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32화 (32/477)

제32화 나 누구랑 대결한 거니?(2)

재준이 깜짝 놀라자, 강호석이 조용히 속삭였다.

“사람들은 몰라. 만약 알려지면…?”

강호석이 손으로 자신의 목을 긋는다.

“이렇게 되겠지?”

강호석은 검지를 입으로 가져가며 짐짓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쉿…!!! 알았지? 이거 진짜 비밀이야.”

오호, 그렇단 말이지.

꼬투리 하나 잡았다.

피식 웃는 재준에게 등을 돌린 강호석은 책상 위에 있던 모니터 다섯 개를 일제히 켰다.

“자, 이제 시작해 보자고.”

호석의 말에 재준도 자신의 모니터 세 대를 켰다.

재준은 일주일 동안 세 대의 모니터로 단타 연습을 했는데, 재준의 빠른 속도에 호석은 후하게 점수를 주었다.

‘순간 계산 능력이 엄청난 녀석이야.’

호석이 재준을 힐긋 보며 슬쩍 미소 지었다.

“오늘부터 모니터 개수를 늘려 보자.”

“몇 대로요?”

“두 대 더 늘려서 다섯 대.”

CRT 모니터 두 대를 컴퓨터에 추가로 연결했다.

정말, 덩칫값도 못하는 모니터다.

무겁고 화질 안 좋고.

LCD 모니터, 2005년이나 되어야 나오는데.

이걸 앞으로 10년을 써야 한다니.

“볼 게 많으니 더 바쁘겠는데요.”

“오늘부터는 더 집중해야 할 거야.”

“제가 한 집중합니다.”

“스캘핑 종목은 어떻게 고른다고?”

매일 묻는 강호석의 질문.

“정석은 물량이 많은 만 원 미만의 종목, 하지만 우린 시장 상황에 맞게 모두 올라탈 준비를 한다.”

“좋아. 좋아. 자, 시작해 보자.”

모니터 한 개에 종목 그래프 한 개씩 띄웠다.

그리고 그래프에 1분 봉차트를 추가했다.

1분 봉.

1분 단위로 봉이라 불리는 막대기에 위아래로 꼬리가 달린다.

위에서부터 최고가, 시가, 종가, 최저가가 표시되어 한 눈에 주가를 파악할 수 있다.

다음으로 두 개의 이동평균선을 띄웠다.

5분 이동평균선을 빨간색, 5일 이동평균선을 파란색으로 지정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말 그대로 5분 동안의 주가 평균을 알려주는 지표이다.

어려운 건 아니다.

어떻게 쓸지가 문제지.

5일선이 움직임이 둔한 긴 선이라면, 5분선은 위아래로 왔다 갔다 바쁘게 움직인다.

스캘핑의 기본은 주가가 5일 이동평균선에 근접하면 매수. 5분 이동평균선에 접근하면 매도를 반복하는 것이다.

왜 이동평균선을 이용한다고 묻는다면, 이 소설 100화까지 날로 먹을 수 있어서 패스한다.

정말 100화까지 끌 수 있냐고 묻는다면 이동평균선을 1분부터 100분까지 예를 들어 설명하면 된다고 대답해주고 싶다.

재미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미국 사이트 뒤지면 재미있는 예가 산처럼 쌓여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봐, 벌써 200자 정도 날로 먹었다.

한 가지만 말하는데, 만약 주식을 한다면 이동평균선 투자는 하지 마라.

누구나 이동평균선 투자는 기본적이고 주가를 정확히 반영한다고 말하지만,

그거 다 구라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한 반에 다섯 명의 학생이 있다.

그들의 국어 점수를 각각 적어 보았다.

A반 50, 50, 50, 50, 50, 평균 50.

B반 0, 0, 50, 100, 100, 평균 50.

이 두 반의 평균이 같다고 해서 같은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나.

정확한 반영은 개뿔이 정확한 반영.

주가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기법은 없다.

오늘 재준은 이동평균선 대신 볼린저 밴드라는 차트를 띄웠다.

이유는,

단타 하기엔 이게 훨씬 편하다.

이동평균선은 단순한 평균 주가라면, 볼린저 밴드는 평균 주가 위에 두 배를 더한 값인 상한선이 있고 아래엔 두 배를 뺀 값인 하한선이 있는 차트이다.

주가가 상한선에 접근하면 매수라고 하한선에 접근하면 매도.

편하긴 한데 수익은 장담 못 한다.

한참을 각자 매매에 몰두하고 있으니 금세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재준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차트에 몰입하고 있었다.

강호석은 열중하고 있는 재준을 바라보며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전 수익률이 20%라……. 괜찮다.

아니,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대단하다.

저 정도 수익률이면 스킬 면에선 탑클래스에 속했다.

‘손이 굉장히 빨라졌다. 손이 빨라졌단 건 판단이 빨라졌다는 뜻인데……. 신기할 정도로 잘하네. 굉장히 많이 해본 것처럼.’

그리고 모니터에 떠 있는 차트를 보고 다소 의아해졌다.

재준의 주가 차트에 이동평균선 대신 볼린저 밴드가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뿐이 아니라,

볼린저 밴드 기준을 왜 저렇게 자주 바꾸지?

재준은 수시로 주식마다 다른 볼린저 밴드 기준을 바꾸고 있었다.

물량이 터지는 주식은 기준을 길게, 물량이 적어지는 주식은 짧게 수치를 계속 바꾸면서 스캘핑은 스캘핑대로 하고 있었다.

주식마다 평균 주기를 그때그때 계산해 내는 게 쉽지만은 않은데. 주식의 거래량과 파동을 보고 순식간에 계산해 낸단 말야?

‘이거, 말이 안 되는 놈이잖아.’

***

현재증권 사내투자대회가 시작되었다.

1등부터 5등까지 경제정책연구실의 팀원이 되는 대회였다.

상금도 무려 2,400만 원이나 책정되어 1등 상금이 천만 원이었다.

참가 조건도 없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었다.

참가자 전원에게 각 천만 원의 시드 머니가 주어진다. 한 달간 어디에 투자해도 상관없으며 돈만 많이 벌면 우승.

그리고 가장 좋은 건 매매 시 수수료가 없다는 거였다.

사내투자대회에 수수료가 있는 것도 이상하지만.

사수인 펀드 매니저, 애널리스트, 딜러가 출사표를 던졌고 부사수인 서포터와 RA, 브로커까지 전부 달려들었다.

‘이거 경쟁이 너무 과한데?’

이에 위협을 느낀 서형길 실장이 사내에 흉흉한 소문을 뿌렸다.

-아니, 글쎄, 정 실장은 핑계고 회장님이 직접 살핀다는데.

-연구실에 들어가면 수당과는 작별이라는 거야. 딱 월급만 받는 거지.

사수들은 기겁하며 전부 빠져버렸다.

그뿐이 아니라, 부사수들도 대거 빠져버렸다.

그러나 용기 있는 신입들은 전의를 불태우며 참전했다.

이에 사수, 부사수들이 신입을 돕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정보를 쏟아부었다.

결과적으로 재준은 사수인 외톨이 강호석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홀로 출전했다.

‘부조는 않더라도 제상이나 치지 말아야 하는데, 도련님만 순위에서 멀어지게 생겼네.’

과연 누가 우승을 차지할 것인가.

현재증권 안에서 초미의 관심사는 사내투자대회였다.

온종일 1층부터 6층까지 신입뿐 아니라 팀들이 뛰어다녔다.

투자대회라는 처음 접하는 현실에 실전과 이론의 과부하로 삐걱대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PER이나 PBR 낮은 종목 없냐?

-거기에 담갔다가는 10년 동안 꼼짝도 안 한다. 우린 한 달밖에 시간이 없다고.

-그래도 마이너스보단 낫지 않을까?

-그보다 이번에 새로 편입된 신생기업들 재무제표 가져와 샅샅이 뒤져야겠어.

자리에 앉아서 산더미 같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이들이 있고,

-잘 나가는 기업이 최고 아니냐?

-그렇지. 그런 기업들이 뭔가 호재가 있으면 평균 이상은 하는데.

-이럴 게 아니라. 밖으로 뛰자. 같이 갈래?

-오케이. 나가서 설렁탕도 먹고.

현장에서 우량기업을 찾아다니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클릭, 탁탁탁, 클릭, 탁탁탁.

재준은 스캘핑을 훈련하면서 거래량 급등 종목 알림 신호가 뜨면 재빨리 종목을 띄워 분석하고 필요하면 기존의 종목을 버리고 새로운 종목으로 바꿨다.

종목이 바뀌면 초 단위로 분석하는 훈련이었다.

빠르고 정확하게.

근데,

뭔가 부족해.

점점 수익률은 늘었지만, 지금 시장에 거래되는 종목들은 초 단위로 거래하기에는 거래량이 약했다.

거래량이 많고 진폭이 더 거칠게 뛰는 종목이 필요했다.

커피 한잔할까.

진한 아메리카노가 땡기는데.

밖으로 나가려던 재준은 소란스러운 객장을 바라봤다.

순간순간 브로커들의 외침과 긴장감이 눈에 들어왔다.

시장의 공포와 탐욕, 환희가 널뛰는 현장.

그리고 문득 떠올랐다.

공포와 탐욕?

‘있다. 그 어느 종목보다 거래량과 진폭이 강한 종목.’

재준은 환하게 미소지었다.

***

재준이 새로운 종목으로 꾸준히 연습하는 동안.

일주일이 지났고 한 주 순위가 발표되었다.

투자대회는 3주 차까지 일주일 단위로 순위를 공개하며, 마지막 4주 차는 실시간으로 사내 홈페이지에 순위가 업데이트 되어 언제든 확인할 수 있었다.

<1주 차 순위>

1. 최진기 수익률 16.93% (보유종목 : 태얀산업)

2. 박승하 수익률 3.12% (보유종목 : 대선화섬 외 5종목)

3. 이무열 수익률 1.44% (보유종목 : GK텔레콤 외 1종목)

4. 김혜림 수익률 1.41% (보유종목 : 대래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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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신입 사원들은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 중이었고 그나마 재준과 스터디를 했던 네 명이 플러스 기록해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투자 심리도를 주로 이용하는 최진기가 태얀산업의 심리도가 급격히 상승하자 매수했고, 일주일 만에 16%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그 외에 대부분은 절망적인 자신의 실력에 한숨을 터트렸다.

선배들은 힘 빠진 후배들을 놀리기도 하고 응원을 하기도 했다.

-그러게 정보를 보면 감이 팍 와야 한다니까.

-짬밥 한참 먹어야 매수 포인트가 보이느니라.

-그래도 파이팅 해야지. 아직 3주나 남았다고.

-밥 먹을 시간이 어딨나? 햄버거 들고 모니터 봐야지.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3주 차 순위를 발표할 시기가 되었다.

<3주 차 순위>

1. 최진기 수익률 32.09% (보유종목 : 태얀산업)

2. 김혜림 수익률 2.12% (보유종목 : 현재자동차)

3. 이무열 수익률 1.78% (보유종목 : GK텔레콤 외 1종목)

4. 박승하 수익률 1.31% (보유종목 : 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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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호재에 힘입은 태얀산업을 운 좋게 보유한 최진기의 우승이 이주 만에 확실시되는 순간이었다.

김혜림은 박스권에서 횡보하는 현재자동차를 보유하며 2등으로 올라섰고, 박승하와 이무열도 나름 선전하며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렇지만 최진기를 제외한 나머지는 한 달 동안 상승률이 처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 상태로 펀드 매니저 달면 쫓겨나기 딱이다.

나머지 신입 사원들은 급하게 상승할 것 같은 종목으로 갈아탔지만, 여지없이 하락하는 주가에 반 포기 상태가 되었다.

-아니 왜 내가 사면 하락합니까?

-네가 매수할 때 다른 사람들은 매도하니까.

-공부한 차트 보면 분명 상승세가 분명한데요.

-너만 그 차트를 보는 게 아니니까. 하하.

***

사내투자대회 마지막 날.

1시간 전.

탕비실.

사내투자대회로 한 달 동안 끊임없이 달려온 신입들은 대회 마지막 날 모든 걸 포기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4주간 두문불출한 재준도 오랜만에 커피를 마시러 나왔다.

‘달달한 게 마시고 싶다. 이게 사람들이 말하는 당이 떨어졌다는 뜻인가.’

때마침 동기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단연 최진기였다.

독보적인 수익률이라 모두 우승을 축하해 주고 있었다.

“진기 씨, 우승 축하해요.”

“아직 안 끝났습니다. 우승이라니요.”

“에이, 겸손은. 수익률이 떨어져도 30%는 넘을 것 같은데. 그걸 따라잡을 사람은 없어요.”

“아니요. 있습니다.”

“네? 누구요?”

“저기 오는 재준 씨요.”

최진기는 그동안 순위권에 보이지 않는 재준을 의식했다.

재준의 수익률이 계속 0%에 머물러 있었고 진기는 재준에게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의문을 가졌다.

재준은 매수조차 하지 않았고 진기는 그 사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언가 일을 도모하고 있는 게 분명한데….’

재준이 가지고 있는 비장의 카드는 무엇일까.

최진기는 솔직히 불안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역전이 가능할까.

설마 하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30%.

아무리 천재라도 하루 만에 역전은 불가능하니까.

“재준 씨.”

혜림이 고개를 돌려 재준을 불렀다.

재준이 활짝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섰다.

“재준 씨. 왜 그렇게 얼굴 보기가 힘들어요?”

샐쭉하게 물어보는 혜림에게 재준은 머쓱한 얼굴로 대답했다.

“종목 선정하고 있었습니다.”

“아직도요? 혹시 대회 기간을 착각한 건 아니죠?”

이무열이 ‘너 뭐니?’라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하하하. 투자는 신중해야 하니까요.”

박승하가 결국 한마디 했다.

“너무 신중한 거 같아요. 지금 진기 씨 수익률이 32%예요.”

“그래요? 대단하네요. 진기 씨.”

최진기는 재준의 칭찬에 쑥스럽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괜한 걱정을 했나. 재준 씨가 완벽주의자인 게 다행이다. 아직도 종목 선정에 고민하고 있다니. 어쩌면 대회에 관심이 없는지도 몰라. 아, 연구실이 아니라 펀드 매니저가 목표구나.’

재준은 최진기를 향해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일주일 후면 최진기 수익률이 70% 정도는 되려나.

열심히, 열심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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