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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사기 들고 게임 속으로-112화 (111/189)

조우 (11)

날이 저문 늦은 밤, 로벨지오 수도원은 완전히 소란으로 뒤집어졌다.

뒤늦게 아이들에게 사정을 설명들은 사제들이 성기사들을 동원하여 숲을 뒤졌다.

하지만 발견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돌아오지 않은 두 사람을 추적해볼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또 사람이······."

가네샤 수녀는 착잡하기 그지없는 눈으로 마당에 모여있는 성기사들을 바라봤다.

숲에서 사람이 실종됐던 건 오래 전의 일이었다.

숲에 도사리고 있는 괴물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나돌긴 했지만, 그녀는 그것을 믿지 않는 편에 속하는 사람이었다.

단지 불행이 겹쳐 발생한 우연이라고 여겼었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또다시 사람이 실종되었다. 그것도 이번엔 아이들이.

그녀는 시선을 돌려 반대편에 서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봤다. 엘리카와 헤런이었다.

그들은 하염없이 수도원 뒷편의 숲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도원의 아이들 사이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던 세 사람이었기에 특히 충격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미안해, 엘리카."

헤런이 눈물을 글썽거리며 중얼거렸다.

"내가 톰을 말렸어야 됐는데, 혼자 숲에 들어가게 두면 안 됐는데······ 별일 없을 거라 생각하고 무심코 내버려둬버렸어······."

그 죄책감 가득한 목소리에 엘리카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속으로는 괜찮다고 다독여줘야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에 그럴 여유가 없었기에 입이 열리지 않았다.

친구가, 톰이 실종되었다.

성기사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어보니 아직까지도 발견된 건 아무것도 없는 듯했다.

이전에 실종됐었다는 사람들과 똑같았다. 그들도 그렇게 자그마한 흔적 하나 발견하지 못한 채, 결국 찾아내지 못했다.

그게 이렇게 자신의 일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 없었다.

엘리카는 가슴이 부글부글 끓는 것을 느끼며 숲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성기사들은 수색을 더 이어갈 생각이 없는지 그만 해산할 분위기였다.

그녀는 다급히 걸음을 옮겨서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평소에 그나마 친분이 있던 성기사인 뮤턴에게 말을 걸었다.

"뮤턴 경, 어째서 수색을 계속 안 하시는 거예요?"

뮤턴이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해주었다.

"수도원장님께서 일단 날이 밝을 때까지 중단하라고 하셨단다. 무리하게 수색을 하다가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이전에 숲에서 실종됐던 사람들 중에는 성기사들도 있었다.

그렇기에 뛰어난 전사인 그들이라도 숲에서는 안전한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깊은 밤이라면 더더욱.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해 미안하다. 네 친구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나도 기도하마. 그러면 분명 신께서 보살펴주실 게다."

뮤턴은 그렇게 말하고 다른 성기사들을 따라서 흩어졌다.

몇몇 성기사들만이 남아서 숲의 입구를 지켰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직접 숲으로 들어가서 톰을 찾고 싶었지만, 당연히 어른들이 그것을 허락할 리 없었다.

엘리카는 그저 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뒤늦게 소란을 듣고서 나온 제르엘이었다.

제르엘은 가만히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가까이 다가온 사람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수도원장 디호드였다.

램프를 든 채 제르엘의 옆으로 다가온 그가 어두운 낯빛으로 말을 꺼냈다.

"이전에도 한 번 이렇게 숲에서 수도원의 사람들이 실종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그들은 결국 찾았습니까?"

"아니요, 흔적 하나 찾지 못했습니다. 해서 숲에 괴물이 산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었는데, 설마 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디호드가 안타깝기 그지없다는 듯 인상을 일그러트렸다.

제르엘이 빤히 그의 표정을 바라보다가 물었다.

"다른 교단에 도움을 요청한 적은 없었습니까?"

"예, 단서가 아무것도 없기도 했고, 그 뒤로 또 같은 일이 발생했던 적은 없었기에······."

제르엘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말했다.

"제가 직접 숲을 수색해보겠습니다."

"예? 하지만 경께 그런 수고를 끼칠 수는······."

"아이가 실종되지 않았습니까. 시간을 낭비할수록 더 찾기 힘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때에까지 체면을 차리실 필요는 없습니다, 원장."

뼈가 담긴 말에 원장의 눈매가 일순간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그러나 곧 감격한 듯한 얼굴이 되서는 감사를 전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경.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부디 두 아이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

사제와 수녀들은 그만 아이들을 돌려보내고 수도원 건물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

엘리카는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마당을 몰래 둘러봤다. 그녀의 한 손에는 헝겊에 싸여 불빛을 숨긴 램프가 들려있었다.

뒤쪽에 서있던 헤런이 불안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엘리카, 지금 네가 숲에 들어가봐야 위험하기만 할 뿐이야. 램프의 불빛 정도로는 앞도 제대로 안 보일 거라고."

"······."

"제르엘 경께서도 직접 수색에 나서셨다고 하잖아. 그러니까 그냥 얌전히 기다리······."

"시끄러, 헤런. 넌 됐으니까 그만 침실로 돌아가."

현재 엘리카는 직접 숲으로 들어가서 톰을 찾을 생각이었다.

성기사들은 날이 밝고서 다시 수색을 하겠다고 했지만, 밤이 지나고 나면 벌써 톰은 어떻게 됐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헤런의 말대로 제르엘이 직접 숲으로 들어갔다고는 하지만 그녀는 무엇이 됐든 무력하게 기다리고만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헤런은 답답함에 침음을 흘리며 엘리카를 바라봤다.

성기사들이 나서도 아무런 흔적을 찾지 못했다.

그녀가 혼자 몰래 숲으로 들어가서 뒤진다고 해도 당연히 무언가를 찾아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는 건 어차피 말려봐야 들을 성격이 아니라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

"······알겠어, 그럼 나도 같이 가."

그리고 톰이 자신 때문에 실종됐다는 죄책감도 있었다.

헤런 역시 지금 상황이 답답하고 당장이라도 직접 숲으로 들어가서 친구를 찾아보고 싶은 마음인 건 마찬가지였다.

"넌 됐다니까. 나 혼자 갈 거야."

"맘대로 해. 계속 그렇게 고집부리면 바로 다른 사제님들께 말하러 달려갈 거니까."

엘리카가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결국 두 사람은 함께 숲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창문을 통해 몰래 건물 바깥으로 빠져나온 둘은 건물에 몸을 숨기고서 숲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숲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성기사 몇 명이 서있었지만, 그러면 다른 방향으로 들어가면 그만이었다. 길이 나있지 않다고 숲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건 아니니.

그렇게 두 사람은 몰래 바깥쪽으로 빙 돌아서 숲 안으로 들어섰다.

숲 안으로 어느 정도 들어서고 나서 엘리카는 램프를 감싼 헝겊을 풀었다.

숲 내부는 램프가 없었다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었다.

달빛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았다. 램프가 있는 지금도 고작 몇 걸음 앞만 겨우 보는 것이 전부였다.

"생각보다 훨씬 어둡잖아······."

당연히 이렇게 캄캄하기 그지없는 밤에 숲에 들어온 적은 헤런도, 엘리카도 없었다.

마치 괴물의 입속을 거니는 기분을 느끼며, 어두컴컴한 시야에 의존해서 방향을 찾아 앞으로 나아갔다.

헤런이 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이제 뭘 어떻게 하려고?"

어디서부터 톰의 흔적을 찾아야 할지를 묻는 것이었다.

엘리카가 대답했다.

"숲에 나있는 길을 따라서 찾아야지."

달리 방법이 없었기에 그게 최선이기는 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계속해서 숲 안쪽으로 나아갔다.

헤런은 그 뒤를 따라가며 차라리 지금 숲 어딘가에 있을 제르엘과 마주치기를 바랐다.

꽤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발자국이든 무엇이든, 엘리카는 뭐라도 톰의 흔적을 찾아내기 위해 두 눈을 부릅 뜨고서 숲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찾아낸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애초에 수도원의 성기사들이 단체로 나서도 찾아내지 못한 걸 그녀가 혼자서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후우······."

결국 지친 엘리카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답답한 한숨을 쏟아냈다.

헤런도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만 돌아가자. 날이 밝을 때까지 숲을 돌아다닐 수는 없잖아. 벌써 들켜서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을지도 몰라."

"······."

엘리카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숲 저편을 바라봤다.

헤런은 그녀가 화가 났다고 생각하며 더 말을 걸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야, 헤런."

헤런은 그녀의 목소리가 떨려나오는 것을 눈치챘다.

그제야 이상함을 눈치채고, 그녀가 바라보는 곳을 돌아봤다.

그리고 어둠 너머에 희미하게 보이는 무언가를 인지할 수 있었다.

"저게 뭐야?"

그 물음에는 헤런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한순간 넋을 놓고서 멍하니 바라봤다.

인지하지도 못한 사이에 어느새인가 지척까지 다가온 그것은······ 촉수였다.

마치 뱀처럼, 끝쪽에 자그마한 아가리를 뻐끔거리는 촉수 덩어리가 꿈틀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엘리카와 헤런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두 사람은 동시에 악몽이라도 꾸고 있나 생각했다.

"어, 어······."

엘리카가 먼저 정신을 차리고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무기로 목검을 챙겨오긴 했지만 당연히 저런 괴물과 맞서싸울 생각이 들 리가 없었다.

곧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고 하는 순간, 빛살처럼 뻗어온 촉수가 헤런의 다리를 휘감았다.

"······흐아악!"

바닥에 넘어진 헤런이 비명을 내지르며 발버둥거렸다.

"헤런!"

엘리카는 다급히 목검을 휘둘러 헤런을 붙잡고 있는 촉수를 연신 내리쳤다.

그러나 마치 강철처럼 단단하기 그지없는 촉수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다른 촉수가 또다시 뻗어와 이번엔 그녀의 목검을 휘감았다. 그리고 그대로 뺏어들어서 부러뜨러버렸다.

촉수는 엘리카에게는 관심도 없다는 것처럼 오직 헤런만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나, 난 됐으니까 도망쳐! 엘리카······!"

헤런이 두려움에 가득 질린 얼굴로 그렇게 외쳤다.

엘리카는 그 말을 무시하고 부러진 목검을 다시금 집어들었다. 뾰족하게 부러진 목검으로 촉수를 미친 듯이 내리찍었다.

이번엔 조금 피해가 있었는지 단단하기 그지없는 촉수의 표면에 생채기가 나며 검은 핏물이 튀어올랐다.

끼이익!

한 차례 괴성을 내뱉은 촉수가 그런 엘리카를 밀쳐냈다.

촉수에 정통으로 후려맞은 그녀는 한순간 허공에 붕 떴다가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으으······."

더욱 사납게 날뛰기 시작한 촉수가 나머지 촉수들까지 모두 동원하여 헤런의 팔다리를 모두 휘감아버렸다.

간신히 몸을 가눈 엘리카는 그 광경을 보고서 하얗게 질렸다.

촉수는 그대로 헤런의 몸을 찢어버릴 듯 점점 거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하, 하지마······! 안돼!"

그대로 끔찍한 참상이 벌어지기 직전이었다.

번쩍!

갑작스레 번쩍인 백색의 섬광이 한순간 숲속을 환하게 밝혔다.

시야가 돌아왔을 때 촉수는 완전히 난도질이 되어 바닥에 널브러져있었다. 그리고 헤런은 무사했다.

"큰일이 날 뻔했구나. 괜찮느냐?"

엘리카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쪽을 향해 검을 든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제르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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