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109화 (109/477)

사라크 대통령은 탁자에 놓인 신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무슈. 크레디은행을 인수하겠다는데. 우린 미국 은행에 팔 생각이 없습니다. 국민도 환영하는 눈치는 아닙니다. 하지만 돈으로 찍어 누른다면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재준은 ‘이건 뭔 점잖은 개소리인가’ 하는 표정을 지었다.

뭔 맨날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국민 핑계야.

“국민은 잘 모르겠고 투자자는 환영할 겁니다.”

“그래요? 왜 그렇죠?”

“일단 크레디은행은 상업은행입니다. 상업은행이 하는 일이 대출로 이자를 버는 겁니다. 근데, 그 이자라는 게 쥐꼬리만 한 게 문제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주가는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고요.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갑갑할 겁니다. 하지만 은행도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번다는 걸 알려주면 주가는 오르고 투자자는 환영할 겁니다.”

사라크도 이번엔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길 왜 하나’ 하는 표정이었다.

“다양한 방법이 뭡니까?”

“은행도 상품이란 걸 만듭니다. 다들 대출 상품만 있는 줄 아는데 파생 상품도 있고 투자 상품도 있습니다. 제가 볼 때 크레디은행의 가장 큰 단점은 프랑스 국내 1위라는 겁니다. 정상에 앉아서 안주해 버렸거든요. 아주 지독하게 곪았습니다.”

“그래요?”

“당장 확인해 보셔도 됩니다. 투마로우가 공격적으로 인수를 추진하더라도 저희가 사용하는 금융 기법조차 모를 겁니다.”

“정말 그럴까요? 미안하지만 예를 하나만 들어 주시죠.”

대통령 맞아?

도대체 프랑스는 꽉 막힌 하수도 같아.

하긴,

어쩔 수 없는 게 미국 금융계에서 글로벌, 글로벌 하고 외쳐도 어느 국가도 관심 있게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국가 정부 간 돈을 빌려주는 건 그렇다 쳐도 민간 금융 자본이 타국으로 건너가는 것은 아주 이상하게 생각할 때였다.

“그럼 먼저 기존 주가에 프리미엄을 얹어 공개 매수를 시작합니다.”

“그런다고 좋아할까요?”

“감이 안 오시는군요. 음. 혹시 정부는 크레디방크 주식을 어느 정도 가지고 계십니까?”

“제가 알기론 56% 정도입니다.”

재준이 대통령에게 약간 다가가며 속삭이듯 말했다.

“현 주가의 50%를 얹어 드리면요?”

“50%?”

“국가 제정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50%면 100억 유로는 될 텐데요.”

“그 정도 금액이면 투마로우도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여기서 저희 금융 기법이 들어갑니다. 투마로우는 우리 돈을 사용하지 않고 장기 채권으로 전부 조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장기 채권의 부채를 다른 채권으로 만들어 팔 수도 있습니다. 이걸 누가 살까 싶겠지만 저희를 믿는 투자자가 널려있습니다. 안 그런가, 윌켄?”

“그렇지요. 그 정도야 전화 몇 번 돌리면 발행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는데요. 사라크 대통령님.”

잠시 정적 후.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사라크 대통령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이렇게 쉽습니까? 우리가 그동안 크레디은행을 처리하려고 발버둥을 쳤는데. 이렇게 쉽다니. 이렇게.”

재준은 빙글 웃으며 말했다.

“이건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그러면 더 어려운 방법은 무엇입니까?”

“어려운 게 아니라 상대를 어디 한군데 멍이 들게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

“크레디은행 주거래 기업들을 전부 투마로우와 거래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이자를 내려주는 유치한 방법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기업의 위험을 상품으로 만들어 위험을 없애주는 겁니다. 예로 프랑스 최대의 선박회사 CNA CGN는 매년 선박사고로 1억 유로의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물론 보험도 들지만 보험료가 만만치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저희라면 위험을 전부 상품으로 만들어 어떤 사고가 나도 회사에 전혀 손실이 발생하지 않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이런 상품을 만들지 못하는 크레디은행을 기업들이 계속 이용할까요?”

“어렵겠군요.”

사라크 대통령의 얼굴에 근심이 어렸다.

이때,

재준은 두 손을 쫙 폈다.

“그리고 10년, 10년 후에 돌려드리겠습니다. 아주 싹 근본부터 체질을 개선해서 10년 후에 프랑스 은행에 합병시키겠습니다. 아마 세계 은행 순위 10위 안에는 거뜬히 들 것입니다. 어떠십니까?”

“10년이라면…….”

‘내가 은퇴한 후인데…….’란 말이 사라크 대통령 입안에 맴돌았다.

재준은 사라크의 눈빛에 아쉬움이 뭔지 알아차렸다.

“아, 잊을 뻔했네요. 은행 이름은 사라크로 바꿀 겁니다. 사라크방크 어떠십니까?”

사라크 대통령은 눈을 몇 번 깜빡였다.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웃지 않을 수가 없다.

만약 크레디은행이 10년 후에 세계 은행 순위에 들어간다.

근데 은행 이름이 자신의 이름이다.

이건 마다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실패한다면?

“실패를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물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 보십시오. 지금은 글로벌 시대입니다. 은행도 위험한 부분은 상품을 만들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은행에 팔죠. 결국 모든 은행이 위험을 동시에 부담하는 겁니다. 만약 크레디은행이 파산한다면 크레디은행 상품을 산 각국의 은행들이 동시에 파산할 겁니다. 이를 용인할 국가는 없습니다. 어차피 살게 되어있습니다. 이게 진정한 글로벌이니까요.”

“글로벌?”

하하하하하. 하하하하.

“가져가세요, 가져가. 사라크방크로 만들어 주세요.”

“감사합니다.”

재준은 사라크 대통령을 보고 빙글 웃었다.

그런데 10년 후에 가격이 어마어마할 텐데.

인수할 은행이 있으려나?

아, 2008년에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있네.

좀 더 가지고 있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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