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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사기 들고 게임 속으로-34화 (34/189)

뱀파이어 (2)

숙소로 돌아온 후, 꼴이 말이 아니었기에 일단은 목욕부터 시키기로 했다.

씻는 걸 도와줄 사람이 아셸밖에 없었기에 그녀에게 맡겼다.

그렇게 소녀를 씻기고 난 다음 그녀와 대화를 시도해봤다.

"이름이 뭔지 알려줄 수 있겠나?"

"······."

"배가 고픈 거라면 괜찮으니 말해라. 바로 식사를 차려줄 테니."

"······."

하지만 대화는 이렇듯 일방통행이었다.

그녀는 그저 겁 먹은 초식동물처럼 내 눈치를 보며, 어딘가 안절부절못한 기색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뱀파이어라고 대륙공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그냥 날 경계하는 건가.

"뱀파이어, 계속 입을 다물고 있을 셈이냐?"

내 뒤쪽에 서있던 바로스가 언짢은 기색으로 말했다.

압력이 담긴 음성에 소녀가 몸을 움찔 떨며 더욱 움츠러들었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바로스를 돌아봤다. 그가 당황하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반대쪽의 아셸을 돌아보며 물었다.

"씻길 때도 이랬나?"

"예, 말을 걸어봤지만 아무 말도······."

참 난감하다.

나는 현실에서도 애들과 잘 어울리는 것과는 거리가 먼 성격이었기에, 이럴 때는 어째야 되나 싶었다.

일단 뭐 말이 통해야 얘를 엘로드 숲으로 데려가든가 말든가 하지.

"넌 혹시 엘로드 숲에서 살던 뱀파이어 부족인가?"

"······."

그 말에도 소녀는 별 반응이 없었다.

그냥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기색이었다.

엘로드 숲의 부족이 맞다면 뭐라도 반응이 있어야 될 텐데······ 그럼 다른 곳에서 살던 뱀파이어인가?

'······근데 생각해보니 그것도 곤란하네.'

엘로드 숲 출신이 아닌 뱀파이어를 대뜸 자기 고향도 아니고 다른 부족들의 품으로 데려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일단 엘로드 숲으로 가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팔려서 그 부분은 깜빡하고 말았다.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소녀를 보며 한숨을 쉬었다.

"나는 널 구속하고 있을 생각이 없다. 원한다면 네가 있던 고향으로 데려다주마."

"······."

"뭐라도 말 좀 해봐라. 아니면 엘로드 숲에서 살고 있는 네 동족들이 있으니 그곳으로 데려다줄 수도 있다."

"······!"

그에 여태껏 아무 말도 없던 소녀에게서 처음으로 반응이 나타났다.

그녀의 동공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드디어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엘로드 숲에······ 내 동족······ 살고 있어요?"

나는 옳거니 하며 바로 대답했다.

"그래, 아주 평화로운 뱀파이어 부족이 하나 살고 있지."

"에, 엘로드 숲이······ 어디예요?"

"이 도시에서 서쪽으로 멀리······ 아니,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곳으로 가고 싶은 거냐?"

가고 싶다고 말해라, 제발.

소녀가 눈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속으로 환희를 터뜨리며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러면 곧바로 데려다주마."

"······."

"그런데 배가 고프진 않나? 제대로 뭘 먹진 못했을 것 같은데. 천천히 식사라도 하면서 이야기를······."

······응?

나는 말을 하다 말고 미간을 좁혔다.

소녀의 호흡이 거칠어진 게 느껴졌다.

다리까지 배배 꼬면서 아까보다 더 안절부절못하는 게, 아무리 봐도 정상인 상태로 보이지가 않았다. 뭐지?

"이봐, 괜찮나?"

그녀가 정신이라도 차리려는 듯 고개를 거칠게 휘휘 털었다.

"괘, 괜찮아요······ 그런데······."

아무리 봐도 안 괜찮아 보인다.

나는 소녀의 상태를 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다.

그러자 그녀가 격한 반응을 보이며 뒤로 거리를 벌렸다. 나도 당황해서 멈칫했다.

"오, 오지 마요."

"······."

"더, 더 참기 힘들어요, 달콤한 냄새······ 가까이 오지 마······."

이제 눈물까지 줄줄 흘리며 고개를 도리질치는 그녀를 보며, 나는 무언가를 떠올렸다.

'맞다, 어린 뱀파이어는······.'

뱀파이어는 기본적으로 피를 주식으로 먹을 수 있는 종족이었다. 그리고 선천적으로 흡혈 본능을 가지고 있었다.

성체로 자라며 그 본능을 억누를 수 있게 되지만, 아직 어린 뱀파이어는 그게 힘들다는 설정이 있었던 게 기억났다. 주기적으로 본능이 폭발한다고.

그래서 성체들이 어린 뱀파이어에게 자신들의 피를 나눠주며 욕구를 해결시켜주기도 한다고 했던가.

"내 피를 먹고 싶은 거냐?"

나는 소매를 걷고 소녀를 향해 팔을 내밀었다.

"먹어라."

"······."

"괜찮으니 먹어도 된다. 이리 와라."

나는 최대한 어르는 투로 말했다.

소녀의 표정이 무언가에 홀린 듯 점점 풀리는가 싶더니, 천천히 나를 향해서 다가왔다.

콰악!

팔에 따끔하고 올라오는 고통.

소녀가 내 팔뚝을 붙잡고 송곳니를 박아넣더니 그대로 피를 쭉쭉 빨아먹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바로스와 아셸이 당혹스러운 눈으로 그 광경을 지켜봤다.

"무, 무례한······ 론 님의 피 말고 내 피를 먹어라, 뱀파이어."

"됐으니 가만히 둬라."

소매를 걷고 나서려는 바로스를 말리고 의자에 앉았다.

잠시 동안 방에 소녀가 피를 빨아먹는 소리만 울렸다.

나는 약간의 어색함과 민망함을 느끼며 팔에 매달려서 정신없이 식사를 하는 소녀의 정수리를 내려다봤다.

'······근데 괜찮나?'

생각보다 좀 오래 먹는데?

초재생이 있으니 괜찮기야 하겠지만.

"······프하."

곧 포만감 가득한 숨을 내뱉으며 소녀가 입을 뗐다.

그리고는 뒤늦게야 민망한 기색으로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죄송해요······."

"괜찮다."

나는 팔에 묻은 피를 닦고서 문 자리를 확인했다. 상처는 금세 재생되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뒤로는 나에 대한 경계가 풀렸는지 소녀와 정상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소녀의 이름은 루디카.

그녀는 엘로드 숲이 아닌 칼데릭에서 북쪽으로 한참 떨어진 곳 출신의 뱀파이어였다.

여기까지 노예로 잡혀서 오게 된 이유를 들어보면 이러했다.

"부족들끼리 싸움이 났어요. 나쁜 부족이 우리 부족을 다 죽여버리고 집들도 다 차지했어요."

어려서 그런지 어휘력이 빈약한 설명이었지만 충분히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그러니까 산맥에서 사는 뱀파이어 부족들끼리 전쟁이 났고, 그녀가 속한 부족은 패배해서 밀려난 모양이었다.

그리고 겨우 살아남은 이들은 흩어져서 산맥을 떠났고, 그중에 루디카가 속한 무리는 다른 보금자리를 찾아 떠돌다가 노예상들을 마주쳤다고 한다.

"인간들이 어른은 성가시다고 하면서 다 죽였어요. 우리 엄마하고 아빠도. 그리고 나하고 언니는 붙잡혔어요."

"······."

그 마주쳤다는 인간들이 발킬로프의 노예 사냥꾼들이겠지.

다 자란 성체는 혈술을 사용하니 제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전부 죽인 거겠고.

야만인, 엘프, 수인 등등, 종족을 가리지 않고 세간에서 떨어져 자연에 숨어 사는 소수 부족들을 찾아서 붙잡는 것 역시 놈들이 노예를 수급하는 방식이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듣고만 있어도 짜증이 치솟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언니라고?'

혼자가 아니라 언니가 있었다는 건가?

루디카의 말이 이어졌다.

"언니는 날 지키려다가 먼저 잡히고, 나는 숨어있다가 나중에 잡혔어요."

"그렇군."

"이, 인간들이 경매라는 말을 계속 하면서 언니가 거기로 먼저 이동했다고 했어요. 언니는 아마 경매라는 곳에 있는 거예요."

루디카가 다급해진 투로 말했다.

말하는 걸 보니 경매라는 게 뭔지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나는 그녀의 간절한 눈빛을 보며 속으로 침음을 흘렸다.

'구해달라는 건가······.'

루디카가 울먹이며 계속 말했다.

"에, 엘로드 숲이라는 곳에 있는 동족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는 없을까요? 언니를 구해야 돼요. 언니는 절 구하려다가······."

이제 보니 엘로드 숲에 동족이 있다는 말을 듣고 반응했던 건 이런 이유에서였던 모양이다. 물론 터무니없는 생각이었지만.

나는 잠시 침묵하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라, 네 언니도 구해줄 테니."

그에 루디카의 얼굴이 밝아졌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말은 했지만 상황이 좀 귀찮아진 듯했다.

그렇다고 제 언니는 아직 붙잡혀있다는데 얘만 달랑 데리고 갈 수도 없는 거고.

'일단은 도미호크 시로 가봐야 되나.'

마침 또 경매에 대해 초대장을 받은 게 있기는 했다.

우선 도미호크 시로 이동해서 경매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다음 일은 그때 가서 어떻게 할지 정하기로 했다.

***

하루 도시에서 묵은 뒤, 우리는 곧바로 도미호크 시를 향해서 출발했다.

큐백스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었기에 마차를 타고 얼마 걸리진 않았다.

쮸우웁.

이동하는 동안 루디카는 계속해서 내 피로 식사를 했다.

뱀파이어라고 평범한 음식을 못 먹는 것도 아닌데 맛이라도 들렸는지 내 피만 고집했다.

나는 한쪽 팔에 매달려있는 루디카를 두고 한 손으로 내 식사를 했다.

그런 그녀를 못마땅한 눈으로 지켜보던 바로스가 말했다.

"뱀파이어, 론 님께 그만 무례를 범하고 내 피를 먹어라. 네게 피를 베풀어주시는 그분이 어떤 분이신지나 아느냐?"

괜찮다니까 쟤도 참 끈질기게 저러고 있었다.

팔에서 입을 뗀 루디카가 바로스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싫어요······ 맛없는 냄새 나요."

"······뭣?"

그 말에 바로스는 조금 충격받은 표정을 지었다.

뱀파이어에게도 입맛에 맞는 피가 있고 아닌 피가 있는 건가.

아무래도 그녀에게 엘프의 피는 입맛에 맞지 않는 모양이었다. 인간의 피를 좋아하나.

'······인간.'

문득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이 몸의 종족이 인간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확실한 건가?

아셸도 겉으로는 인간과 다를 게 없지만 그녀의 종족은 인간이 아닌 백월족이다.

이 세계에는 인간과 유사한 다른 종족들이 얼마든지 존재했다. 나도 그런 종족 중 하나일 수도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기엔 이 몸에 뭐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뭐, 역시 그냥 인간인 게 맞겠지.

별 싱거운 생각을 털어버리고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식사를 마친 다음 다시 마차에 올라서 출발했다.

앞으로 이틀 정도만 더 이동하면 도미호크 시에 도착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루디카는 졸린지 꾸벅꾸벅 졸다가 곧 고개를 떨궜고, 나는 언제나처럼 창밖의 풍경을 구경했다.

그렇게 몇 시간쯤 이동했을까.

"······?"

초감각에 미약한 기척이 걸렸다. 꽤 떨어진 앞쪽이었다.

뭔가 싶어 감각을 더 강화한 나는 이내 미간을 좁혔다.

'전투?'

쇳소리, 살이 찢기는 소리, 그리고 비명.

명백히 단체로 싸움이 벌어진 듯한 소리들이었다.

'여긴 가도인데.'

혹시나 다른 행인이 도적들에게 습격이라도 당한 건가 싶었다.

점점 거리가 가까워지며 소란도 가까워졌다.

이내 상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을 즈음에는 전투가 끝났는지, 더 이상의 소음은 없었다.

"······."

나는 마차 앞쪽에 펼쳐진 광경을 보며 표정을 굳혔다.

일단 익숙한 놈들이 있었다.

노예를 싣고 있는 마차, 그를 둘러싼 발킬로프의 조직원들과 간부라는 장발 놈.

순간 놈들이 이곳에 왜 있는 건가 싶었지만 이내 이해했다.

도미호크로 경매에 나설 노예들을 싣고 가던 놈들과 우연히 경로와 타이밍이 겹친 모양.

그리고 어째서인지, 그런 놈들의 주변에 피를 흩뿌리며 널브러져 있는 수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발킬로프의 놈들은 아직 검을 거두지 않은 채 이쪽의 마차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아셸과 함께 멈춰선 마차에서 내려서 그들에게 모습을 비추었다.

"······음?"

장발 놈이 내 얼굴을 보고서 활짝 웃으며 말을 걸었다.

"아, 공자님. 어쩌다 이런 곳에서 또 뵙게 되었군요. 도미호크로 가시는 길이셨습니까?"

나는 놈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주위에 널브러진 수인들을 슥 훑어봤다.

이미 죽은 이들이 절반이었고, 나머지는 상처를 입은 채 헐떡이며 발킬로프의 조직원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다시 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놈이 대수롭지 않은 투로 대답했다.

"아, 다름이 아니라 습격을 좀 당해서 말입니다."

"습격?"

"이 짐승 새끼들이 저기 갇힌 동족을 구하겠다고 저희를 습격할 계획이라도 짰던 모양입니다. 별 일은 아닙니다. 종종 있는 일이죠."

그렇게 말하며 놈이 턱짓을 한 곳에는 철창 안에 갇힌 어린 수인들이 있었다.

전에 루디카와 함께 노예 거래점의 지하에 갇혀있던 그들이었다.

사내들이 킥킥 웃으며 쓰러진 수인들을 하나씩 붙잡고 끌기 시작했다.

"주제도 모르고 우릴 습격했으니 그 대가를 치뤄야지? 죽은 놈들이야 죽은 거고, 산 놈들은 함께 노예로 팔려갈 줄 알거라."

장발의 비웃음 섞인 말에 한 수인족 여인이 이를 빠드득 갈며 소리쳤다.

"이 잔악한 인간 놈들아! 우리의 터전에 먼저 침범한 건, 숲 외곽으로 나갔던 부족원들을 죽이고 어린아이들을 납치한 건 너희들이 아니냐!"

목에서 피가 들끓는 듯한 처절한 외침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다시 장발을 돌아봤다.

놈이 싱긋 웃으며 그녀를 향해 다가가더니 머리를 발로 짓밟고 바닥에 처박았다.

"웃기는 소리를 하고 있네. 자연의 순리라는 게 원래 그런 게 아니더냐? 강하면 짓밟고, 약하면 이렇게 짓밟히는."

"끅······!"

"아, 공자님께는 이런 더러운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개의치 마시고 가던 길 마저 가시지요. 저희는 뒷정리가 좀 오래 걸릴 듯합니다."

놈이 그렇게 말하고는 낄낄 웃으며 짓밟은 머리를 잘근잘근 비볐다.

철창에 갇혀있던 어린 수인 하나가 울먹이면서 소리쳤다.

"어, 언니! 언니이······!"

"오, 이게 혹시 네 언니였냐? 자매가 쌍으로 사이좋게 팔려갈 테니 잘 됐구나. 다양한 취향을 가진 나으리들께서 너희를 골고루 이뻐해주실 거다."

악마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나는 그 광경들을 바라보고 있다가 하늘을 한 번 쳐다봤다.

검문소에서 노예들을 발견했을 때 들었던 생각을 다시 한 번 상기했다.

'순간의 자기만족일 뿐이라고······.'

그러면 뭐 어떤가 싶었다.

사람이 일관성 있게만 살 수 있다면 그게 사람인가?

가끔은 감정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지 않으면 그게 과연 사람인가.

이건 내 인내심의 선을 넘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내리고 장발에게 말했다.

"그들을 놓아주는 게 어떤가."

장발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놓아주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 혹시 나으리께서 이들을 이 자리에서 구매해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니."

나는 다시 말했다.

"네게 줄 금화는 한 푼도 없다. 그들을 그냥 두고 꺼지라는 소리다."

내 말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수인들을 끌고 가던 발킬로프의 조직원들도 전부 동작을 멈추고, 날 쳐다봤다.

장발이 눈썹을 꿈틀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 그게 무슨······."

"못하겠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다."

그리고 아셸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셸."

"······예."

고요한 가도에 내 목소리가 차갑게 울려퍼졌다.

"전부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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