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 (완결)
죽은 다음에 어떻게 될까는 항상 해왔던 생각이다.
그냥 죽고 끝나는 걸까, 아니면 원래 세계의 원래 몸으로 돌아가게 될까.
정답은 어느 쪽도 아니었다.
난 지금 아무것도 없는 캄캄한 공간에 홀로 우두커니 서있었다.
"······."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나는 내 몸을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좀 전까지 만신창이였던 몸이 멀쩡했다.
고통 또한 없이 편안했다.
이런 걸 보면 이곳이 현실이 아니라는 건 확실한데······.
마왕은 죽었을까?
상황이 이러니 그걸 알 방도는 없었다.
목숨까지 내던진 마지막 발악이 아무 의미가 없지 않았길 바랄 뿐이다.
카앤은 무사할까. 마왕이 나와 함께 죽었다면 아마 무사할 것이다.
녀석에게는 끝내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남기지 못한 게 아쉬웠다.
'아셸은······.'
나는 씁쓸한 마음에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전쟁이 끝나면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했었지.
그 약속은 결국 지키지 못했다.
하나씩 떠올려보니, 뭐 하나 제대로 매듭 지은 게 없다 싶었다.
나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두운 공간에 변화는 여전히 없었다.
혹시 죽기 전에 지난 인생이나 돌아보라는 건가.
누가 설명 좀 해줬으면 좋겠다.
"인생을 돌아볼 필요는 없다."
그때 목소리와 함께, 아무 전조도 없이 눈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나
는 그 인물의 얼굴을 보고서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
눈앞의 남자는 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7군주 론의.
나는 엉거주춤하게 앉아서 또 다른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런데 방금 목소리, 어디서 들어봤는데?
떠오를 듯 말 듯 하다가 나는 이내 깨달았다.
마왕에게 당해 쓰러질 때 머릿속에 울렸던 목소리.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게임에 빙의되던 순간 들었던 그 목소리이기도 했다.
······그 목소리가 설마 내 목소리였던 건가?
그걸 이제야 깨달은 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물었다.
"넌 누구지?"
눈앞의 또 다른 내가 대답했다.
"나는 너다."
"그거야 얼굴 보면 알지. 내가 묻고 싶은 건······."
"이 몸의 본 주인이 아니라, 이 몸에 빙의하게 된 지구의 강주원이 맞다는 거다."
강주원.
론이 되기 전 내 본래의 이름.
또 다른 나는 내 생각을 읽고 있기라도 한 듯 대답했다.
나는 허, 하고 탄식을 뱉은 다음에 다시 물었다.
"날 게임 세계에 떨어뜨린 것도 너였어?"
"그래."
"······설명이 아주 많이 필요한 것 같은데."
그러니까, 이 모든 일의 원흉이 나 자신이었다는 거야 뭐야?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혼란에 빠져있는 내게 또 다른 내가 말을 이었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우선, 나는 최초의 너라고 할 수 있겠다."
"······최초의 나?"
"그래.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루프를 시작하기 전의, 가장 처음의 나."
루프. 머리에 가장 확실히 박힌 단어였다.
"루프라고? 그게 무슨······."
"전부 설명해줄 테니 우선 들어라."
또 다른 내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초의 나는 게임 같은 걸 하다가 이 세계에 빙의된 게 아니었다. 즉살도, 제왕의 혼도, 어떤 정보도 없이 날벼락처럼 이세계에 떨어진 가엾은 지구인이었을 뿐이지. 그건 어쩌면 이 세계의 마력이 지구에 우연히 알 수 없는 작용을 끼친 것일 수도 있고, 어떤 범우주적인 오류였을 수도 있다. 어쨌든 난 그렇게 이세계에 떨어져 호송선에 갇힌 죄수의 몸에 빙의하게 되었다."
호송선······ 처음 이 몸에 빙의됐을 때의 상황을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잠자코 이야기를 경청하려다가 의아한 점이 생겨서 물었다.
"잠깐, 아무 능력이 없었으면 어떻게 거기서 살아남은 거냐?"
내가 호송선에서 탈출한 건 즉살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던가.
"권성이 내 머리를 터뜨리기 직전에 참모장의 은신을 눈치챘지. 그리고 두 사람이 즉시 전투에 나섰다. 덕분에 나는 목숨을 건질 수 있었고."
"······그 다음은? 배가 침몰하고 있었는데?"
"둘의 전투 중 튄 충격파에 손에 차인 철갑이 부서졌다. 참모장은 권성을 처리한 뒤 침몰하는 호송선에서 곧장 벗어났고, 나는 부서진 판자를 타고 가까운 섬으로 떠내려간 덕에 간신히 죽지는 않을 수 있었지. 그저 천운이 닿아 살 수 있었던 거다."
미칠듯이 운이 좋았던 거였나.
또 다른 내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섬에서 탈출한 것도 여러모로 운이 좋았던 덕분이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언어에 대한 지식만큼은 본래 몸 주인의 영향인지 기억이 남아있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가진 것도, 아는 것도, 아무것도 없는 나는 이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말 무던히도 굴렀어야 했다. 수백 번은 죽을 뻔했고, 좋은 스승을 만나 검술을 배우기도 했고, 신비를 운 좋게 발견해 강해지기도 했다. 많은 일들을 겪었고, 많은 인연을 만들었다. 그리고 카앤과의 만남 또한 그런 인연 중 하나였다."
"카앤······."
녀석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카앤은 내게 정말로 소중한 동료였지만, 끝내 용사로서의 최후를 맞이했다. 카앤은 목숨을 바쳐 마왕과 함께 죽었고, 녀석에 비하면 한없이 약했던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히려 마왕의 공격에 당해서 카앤이 성검의 힘을 날 살리는 데 소모하게 해 짐만 되었을 뿐이지."
"······."
"용사도 마왕도 죽고, 전쟁이 끝난 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다. 카앤 덕분에 목숨은 건질 수 있었지만 내 몸에는 마왕의 힘이 일부 남아있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내게 동화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힘을 기반으로 오랜 진전 끝에 신격을 얻게 되었다."
"뭐? 신격?"
그건 또 뭐야.
"신격은 신의 힘이다. 성검의 힘과 같은 것이지. 마왕이 가진 즉사의 힘은 완전한 신격은 아니지만, 반쯤은 그에 다다른 힘이었다."
"아니, 잠깐만······."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신이라는 건 네가 막연히 상상하는 신으로 이해하면 된다. 생물의 한계를 초월하고, 거의 전능한 능력을 가지게 된 초월자다. 어쨌든 카앤의 죽음을 그때까지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던 나는 신격을 사용해 세상의 시간을 되돌렸다. 과거를 바꾸고 카앤을 되살리기 위해서."
······루프라는 건 그런 거였나?
나는 그제야 조금은 이야기의 내용에 감을 잡고서 물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루프라고 했지. 그렇다면 첫 시도는 실패했다는 건가?"
"그래."
"어째서? 신격을 얻어서 신이 됐다며. 그럼 카앤을 살리는 것 정도는 간단한 일이 아니었나?"
"신은 이 세상의 인과율을 벗어난 존재다. 그 능력으로 무엇이든 가능하지만, 실제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건 인과율에 몹시 제한되어 있다."
이해를 못해서 애매한 표정을 짓자, 또 다른 내가 뜬금없이 빈 공간에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테이블과 그 위에 놓여있는 사과 하나가 나타났다.
"예를 들어서 이런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테이블 위의 사과를 손으로 집는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사과는 그 사람의 손에 잡혀서 공중에 뜬다. 사람이 사과를 손으로 집었기에 사과가 공중에 뜬다.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고 인과관계지."
"그렇지."
"하지만 신격을 얻은 신이 현실 세상에서 테이블 위의 사과를 집는다면, 그건 그저 사과가 아무런 인과도 없이 스스로 공중에 떠오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신은 그 세상의 법칙에 포함되어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사소한 행위조차 세상의 인과율을 해친다는 것이지. 그 인과율의 제한을 무리하게 부수려고 하면 자칫 세계 자체가 망가져버린다."
이해가 될 듯 말 듯하다.
"대충 신의 힘은 세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게 어렵다고 생각하면 되나?"
"그래. 그리고 그건 시간을 역행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야 그렇겠지. 무려 시간을 되돌리는 건데.
"그래서 내가 시간을 되돌린 방식은 제약이 있었다. 기억을 보존하는 건 포기한 것이지. 하지만 그래서야 시간을 되돌려봤자 아무것도 바뀔 건 없으니, 변수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변수가 바로 게임 라사였다."
"······라사도 네가 제작한 게임이냐?"
"나는 내가 잘 알지. 네가 오랜 시간 관심을 가지고 많은 정보를 기억하는 데 게임만큼 적합한 방식이 또 없었으니까. 내가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게임을 재밌게 할지도 알고 있고."
기억을 보존한 채 과거로 돌아가는 건 인과율의 제한으로 힘들다.
그러니 아예 그 기억들을 게임의 설정이라는 방식으로 최대한 머릿속에 넣도록 유도했다는 말이었다.
"신격을 가진 자아는 따로 분리한 채, 나는 나를 과거로 돌려보냈다. 그렇게 정보를 주고, 즉살과 제왕의 혼 같은 능력 또한 주었다. 네가 종종 느꼈던 기시감까지 포함해서, 그 모든 것들이 미래를 바꾸게 할 변수였다."
"······근데 능력은 왜 그런 방식으로 준 거냐? 그건 그냥 평범하게 주면 안 됐던 건가?"
혼돈의 상자의 합성을 통해 즉살을 얻은 게 생각나서 물었다.
"인과율의 압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성검을 떠올려봐라. 카앤이 성검을 계승하는 데에 여러 조건들이 있지 않았냐. 그 또한 성검의 신이 인과율의 제한을 최소화할 방법으로 자신의 힘을 건네주기 위해 고안한 조건들인 거다."
"······그거랑 인과율 제약이 줄어드는 거랑 대체 뭔 상관이지?"
"그건 인식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어떤 용사의 영웅담을 쓴 동화책이 있다고 하자. 그 이야기 속의 용사가 온갖 고난과 역경을 거쳐 성검의 힘을 손에 넣게 된다면, 넌 그에 대해서 개연성에 크게 의문을 가질 것인가?"
"글쎄······ 그러진 않겠지?"
"그래. 용사가 역경을 거쳐 힘을 얻는 건 자연스러우니까. 세상의 인과율은 본래 그 세상에 속하는 구성체들의 인식과도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 네가 혼돈의 상자의 융합으로 즉살을 얻게 된 것도 그 인식을 이용한 것뿐이다."
정확히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대충 넘어갔다.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시간을 되돌렸는데 계속 실패하기만 했다는 건가? 왜?"
"사실 중요한 건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의 법칙 중에는 인과율과 더불어 '운명'이라는 게 있다."
운명?
"반드시 일어날 일이 정해져있다는 그런 거?"
"그래. 그리고 카앤의 죽음이 바로 그 운명이었다. 수십 번의 루프 끝에야 그 사실을 깨달았지."
그 말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카앤의 죽음이 운명이었다고?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시간을 되돌렸다. 카앤의 죽음이 운명이라고 해도, 그걸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그러면 어떻게······."
"내가 노렸던 건 단 한 번의 버그였다. 계속 시간을 되돌려 같은 시간대를 반복하면, 정해진 운명이라도 한 번쯤은 오류가 나서 발생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으로 말이야. 그 믿음에 근거 같은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했다."
또 다른 내가 허공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결국 이 결말에 다다랐다. 봐라."
허공에 수면처럼 물결이 치더니 어떤 광경이 비추었다.
그것이 좀 전까지 있던 현실의 풍경이라는 걸 이내 깨달았다.
성검을 쥔 채 눈을 감고 쓰러져있는 카앤과, 그 앞에 쓰러져있는 마왕과 나.
그리고 그런 카앤을 둘러싼 채 호위하고 있는 세인테아의 군사들.
"죽은 게 아니다. 의식을 잃은 것뿐이다."
"······."
"카앤의 죽음은 마왕과의 전투의 끝에서 확정된 것이었다. 그 운명을, 지금 피했다."
그런가. 카앤은 살아있는 건가.
나는 안도감을 느끼며 내 시체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그때 어디선가 나타난 아셸이 내 앞에 풀썩 주저앉는 모습이 보였다.
아셸도 무사했구나. 다행이다.
그녀는 한참을 내 얼굴만 내려다보고 있다가, 이내 오열하며 죽은 나를 품에 껴안았다.
두 명의 내가 잠자코 그 광경을 지켜봤다.
"너는 지금껏 몇 번이나 시간을 되돌린 거냐?"
"아득하군. 수만 번이 넘어간 뒤로는 세지 않았다."
"······용케도 안 미쳤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생 염원을 이룬 거 축하한다. 이제 끝내자. 더 보고 있기 힘들다."
카앤의 운명을 파괴한 지금, 마침내 도달한 종점에서 내가 시간을 다시 되돌릴 일은 없다.
모든 이야기를 듣고도 시간을 되돌려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아쉽지만 이제 나는 완전히 죽게 되는 거겠지.
"아니, 너는 죽지 않는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 신격을 너에게 줄 것이다. 부활해서 돌아가라."
"뭐? 인과율은······."
"아직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으니 그 정도 인과율은 버틸 수 있다."
나는 또 다른 나를 가만히 쳐다봤다.
"나한테 신격을 주고 내가 부활하면, 너는 어떻게 되는 건데?"
"소멸하겠지. 말했다시피 이건 육신도 뭣도 없이 신격만 품은 채 분리된 자아니까."
"······그럼 나 대신 네가 저 몸으로 부활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
또 다른 내가 고개를 저었다.
"내게는 영겁의 세월 동안 시간을 되돌리며 쌓인 기억들이 있다. 이미 내 인격은 보통 인간의 것과 아득히 동떨어져있어. 이런 상태로 부활해봤자······."
현실 세상의 카앤을 슬쩍 쳐다본 내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니 이제는 그만 쉬고 싶다. 나는 끝을 본 것으로 만족한다. 돌아가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사양은 안 한다. 고맙다. 솔직히 나도 이대로 죽기엔 많이 억울했거든."
피식, 웃음을 터뜨린 또 다른 내가 내게 손을 뻗었다.
"그런데 진짜 괜찮겠냐? 넌 카앤을 사랑한 거 아니었어? 지금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상관없다. 네 삶을 살아라. 신격으로 지구로 돌아가든, 이 세계에 남든."
슈우우.
밝은 빛과 함께 내 앞으로 현실 세계로의 문이 열렸다.
거대한 힘, 신격이 몸으로 흘러들어오는 걸 느끼며 마지막으로 또 다른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고맙다. 모든 걸 끝내줘서."
또 다른 내가 인사했다.
"이제 편히 쉬어라."
나도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서, 현실로 이어진 문을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시야가 온통 빛으로 물들며 의식이 아득해졌다.
***
눈을 뜨자 가장 먼저 아셸의 머리카락이 보였다.
나는 숨이 막혀라 날 끌어안고 있는 아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아셸."
움찔, 몸을 떤 아셸이 다급히 고개를 들었다.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숨 막혀 죽게 할 셈이냐."
"론 님······!"
눈물로 엉망인 아셸의 얼굴이 놀라움과 감격으로 물들었다.
나도 그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기분이라서,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라서, 나오는 대로 말했다.
"내 이름은······."
석 자 이름을 들은 아셸이 멍하니 날 바라보다가, 답지 않게 실없이 웃으며 말했다.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입니다."
무슨 싱거운 감상이냐.
나는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편에 카앤이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 쥐인 성검이 한 번 희미하게 반짝이는 게 보였다.
성검의 신도 또 다른 내가 만들었던 수많은 루프를 기억하겠지.
그 끝없는 반복을 기꺼이 인내해준 그에게도 감사하다면 감사해야할 것이다.
마왕의 죽음으로 마족들은 사기를 잃고, 전쟁은 끝나가고 있었다.
하늘 저편을 바라보자 신퇴나 광랑, 뇌후가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는 것도 보였다.
대군주는 어디로 사라진 건가.
마왕이 죽어서 저쪽도 어영부영 끝난 건가.
어쨌든 대신 대군주를 붙잡아줬던 군주들이 무사하니 그것도 다행이었다.
나는 다시 아셸을 쳐다봤다.
"돌아가자, 아셸."
또 다른 내가 건네준 신격으로 이제 지구로도 돌아갈 수 있다.
앞으로 뭘 할지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일단 약속했던 것부터 지켜야겠지.
"내 이야기를 들려주마. 사실 뭐 대단할 것도 없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