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70화 (70/477)

제70화 지금부터 나도 당신들을 죽일 거니까(4)

두근두근.

모니터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강호석과 박민수.

긴장한 박민수는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서 흥분을 진정시키려 화제를 돌렸다.

“이사님, 왜 자회사로 만든 겁니까? 계열사로 만들어야 ‘스톡체인’이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지 않을까요?”

박민수는 강호석에게 말했다.

“임 대표가 투마로우뱅크 덩치를 좀 키워보자고 해서 오케이 했지 뭘.”

-‘스톡체인’이 성공하면, 그때 스톡체인을 계열사로 만들어 나스닥에 상장을 단행할 겁니다. 그럼 대주주인 투마로우뱅크는 미국의 상위금융기관이 되는 겁니다.

스톡체인은 미국 최대증권사가 된다.

이게, 좀 미안하긴 한데.

미국의 최대 온라인 증권사는 찰스 슈왑이다.

12,000만 개 이상의 주식 계좌를 보유하고 있으며 자산은 고객 자산 규모는 3조 달러에 달한다.

1998년 1월에 온라인 주식 거래를 시작해서 좌충우돌 시련을 겪으며 온라인 브로커의 길을 잘 닦아 놓았다.

자그마치 1억 2,000만 달러의 손실을 보면서.

재준이 후발 주자로 나선 것도 찰스 슈왑이 먼저 매를 맞기를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일단 찰스 슈왑이 복잡한 과정을 정리해 주고 비틀거릴 때.

스톡체인은 그들이 닦아 놓은 길을 유유히 걸어가면 된다.

당연히 성공할 수밖에 없다.

왜?

찰스 슈왑의 실패 요인을 알고 있으니까.

첫 번째 인건비.

처음부터 너무 많은 사람들을 뽑았다.

두 번째 서버 비용.

안전성에 너무 중점을 두어 무식하게 서버에 비용을 투자했다.

한국에서 조화은행 자회사 조화시스템스와 동진은행 자회사 동진시스템, 장운증권 자회사 장은시스템의 서버를 전부 미국으로 실어왔다,

그 정도면 상장할 때까지 버티는 건 충분했다.

세 번째가 바로 제일 중요한 수수료.

1998년 미국 지점 수수료는 건당 80달러.

찰스 슈왑의 온라인 주식 거래 수수료는 건당 29.95달러.

이것도 싸다고 가격파괴니 가격혁명이니 난리가 났다.

그러나,

스톡체인 수수료는 거래금액의 0.01%.

일단 큰손들은 수수료를 많이 내도 그닥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타를 주로 하는 고객을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1998년부터 주식에 초단타 매매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찰스 슈왑의 29.95달러 수수료 때문에 3,000달러 미만의 고객들은 스톡체인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럼 이제 새로 만드는 회사는 전부 자회사가 되겠네요?”

“그렇지. 완전히 다른 분야가 아니면 그럴 생각이래.”

재준은 자회사를 만들고 계열사는 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 이유는 ‘스톡체인’을 계열사로 설립할 경우, 지분 구조가 발생하고 외부에서 M&A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상장 전까지 버틴다.

“형님, 여기 보세요.”

강호석은 모니터 화면을 살폈다.

온라인 트레이드 프로그램 다운로드 되는 숫자가 실시간으로 보였다.

너무 저조한데.

뜨문뜨문 올라가는 숫자.

강호석과 박민수는 맥이 탁 풀렸다.

“너무 느린 거 아니야?”

“제가 이럴 줄 알고, 다른 온라인 사이트에 배너 광고 신청했습니다. 이제 슬슬 배너가 뜨고 있을 겁니다.”

“광고비는?”

“이건 광고비라고 할 수도 없어요. 너무 싸더라고요.”

“얼만데?”

“한 달에 천 달러.”

“천 달러? 비싸잖아.”

“안 비쌉니다. 왜냐, 제가 조사한 결과 선두 주자로 치고 올라가는 회사가 찰스 슈왑, 이-트레이드, 아메리카트레이드 이렇게 세 곳. 한 달간 샀다 팔았다 하면서 발생하는 총금액이 무려 42조 달러나 된답니다. 그런데 수수료가 건당 29.95달러로 저희보다 턱없이 비싸요. 만약 스톡체인에서 42조 달러의 5%만 매매돼도 2조 천억 달러.”

“우린 수수료가 0.01%니까, 2억 천 달러?”

미친 거 아냐?

“굉장하죠.”

“박민수, 다른 곳도 얼른 알아봐. 배너로 싹 다 도배해 버리게. 팍팍 쓰자.”

***

다음 날. 오전 9시.

강호석은 계좌 개설 문제로 마이클과 협의를 하기 위해 투마로우뱅크를 방문했다.

스톡체인 건물에 주차하고 투마로우뱅크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백여 명의 사람들이 은행 앞에서 시끌벅적했다.

무슨 일이지?

투마로우뱅크는 도매은행인데.

왜 기업 관계자들이 이렇게나 많이 이 시간에 모여있는 걸까?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 회사 사람들이에요?”

“설마, 아직 은행 시작 전인데……. 진짜 무슨 일이 있나?”

“어디 부도라도 난 거 아니에요?”

“표정들을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강호석은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신기한 듯 쳐다보며 안으로 들어갔다.

웅성웅성.

진짜 뭐지?

“여기도 사람들이 꽉 차 있는데요?”

몇몇 은행원들은 사람들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고,

“여러분 온라인으로 계좌 개설해야 합니다. 여기선 계좌 개설이 안 됩니다.”

몇몇 은행원들은 끊임없이 울려대는 전화를 받고 있었다.

“네, 인터넷으로 계좌 개설하실 수 있습니다. 가상 계좌 드릴 테니 그쪽으로 입금하시면 됩니다.”

“당연하죠, 다른 은행은 이체 수수료가 있습니다. 저희만 무료입니다.”

강호석은 주변 전화 응대 소리를 들으며 갸웃거렸다.

설마…… 스톡체인 계좌 개설?

그런데 가상 계좌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강호석은 그 북새통을 뚫고 대표실로 갔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마이클도, 그의 비서도.

“뭔 일이 터진 것 같은데…….”

“또 어디서 우루과이 라운드로 수출 클레임이 크게 걸린 거 아냐?”

“혹시 남미 쪽?”

“설마, 일단 다시 내려가 보자고.”

강호석은 다시 1층으로 내려갔다.

“저기 있네요.”

한쪽 구석에서 전화 통화 중인 마이클을 찾았다.

그는 양손에 수화기를 들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마이클 옆엔 서 있는 비서도 마찬가지로 수화기를 들고 서 있었다.

“굉장히 바빠 보이는데요. 이유를 모르니 답답하네.”

강호석은 마이클에게 다가갔다.

“마이클. 이게 다 뭡니까? 혹시 제가 도울 일이 있습니까?”

“오, 미스터 강. 잠시만요. 올라갑시다.”

마이클은 통화 중이던 수화기를 비서에게 건네고 2층 대표실로 올라갔다.

“이게 다 무슨 일입니까?”

“말도 마세요. 전부 ‘스톡체인’ 계좌 개설하려는 사람들입니다.”

“네?”

“너무 바빠서 저도 내려가서 전화 응대하고 있었습니다.”

띠리리링.

마이클의 핸드폰이 울렸다.

-행장님, 얼른 사이트 들어가 보세요. 큰일 났습니다.

셋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스톡체인 사이트를 열었다.

눈에 보이는 건 미친 듯이 올라가는 다운로드 횟수.

“이게 몇이야? 세상에.”

“이사님, 300만이 넘어가고 있어요.”

“우리 방금 오픈한 거 보고 왔잖아? 그새 벌써 300만이 다운로드 된 거라고?”

“임 대표한테 전화하세요.”

강호석이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거는데 벨이 울렸다.

띠리리링.

임재준?

-출발이 좋네요.

“300만이야. 벌써 300만. 설마 이것도 예상했어?”

-그럼요. 제가 성공할 거라 했잖아요. 수수료 그거 무시 못 하는 겁니다. 조금 싸다고 옮기지는 않지만 새로 시작하는 젊은이들은 전부 스톡체인으로 시작할 겁니다. 그럼 스톡체인의 고인물이 되는 거죠.

고인물?

보지 않고도 느낄 수 있다.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빙글빙글 웃는 임재준의 얼굴을.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선물, 지수, 석유, 금 같은 현물까지 확장하면 예상 수익이 어마어마합니다. 강호석 이사님, 어서 시카고 상품 거래소, 뉴욕 상업 거래소, 뉴욕 상품 거래소로 달려가세요.”

강호석은 재준의 말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흥분, 전율, 감격, 감동? 그리고 개고생?

그 어떤 언어도 지금의 감정을 표현할 수 없었다.

그때, 전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재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강호석 이사님. 이젠, 계산이 나오시죠?

한 달 수수료 수익이 2,000억 달러.

1년이면 2조4천억 달러.

이 당시의 한국의 1년 예산 90조,

달러로 환산하면 1800억 달러.

그럼 한 달 수익이 우리나라 1년 예산하고 비슷한 거야?

물론 저게 다 순이익이 될 수는 없다.

수백 명 아니, 수천 명의 인건비가 있을 거고 서버 유지비에 증설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들어갈 것이다.

하지만 힘이 생긴 건 확실했다.

재준이 마지막 당부를 했다.

-이사님, 마이클에게 계획대로 처리해 달라고 하세요.

“투마로우뱅크의 한국 투자 건 말이지?”

-네. 아주 중요한 순간에 터뜨려야 하거든요. 요즘 그거 때문에 서형길 실장님 술독에 빠져 삽니다.

“풋, 방송국 로비구나. 알겠어, 그건 내가 틀림없이 처리할게.”

“그럼, 돈 들어오는 소리 만끽하세요.”

허, 이제 나 어떡하지?

사람부터 뽑아야 하나?

“박 실장!”

헉! 너 그 표정 뭐야?

야, 그러다 침 떨어져.

***

재준은 장운증권을 인수하기 위해 손 회장에게 재경부를 움직여 줄 것을 당부하러 연락을 취했다.

정부는 재정경제원을 재정경제부로 개편했다.

IMF 권고로 금융감독위원회도 신설했다.

닮은 듯 서로 다른 두 기관.

재경부는 부실기업을 살리려 했고.

금감원은 부실기업을 죽이려 했다.

재정경제부는 수장은 장관. 금감원장의 수장은 장관‘급’.

재정경제부는 대통령 직속, 금감원은 국무총리 산하.

딱 봐도 느껴지는 게 있지 않나?

갈등이 생겨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기업은 양 갈래 길을 앞에 두고 왼쪽으로 가야 할지, 오른쪽으로 가야 할지 갈팡질팡하며 두 기관의 눈치만 보았다.

재경부는 금감원의 행보에 태클을 걸지는 않았다.

하지만.

합병과 신설 등, 재경부 고유의 업무는 재경부 기준대로 처리했다.

금감원에 보고할 필요가 없었고, 보고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금감원 VS 재경부의 미묘한 신경전.

손 회장이 재준의 말을 듣고 포복절도를 하고 있었다.

하하하하.

“임 팀장. 그러니까 금감원을 엿 먹이겠다는 거야?”

“네. 너무 설쳐 대니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있습니다.”

“맞아. 흥, 지금까지 살아온 게 누구 덕인데. 이번에 회사 인수 하나 하는데 어찌나 까탈스럽게 굴던지 원.”

그건 까탈스럽게 굴 만하죠, 자동차 회산데.

“손 회장님, 재경부에 힘 좀 써주십시오.”

하하하하.

다시 웃기 시작하더니 멈출 수 없는지 손뼉까지 쳤다.

“임 회장님. 진짜 임 팀장. 대단합니다. 재경부와 금감원을 싸움 붙일 생각을 다 하고.”

“아이고, 전 모르겠습니다. 이제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재밌어. 아주 재밌어. 그래, 임 팀장. 내가 재경부에 힘을 실어 주면 무엇을 줄 건가?”

망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SS자동차와 재우전자 빅딜을 성사시켜 드리겠습니다.”

“재우전자와 바꾸라고?”

재준은 빙글 웃으며 일어나 서류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이게 뭔가?”

“회장님이 잡을 동아줄입니다.”

손 회장은 서류를 넘기며 미간을 심하게 좁혔다.

서류엔 재우전자의 밀어내기 수출과 세계 창고에 재고가 쌓여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거 어떻게 알아낸 건가?”

기억을 더듬어 그냥 가상의 시나리오 하나 적은 겁니다.

손 회장의 목소리에서 화를 참는 여력이 느껴졌다.

“어떻게 알아냈냐가 아니라 이 계륵을 SS전자에 넘기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아니, 이건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

“회장님, 너무 뻔해서 모르는 게 이상한 겁니다. 전 증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모든 기업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재우전자의 생산력은 매년 갱신되고 있는데도 전 세계에서 재우전자의 제품이 보이지 않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전화 몇 통 해 봤을 뿐입니다. 요즘 회장님의 안색이 그리 좋지 않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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