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전력공사-250화 (250/275)

250. 호랑이 없는 곳에 나타난 용(2)

인류 최초로 사람을 태우고 달 궤도까지 왕복하는 우주 로켓 발사 실험이 성공했다.

이번에도 모든 과정을 실시간으로 영상 중계하고 있었다.

-아, 모선의 문이 열리고 있습니다.

삼각형 원뿔 모양으로 된 우주선엔 2명의 우주인이 타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문을 열고 우주로 나가는 모습이 생중계되자.

-드디어 인류는 우주로 진출했습니다.

-보십시오.

-이 멋진 광경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합니다.

모선에서 송출한 화면은 상상을 초월했다.

밤이 되어 어두운 지구를 향해 우주복을 입고 유영해 나가는 우주인의 모습은 경이(驚異)로웠다.

"""우아아···!"""

방송을 듣거나 보고 있던 사람들은 기다리는 동안 쌓인 흥분을 함성으로 날려버렸다.

나라와 민족, 신념, 종교 따위는 상관없었다.

지구에 사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하나가 되어 크게 외쳤다.

"""조전공! 조전공!"""

모선에 쓰여있는 조선전력공사의 약어(略語, Abbreviation)인 '조전공'을 외치며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었다.

-근처에 천문대가 있거나 고배율 망원경이 있다면 이 광경을 직접 목격할 수 있습니다.

-안우진 기자, 그런데 이 모습을 신역에서도 볼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아쉽게도 신역과 서역에서는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사는 지구가 둥글기 때문이죠?

-네, 그렇습니다. 현재 동역과 중역은 밤이라 둥근 달 앞에 떠 있는 우리의 홍익 18호 우주선과 그곳에서 나온 우주인을 뚜렷하게 볼 수 있지만, 서역과 신역은 낮이라 아쉽습니다.

-아, 그러겠네요. 그렇다고 실망하진 마십시오. 12시간 후에는 신역과 서역에서도 불 수 있다고 하니 절대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두 기자의 안내 말에 사람들은 가지고 있던 망원경을 찾아 달을 바라보았다.

망원경이 없는 이는 돋보기라도 찾아 들고 달을 관찰했다.

만물상자에 보이는 중계 화면보다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기에 그런 거였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달이 지구보다 1/4이나 작다고 하지만, 우주선이나 사람은 그보다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훨씬 작았기에 고배율 천체망원경이 아니면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말한 이유가 있었다.

혹시라도 모를 음모이론에 빠져 인생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실체가 없어도 믿는 것이 사람이지만, 실체가 있어도 믿지 않는 것 또한 사람이다.

따라서 이렇게 해도 믿지 않은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그래도 그 수를 줄이려 했기에 이번 실험에서 또 하나의 이벤트를 준비했다.

-방금 대만 우주기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무슨 내용입니까?

-지금 모선에서 우주 밖으로 나온 우주인과 직접 통화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정말입니까?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바로 연결해 준다고 합니다.

연은 나서지 않았다.

굳이 나서지 않아도 조선을 아는 사람이라면 연을 모를 수 없기 그럴 필요도 없었다.

대신 백성들과 가장 친숙하다고 볼 수 있는 조선방송국의 기자와 직접 통화를 할 수 있게 중계하라고 했다.

-안녕하십니까? 안우진 기자님.

-아, 누구십니까?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린데···.

-저는 창공이입니다.

-아, 인류 최초의 비행사 창공이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그럼 지금 우주에 떠 있는?

-그건 아닙니다. 저는 지금 모선 안에 있습니다.

-그럼 지금 밖에 있는 분은 누구입니까?

-제 동료이자 후배인 조진봉 대원입니다.

우연에 우연이 겹쳐 제1회 평양 박람회에서 곡예비행을 선보였던 창공이는 속도가 주는 매력에 푹 빠졌다.

그래서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되었지만, 지금도 시험 비행사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경쟁자만 천 명이 넘는 이번 임무에 지원했다.

속도도 속도지만, 곡예비행 시 느꼈던 무중력 상태를 확실히 느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금 모선 밖에 있는 분은 조진봉 대원이란 말씀이죠?

-네, 그렇습니다.

-잠시 조진봉 대원과 통화를 할 수 있을까요?

-바로 연결하겠습니다. 참고로 지구와 달까지 거리는 약 40만km입니다. 따라서 1.3초 정도 통신 지연이 있다는 걸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제는 창공이도 여유롭게 말을 주고받았다.

수많은 강연 요청에 응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말이 는 거였다.

-치지직!

-조진봉 대원?

-치지직!

-조진봉 대원? 들리시면 한마디 해주십시오.

-치지직!

-잘 안 들리십니까?

-저의 작은 날갯짓이 보이십니까?

-아, 보입니다. 잘 보입니다.

-나비처럼 작은 저의 날갯짓이 저 멀리 우주로 날아가고 싶은 인류의 첫 도약이라고 기억해 주십시오.

-꼭 기억하겠습니다. 조진봉 대원의 힘찬 날갯짓이야말로 우리 인류가 우주로 진출할 첫걸음이라고 꼭 기억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공기가 하나도 없는 진공상태의 우주에서 어떻게 이동할 수 있는지 보여 드리겠습니다.

-기대합니다.

진봉이는 가슴에 달린 플라스틱 물통을 꺼내 흔들었다.

그리고 입구를 열고 지구를 향해 꽉 눌렀다.

그러자 우주복 차림인 진봉이의 몸이 서서히 모선의 입구 쪽으로 이동하는 게 아닌가.

-우주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초미세 입자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진공상태라 이처럼 뭔가를 방출해야 이동할 수 있습니다.

-오, 대단하군요. 그런 현상을 직접 볼 수 있다니 참말로 놀랍습니다.

-우주의 온도는 영하 270도라고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진공상태라 열전달이 아주 느립니다. 보시는 것처럼 방출된 물은 경강에서 떠 온 순수한 물이지만, 바로 얼지 않습니다.

-그럼 저 물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보시는 것처럼 끓어오르다가 얼음 알갱이로 흩어져 사라질 겁니다.

-그러는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습니까?

-네, 물 같은 액체는 압력이 낮아지면 기체로 변합니다. 이때 열을 흡수하면서 주변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고 기화된 물은 얼음으로 변화됩니다. 냉장고와 냉풍기도 이 원리를 이용한 거죠. 하지만 이곳 우주 공간은 절대 온도지만, 열을 전달할 매개 물질이 없어 빼앗길 열이 없습니다. 따라서 어찌 될지는 관찰해봐야 합니다.

-아, 그렇군요.

연은 이처럼 간단한 실험으로 사람들이 우주에 관해 관심을 두길 바랐다.

어차피 우주 개발은 조선전력공사 연구원들과 공돌이들이 알아서 진행할 거지만, 백성들의 과학 지식을 올리기 위해 이런 이벤트를 추가했다.

이틀 동안 달 궤도를 돌면서 우주선 밖으로 나와 유영하는 임무는 아무런 문제 없이 완료됐다.

그와 함께 조진봉 대원의 인기는 폭발했다.

독도 북쪽 동해에 떨어진 홍익 18호 모선에서 두 우주인이 무사히 나오자 다시 함성이 울려 퍼졌다.

진봉이는 수많은 방문 요청으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창공이라는 호랑이 대신 진봉이라는 말 잘하는 용이 지구에서 가장 인기 많은 사람이 되었다.

* * *

연은 5년 안에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비록 달 궤도에서 유영하는 것이지만, 이걸 따지는 사람은 없었다.

되려 우주로 진출한 인류를 찬양하며 조선전력공사에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는 광신도가 늘어났다.

대만 우주기지에 있는 각국 정상들도 마찬가지였다.

"폐하, 정말 대조선의 기술은 위대합니다. 어찌 사람을 저 멀리 우주로 보낼 수 있단 말입니까?"

"맞습니다. 대조선이야말로 우리 인류의 희망입니다."

실험이 성공으로 끝나자 연회장에 있던 정상들.

너도나도 연에게 다가와 찬사를 늘여놓기 시작했다.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폐하. 폐하의 넓은 아량이 있었기에 우리 베네치아 왕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습니다."

"저희 신양 왕국도 폐하의 은총에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백여 명이 넘는 정상들의 축하 말을 일일이 듣다 보니 연은 피곤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정상들을 두고 자리를 벗어날 순 없었다.

축하 잔치의 주인공은 바로 연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일 보여 줄 것이 있기에 마무리를 해야 했다.

아들 순과 함께 정상들의 축하 인사를 모두 받고 난 연은 단상에 올라 시선을 모았다.

제일 먼저 연에게 관심을 둔 이는 브리튼 왕국의 칼 10세였다.

연의 추종자라 자처하는 칼 10세였기에 연회 중에도 연의 모습을 놓지 않고 있었다.

"자, 오늘 행사는 이쯤에서 마무리할까 합니다. 내일 더 멋진 것을 보고 싶으신 분은 적당히 즐기시길 바랍니다."

"폐하, 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건 내일 아침에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적당히 마시세요."

"네, 폐하. 그리하겠습니다."

술꾼으로 소문난 칼 10세가 잔을 내려놓자 또 다른 술꾼인 문식이가 그 술잔에 술을 따랐다.

그러자 칼 10세는 다시 잔을 들고 외쳤다.

"모두 대조선의 황제이신 폐하를 위해 건배합시다!"

"건배!"

"건배!"

역시 술꾼이 술을 그만 마신다거나 끊는다는 말은 믿을 수 없는 거였다.

문식이는 낼 연이 보여줄 기물이 무엇인지 알기에 그것보다 술에 더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인지 연이 돌아간 후에도 몇몇 술꾼들이 남아 연회는 지속되었다.

다음 날 아침.

우주선 발사 기지 근처 선착장에 모인 정상들은 온통 새하얀 색으로 칠해진 배를 보고 감탄을 연발했다.

"폐하, 이 배는 도대체 어떻게 만든 겁니까? 마치 고귀한 학처럼 기품이 넘칩니다."

"순백으로 되어 있다니 놀랍습니다."

"정말 대조선의 기술은 신기하기만 합니다."

배에 타고 난 뒤에도 감탄은 지속되었다.

3층으로 된 갑판 꼭대기는 바람과 햇볕을 동시에 즐길 수 있게 뻥 뚫려있었고, 희고 매끈한 선체와 어울린 내부 마감재는 열도에서 가져온 편백으로 이어붙여 놓은 것이기에 은은한 향기가 진동했다.

"이처럼 멋진 배를 탈 수 있다니 우리 왕가의 영광입니다."

정상들은 멋진 모습으로 사진 찍기에 바쁜 와중에도 선실 내부를 구석구석 놓치지 않고 구경했다.

게 중에는 탐이 나는지 가격을 물어보는 이도 있었다.

이때 문식이가 나섰다.

"이거 얼마 안 합니다."

"네? 가격을 아십니까?"

"그럼요. 제가 바로 주문했거든요."

연이 호화 요트를 만든다고 하자 문식이는 자기 것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자원 강국인 아파치 왕국의 수장인 문식이기에 가격 같은 건 묻지도 않았다.

"얼마나 주셨습니까?"

"이것저것 다 포함해서 30만 원 줬습니다. 얼마 안 하죠?"

"네?!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잘 사는 아파치 왕국이야 푼돈이겠지만, 우리 왕국의 일 년 예산보다 많은 돈입니다."

소득이 올라가면서 돈 가치가 떨어지긴 했지만, 21세기와 비교하면 1원은 백만 원 정도 된다.

따라서 30만 원이면 3천억 원이란 거금이다.

그렇다 해도 한 나라의 예산은 될 수 없다.

하지만 중원과 유럽반도에 있는 작은 나라들에는 예산에 근접하는 엄청난 돈이었다.

"이런 배를 타고 낚시를 할 수 있다면 원이 없겠습니다."

"언제 한 번 아파치 왕국에 놀러 오세요. 보석처럼 빛나는 바다에서 낚시를 원 없이 하게 해 드리죠."

"참말입니까?"

"그럼요."

"당장 따라가겠습니다."

문식이는 아직 배를 인도받지 못했다며 웃어넘겼지만, 기분만큼은 최고였다.

전생에 사진으로만 봤던 초호화 요트를 소유하게 됐으니 그럴 수밖에.

배가 출항하자 전날 늦게까지 술을 마신 정상 중 몇 명은 숙취로 인해 힘들어했지만, 칼 10세와 문식이는 끄떡없었다.

역시 대단한 술꾼들이었다.

"폐하, 오늘 보여주신다고 하신 게 이 배 맞습니까?"

"아닙니다. 저기 오고 있네요."

"네? 저건 비행기 아닙니까?"

"비행기 뒤에 따라오는 배를 보십시오."

"예? 무엇이···."

수평선 너머로 가물거리며 나타난 잿빛 색 함선은 시간이 지날수록 거대해졌다.

"아니, 무슨 배 위에 비행기가···?"

비록 작은 복엽기였지만, 수시로 배에서 이륙하고 착륙하기를 반복했다.

"저 배가 앞으로 우리 조선과 우방국을 지킬 바다의 요새인 항공모함입니다."

"네?! 항공모함이요?"

"네, 배에 비행장이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설마요?"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며 혀를 내두르는 정상을 보고 연은 씩 웃었다.

"그러지 말고 올라가서 직접 보시지오."

"그래도 되겠습니까?"

"안될 게 뭐가 있습니까? 귀국은 우리 조선의 우방국 아닙니까?"

"그건 맞는데, 군사 기밀 아닙니까?"

"보시면 기밀을 빼갈 수 있겠습니까?"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보여주려고 이리 나온 겁니다."

연은 항공모함을 만들 생각은 했지만, 만들라고 지시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떡 하니 항공모함을 만들어 낸 것은 전부 야코프 때문이었다.

비록 길이가 200m뿐이 안 되는 항공모함이지만, 이륙 거리가 짧은 복엽기를 싣고 다니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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