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즉사기 들고 게임 속으로-188화 (188/189)

마왕

어둠이 사방에서 격동한다. 

카앤은 성검을 휘둘러 끝없이 밀려드는 어둠을 벴다. 

베고, 또 베어냈다. 

흩어진 어둠이 소멸하지 않고 다시 뭉쳐지기를 반복했다. 

마치 물을 베는 듯했다. 

카앤은 검격으로 대응하는 걸 관두고, 사방으로 크게 신성력을 폭발시켜 어둠을 물리쳤다. 

그리고 마왕을 향해 도약했다. 

성검의 검끝이 정확히 마왕의 심장을 노렸으나, 닿지 않았다. 

한 뼘의 간격을 두고 마왕의 뻗은 손에 가로막혔다.

마왕이 손을 쥐었자 펴자, 공간이 일그러지며 거대한 충격파가 발생했다. 

조금 밀려나던 카앤은 허공에 몸을 고정한 채 보호막을 펼쳤다. 

충격파는 보호막에 막혀서 더 퍼져나가지 못하고 소멸했다. 

카앤은 보호막을 거두고 마왕을 바라봤다. 

싸움이 시작되기 전부터 어렴풋이 느꼈다. 

마왕의 힘은 다른 마족과 비교해서 어딘가 이질적인 구석이 있었다. 

단순히 더 강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어딘가 다르다. 

그 차이가 카앤이 어떻게 틈을 파고들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이유였다. 

방금과 같은 공격은 그저 요란할 뿐인 공격이다. 

정말로 성가신 것은, 마왕의 전신에 둘러진 저 어둠이었다. 

그 어느 마족의 권능도 가볍게 부술 수 있는 성검의 신성력조차 잘 통하지 않는다. 

저 어둠에 결코 직접 닿아선 안 된다는 걸 카앤은 직감으로 깨닫고 있었다. 

그때 마왕이 입을 열었다. 

"피하면 그만일 공격을 계속 막는구나."

마왕의 시선이 카앤의 뒤쪽으로 향했다. 

저멀리 세인테아의 군사들의 뭉쳐있는 방향이었다. 

카앤이 충격파를 막지 않았다면 그들은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모조리 쓸려나갔을 것이다. 

마왕의 묘한 어투에 카앤이 미간을 좁힌 순간이었다. 

후우웅! 

돌연 마왕이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마왕이 착지한 곳은 세인테아 진영 한가운데였다. 

수많은 인간 군사들 사이에 내려선 그는, 주위에 어둠을 쏟아내며 닥치는 대로 학살을 시작했다. 

카앤이 놀라서 다급히 마왕에게 따라붙었다. 

하지만 마왕은 거리를 벌리며 계속 인간들을 죽여나갈 뿐이었다. 

그 짧은 사이에 족히 수만이 죽어나갔다. 

"빌어먹을 새끼가······!" 

다시금 하늘로 솟아오른 마왕이 운석과 같은 거대한 어둠을 지상으로 떨어뜨렸다. 

도약해서 따라붙으려던 카앤은 그러지 못하고 다시금 보호막을 펼치는 수밖에 없었다.

쿠구구구구. 

대학살은 막았지만, 충격의 여파에 휩쓸린 인간들 수천이 또 죽었다. 

카앤은 살의가 넘실거리는 눈으로 하늘에 떠있는 마왕을 노려봤다. 

서서히 지상으로 내려온 마왕이 공격을 멈추고 말했다. 

"과거에 용사가 날 어떻게 봉인시켰는지 알고 있느냐." 

"······." 

"주위의 죽어나가는 동료들은 발에 차이는 돌멩이처럼 거들떠보지 않고, 그저 나를 죽이겠다는 일념으로 성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들의 숱한 시체를 발판 삼아 끝내 내 심장을 꿰뚫을 수 있었지." 

마왕이 손을 뻗었다. 

"알겠느냐? 새로운 용사여. 이건 전쟁이 아니더냐. 저런 하찮은 말들이나 신경 쓰다니, 그런 어중간한 이타심조차 버리지 않고 감히 어떻게 나와 맞서겠다는 것이냐?" 

콰아아아!

또다시 어둠이 군사들을 휩쓸었다. 

"널 제외한 모든 인간이 죽어나갈 때까지 술래잡기나 해야 할 것이다." 

카앤은 이를 까득 깨물고 마왕을 향해 돌진했다. 

마왕이 또다시 거리를 벌리며 주위에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카앤은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돌아보지 않고, 마왕에게 바짝 따라붙은 채 사나운 검격을 퍼부었다. 

마왕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맺혔다. 

쩌어엉! 

마왕이 어둠을 뭉친 검을 손에 쥐었다. 

두 검이 맞부딪혔다. 

여태까지 카앤의 접근을 막고 어둠만을 제어하던 마왕의 전투 방식이 바뀌었다. 

마왕의 검술은 특별한 형식도 틀도 없었다. 

에인델, 카앤과 같은 한계를 아득히 넘어선 무인의 그것과 같았다. 

허공에 무수한 잔상이 그려지며 수천 번의 공방이 이뤄졌다. 

카앤은 핏발이 선 눈으로, 전투에 완전히 몰입한 채 검을 휘둘렀다.

어느 순간 성검이 마왕의 검을 부수고, 그의 어깨를 스쳤다. 

마왕은 즉시 전신에 어둠을 두른 채 물러섰다. 

카앤이 따라붙어 신성력을 쏟아냈다. 

황금빛과 칠흑색이 뒤섞여 서로를 물들이고, 잡아먹었다. 

서서히 밀려나는 어둠을 보며 카앤이 승기를 잡았다고 확신할 때였다. 

마왕이 어둠 속에 파묻힌 채 속삭였다. 

"이게 전력이라면 나를 쓰러뜨릴 수 없다." 

그 순간, 어둠이 폭발적으로 확장하며 성검의 신성력을 모조리 소멸시켰다.

카앤은 항거할 수 없는 힘에 간신히 몸만 보호한 채 밀려나갔다. 

"부활한 나는 더욱 완전한 존재가 되었다. 에인델과 똑같은 힘, 그것으로 두 번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느냐." 

어둠이 다시금 카앤을 뒤덮었다. 

카앤은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성검을 땅에 꽂은 채, 대해와 같이 밀려드는 어둠을 향해 보호막을 펼쳤다.

쿠오오오오! 

카앤은 깨달았다. 이것이 마왕이 진정한 힘이라는 걸. 

카앤의 입가에서 핏물이 흘러내렸다. 

성검의 힘을 몸에 무리가 올 때까지 끌어올렸지만, 밀려드는 어둠을 완전히 막아내지는 못했다. 

어둠이 점점 신성력을 물들이며 보호막을 뚫고 침입하려는 순간이었다. 

"······카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카앤은 고개를 들어올렸다. 

위에서 누군가 이쪽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카앤의 심장이 쿵, 하고 뛰었다. 

그 인물이 순간 랜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보니 그는 랜이 아니라 7군주였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자신을 부른 7군주의 다급한 어조가, 순간적으로 누군가를 닮은 것처럼 느껴진 까닭은. 

주위로 내려선 7군주가 보이지 않는 방어막을 펼쳐 신성력을 뚫고 침입한 어둠을 2차적으로 막아주었다. 

7군주는 다 죽어가는 거무죽죽한 안색이었다. 

가슴팍에는 심각한 상처가 보였다. 

그 상태로 용케도 공격을 막아주고 있었다. 

카앤은 멍하니 그를 쳐다봤다. 

머릿속에 에인델이 남겼던 편지의 내용이 스쳤다. 

그녀가 끝까지 말할 수 없었다던 진실.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는, 알 수 없던 말. 

"······네가 랜이었어?" 

그 말에, 7군주의 눈빛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보였다. 

카앤은 확신했다. 분노가 머리를 순간 하얗게 물들였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신성력이 폭발하며 마왕의 기운을 단번에 몰아냈다. 

카앤이 살기를 뿜어내며 비틀거리는 7군주를 노려봤다. 

"네, 네가······! 네가!"

그리고 그 순간, 성검에서 빛이 번쩍였다. 

카앤의 머릿속에 기억이 흘러들어왔다. 그것은 에인델의 기억이었다. 

7군주와 처음 만났던 순간부터 시작해, 그녀의 최후까지 이어진. 

- 정말로 계승을 위해 이런 짓을 벌였나? 

- 카앤의 몸을 빼앗으려 한다느니, 넌 그 모든 것들을 어떻게······. 

- 미안하다, 7군주. 내 우유부단함이 그대를 그렇게 몰아붙였구나. 

아버지가 죽은 그날, 에인델과 7군주가 나눴던 대화. 

카앤은 머리를 붙잡고 신음을 흘렸다. 

7군주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봤다. 

"카앤······." 

이내, 카앤이 고개를 들고 그를 노려봤다.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눈으로. 

"네 입으로······ 직접 설명해! 여기서 살아나간 다음에!" 

성검을 바로 쥔 카앤이 마왕을 향해서 뛰어들었다.

*** 

카앤이 마왕을 향해서 돌진했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화산처럼 폭발하는 성검의 신성력이 마왕의 어둠과 얽혀 회오리쳤다. 

방금 카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모든 게 혼란스러웠지만, 나 또한 잡념들은 뒤로 미뤄두었다. 

녀석의 말대로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다. 

눈앞의 마왕을 쓰러뜨려야 한다. 

이 자리에서 둘 모두 살아나갈 수 있다면, 설명을 하든 용서를 구하든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으로 본 마왕의 모습은 극히 평범했다. 

보통의 인간 남성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그 존재감은 실로 경이로웠다.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공허하고,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어두웠다.

놈은 마치 죽음이라는 단어가 실체를 가지고 세상에 현신한 것만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정확히 뭐라 형용하기 어려운 이질감. 

뭐가 됐든 내가 할 일은 명확했다. 

마왕은 카앤과 힘을 맞부딪히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아무런 방비도 없이. 

이 틈에 놈에게 접근해서, 놈을 죽인다. 

안 그래도 좋지 않은 몸 상태에 거대한 압력이 공간을 짓눌렀지만, 버티고 접근해야 한다. 

'가자.'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정신을 집중한 채 혈술과 함께 공간 도약을 펼쳤다. 

마왕은 아주 간단히 접근을 허용했다. 

이걸로 끝내자. 

혈무에 접촉한 마왕에게, 나는 곧바로 즉살을 발동했다. 

하지만 마왕은 죽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피눈물이 흘러내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경악한 채 놈과 눈을 마주쳤다. 

놈의 입이 열렸다. 

"네가, 어째서 그 힘을 가지고 있느냐?" 

동시에 어둠이 나를 덮쳤다. 

전신에 스며드는 마왕의 힘을 느끼며, 깨달았다. 

내가 느낀 이질감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 

'이건······.' 

내가 가진 것과 같은 즉사의 힘. 

그것이 바로 마왕의 힘이었음을. 

[끝이 왔다.] 

마지막으로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리며, 내 의식은 끊어졌다.

[일어나라. 이것으로 전부 끝내라.] 

*** 

카앤은 마왕과 대치한 채, 저멀리 밀려나가 바닥에 쓰러진 7군주의 모습을 돌아봤다. 

마왕의 힘에 그대로 직격당한 그에게선 더 이상 일말의 생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7군주가 죽었다. 아니, 랜이 죽었다. 

카앤은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가슴이 터질 정도로 답답하고,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았다. 

"끄으으으······!" 

마왕을 죽이자. 

결국 남은 건 그것밖에 없었다.

마왕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리는 게 보였다. 

어째서인지 마왕의 기운이 눈에 띄게 약해져있었다. 

뭘 한 건지는 알 수 없어도, 카앤은 그게 7군주가 마지막으로 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카앤 또한 힘을 무리하게 끌어써서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으나, 이것으로 균형이 맞았다. 

'같이 죽자.' 

카앤은 마지막 남은 여력을 모조리 끌어냈다. 

성검의 힘에 묶인 마왕이 그대로 신성력에 노출되었다. 

그리고 방어를 포기하고 공격에 모든 힘을 집중한 카앤 또한, 마왕의 힘에 완전히 노출되었다. 

그 순간이었다. 

"······!" 

카앤과 마왕의 시선이 동시에 한쪽으로 돌아갔다.

죽었을 게 분명한 7군주가 우두커니 자리에 일어나있었다. 

*** 

이 세계에 떨어지고 종종 꿨던 꿈이 있다. 

사실 모든 게 꿈이었을 뿐이고, 컴퓨터 앞에서 졸던 내가 잠에서 깨어나는 꿈을. 

현실일 리가 없지 않은가? 게임 속 세계에 빙의하다니. 

"······?" 

정신을 차린 나는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눈앞에 보이는 건 라사의 게임 화면. 

뭐야, 깜빡 잠들었었나? 

뭔가 굉장히 긴 꿈을 꿨던 것 같은데,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의자에서 등을 뗐다. 

방금까지 혼돈의 상자에 아이템이고 스킬이고 죄다 때려넣고 서비스 종료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던 참이 아니었던가. 

화면 너머에 알림창이 떠있었다. 

자아, 과연 뭐가 나왔을까. 

"에라이, 씨." 

합성 결과를 확인하자마자 도로 의자에 등을 파묻어버렸다. 

나온 건 고작 그저 그런 스킬 하나였다. 

평생 키운 캐릭터를 갈았는데 뭐 최초의 10성급 스킬이라도 떠야 되는 거 아니냐고. 

이 개똥겜에 역시 괜한 기대를 했지 싶었다. 

우웅. 

책상에 올려둔 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확인하니 동생한테서 온 톡이었다.

- 출발했어? 

- 늦지 말고 6시까지 와야 돼. 

"아, 맞다." 

오랜만에 가족끼리 외식한다고 슬슬 준비하고 나가야 되는데. 

게임하다가 졸지를 않나, 정신머리가 왜 이런지 모르겠네. 

간만에 비싼 거 먹는 건 좋은데 잔소리는 싫다. 

취업 준비는 어떠냐고, 정신 좀 차리고 살라고 밥 먹는 내내 시달릴 게 뻔했다. 

나는 하품을 하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래, 이제 좀 건실하게 살아보자아······." 

라사도 서비스 종료했고, 이참에 게임 아예 접고 열심히 살아야겠다. 진짜로. 

그만 게임을 끄려고 마우스를 움직였다.

근데 갑자기 커서가 먹통이 되서 안 움직였다. 

또 뭔 랙이야, 이건. 

신경질적으로 클릭을 연타했지만 게임 화면 자체가 멈췄다. 

한숨을 내쉬고 그냥 컴퓨터 전원을 끄려던 때였다. 

"······?" 

화면에 내 캐릭터가 갑자기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검은 머리에 금안을 가진 인간 종족의 남자. 

"이게 무슨 버그야?" 

황당함도 잠시, 곧 기이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캐릭터가 이쪽을 정면으로 빤히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면 너머 현실의 내가 보이기라도 한다는 듯이. 

나는 캐릭터 머리 위의 이름을 바라봤다. 

【칼데릭의 7군주 - 론】

그걸 본 순간 한참을 굳어있다가, 탄식을 터뜨렸다. 

"······아, 맞다." 

방안의 풍경이 퍼즐 조각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조각들이 무너져내리며 어둠이 주위를 뒤덮었다. 

나는 씁쓸한 웃음을 지은 채 중얼거렸다. 

"아직 다 안 끝났었지." 

*** 

의식이 돌아오고, 시야에 보인 건 여전히 서로의 기운을 밀어내고 있는 두 초월자의 모습이었다. 

"어떻게······." 

무생물 같기만 했던 마왕의 목소리에 놀란 감정이 느껴졌다. 

카앤 또한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지금의 내 상태가 이해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본능으로 느꼈다. 확실히 죽는다는 감각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살아있는 걸까. 

아무렴 좋다. 앞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정신은 취한 듯 몽롱하고 몸은 천근처럼 무겁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지만 멈추지 않고 나아갔다. 

마왕의 강대했던 기운이 눈에 띄게 약해져있었다. 

어떻게 너와 내가 같은 힘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 상태도 정상은 아닌 거겠지. 

"랜······!" 

세상을 구한다거나 하는 거창한 신념은 어디에도 없었다. 

마족과 맞서온 건 항상 날 위해서였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까. 메인 스토리 끝에 다다르면 이 세계의 진실을 알게 될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여기서 끝내자. 

카앤이 희생할 필요는 없다. 

마왕과 죽는 건 한 사람뿐이다. 

그그그극. 

성검의 힘에 묶인 마왕이 삐걱거리며 팔을 들어올렸다. 

놈의 앞에 다다른 나도 마주 손을 뻗었다. 

손바닥이 맞닿고, 서로의 목소리가 겹쳤다. 

"죽어라." 

"죽어라." 

다시금 지독한 죽음이 온몸에 퍼져들며 의식이 날아갔다. 

깊은 어둠 아래로 가라앉는 감각을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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