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105화 (105/477)

제105화 2조 달러인데 날름 먹어야지?(1)

L.S.Company 대표실.

이게 웬 떡이냐는 표정으로 재준은 페렐라에게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둘이 각자 만든 회사에다, 합작해서 만든 회사까지 투마로우에 합병을 해달라?”

“그렇습니다.”

“그리고 당신들과 함께 프랑스로 같이 가서 대형 은행을 만들자?”

“그렇습니다.”

프랑스.

이 질풍노도의 시기에 유럽을 건너가긴 해야 했는데.

마침 이렇게 친절히 안내까지 받을 기회가 왔네.

거기다.

“프랑스 재무장관이 우릴 도와줄 거고?”

“맞아요.”

“그럼 정부에 내가 뭔가를 요구할 수 있다?”

“맞습니다.”

뭐야? 이거 관치 아냐?

관치면 그냥 누워서 떡 먹기네.

아닌가? 누워서 먹으면 체하려나?

근데 좀 이상한 게 있는데.

“페렐라, 근데 왜 내가 프랑스에 가야 합니까? 당신 혼자 가도 충분할 거 같은데.”

“시간 때문입니다. 저는 머리를 쓰는 사람이지 사람을 다루는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혼자 가면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그럼 프랑스의 금융이 다른 유럽에 비해 뒤처지겠죠. 특히 독일에. 한 번 처지면 해결할 수 없지 않을까요?”

음, 일리 있는 말이다.

예전이나 나중이나 금융계의 합병은 많은 노력과 오랜 시간이 들어간다.

하지만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미국의 글래스-스티걸법이 폐지되자 상업은행, 투자은행, 증권, 보험이 서로 먹고 먹히며 합병에 목숨을 건 세기말적 시대다.

특히 유럽은 거대한 하나의 나라다.

독일 은행이 프랑스 은행을 합병한다면 자국 금융 보호를 외치는 멍청한 행동은 할 수 있을까?

도리어 유럽 연합에 저해되는 행동이라고 욕을 바가지로 먹는다.

이런 시기에 느긋하게 시간을 두고 합병을 했다가는 남들이 먹고 남은 허름한 지방 은행이나 합병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저돌적인 행동으로 따지면 여기 워서스틴이 더 나을 텐데.”

“그건······.”

푸흡.

페렐라와 워서스틴이 동시에 새어 나오는 웃음을 틀어막았다.

“보스.”

“벌써 보스가 된 거예요? 앤드류도 그러더니 미국은 관계 정리가 빠르네.”

“여긴 월가니까요.”

“암튼, 하고 싶은 말이 뭐죠?”

“프랑스 어떻게 정리할지 지금 머릿속에 다 그려놓았죠?”

헉!

귀신같은 놈.

물론 이 시기에 프랑스 금융계가 어떻게 정리되는지 안다.

이런 것까지 다 기억하는 건 억지 아니냐고?

천만에. 2022년 세계 금융계 순위가 이 시기에 다 정해졌다.

이후 금융위기에 쓰러진 몇 개 대형 금융사만 빼고.

그래도 시치미는 떼야지.

“내가 무슨 수로?”

“제가 겪은 보스는 일단 자신이 그린 그림을 현실로 만드는 능력이 제가 본 사람 중에 제일입니다. 이건 똑똑하거나.”

페렐라는 워서스틴을 한 번 쳐다보고 말을 이었다.

“실천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보스는 제가 프랑스 상황을 설명할 때 이미 수순을 정했다고 봅니다.”

“허, 거참.”

이건 할아버지가 습관처럼 내뱉는 말인데.

나도 모르게 나오네.

“시간은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이 사람이 진짜.

“6개월 잡읍시다.”

“오케이. 그럼 미셸에게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잠깐, 단, 어쩌면 프랑스 정부가 원하지 않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럼······.”

“하지만 약속은 하죠. 정부가 원하는 대형 은행은 나올 겁니다.”

“정부의 도움을 100% 받지 않겠다는 겁니까?”

“뭐, 그렇게 생각해도 됩니다. 대형 은행은 정부로부터 철저히 독립적인 경영을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음.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래야지.

그래야 나중에 내가 쥐락펴락할 수 있으니까.

“지금은 정보를 좀 더 취합해 주고요. 이번 JP스탠리 인수만 마무리되면 떠납시다.”

“알겠습니다. 준비하겠습니다.”

***

투마로우금융지주 회사.

재준은 며칠 전 들은 페렐라의 이야기를 되새기며 시뮬레이션 중이었다.

벌컥.

임 대표님!

갑자기 박민수가 뭔가 억울하단 표정을 들이닥쳤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재준은 불현듯 기발한 생각을 했다.

“이런 고마울 때가. 박 실장님 덕에 아주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지금 저는 아주 불행한 소식을 접했는데요.”

“그게 뭡니까?”

“워서스틴페렐라 이거 뭡니까?”

“아, 그거, 스스로 투마로우에 합병을 요청한 회사입니다. 투마로우 투자은행과 합병하면 됩니다.”

“됩니다?”

“네.”

“그렇게 말만 툭 던져 놓으면 일이 다 되는 줄 아십니까?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아세요? 스톡체인과 투자은행을 합쳤다가 JP스탠리 인수하면서 다시 분리하라 했다가 이제는 워서스틴페렐라도 합치라고요? 회사를 합쳤다가 분리했다가. 이게 한 번 합치거나 분리할 때 몇 명이 달라붙어서 죽어나는 줄 아세요?”

“힘들면 전문가를 시키시면······.”

“그 전문가가 저희 아닙니까?”

“아, 그러네. 우리가 그쪽 전문이지. 그러네. 그래. 그럼, 수고하셔야겠네요.”

실제로 안 보여서 그렇지 분명히 박민수의 머리 위로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

그 증거로 지금 박민수의 얼굴이 용광로처럼 시뻘게진 걸 들 수 있겠다.

“근데 강 이사님은 뭐 하세요? 왜 요즘 안 보이시죠?”

헐!

박민수에게서 끓어오르는 열기가 더욱 심해졌다.

“지금 임 대표님은 일만 저지르고 뒤에서 수습하는 사람은 생각 안 하시죠?”

“아니 뭐, 사람이라는 게 각자 자기 할 일이 있는 건데······.”

“맞아요. 그 할 일. 우리 강 이사님은 지금 누가 JP스탠리를 싸질러 놔서 그거 수습하느라 눈이 빠져라 모니터 앞에서 주가 관리 중입니다.”

“아니, 그건. 전문가한테······.”

“네, 맞아요. 바로 그 주가 관리 전문가가 강 이사님이잖아요. 강 이사님과 십여 명의 사람들이 점심을 햄버거로 때우면서 지금 움직이지도 못하고 계시죠. 혹시나 누가 주식에 손을 댈까 봐 말이죠.”

“허, 거참. 일이 그렇게 된 건가······.”

재준은 민망한지 괜히 문 쪽을 바라보는데,

똑똑.

“누구지? 들어오세요.”

들어온 건 햄버거에 와사비를 넣어 먹은 표정의 앤드류였다.

“프랑스에 간다고요?”

“네, 그쪽에 가서 유럽 진출의 터전을 마련해야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박민수는 앤드류와 재준을 번갈아 봤다.

앤드류는 박민수를 향해 한숨을 쉬고 재준에게 말했다.

“지금 진행하는 JP스탠리 인수는요?”

“그건 앤드류가 해야죠. 이미 팔다리 다 자르고 머리까지 단두대에 올려놨으니 줄만 당기면 되잖아요.”

JP스탠리는 125억 달러를 쓰고도 스톡체인 CEO 자리에 있는 재준을 퇴출시킬 수가 없었다.

추가로 100억 달러의 퇴직금을 마련할 자금이 없었으므로.

거기다 재준이 시장에 JP스탠리 인수라는 핵까지 투하해 버렸다.

버섯구름이 금융계를 뒤덮다시피 했으니, 월가 은행들은 눈치를 보며 JP스탠리에 추가 대출 금지령을 내렸다.

물론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JP스탠리에게 굳이 추가 대출을 해주고 은행을 말아먹을 멍청이가 있겠냐만은.

또한 JP스탠리 주주들도 인수 시에 얼마의 프리미엄을 주는지에만 관심이 쏠릴 뿐 JP스탠리를 살리려는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럼 JP스탠리를 인수하면 투마로우 투자은행과 합병을 진행하겠습니다.”

오호, 이러면 JP스탠리란 은행은 역사에서 사라지는 건가?

“그리고 나머지 은행은 어떤가요?”

“전부 과도한 지출로 유동성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찰스에드먼드는 투렉셀이 인수해서 재매각하려고 합니다. 헨리브라더스와 살로먼스미스는 합병 후 구조조정을 단행하여 손실을 줄이려고 하고요.”

“그래요? 살아났단 말이지요. 음. 일단 살려주세요.”

“그건 또 왜요?”

“나중에 키워서 잡아먹으려고요.”

열심히 커라 나중에 잡아먹을 때 참 잘했다 생각이 들 만큼.

앤드류의 표정은 담담했다.

기업 인수가 참 쉬워.

합병도 아니고 인수인데.

이제 놀랍지도 않다.

“이제 대충 월가는 정리되었네요.”

“당분간 몸들을 사릴 겁니다. 괜히 모나게 행동하다간 먹잇감이 될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재준은 투마로우금융지주회사 상장을 지시하고 프랑스로 떠났다.

***

프랑스 재무부 회의실.

재준은 프랑스에 도착해 페렐라와 워서스틴과 함께 재무부 장관 미셸을 찾아갔다.

“어서 와요. 페렐라.”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같이 오신 분은 누구······.”

미셸 눈에 동양인이 보이자 살짝 머뭇거리며 물었다.

“이쪽은 워서스틴으로 퍼스트필라델피아의 M&A 팀장으로 있던 제 친구입니다.”

“반갑습니다.”

계속 재준을 힐끔거리는 미셸이 워서스틴과 악수를 했다.

“이쪽은 투마로우금융지주의 실제 주인입니다.”

“투마로우요?”

“네.”

“오, 쎄 엥코와야블루(믿을 수 없어).”

미셸이 재준의 두 손을 맞잡고 흔들었다.

재준은 겸연쩍은 듯 흔들리는 손에 몸을 맡겼다.

뭐 놀래기까지.

근데 영 눈초리가 맘에 안 드네.

미셸은 자리를 권하고 이런저런 서로의 근황을 물고는 본격적인 프랑스 은행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대충 정리하면 이렇다.

프랑스는 주요 은행이 국유화에서 이제 막 민영화로 마무리되는 단계였다.

1위 크레디은행, 2위 나쇼날파리은행, 3위 소시에테은행, 4위 방쿠바은행, 5위 엥도은행으로 정리가 되어있었는데 크레디은행을 빼고 다 민영화된 것이다.

문제는 크레디은행이 워낙 커서 민영화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미셸이 페렐라를 부른 이유는 바로 크레디은행을 민영화하는 일을 맡기기 위해서였다.

관치라면 학을 떼는 재준이 먼저 말을 꺼냈다.

“미셸, 크레디은행의 민영화는 은행들에 맡겨 놓으면 될 일을 왜 정부가 나서는 겁니까?”

“프랑스 국민은 은행 합병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네?”

이건 무슨 닭대가리 같은 생각이야?

“하지만 지금 미국이나 독일처럼 은행의 덩치를 키우지 않으면 적대적 인수를 당할 게 뻔한데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는 건 좀······.”

“시간이 없습니다. 이대로 은행들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릴 순 없어요.”

“하지만······.”

“그럼, 페렐라에게 은행장 자리 하나를 주세요. 나머진 우리가 알아서 지지고 볶아서 은행들을 다 합병해 드리겠습니다.”

“은행장 자리요?”

동양인 머리에서 나오는 수준하고는.

미셸은 재준의 제안이 아주 못마땅했다.

“그럴 순 없습니다. 이미 정부가 지정한 사람들이 은행장으로 임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들 전부 관료 출신들이라 반발이 심할 겁니다. 우리 계획은 재무부에 부서를 하나 만들어 은행들을 관리하는 것이었습니다.”

“부서요?”

이건 무슨, 한심해도 적당히 한심해야지.

완전히 프랑스판 금감원이잖아.

그렇게 억지로 묶으면.

재준은 한숨을 푹 쉬고 말을 이었다.

“그렇게 은행이 합병하면 어느 은행장이 ‘내가 물러나겠소’ 할까요? 전부 관료 출신이라면서요.”

“그걸 조정하려고 은행 합병 경험이 풍부한 페렐라에게 부탁한 겁니다.”

재준은 페렐라를 보며 말했다.

“페렐라, 당신 생각은 어때요? 반발이 없겠어요?”

“이건 보스 말이 맞습니다. 미셸, 정부가 임의대로 합치면 은행 업무도 중복되고 효율도 없어집니다.”

보스?

미셸이 페렐라의 말에 미간을 찡그렸다.

“페렐라, 보스라니? 여기 이 동양인이 당신의 보스입니까? 워서스틴, 당신도 이 사람 밑에 있는 거예요?”

“네.”

“네. 여기 미스터 임이 저희 보스입니다.”

미셸이 벌떡 일어섰다.

“페렐라, 이번 일은 없던 일로 합시다. 난 동양인에게 프랑스를 맡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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