보내버릴까?

그만하고 이리 와요.

재준이 눈을 부라리며 위아래로 흩어보자 서형길이 마지못해 일행을 노려보며 돌아왔다.

“허접한 놈들이 겨우 JP스탠리 다니면서 어깨에 힘주기는.”

내가 봐도 어깨가 축 쳐져 있는 건 서형길 실장 쪽인데 무슨.

“아니, 왜 그러는데요?”

흠.

“도련님. 제가 얼마나 저놈들에게 멸시를 당했는지 아십니까? 출퇴근 때면 꼭 저놈들이 저를 이렇게 콧대를 세우고 쳐다봅니다. 마치 현재증권은 지들 아래라는 눈초리였다고요.”

이거 자격지심 아닌가?

저들이 왜 바쁜 시간에 서 실장을 쳐다봤을까?

박민수만 해도 JP스탠리 사람들은 오직 머릿속에 상품밖에 없던데.

“이제 당당하게 어깨 펴고 다니세요.”

“당연하죠. 그럴 겁니다. 어디 감히 아랫것들이.”

서 실장님 아랫것은 아니에요.

이때 최효범 부사장이 재준을 다시 다그쳤다.

“그러니까 나는 뭐 없는 거냐?”

“아저씨는, 그, 뭐냐, 구조화투자팀이니까. 아니, 근데 왜 현재증권에 구조화투자가 있는 겁니까? 그리고 정확히 말하면 구조화금융입니다. 투자라고 해도 상관은 없지만. 누가 팀을 만든 겁니까?”

“내가.”

“그러니까 왜요?”

“돈을 기술적으로 빌려 오는 게 구조화투자라고 들었거든.”

“그게 그런 뜻은 아닌데. 아무튼, 그러니까 아저씨 하는 일이 돈 빌려 오는 거네요.”

“그렇지.”

이럴 수가, 왜 지금에야 눈에 띄었을까?

구조화금융이란 단순 금융구조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들을 위아래 좌우로 끼웠다가, 뗐다가, 또 이리저리 지지고 볶아서 가장 수익성 좋고 리스크가 덜한 설계로 금융적 고민을 해결하는 것이다.

근데 이제야 겨우 부동산증권을 완성한 한국에서 구조화금융이라니. 미국 투자은행 정도는 돼야 구조화금융을 들먹일 수 있는데.

어쨌든 돈 빌려 오는 일을 담당한 거라 이거지.

“2년 전에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건 아시죠.”

“그건 알지. 우리는 자산을 증권화할 필요가 없어서 무시했다.”

유동화란 자산이나 채권을 증권화하는 것이다.

증권이 뭔지 헷갈리면 그냥 주식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주식처럼 사고팔기 좋게 만드는 것이 유동화이다.

“그럼, 자산유동화를 처리할 특수목적회사를 운용해 보시는 건 어때요?”

“SPC(Special purpose corporate)를 말하는 거냐?”

“맞아요. 아시네요.”

“싫다.”

엥?

최 부사장은 ‘이게 어딜 그런 걸 나한테’라는 표정으로 단칼에 재준의 제안을 거절했다.

“왜요?”

“야, 그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건데 그걸 나보고 하라고 하는 거야?”

SPC(특수목적회사)를 운용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투자은행 내에서도 머리 좀 쓸 줄 아는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 SPC다.

온갖 상품들을 빠삭하게 알아야 한다.

부동산만 하더라도 MBS, CDO, ABCP, ABS, ABL 등등등 머리가 어질어질할 지경이다.

“사람 붙여드릴게요.”

“누구?”

“경제정책연구원들이요.”

지금 한국 상황에서는 이들 정도로도 충분하지.

하지만 너희들은 인제 죽었다.

그동안의 일은 워밍업이라 생각이 들 정도.

내가 미국과 프랑스를 돌아다니는 동안 투자은행 상품들을 열심히 분석했다면 최 부사장님과 팀을 이루면 딱이다.

최 부사장님은 자산이 될만한 걸 들고 오고 동기들은 그걸 증권으로 만들고.

원래 금융회사들은 유동화할 자산이 생기면 SPC라는 유한회사를 세워 처리하고 폐업하는 게 일상이다.

당연히 페이퍼컴퍼니가 대부분이다.

최 부사장은 눈을 새우처럼 굽히고는 재준을 노려봤다.

“아니야. 너무 힘들어. 안 할래.”

“좋아요.”

쾅.

재준이 탁자를 내려치고 술잔을 단숨에 들이켰다.

“성공보수. 영업이익의 20%”

“뭐?”

“100억 남으면 20억, 20억. 바로 아저씨 회사에 입금됩니다. 직원들과 나눠 쓰십시오.”

“정말?”

그럼요. 머리털이 다 빠질 텐데 가발값은 드려야죠.

재준은 술을 또 한 잔 들이켜고 말했다.

“자, 들어 보세요. 대한민국 부도 처리된 기업 중 돈이 될 만한 놈들 인수하고 갈가리 찢어발겨서 다 팔아 버리면 이익이 남게 됩니다. 괜찮죠?”

“그게 가능할까?”

“아저씨, 저를 보세요. 제가 한 것만 하겠어요?”

“하긴, 너만 하겠냐. 사기도 그런 사기가 없지.”

“에헤이, 사기가 아니라 폐기입니다. 폐기.”

“좋아, 해보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보면 알겠지.”

“그, 좀 하다 보면 익숙해지거든요. 그럼 제가 알아서 해외 기업도 넘길 테니.”

“뭐?”

이런 미친놈!

“그럼 나는? 나는 왜 20% 안 줘.”

곽 부사장이 대뜸 재준에게 다가섰다.

“기다려 보세요. 다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리츠 세우면 제가 사라고 하는 땅 좀 사서 보유하세요. 나중에 크게 오를 겁니다. 그럼 아저씨가 보유하고 있는 현재리츠 지분이 떵떵거리게 올라갈 겁니다.”

“어, 그래?”

“그럼요. 놀랄 준비나 하세요.”

“그래, 그렇다면 기다려야지. 기다리며 열심히 일하마.”

“네.”

휴, 다들 이제 투자은행으로 한 발씩 다가섰다.

솔직히 투자은행이 하는 일이란 부동 자산이든 유동 자산이든 증권으로 만들어 어떻게 하면 기발한 옵션을 붙이느냐의 머리싸움이니까.

***

재준은 오랜만에 거나하게 취해서 기분 좋게 걸어갔다.

잠시 멈추더니 허공에 대고 누군가에게 말했다.

“그동안 잘 지냈어요?”

주변에 아무도 없는데 허공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네. 도련님은 여전하시네요.”

“이리 나오세요. 같이 좀 걸읍시다.”

어느새 천 실장이 재준의 옆에서 나란히 걸었다.

“그동안 현재증권을 노리는 놈들은 없었습니까?”

“이제 적대감이 많이 희석되었습니다만 한 군데 희한한 펀드가 현재증권 주식을 매집하고 있습니다. 워낙 소액이라 지켜보고만 있지만, 꽤나 꾸준히 매수하고 있습니다.”

“어딥니까?”

“강화성 펀드입니다.”

“아, 강화성 교수님. 압니다. 알아.”

“교수가 펀드를 운영한다고 하니까 너도나도 달려들어서 강화성 펀드가 매수하면 주가가 폭등했습니다. 그때마다 꽤 많은 이익을 취했습니다.”

잘 알지. 잘 알아.

심지어 뒤에 누가 있는지도 잘 알지.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외치며 대기업을 신랄하게 비판하던 아주 말빨 좋은 교수 강화성.

그가 만든 펀드가 강화성 펀드다.

주총꾼 짓으로 주주총회를 깽판 치기로도 유명한 펀드.

미국 헤지펀드 리자드가 돈줄이었고.

이게 좀 애매하지.

대기업을 비판하려고 헤지펀드 돈을 끌어들였다?

악질 중에 악질의 돈으로 정의 구현이 되겠어?

그러니까 주로 지배 구조가 약한 기업 지분을 매입하고 협박하여 배당을 받거나 자사주를 매입하라고 요구해 주가를 띄우는 수법으로 자기 잇속을 채웠지.

아니지, 뭐 돈이 된다면 그럴 수 있지.

그래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지.

근데 왜 현재증권이 타깃이야?

“그리고 또 하나 특이한 점은 SS에너지에 1,000억이나 공매도를 했습니다.”

“1,000억이면 한두 군데 증권사에서 대차 거래한 게 아닐 텐데요.”

방금 말한 공매도는 차입 공매도이다.

차입, 빌린다는 말이다.

무차입 공매도도 있는데 한국은 차입 공매도만 할 수 있다.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려서 시장에 팔고 약정 기간 안에 사서 증권사에 갚는다.

즉 10억 원어치 주식을 빌려 시장에 팔아 10억을 땡겼는데 만약 약정 기간 안에 주식이 반 토막 났다면 5억을 버는 것이다.

주로 펀드가 활용한다.

개인은 할 수 있나?

할 수 있다.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면.

재준은 핸드폰을 꺼내 통화 버튼을 눌렀다.

“나예요, 윌켄.”

-네, 보스. 무슨 일입니까?

“리자드 헤지펀드 잘 알죠?”

-그럼요. 근데 왜 그러죠. 죽일까요?

“하하하. 내가 뭐 죽이기 전문입니까?”

-그래야 보스답죠.

“그보다 리자드 펀드가 한국의 강화성 펀드에 왜 투자하는지 알아보세요. 그리고 만에 하나 한국의 현재증권을 어찌하려는 게 리자드라면 당장 인수해서 흔적도 없이 없애버리세요.”

-하하하, 거봐요. 이런 게 있다니까. 일단 알겠습니다. 지금 알아보고 바로 연락하죠.

“네.”

천 실장은 재준의 행동에서 지난날의 흔적이 보였다.

“역시. 가차 없으시군요.”

“투뱅코를 건드리면 싸움이지만 현재증권을 건드리면 전쟁입니다. 절대 살려두지 않아요.”

“회장님 때문입니까?”

후후후.

재준이 실없이 웃다가 딱 멈췄다.

“할아버지는 절대 안 됩니다.”

“저도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강화성 펀드가 처음 건드린 곳이 유명 그룹이죠?”

“네, 유명산업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라 유명산업 주식을 매집하면서 주주총회에서 크게 싸움이 일었습니다. 그 후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술도 깰 겸 이야기를 좀 더 들어볼까요?”

재준과 천 실장이 강화성 펀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걸은 지 20분이 흘렀을 때였다.

띠리리리링.

윌켄? 벌써?

“네. 벌써 알아봤어요?”

-보스. 이거 심각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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