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전력공사-233화 (233/275)

233. 대기근과 함께하는 문화(7)

한동네에 살던 진수와 종대는 조선군에 지원했다.

어떡해서든 조선전력공사 직원이 되고 싶어서였다.

연이 황제에 오른 후 조선전력공사는 정식으로 조선 제국의 황실 기업이 되었다.

지금까지 연의 소유였던 조선전력공사지만, 더는 그렇게 유지할 수 없었다.

거대한 영토를 가진 조선의 부를 전부라 할 정도로 다 차지하고 있기에 훗날 큰 문제가 생길 게 틀림없었다.

그래서 연은 조선전력공사를 정식으로 조선 제국 황실에 소유권을 넘긴 거였다.

그러지 않아도 조선전력공사는 모든 백성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는데 정식으로 황실 기업이 되자 입사 경쟁률을 더욱 높아졌다.

전 같으면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라도 관리가 되는 길을 찾았겠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았다.

좁은 한반도에 갇혀 살았던 조선이 아니었기에 기회가 넘치도록 많았다.

조선의 관리들과 같은 수준의 봉급을 받는 조선전력공사이지만, 조선 전역을 돌아다닐 수 있기에 보고 듣는 것이 많았다.

그랬기에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더 많은 기회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조선전력공사가 관리보다 더 인기가 높았다.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게 조선 백성들을 지원하고 있는 조선 황실과 조선전력공사.

연은 둘을 하나로 합친 후, 의무를 다한 백성들만 조선전력공사에 지원할 수 있도록 방침을 변경했다.

갈수록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고 능력도 없으면서 지원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였다.

진수와 종대가 조선군에 입대한 이유가.

연은 아파치 왕국에서 열리는 박람회를 지원하기 위해 수시로 문식이와 통화했다.

통상부 장관인 서필원에게 언질만 줘도 되지만, 속 터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문식이뿐이었기에 그런 거였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

'너도 잘 알잖아? 공시 본다고 몇 년이나 죽치고 허송세월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그거야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서지 않나?

'그거야 그렇지만, 지금 조선은 아니잖아.'

아무튼 이런 일로 인해 이제는 조선전력공사 직원이 되려면 연구원이나 공돌이가 되든지, 아니면 조선군에 입대한 후 경비대에 지원해야만 가능하게 되었다.

그래서 진수와 종대도 조선군에 입대했지만, 문제가 생겼다.

"어떡할래? 갈 거야 말 거야?"

"가야지. 어떻게 입대했는데···. 이 기회를 놓치면 바보 아냐?"

"그러긴 하지만, 입대하고 훈련이 끝나자마자 서역 끝으로 가야 한다니 좀 그렇지 않냐?"

"그럼 포기하고 남든지. 난 서역으로 갈 거니 잘 생각해봐."

결국 진수는 종대와 함께 서역으로 떠났다.

서역에서 2년 만 조선군으로 근무하면 경비대에 지원을 할 수 있기에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 * *

조선 제국력 11년(1670) 8월.

논바닥이 지진 난 것처럼 쩍쩍 갈라져 있던 때가 바로 엊그제인데 이젠 집중호우로 물난리가 났다.

미리 위험지역을 피해 대피하라고 홍보했기에 큰 사고 소식은 없었지만, 간간이 인명 사고가 났다는 보고가 올라오고 있었다.

연이 철저히 준비해 놓았기에 이 정도였지, 아니었다면 진짜 큰일이 날 뻔했다.

덕분에 이상기온으로 조선 전역에서 대기가 요동치고 홍수가 수시로 발생했지만, 백성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백성들은 날씨와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곳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다 보니 극장은 물론 실내 공연장 같은 곳은 언제나 만원이었다.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축구 경기가 취소될 정도로 수시로 발생하는 집중호우가 지속되자 축구광들이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내일 경기도 안 열린다며?"

"그렇다고 하는구먼."

"젠장! 몇 번이나 연기되는 거야. 축구 보는 게 낙이었는데···."

"나도 그래. 그래서 실내에서 하는 농구를 보러 갈까 봐."

"농구?"

"몰라?"

"왜 몰라. 바구니에 공 집어넣는 경기잖아."

"잘 아는구먼. 어때 같이 갈래?"

"그거 재미는 있나?"

"나도 모르지. 아들놈이 재밌다고 하니 가보려고 하는 거야."

축구 경기가 자주 취소되자 그동안 인기 없었던 농구 경기가 대세로 올라섰다.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농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조선 백성들은 천지가 개벽한 정도로 변해버린 세상에서 삶을 즐기고 있었지만, 연은 그러지 못했다.

조선군 총사령관으로 임명된 전 조선전력공사 경비대 육경 사령관 정용식이 연을 찾아와 물었다.

"폐하, 아무래도 연기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지금은 천기가 너무 요란합니다. 그러니 비라도 멈춘 후에 보내심이 어떠십니까?"

"흠···."

수시로 지진이 발생하고 있는 경상도는 그렇다 쳐도 전라도까지 지진이 자주 발생하자 연은 무척이나 궁금했다.

21세기처럼 천문기술이 발달했다면 도대체 원인이 무엇인지 조사라도 할 테지만, 이제야 전자현미경과 전파망원경을 만들 수 있었기에 그리할 수 없었다.

"언제 비가 그칠지 알고 그리한단 말이냐?"

"그래도 너무 위험하지 않습니까? 경비대라면 몰라도 조선군을 투입하는 것은 미뤘으면 합니다."

"수준이 그렇게 차이 나더냐?"

"네, 폐하."

경비대원들은 하나같이 정예라 할 수 있는 부사관급 이상이지만, 조선군은 그러지 못했다.

조선군은 실전 경험이 없었기에 오와 열 맞출 줄 알고, 총구를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길 줄 아는 수준이었다.

조선군 총사령관이 된 정용식이도 그 정도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더구나 비까지 하염없이 내리자 걱정이 태산 같았다.

그랬기에 조선군 병사들을 국경을 지키는 임무에 내보내는 것을 만류했던 거였다.

"그래도 기병대원들이 너무 지치지 않았느냐?"

"차라리 육경 대원들을 보내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건 안된다. 너도 알다시피 중원은 엉망이 되었고, 유럽반도도 개판이지 않으냐? 육경 대원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지난 3월 발표한 내용으로 조선과 인접한 나라들은 난리가 났다.

무단으로 조선의 영토를 넘어오면 무조건 사살한다는 내용이었기에 겁이 난 난민들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조선 국경을 따라 설치된 경고판.

그사이에 쳐진 노랗고 빨간 선.

선을 넘으면 가차 없이 총알이 날아왔기에 죽을 정도로 굶주린 난민들이었지만,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기병대의 눈을 피해 조선에 들어간 난민들.

전처럼 우호적인 조선 백성들을 만날 수 없었다.

중원에서 온 난민들이 저지른 일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역병이 돌까 봐 무서워서였다.

조선 백성들은 남루한 차림의 사람을 발견하면 바로 신고했다.

기병대는 즉시 달려와 체포 후 추방했다.

그것도 어깨에 표시를 남겨 놓은 후에 내보냈기에 두 번 적발되면 바로 총살을 집행했다.

이처럼 강하게 나갔기에 조선으로 넘어오는 난민들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일부 난민들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기병대원들은 눈 하나 꿈쩍이지 않았다.

경비대의 임무는 조선의 영토를 수호하고 황실과 백성들을 보호하는 것이었기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러자 주변국에서 사신들이 찾아왔다.

굶주린 난민들이 다시 난을 일으켰기에 사정하러 온 거였다.

하지만 연은 그들을 만나주지 않았다.

되려 세작들이 난민들을 조선으로 보낸 증거를 보여주고 사신들을 내쫓았다.

결국 중원은 난민들의 난으로 인해 쩍쩍 갈라졌다.

중원 남부를 차지하고 있는 대명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지만, 중원 북쪽을 나눠 가진 청나라, 후금, 남명은 나라 자체를 유지할 수 없었다.

성난 백성들에 의해 난이 발생하자 진압하려고 했지만, 역병까지 돌았기 때문이다.

진압에 나선 병사들,

그들 또한 역병은 무서웠기에 도망쳐버렸다.

원래라면 대기근으로 인해 조선에서 난리가 났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대신 찬란한 문화를 자랑하던 중원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춘추전국시대처럼 스스로 왕이라 자처하는 자들이 우후죽순처럼 들고 일어나자 청나라의 황제가 된 강희제까지 북경을 버리고 도주했다.

하지만 갈 곳이 없었다.

남쪽으로 가자니 민란으로 온 중원이 싸움판으로 변해버렸고, 북쪽은 조선군에 의해 완벽히 막혀 있었다.

그러자 강희제는 조선에 신변을 위탁했다.

중원 역사상 가장 비범했다는 강희제는 없었다.

문식이와 비교할 순 없지만, 총 64명의 아내와 아들 35명과 딸 20명을 두고 61년간 중원을 통치했던 강희제는 존재하지 않았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조선을 찾아온 강희제만 있었던 거다.

아무튼 연은 중원을 꽉 틀어막고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일전에 열도에 몽골의 말박이들을 보내 놓고 모른 체한 것처럼 말이다.

그랬기에 중원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는 조선으로 넘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서역이 문제였다.

* * *

신성로마제국이 무너진 후.

합스부르크 왕가가 독차지하고 있던 유럽반도는 갈가리 찢겨나갔다.

그중 조선과 인접한 브레멘, 베르덴, 뤼네부르크, 마그데브르크의 귀족들은 자신들의 지위를 내려놓고 조선으로 귀화했다.

제법 넓은 영토를 가진 곳들이라 조서원에서조차 그런 결정을 내릴 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유 없는 무덤이 없는 것처럼 이들 또한 이유가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한 결정이었다.

이들은 신성로마제국의 구성원 중 가장 강력한 독일 왕국의 손에 넘어갈 위기에 처하자 조선에 붙은 거였다.

독일 왕국의 지배를 받을 바에야 안전하고 평화로운 조선에서 살기를 원했기에 그리 한 거였다.

그로 인해 조선의 서역 영토는 엘베강 남쪽 베저강까지 확장됐다.

베저강 북쪽 둑을 따라 진지를 구축한 조선군은 200m 정도 되는 강을 건너오는 사람들에게 확성기로 경고를 했다.

-즉시 돌아가라!

-즉시 돌아가라!

-즉시 돌아가지 않으면 사살하겠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어떡해서든 조선으로 넘어가기 위해 손발을 열심히 젓고 있었다.

"안 되겠다. 발사 준비!"

보다 못한 소대장이 명령을 내리자, 이곳에 배치된 진수와 종대.

총을 꼬나쥐고 가늠좌에 눈을 맞췄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병사들도 있었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에 미치도록 심장이 뛰고 마음이 불안했기에 식은땀을 흘리며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자 소대장이 외쳤다.

"너희들은 자랑스러운 조선군이다! 불복종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명령에 불복종한 자는 군법 재판소에 넘길 것이다. 알았나!"

"""멸!"""

그제야 정신을 차린 병사들이 다시 총을 들었다.

"다가오는 적을 향해 일발 발사한다. 단 10m 앞을 겨냥하고 쏴라! 알았나?"

"""멸!"""

"발사!"

-탕! 탕! 탕!

총소리와 함께 눈앞에서 물이 튀어 오르자 다가오던 이들이 멈추었다.

-경고하겠다!

-즉시 돌아가지 않으면 사살한다!

-즉시 돌아가라!

-발사!

-탕! 탕! 탕!

다시 총성이 울리자, 조선 땅이 있는 북쪽으로 헤엄쳐 오던 이들이 방향을 돌렸다.

조선군의 강한 의지를 느껴서인지 올 때보다 더 빠르게 돌아갔다.

이런 일이 매일 같이 일어났다.

그러다 보니 심신이 지친 진수와 종대.

2시간 경계를 선 후 막사로 돌아와 뻗어 버렸다.

"이게 뭔 짓이냐? 차라리 전쟁이 낫지 못해 먹겠다."

"그러게···."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네."

"그러게···."

같은 대답을 반복하자 진수는 종대를 바라보았다.

"넌 생각이 없어?"

"아버지가 그랬어. 군에 들어가면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고.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데."

"그래?"

"응."

"하지만 우리의 적은 무기도 들지 않았잖아?"

"무슨 소리! 역병보다 무서운 적이 어딨다고?"

"저들이 전부 역병에 걸렸는지 어떻게 알고?"

"모르니까 시키는 대로 하자."

연이 조선군을 투입하면서까지 강하게 국경을 막고 있는 이유는 바로 전염병 때문이었다.

그것도 중세 유럽 인구의 1/3에서 절반에 이르는 사람을 죽게 만든 페스트(Pest).

바로 흑사병(黑死病)이 유럽반도 전역에서 다시 창궐하고 있었기에 이처럼 강하게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의식이가 이끄는 생화학연구소에서 설파제보다 더 좋은 항생제를 개발했다.

하지만 쥐나 벼룩에 의해 인수공통으로 전파되는 이번 흑사병은 어찌 된 일인지 치료율이 높지 않았다.

그래서 연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연은 조선군 사령관인 정용식의 의견에 따라 비가 그치자 즉시 조선군을 투입했다.

몇 달 동안 쉬지 않고 국경을 경계하던 예맥 기병대를 쉬게 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엄청나게 넓은 곡창지대를 가지고 있는 프랑스에서 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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