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즉사기 들고 게임 속으로-12화 (12/189)

초재생 (2)

대자연의 산맥은 거대하고 광활했다.

산자락을 가로질러 본격적으로 수풀이 무성한 지대에 들어서자, 역시 길잡이를 데려온 게 최고의 선택이었음을 깨달았다.

이런 복잡한 장소에서 길찾기라니.

만약 기억에만 의존해서 나섰으면 신비가 숨겨진 곳을 찾긴 커녕 돌아갈 길조차 금세 잃어버렸을 것이다.

'히든 피스들 찾는 게 생각보다 더 어려워지겠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 없다.

짧은 잡념을 마친 나는 흐르고 있는 계곡물에서 시선을 떼고 몸을 일으켰다.

"계속 가지."

"예, 군주님."

주변 땅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던 칸이 다시 앞장서서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와 아셸이 그 뒤를 따랐다.

아셸은 말할 것도 없고 칸도 낮은 레벨은 아니기에 이 정도 산행으로는 지칠 리 없었지만, 나는 아니었다.

그래서 체력이 달릴 때마다 여유로이 주변 풍경을 감상하는 척하며 이렇게 쉬어갈 수밖에 없었다.

꼴사납게 헥헥거리는 모습이라도 보였다간 군주의 권위가 바닥으로 떨어질 테니까. 참으로 짠한 발버둥이 아닐 수 없었다.

'이 망할 몸뚱이는 평균이 좀 넘는 정도만 되도 참 좋았을 텐데······.'

그래도 나만 고생 중인 건 아니었기에 불평은 적당히 그치기로 했다.

열심히 길잡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칸은 아까부터 한눈에 봐도 경직된 기색이었다.

내 존재가 어지간히도 부담스러운 모양이었는데, 저것도 출발할 때에 비하면 훨씬 나아진 상태였다.

이해는 됐다. 자신의 모험가 인생에 난데없이 군주의 길 안내를 하게 될 일이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산맥의 얼마나 깊은 곳까지 들어가봤나?"

나는 문득 궁금해져서 칸에게 물었다.

루터스 산맥 깊은 곳에는 제법 강력한 몬스터들도 서식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주 깊은 곳까지 들어가본 적은 몇 번 없습니다. 생각보다 흉포한 몬스터들이 많아서 제게는 위험한 곳입니다."

"어떤 몬스터를 마주쳐봤지?"

"가장 기억에 남는 놈이라고 하면 거대한 곰이었습니다. 한데 보통 곰이 아니라 전신에 뾰족하게 가시 같은 게 솟아있어서······."

스파이크 베어를 말하는 거군.

이것저것 묻자 좀 긴장이 풀렸는지 칸은 술술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원래는 말이 많은 성격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또 최근에는 황당한 소문이 하나 나돌고 있습니다. 한 모험가가 북쪽 산맥에서 터무니없을 정도로 거대한 뱀을 봤다고 하더군요."

거대한 뱀?

그보다 북쪽 산맥이면 여기잖아.

"그런 괴물이 도시까지 내려오면 아무도 못 막는다느니, 순식간에 쑥대밭이 될 거라느니, 완전히 하얗게 질려서는 대군주성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며 난리를 피운 적이 있었답니다."

"그래서?"

"일단 시장님이 귀를 기울이셔서 모험가 길드 측과 연계해 조사단이 구성될 예정이라곤 합니다만, 당연히 대부분이 믿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도시 성벽보다도 훨씬 큰 뱀이라는데, 루터스 산맥이 마경도 아니고 그런 괴물이 있는 게 말이 되겠습니까."

요새 같던 제닉스 시의 성벽보다도 큰 뱀이라.

머릿속에 뱀 형태의 몬스터들에 대한 목록이 휙휙 지나갔다.

그중에 칸의 말만큼 거대한 놈은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벨르바고라?'

그놈은 이런 푸르른 산맥이 아니라 진짜로 마경에 서식하는 네임드 보스인데.

과장해서 말한 거겠거니 싶어 다른 놈을 떠올려봤다. 그럼 그냥 평범한 자이언트 스네이크 종인가?

'자이언트 스네이크가 루터스 산맥에서도 출몰했었나.'

뭐, 현실은 정해진 지역에 정해진 몬스터만 출몰하진 않을 것이다.

자이언트 스네이크는 숲 지대에서 서식하니 어디서 흘러들어왔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완전한 성체면 기본이 50레벨은 넘는 놈이기에 일반적인 기준에선 충분히 재앙적인 몬스터다.

하지만 실제로 맞닥뜨린다고 해도 별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 쪽에는 그보다 훨씬 더한 괴물인 아셸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 넓은 산맥에서 설마 마주칠 리도 없······.

부스럭.

그때 근처의 수풀이 흔들리더니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Lv.22】

늑대.

보통보다 배는 더 거대하고, 길쭉한 꼬리 끝에는 마치 철퇴처럼 두껍고 뾰족한 무언가가 달려있었다. 플레일 울프다.

칸이 긴장한 얼굴로 검자루에 손을 올렸다.

이쪽에 시선을 고정한 채 꼬리를 붕붕 돌리며 낮은 울음소리를 흘리던 놈이 기습적으로 몸을 날려 돌진해왔다.

서걱!

동시에 번쩍인 푸른 빛이 놈을 반으로 쪼개버렸다.

흩뿌리는 선혈. 깔끔하게 두 동강이 난 고깃덩이가 바닥을 구르며 요란스레 널부러진다.

나는 눈을 깜박이며 시체를 바라보다가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무표정한 얼굴로 어느새 뽑아든 검을 도로 집어넣고 있는 아셸의 모습이 보였다.

칸도 반쯤 넋을 놓고서 반토막이 난 시체와 아셸을 번갈아봤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가지."

"아, 예······."

역시 몬스터를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좀 살벌하지만 든든한 호위가 함께하고 있었다.

***

산맥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몬스터를 마주치는 일이 꽤 잦아졌다.

칸이 이야기했던 스파이크 베어를 포함해서 여러 맹수형 몬스터들에, 상당히 강력한 몬스터인 트롤도 만났다.

밤중의 습격은 없었지만, 날이 밝고 아침 식사를 하던 와중에는 어디서 갑자기 사람만 한 괴조들이 날아들기도 했다.

크르륵.

다시 이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지금은 멧돼지 떼에게 둘러싸였다.

이놈들도 보통 짐승이 아니라, 전신이 갑옷처럼 단단한 아머 보어라는 몬스터였지만······.

촤아악!

아셸이 검을 휘두르자 횡으로 퍼져나간 거대한 검기가 놈들을 일격에 모조리 토막내버렸다. 숲이 피로 물들었다.

그녀는 정말 완벽하게 호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며 마주한 몬스터들 중 내 5미터 반경 내로 들어온 놈이 한 놈도 없었을 정도로.

나는 칸에게 물었다.

"산맥에 오를 때마다 이렇게 빈번히 몬스터를 마주치나?"

"이 정도로 자주 맞닥뜨리진 않습니다. 보통은 마주칠 일 자체가 없도록 경계를 철저히 하고 다니는지라······."

조금이라도 불길한 흔적을 발견하면 그대로 후퇴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돌아가는 식이라고 칸은 설명했다.

바꿔 말해서 지금은 흔적을 발견하든 말든 직진만 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조심할 이유가 없는데 시간 낭비일 뿐이니까.

계속해서 나아가며 해가 중천에 떠올랐을 즈음 우리는 한 절벽 아래에 다다르게 됐다.

족히 수십 미터는 될 법한 까마득한 높의 절벽이었는데, 칸이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었다.

"이 위로 올라가서 조금만 더 이동하면 도착입니다."

뭐?

이게 뭔 개소리인가 싶어 쳐다보니 칸이 어색하게 웃었다.

"아, 저는 괜찮습니다. 디딜 곳도 많은 지형이고, 이 정도 높이는 한두 번 올라본 것도 아니라 익숙합니다."

"······."

아니, 너 말고 내가 안 괜찮다고.

나는 아득한 위쪽을 올려다봤다.

너무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말하길래 잠시 깜빡했다.

이 세계의 초인들에게 맨몸으로 절벽을 등반하는 것쯤이야 별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절벽을 막힌 길이 아니라 그냥 올라가면 될 뿐인 길목으로 여기는 것이었다.

"······길은 이것뿐인가?"

"예? 찾아보면 다른 길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다 한참 돌아가는 길일 겁니다. 그럼 먼저 올라가겠습니다."

칸은 그렇게 말하고는 먼저 움직였다.

설마 내가 이 정도도 오르지 못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듯했다.

'마법사도 한 명 데려왔어야 됐나······.'

칸이 벽면에 도마뱀처럼 붙어 절벽을 빠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 모습을 황망히 바라보다 아셸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렇게 된 이상 별 수 없지.

"아셸."

"예."

"나를 업고 올라가라."

"······예?"

아셸이 방금 제대로 들은 게 맞나 귀를 의심하는 표정으로 돌아봤다.

나는 최대한 뻔뻔하게 말했다.

"나를 업고 올라가라고 했다."

"······."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대체 무슨 의도의 명령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복잡한 얼굴이었으나, 이내 순순히 등을 내주었다.

쿠웅!

그리고 올라가는 건 한순간이었다.

단 한 번의 발 구름에 몸이 폭발하듯 솟아오르더니, 벽면은 딛지도 않고 바로 절벽 위까지 다다랐기 때문이다.

웬만한 놀이기구는 비교도 안될 아찔한 속도와 체공감이었으나 어떻게든 비명은 참을 수 있었다.

'······어우.'

두 번 하기는 싫네.

찌릿거리는 여운을 진정시키며 아셸의 등에서 내렸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칸은 3분의 1쯤 올라와서 금세 올라올 듯 싶었다.

아셸이 다시 나서면 칸도 편하게 올라올 수 있겠지만, 잘 올라오고 있는데 굳이 도와주라고 시키는 것도 그랬기에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

그때 아셸이 어딘가를 빤히 응시했다.

반사적으로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을 쳐다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순간 비릿한 향이 코를 찔러왔다.

'피비린내······?'

나도 어렵지 않게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진한 혈향이었다.

이내 위로 올라온 칸도 냄새를 맡았는지 옷의 흙먼지를 털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곤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근처에 몬스터의 사체라도 있는 모양입니다."

이동은 계속되었다.

숲 안쪽으로 나아갈수록 혈향은 점점 진해졌다. 근원지와 가까워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어느 지점에 다다랐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모두가 순간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

사체의 정체는 거대한 뱀이었다.

회색 외피의, 머리 크기만 족히 사람의 몸길이만큼 거대한 뱀. 의심의 여지없이 자이언트 스네이크였다.

눈에 띄는 건 놈이 죽어있는 상태였다.

놈은 몸통의 중간이 끊어져······ 아니, 끊어진 게 아니라 몸통의 중간부가 아예 사라진 채 죽어있었다.

그건 마치 자신보다도 훨씬 더 거대한 무언가에게 한입에 뜯어먹힌 듯한 그런 흔적이었다.

"이, 이놈이 설마 소문의······?"

칸이 입을 열고 중얼거렸다.

북쪽 산맥에서 목격됐다는 거대한 뱀.

하지만 이놈이 그 소문의 주인공인지 아닌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죽었으니까.

'······대체 뭐한테?'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근처 바닥이 황량하게 쓸린 흔적을 따라 나무들이 죄다 쓰러진 요상한 풍경이 비쳤다.

이내 칸도 상황을 깨달았는지 안색이 점점 창백해졌다. 아셸은 이미 경계를 하고 있었다.

취릭.

순간 귓가에 울려온 희미한 소리.

생명의 본능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듯한 그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땅에 진동이 일었다.

한쪽에 무성했던 수풀이 우수수 무너지며 거대한 무언가가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그럼에도 누구도 움직일 수 없었다.

쿠구구구.

이윽고 압도적인 거체가 몸을 일으키며 대지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아셸도 칸도 넋을 잃은 얼굴로 '그것'을 바라봤다.

【Lv.90】

······거대하고 시커먼 뱀이었다.

뱀이 아니라 용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눈앞에 죽어있는 놈이 갓 태어난 새끼뱀처럼 보일 정도로 한없이 거대한 뱀.

나는 놈의 정체를 잘 알고 있었다.

'벨르바고라······.'

마경의 네임드 보스 중 하나.

거대한 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렸던, 하지만 이런 곳에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놈.

'도대체 왜 여기에?'

의문에 대한 답은 바로 나왔다.

지금이 과거의 시점.

놈이 이 시기에는 아직 마경에 자리를 틀지 않은 상태라면 다른 어디에 있더라도 말이 안 될 건 없는 것이다.

그래······ 말이 안 될 건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거대한 뱀이라는 게 정말로 이놈이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취릭.

쭉 찢어진 거대한 동공이 나와 다른 두 사람을 훑는다.

마치 어떤 먹이를 먼저 맛봐야 할지 고민이라도 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칸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한 얼굴이었고, 아셸도 크게 다를 건 없었다.

전투를 준비하긴 커녕 하얗게 질려서 검자루를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뱀 앞의 개구리와 다름없이.

'이건······ 피어인가?'

이전에 느껴본 살기와는 묘하게 다른 이 불쾌한 감각.

일부 몬스터 중에는 자신보다 약한 대상에 대한 공포와 패닉을 극도로 유발시키는, 일종의 피어 능력을 지닌 놈들이 있다. 벨르바고라도 그에 속했다.

아무리 아셸이라도 훨씬 레벨의 높은 상대의 피어에는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만전 상태로 전투를 해도 승산이 전혀 없는 상황에 도주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제왕의 혼이 있기에 피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그래도 상황이 최악이라는 건 변함이 없었다.

어떻게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는 거지?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하겠다고 다짐은 했지만, 그렇다고 벌써부터 이런 위기라니.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나올 것 같다.

'······어떻게든 닿기만 하면.'

이 상황에 살아남으려면 내가 어떻게든 하는 수밖에 없다는 건 알고 있다.

단 한 번의 접촉이면 됐다.

스킬을 발동할 새도 없이 저 거대한 몸에 깔려 죽기라도 하면 끝이지만, 여기서는 목숨을 걸 수밖에 없었다.

나는 놈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떼었다.

***

할 말을 잃을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

바로 가까운 곳에 있었음에도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는 게 황당할 정도였다.

아셸은 세상에 이렇게나 거대한 생물도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이 순간 처음으로 알았다.

또한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전력을 다해 싸워도 이 괴물에게는 결코 대적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아니, 지금으로서는 싸우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몸을······ 움직일 수가······.'

그저 마주한 것만으로 숨이 턱 막혀오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다.

그녀는 부서져라 이를 갈며 피어에 저항했다. 꺾이려는 투지를 바로세우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하지만 여전히 검조차 뽑을 수가 없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스물스물 온몸을 잠식하는 공포는 어떻게 해도 떨쳐지지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절망과 무력감을 느끼며,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리는 것뿐.

그때였다.

저벅.

정적을 깨고 울린 발걸음 소리.

그녀의 눈이 크게 뜨였다.

7군주가 괴물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이 지독한 압력이 그에게는 조금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듯, 산보라도 하는 것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괴물이 고개를 갸웃거리듯 뒤틀며 천천히 머리를 아래로 내렸다.

그 자그마한 움직임에 풍압이 일고 땅이 울렸다.

마치, 어째서 아무렇지 않게 움직일 수 있는 먹이가 있는 건지 궁금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괴물의 바로 앞에 선 7군주는 놈이 아가리를 벌려 숨을 들이키기만 해도 빨려들어갈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7군주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아셸이 보기엔 어떤 살의도 기운도 담기지 않은 평온한 손짓이었다. 그리고 손끝이 괴물에게 닿은 순간.

그가 하찮기 그지없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네 먹이로 보였더냐?"

······쿠우우웅!!

거대한 진동과 함께 괴물의 거체가 무너져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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