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103화 (103/477)

제103화 미친놈하고 다신 엮이고 싶지 않아(5)

스톡체인 대회의실.

중앙 단상을 중심으로 좌우로 타원형 책상이 놓여있고 자리엔 각자 작은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다.

스톡체인 인수에 참여한 세력들이 저마다 그룹을 지어 앉아있었다.

스톡체인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월가의 은행들은 뒷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특이한 인물 둘도 보였는데, 투렉셀을 지원하는 스트러스트뱅크의 인물과 퍼스트필라델피아를 도와준 제이 프리츠크였다.

윌켄이 걸어 들어오며 회의실 안을 한 바퀴 쭉 둘러보고는 피식 웃으면서 자신의 자리로 갔다.

강호석이 시계를 보고는 단상에 올라섰다.

“많이들 오셨군요. 그럼 입찰을 시작하기에 앞서 여기 이번 입찰을 공정하게 판단할 이사회 세 분을 모셨습니다.”

다수의 세력이 기업 인수에 나설 때 주주의 이익에 해가 되는 사항을 판별하기 위해 이사회를 구성해야 한다.

월가의 저명한 M&A 전문 변호사 피터 앳킨스.

이번 인수에 참여하지 않은 IB뱅커 펠릭스 로하틴과 프랭클린 홉스였다.

공정한 인사라 다들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모든 스톡체인 문서는 이사회에서 방금 검토를 마쳤고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입찰이 끝나는 시점까지 이사회 분들과 접촉을 금하시길 바랍니다.”

큭큭큭큭.

윌켄은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무엇이 그리 재밌는지 키득키득 웃었다.

모두들 저 익숙한 윌켄의 행동에 이맛살을 찌푸렸다.

자신들이 윌가에서 내쫓은 인물이 다시 돌아와 자신들을 비웃는 듯한 모습이 영 맘에 들지 않았다.

“입찰은 경매 방식으로 손을 들고 가격을 말씀하시면 됩니다.”

역시 윌켄이 제일 먼저 가볍게 손을 들고 자신 앞에 있는 마이크에 입찰가를 말했다.

“200억 달러.”

읠켄은 마지막 가격과 똑같은 가격을 고수했다.

JP스탠리 팀이 분주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아직 윌켄의 투자자가 누군지 모르는 거지?”

“아직은. 하루 종일 집 안에 틀어박혀 전화만 했다는데.”

“그게 윌켄 방식이긴 하지.”

“스톡체인 순이익 추정치는?”

“현재 60억 달러 조금 넘어. 하지만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건 맞아. 아직 온라인증권 거래는 총 예탁금의 10%도 안 되니까.”

“그럼, 5년 내에는…….”

“50% 잡으면 대략 300억 달러.”

“그럼 물가 상승률로 시총이 오르면 더 될 수도 있다는 거네.”

“그렇지.”

300억 달러 이상이라…….

꿀꺽.

마른침을 삼킨 담당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JP스탠리 250억 달러 제시합니다.”

JP스탠리가 마이크를 놓자마자 투렉셀이 치고 들어왔다.

“투렉셀 255억 달러.”

JP스탠리의 대략적인 분석이 맞아떨어졌는지 모두 300억 달러를 향해 달려갔다.

폴리스트리트 진영은 이런 큰 M&A는 처음이라 긴장한 듯 마이크를 잡지 못했다.

“무슨 근거로 255억 달러를 산출한 거야?”

“기업은 뻔하지.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잖아.”

“30억 달러 기업이 지금 255억 달러가 됐는데. 정말 그 정도의 성장이 가능하다고 보는 건가?”

“예상 가능하니까 그렇지. 우리도 5억만 더 얹어. 돈은 우리가 제일 많아.”

폴리스트리트 담당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폴리스트리트 260억 달러 제시합니다.”

답답하다는 듯 워서스틴이 마이크를 거칠게 잡았다.

“300억 달러.”

300억?

별명이 ‘전격적 탱크’라는 워서스틴답게 별안간 앞자리 숫자를 2에서 3으로 바꾸어 버렸다.

옆에 있던 기업 인수 가격 산정의 천재 페렐라가 가능하다는 듯 워서스틴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퍼스트필라델피아의 M&A 팀장 브라이언 판은 페렐라의 동태를 살폈다.

저 천재가 인정했다.

300억 달러가 가능하다 이거지.

판은 인수 가격의 산정이 다른 팀들보다 정확하진 않지만, 그만의 무기는 존재했다.

구조화금융기법.

짐 매이가 판에게 속삭였다.

“판, 절세는 어느 정도 가능한가?”

“재무부와 이야기를 좀 해 봐야겠지만 10년 분할이라면 매년 5% 물가 상승률을 따져도 50% 이상은 가능합니다.”

“그래?”

짐 매이가 복잡한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퍼스트필라델피아는 제시 안 할 겁니까?”

강호석이 덤덤하게 짐 매이에게 물었다.

잠시 정적이 일었다.

JP스탠리 담당자가 살로먼스미스 담당자와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310억 달러.”

모두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가 돌아갔다.

JP스탠리?

짐 매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JP스탠리 담당자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짐 매이를 조소했다.

겁쟁이.

짐 매이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그 조소를 받아치듯 입을 열었다.

“400억 달러.”

뭐?

모두의 시선이 이번엔 짐 매이에게로 향했다.

그중 가장 놀란 건 판이었다.

“짐, 아직 세금 지급 연기 건이 해결 안 됐습니다.”

“판, 무조건 연기시켜. 여기서 물러나면 퍼스트필라델피아는 영원히 조롱거리로 남을 거야. 무슨 수를 쓰든 연기해.”

JP스탠리가 마이크를 잡고 짐 매이에게 소리쳤다.

“그냥 무조건 가격만 올리면 어떡합니까? 이 모든 내용이 나중에 입찰서에 타당한 근거를 적어야 한다는 걸 모르는 겁니까? 만약 그냥 이 판을 깨려는 속셈이라면 반드시 소송을 진행하겠습니다.”

“그걸 내가 모를까 봐 따지는 겁니까? 우리도 가능하니까 제시한 겁니다.”

톡톡.

강호석은 마이크 두드리며 집중시켰다.

“JP스탠리의 의견은 타당합니다. 잠시 휴식을 가지겠습니다. 퍼스트필라델피아는 이사회에 의견서를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사회가 타당하다고 판단한다면 진행을 속개하겠습니다.”

JP스탠리가 이의를 제기했듯이, 기업 인수 가격의 정당성을 소명하지 못한다면 이사회는 부적절하다 의견을 낼 수 있고 인수 은행은 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다.

기업 인수는 아무렇게나 마구잡이로 가격을 부르는 게 아니니까.

잠시 후,

결국, 이사회는 퍼스트필라델피아의 구조금융화기법을 인정했다.

세금을 10년에 걸쳐서 낸다면 당장 인수 가격에서 빼도 나중에 벌어서 내면 되니까.

당연히 JP스탠리는 머리를 둔기로 맞은 느낌이었다.

“이게 뭐 어떻게 하면 400억 달러가 나오는 거야?”

“이사회 문제가 있는 거 아냐? 정말 주주들에게 불이익이 없는 거 맞아?”

이때 헨리브라더스 담당자가 심각한 얼굴로 달려오고 있었다.

“알아냈어. 퍼스트필라델피아가 뭔 짓을 하는지 알아냈다고.”

“뭔데?”

“구조화금융법을 이용하는 거였어?”

“그 법은 이미 폐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니었어?”

“퍼스트필라델피아에서 로비를 해서 올해 말까지 가능하게 만들었어.”

“그럼, 우리도 가격을 올려도 되겠네. 얼마나 올릴 수 있는지 계산해 봐.”

휴식 시간 동안 저마다 머리를 굴리며 인수 가격을 산출하기 바빴다.

다시 입찰을 위해 자리에 앉았다.

강호석이 단상에 나왔다.

“충분히 생각했으리라 보고 입찰을 재개하겠습니다.”

이번에도 윌켄이 손을 들었다.

“저는 포기합니다.”

모두의 시선이 어깨 위로 양손을 들어 올리는 윌켄을 향했다.

“400억 달러는 부담이 돼서 말이야. 큭큭큭.”

뭔가 석연치 않은 포기.

윌켄의 얼굴에는 아쉬운 기색이 전혀 없었다.

도리어 윌켄은 워서스틴을 향해 한쪽 눈을 윙크했다.

뭐야, 저 둘?

서로 짜기라도 한 거 아냐?

투렉셀 사모펀드가 마이크를 잡았다.

“여기서 금액을 말하면 뒤에서 1달러를 더 부르면 끝나는 거 아닙니까? 이번은 가격을 써서 제출하는 거로 합시다.”

강호석은 일리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동의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모두 동의하십니까? 반대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주십시오.”

모두 눈을 돌려 주변만 살필 뿐 손을 드는 곳은 없었다.

“좋습니다. 앞으로 한 시간 후 인수 가격과 인수 조건을 적어서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

한 시간 후.

강호석과 이사회는 제출된 인수 가격과 조건들을 꼼꼼히 살폈다.

곧 강호석이 정리한 서류를 들고 단상에 올라섰다.

“투렉셀 408억 달러. 폴리스트리트 398억 달러, 퍼스트필라델피아 500억 달러. 워서스틴과 페렐라 498억 달러. 마지막으로 JP스탠리 499억 달러.”

퍼스트필라델피아의 짐 매이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겼다.

하지만,

곧바로 강호석이 마이크를 잡고 말을 이었다.

“인수자는 JP스탠리로 정했습니다.”

와!

JP스탠리 쪽에서 두 손을 높이 쳐들었다.

짐 매이는 강호석을 향해 외쳤다.

“이유가 뭡니까?”

강호석은 차분하게 말을 시작했다.

“일단 JP스탠리은 지불 금액의 보증이 있으나 워서스틴은 지불 보증서가 없습니다. 또한 JP스탠리는 인수 후 25%를 시장에 푼다고 했는데 워서스틴은 15%입니다. 마지막으로 JP스탠리는 스톡체인을 인수 후 보존하겠다고 했으나 워서스틴은 증권과 투자은행을 분리해 팔겠다고 했습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인수란 주주의 이익이 우선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JP스탠리가 훨씬 나았습니다.”

기업 인수에서 꼭 가격이 높은 쪽이 이기는 건 아니다.

어쩌면 가격 외 조건이 더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바로 지금처럼.

그런데 이 상황은 꼭 재준이 원하는 방향으로 몰아간 것 같지 않은가?

짐 매이는 강호석을 노려보며 말했다.

“승복할 수 없습니다.”

이때,

“그만하죠. 전 돈이나 빨리 받고 끝냈으면 하는데.”

어느새 나타난 재준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단상으로 걸어 나갔다.

짐 매이가 재준에게 다가서려 하자 윌켄이 잡았다.

“윌켄!”

“짐, 내가 했던 말 기억하는가? 이제부터 가만히 구경이나 해. 자넨 내가 그렇게 경고를 했는데 왜 이기려 드는 거야?”

뭐?

짐 매이는 윌켄이 잡아끌자 뒤로 물러섰다.

재준이 JP스탠리 대표가 있는 곳으로 곧장 걸어갔다.

“지미, 돈 줘. 대충 내 지분이 85%니까. 424억 달러쯤 되겠네요.”

빙글 웃으며 지미 브라운을 바라보자 그는 영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절차에 의해서…….”

“됐고, 그럼 돈 받을 때까지는 내가 주인이죠?”

“그건…….”

“알았어요. 돈을 안 준단 말이지. 강 이사님. 지금부터 대금 줄 때까지 온라인 매매 폐쇄하세요. 그리고 보유하고 있는 주식 전부 매도하고요.”

지미 브라운은 무언가에 물린 듯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벌떡 일어났다.

“이게 무슨 짓이지?”

“왜요? 내 회사 내가 망치겠다는데. 뭔 상관입니까?”

“이미 우리가 인수를…….”

“그러니까, 돈. 돈을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뭐라고?”

“지미, 이거 LBO로 진행하는 거잖아요? 그럼 지정된 은행에서 잔금 지불을 약속받았을 거 아닌가요?”

“우린 이미 얼반 그룹으로부터 약속을…….”

“그러니까 언제요?”

“이제 얼반에서…….”

“윌켄!”

재준이 윌켄을 부르자 그가 일어나 천천히 다가왔다.

“윌켄, 당신이 만약 인수했다면 언제 돈을 줬을 겁니까?”

“지금 당장 전화 한 통으로 통장에 꽂아줬을 겁니다.”

“설명 고마워요.”

재준이 지미 브라운을 바라봤다.

“그렇다는데?”

“이런 법이…….”

“이 양반 싸가지를 얼마나 우려먹었으면 돈도 안 내고 자기 주머니에 처넣는 거야? 내가 또 물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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