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전력공사-210화 (210/275)

210. 밝혀진 진실(1)

앞서가던 연에게 따라붙은 문식이가 물었다.

"뭘 그리 서둘러?"

"그럴 일이 있어."

"무슨 일인데."

"일단 멋진 것부터 보여 줄게."

"으···응?"

문식이가 멋쩍어하며 걸음을 멈췄는데도 연은 멈추지 않고 걸어가더니 카트에 올라타며 말했다.

"뭐해? 빨리 타지 않고."

"으, 응!"

얼떨결에 카트에 올라탄 문식이와 함께 연은 동쪽 산기슭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눈앞에 제법 넓은 저수지가 나타났다.

함께 카트를 타고 오면서 연의 표정이 굳어 있다는 것을 느낀 문식이가 물었다.

"무슨 일 있었어?"

"응."

연은 짧게 대답하더니 격납고처럼 생긴 아치형 건물 앞에 카트를 정차시켰다.

"일단, 봐봐. 보고 나서 설명해 줄게."

"그래, 알았어."

격납고로 다가선 연이 지키고 있던 경비대원에게 뭐라고 하자 경비대원들은 예를 올리고 격납고에서 멀리 떨어져 주변을 경계했다.

연을 따라 격납고 안으로 들어선 문식이.

"이거 어디서 많이 보던 건데···. 뭐야! 설마 무인 드론을 만든 거야?"

"그래, 이미지 센서의 질이 낮아 해상도가 별로지만, 그런대로 정찰은 가능해."

연의 말에 문식이는 크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우와! 이건 뭐 말이 안 나오네. 그냥 세계를 정복하지, 그래?"

"너나 해라. 그건 그렇고 이 놈이 북한처럼 하네."

"뭐? 북한처럼이라니? 뭔 말이야?"

"오면서 연락을 받았거든. 야코프 이놈이 자진해서 찾아왔데."

"정말이야?"

"응."

연은 인상을 찌푸리더니 이어 말했다.

"나에게 전하라고 한 말이 뭔지 알아?"

"뭐라고 했는데?"

"참나! 뉴클리어(Nuclear)를 가지고 있으니 건들지 말래."

"뭐라고? 뉴, 뉴클리어라면···?"

"맞아. 그러면서 자기 진짜 이름이 테일러 사하로프라고 했어."

"테일러 사하로프? 알아?"

"이름만 들어봤어. 유명한 핵물리학자야."

"뭐···어!"

문식이는 깜짝 놀랐다.

공식이가 알고 있을 정도면 정말 대단한 학자일 게 틀림없었다.

공식이의 전공은 통신과 반도체 쪽이지 핵과는 전혀 상관없었으니.

"그, 그럼 진짜 핵을 보유하고 있는 것 아냐?"

"개소리지!"

"그, 그래도!"

"그래서 나도 알아보려고 급히 이곳에 온 거야."

"드론으로 정찰하려고?"

"응. 이것 말고 소형 4측 드론도 개발해 놓은 게 있지만, 작동 시간이 너무 짧아서 이걸 날리려고."

문식이는 무인 드론을 다시 한번 보더니 물었다.

"이거 작동되는 거였어?"

"당연하지. 설마 모형을 전시해 놓고 이렇게 지키겠어?"

"한번 봐도 돼?"

연은 벽면 가득 장비가 배치된 곳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테스트해보려고 이곳에 온 거야. 가지고 가기 전에 잘 작동되는지 점검은 해야지."

그러면서 벽면에 붙어 있는 수화기를 들었다.

그런데 문식이의 눈은 떨리고 있었다.

"이거 LCD 모니터잖아?"

"아니, LED 모니터야. 청색 LED를 개발한 지가 언젠데 LCD를 써."

"으응? 그런데 왜?"

"시중에 팔지 않냐고?"

"응."

"아직 해상도도 낮고 흑백이야."

"그래도···."

연은 뭔가 아쉬운 듯 삐죽거리며 입을 열었다.

"아직 대량 생산할 정도는 아니야."

"그래? 그래도 대단하네. 난 배불뚝이부터 만들 줄 알았는데."

"브라운관 말이야?"

"응."

"그러려고 했지. 근데 청색 LED가 개발되어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 브라운관 만드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고. 액정은 진작부터 쓰고 있던 거라 그냥 LED로 넘어간 거야."

"뭔 소린지 모르지만, 아무튼 대단하다."

잠시 후.

격납고의 문이 열리고 대원들과 연구원들이 들어왔다.

연이 낯선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본 연구원들.

"""전하를 뵙습니다."""

"그래, 어서 시작하자."

"""네, 전하."""

연구원들은 자주 있던 일처럼 각자 흩어져서 이것저것 만졌다.

그리고 대원 중 한 명이 조종석에 앉자.

대원 중 높아 보이는 이가 연에게 말했다.

"전하, 준비 끝났습니다."

"그럼, 시작하자."

"멸!"

조종석에 앉은 대원이 각종 스위치를 조작하자.

-부드드등!

무인 드론에서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나며 프로펠러가 회전하기 시작했다.

연은 손가락으로 한쪽 벽을 가리키며 문식을 보며 말했다.

"저길 보세요. 저기 벽면에 무인 드론에서 촬영한 영상이 나올 겁니다."

"아, 네에."

격납고 벽면 한쪽.

그곳에 하얀 천이 드리워져 있었고, 빛이 쏟아지자 밝게 빛났다.

"이건, 빔프로젝터 아닙니까?"

"맞습니다. 아직 기술이 부족해 큰 모니터를 만들 수가 없어서 대신 설치해 놓은 것인데 해상도가 CGA 수준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아, 죄송합니다. CGA는 가로세로 320 x 200의 해상도를 말합니다. 사람 얼굴조차 구분하기 힘든 해상도지만 그래도 쓸만합니다."

"그렇습니까?"

"한번 보시지요."

격납고를 빠져나간 무인 드론에서 보낸 영상을 보고 있던 문식이는 연식 감탄했다.

비록 흑백에 툭툭 끊어지는 수준이지만, 지형과 건물의 형태를 구분하기에는 충분했다.

문식이는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었지만, 주변에 사람들이 있어서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아는 것이 있어야 물어볼 텐데, 전부 처음 본 것이라 침만 삼키며 바라보고 있었다.

무인 드론이 시험 비행을 마치고 무사히 돌아오자, 대원들과 연구원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우와···!"""

"전하, 이번에도 성공했습니다."

"실전에 바로 투입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난 가볼 테니 선적하고 출발 준비해 놓거라."

"네, 전하."

연은 대원들과 연구원들을 격려하더니 문식이를 데리고 다시 은동리 본사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자동길 위에서 뛰어가는 연구원을 보고 문식이가 말했다.

"저리 굴렸으니 이리 발전한 거겠지."

"뭔 소리야! 굴리다니. 난 그런 적 없어."

"그럼 저건 뭐야? 빨리빨리 연구나 하라고 만든 거 아냐?"

"그건 맞는데, 그래도 강요한 적은 없어. 자기들이 알아서 열심히 한 거지."

"엄청난 보상금을 걸었으니 그런 거겠지."

왠지 날이 서 있는 문식이의 말에 연은 고개를 돌려 문식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걱정돼?"

"조금."

"조금이 아닌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마. 야코프가 진짜 천재 핵물리학자인 테일러 사하로프라고 해도 기반 기술이 없으면 절대 핵무기를 만들 수 없으니. 안심해."

"그 말 진짜야?"

"99% 확신할 수 있어. 단지 1%가 부족해서 확인해보려고 하는 거야."핵무기라는 말에 불안해하는 문식이를 안심시키고자 연은 맨해튼 계획 때 있었던 일들을 꺼냈다.

"핵무기란 게 별거 아니라는 건, 너도 알지?"

"아니까 걱정되는 거지. 농도 짙은 우라늄 50kg만 있으면 된다며?"

"맞아. 진짜 순도 높은 우라늄이라면 5kg만 있어도 되지만, 아주 순도 높은 고농축 우라늄이 아니라도 50kg만 뭉쳐 놓으면 알아서 폭발하는 게 원자 폭탄 맞아. 하지만 문제는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냐는 것이야."

핵폭탄에 사용하는 우라늄은 우라늄-235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원소 중 원자 번호가 가장 큰 우라늄은 99.2742%가 우라늄-238이지만, 원자력 발전과 핵폭탄을 제조하기 위해 쓰는 우라늄-235는 0.7024%만 자연에서 존재한다.

따라서 50kg의 우라늄-235를 얻기 위해서는 이론상 7톤이 넘는 우라늄 광석이 필요하고, 이를 정제해야 한다.

"그게 말이 쉽지 보통 일이 아냐. 공업 기반 시설이 없다면 불가능하지. 농축하는 데는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거든."

"그래도 전기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거잖아?"

"그 전기가 무지막지하게 필요하다니까 그러네."

전생에서 수도 없이 설명해줬지만, 그때도 문식이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럴 만도 했다.

관심이 있거나 전공자가 아니라면, 동위 원소(同位元素, Isotope)란 말은 들어 봤어도 그게 무엇인지 모를 테니까.

어느새 본사에 도착한 연은 문식이를 데리고 집무실로 이동했다.

"아아(Iced Americano) 한잔할래?"

"좋지."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연은 다시 설명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잖아."

"그치."

"원자는 양성자와 전자의 수에 따라서 특성이 달라져. 아니됐다. 아무튼 양성자와 전자의 수는 변하지 않지만, 중성자의 수가 다른 원자가 많아. 그걸 동위 원소라고 불러."

"그런데?"

"원자 번호 92번인 우라늄 중 우라늄-235만 중성자를 흡수하면 원자핵이 둘로 쪼개지면서 중성자를 2~3개 내놓으면서 연쇄 핵분열을 일으키거든."

"그러니까 우라늄 중 0.7%만 있는 우라늄-235를 얻는 게 어렵단 말이지."

다행히도 문식이는 핵심을 이해했다.

"맞아. 그걸 얻기 위해서는 엄청난 전력이 필요해. 또한 전기를 운반해줄 전선도 필요하고."

"아, 그래서 맨해튼 계획 때 재무부의 은괴를 빌려 간 거구나."

"그치!"

처음 맨해튼 계획으로 핵포탄을 만들려고 했을 때.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우라늄-235를 얻으려고 했다.

하지만 우라늄-238보다 가벼운 우라늄-235를 얻을 수 없었다.

이론상 우라늄을 기체화해 고속 회전시키면 중성자 3개의 무개 차이인 1.3%로 두 우라늄이 분리된다.

그런데 그 시절 기술로는 두 우라늄이 분리될 만큼 고속 회전을 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만들 수 없었다.

그래서 전자기적 분리법을 사용했다.

"그때 은괴를 얼마나 빌려 갔는지 알아?"

"수치는 모르지만 재무부가 보관하고 있던 은괴를 다 털어간 걸로 알고 있어."

"그 양이 자그마치 1만 5천 톤이나 돼. 그걸로 전선과 자기장을 만들었지. 생각해봐! 야코프가 그 많은 은, 아니 구리를 쓴다고 해도 그 많은 구리를 얻을 수 있을까?."

"힘들겠지···."

고개를 끄덕이는 문식이.

그런데 뭔가 생각난다는 듯 연을 바라보며 물었다.

"다른 방법도 있을 거 아냐? 21세기에서 유명한 핵물리학자였다며."

"물론, 가스확산법, 열확산법, 레이저농축법이 있어. 그런데 그런 기술이 있다면 지금까지 숨어 있었겠어? 너 말대로 세계를 정복했겠지."

"플루토늄은?"

"그걸 얻으려면 원자로부터 있어야 해."

"그래?"

"플루토늄의 원자 번호는 94야. 92인 우라늄보다 높은 원자는 다 인공으로 생성해 낸 거지."

"아, 그런 거야?"

이제야 이해되는지 문식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야코프와 같은 대륙에 있는 아파치 왕국이라 문식이는 걱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연이 안심시키자 한숨을 돌렸다.

"그럼, 언제 떠날 거야?"

"준비되는 대로 바로 떠나야지?"

어쩌면 위험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연은 직접 가보기로 했다.

"핵무기가 없다면 어떡할 거야?"

"어떡하긴 바로···."

연은 말하다 문식이에게 손바닥을 펴 보였다.

"잠시만···."

짧게 생각을 마친 연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은쌍식이 봤다면 소름이 돋았을 거다.

"이거 잘하면 예상보다 빨라지겠는데."

"뭐가 빨라져?"

"너는 잘 모르겠지만, 테일러 사하로프가 어디 소속인지 알아?"

"어딘데? 뭐 유럽, 입자, 물리 뭐 그런 곳 소속이야?"

"아니. 야코프가 진짜 테일러 사하로프라면 우리 아니 인류는 더는 에너지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

"머어!?"

연은 남은 커피를 입안에 털어 넣더니 잔을 탁자에 높으며 말했다.

"테일러 사하로프가 발표한 논문이 뭔지 알아?"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바로 SMR에 관한 기술이야."

"SMR 그거 뭔데? 먹는 소리를 말하는 거 아냐?"

"그건 ASMR이고."

연은 다시 SMR에 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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