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전력공사-141화 (141/275)

< 141. 바이킹과 거북함(1) >

한때 조서원의 특공대장이었던 부원장 삼복이가 요원들을 이끌고 소양에 있는 바벨 성을 찾아왔다.

"오랜만에 사장님을 뵙습니다."

"어서 와라. 이곳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아닙니다. 사장님. 돈황까지 기찻길이 놓였고, 이곳까지 도로가 잘 깔려 있어서 편하게 올 수 있었습니다."

만주와 몽골고원을 가로막고 있는 대흥안령산맥(大興安嶺山脈).

그곳만 넘어서면 평지나 다름없는 해발 1,000m 높이의 고지대가 서쪽으로 3,000km 넘게 쭉 이어져 있다.

그래서인지 전과 다르게 비단길의 입구인 돈황까지 빠르게 철도를 놓을 수 있었다.

"그래? 잘됐구나. 예맥남로도 포장이 되어 있더냐"

"전부는 아니지만, 부분부분 콘크리트로 포장해 놓았습니다."

"아니 왜 전부 포장하지 않고?"

"광식이가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응? 그게 무슨 말이냐?"

"근처에 모래가 많은 황무지라 중유를 뿌려서 도로를 만드는 것이 더 좋다고 했습니다."

"아···, 역시 광식이구나."

메마른 황무지인 타클라마칸 사막에는 물이 귀하기에 광식이가 기발한 착상을 낸 거였다.

석유 정제과정 중 가장 무거워서 바닥에 남는 아스팔트는 천연 탄화수소 화합물이다.

역청(瀝靑), 지역청(地瀝靑), 토역청(土瀝靑) 등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조선에서는 그냥 무겁다는 의미로 중유(重油)로 불렀다.

아스팔트는 묵직한 액체이기에 분쇄한 자갈과 섞어 도로를 포장할 때 쓰인다.

하지만 들러붙는 점성이 있기에 평평한 땅에 그냥 뿌리기만 해도 단단한 도로가 된다.

방수 능력 또한 뛰어나서 방수제나 방습제로도 사용한다.

그러니 물도 없는 황무지에서 도로를 만드는데 콘크리트보다 아스팔트가 훨씬 좋았다.

"그래서 빨리 왔구나."

"네, 사장님. 한 두어 달 걸릴 줄 알았는데 한 달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은동리에서 소양까지는 지구 둘레의 1/4인 거의 1만km나 되는 아주 먼 거리이다.

그런데 28일 만에 도착하다니 놀라웠다.

"그런데 왜 너희들만 왔느냐?""저희는 말을 타고 왔기에 키이우에서 드네프르강을 건너올 수 있었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돌아서 오느라 조금 지체될 겁니다."

"그래? 흐음···."

서맥에서 소양까지 오는 길도 포장하고 있지만, 곳곳에 널려있는 하천과 강이 너무 많았다.

작은 하천이라면 쉽게 다리를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넓은 드네프르강에 다리를 만들고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먼 거리를 이동하다 보니 지쳤는지 키이우 요새에서 며칠 쉬었다 출발한다고 했습니다."

"잘했구나. 괜히 서두르다 이곳에 와서 아프기라도 한다면 그게 더 큰 일이지."

한여름에도 선선한 날씨를 보이는 지역이지만, 느닷없이 닥친 불볕더위로 인해 더위를 먹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스웨덴을 치기 위해 연이 특별히 부른 공돌이들이었다.

도착하자마자 할 일이 태산같이 많았기에 몸 관리를 잘해야 한다.

"이름이···, 나진서이라 했나? 그자도 잘 오고 있고?"

"네, 사장님. 염려 마십시오. 그 누구보다 강인한 인물이옵니다."

"그렇다면 안심이구나. 어서 들어가 쉬도록 해라. 먼 길 오느라 고생이 많았다."

"네, 사장님."

삼복이가 요원들을 이끌고 숙소로 들어가자 연은 소양강을 바라보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감히 나에게 수작을 부려! 뒈지려고."

몇 달 전, 스웨덴의 왕위에 오른 칼 10세 구스타브가 소양으로 사신을 보냈다.

'위대하신 조선의 태자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스웨덴 팔츠바이브뤼켄클레부르크 왕조의 초대 국왕이신 칼 10세 구스타브 전하의 명을 받고 온 스벤손이라 합니다.'

공손하기 이를 데 없는 사신의 말이지만, 연 옆에 서 있던 기수가 사신의 말에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섰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허튼 말을 내뱉는단 말이냐? 스웨덴은 엄연히 조선의 땅이거늘 그 누가 왕을 자처할 수 있느냐?'

'죄송합니다. 저는···, 그저 시키는 대로 할 뿐입니다. 부디 노여움을 거두어주십시오.'

바이킹들이 모여 사는 스웨덴이지만, 가냘픈 체구를 가진 스벤손은 어디서 배웠는지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불쌍하게 보이려 애썼다.

기다란 수수깡같이 생긴 사람이 뻣뻣한 허리를 구부리며 굽실거리자 나무로 만든 꼭두각시 인형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본 연은 웃음이 나왔지만, 입을 꾹 다물고 손을 들어 올려 기수를 뒤로 물러나게 했다.

'그래, 그자가 뭐라고 하더냐?'

'이건···.'

긴 말라깽이 같은 사신이 눈동자를 굴리며 눈치를 봤다.

아마도 꺼내기 힘든 말인 것 같았다.

'괜찮으니 말해보아라.'

'저희 구스타브 전하께서는 꼭 위대하신 조선의 태자께만 전하라고 하셨는데···.'

이번에는 항상 연의 곁에 따라다니며 수행하고 있는 옹진십팔동인의 수장인 검수가 나섰다.

'괜찮다고 하지 않느냐! 어서 말하지 못할까?'

검수가 허리에 찬 검에 손을 올리자.

사신은 놀랐는지 딸꾹질을 해댔다.

새로 스웨덴의 왕위에 오른 칼 10세가 어떤 자인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좀 문제가 있는 자를 보낸 것 같았다.

'누가 물 좀 갔다 주거라.'

'네, 전하.'

연은 연신 물을 들이켜는 사신을 보고 혀를 찼다.

스웨덴에서 보낸 사신이 왔다고 하길래 연은 기수와 검수를 대동하고 만났다.

혹시나 영화에서 보던 거대한 바이킹 같은 자일지 몰라서였다.

한 명은 조선 최고의 칼잡이이고, 다른 한 명은 총잡이이니, 제아무리 덩치가 크고 힘이 센 바이킹이라 할지라도 능히 감당해 낼 수 있으리라.

그런데 정말 뜻밖의 인물이었다.

'너무 겁먹지 말고 너를 보낸 자가 나에게 전하라고 한 말을 해보도록 하거라.'

'알겠습니다. 위대하신 조선의 태자 전하.'

그러면서도 눈치를 살피는 스벤손을 보니 원래 이런 자인지 아니면 연기를 하는 건지 종잡을 수 없었다.

'구스타브 전하께서는 이렇게 전하라고 했습니다.'

이제는 벌벌 떨기까지 하던 사신이 눈을 질끈 감더니 말을 뱉었다.

'나에게도 조선의 총과 물품을 팔 수 있게 해준다면 스웨덴의 왕위를 기꺼이 조선에 넘겨주겠다. 하지만 이를 승낙하지 않는다면 나는 죽음을 각오하고 조선과 전쟁을 치르겠다. 조선의 태자를 죽이지 못하겠지만, 단 한 명이라도 조선군을 죽이고 죽겠다.'

'뭐?'

'뭐라고!'

검수와 기수가 동시에 외치자 사신은 그 자리에서 엎드렸다.

'죄송합니다. 전하. 그대로 똑같이 전하라고 해서···.'

도대체 뭐하던 자인지 모르지만, 사신이 될만한 인물은 아니었다.

연은 칼 10세 구스타브가 수작을 부리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렇게 무뢰한 언사를 하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더라도 말속에 많은 것이 담겨있었다.

연이 부하들을 아낀다는 것을 알고 도발을 했을 뿐만 아니라, 얀 2세에게 독점으로 준 무기 판매권까지 원하고 있었다.

게다가 조선 상사들을 키우려고 준비하고 있는 자리에 은근슬쩍 끼어들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연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아무래도 수상하군.'

정말 무기와 물품 판매권을 원했다면 이렇게 무례한 말을 전하라고 하진 않았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널 죽이라고 보낸 것 같구나.'

'헉!'

놀라서 고개를 든 사신에게 연은 좌우로 천천히 고개를 흔들더니 물었다.

'너 하나 죽여서 무슨 이득이 있다고 놈이 이런 짓을 꾸민 거냐?'

'그게···, 그게···.'

'이놈! 똑바로 말하지 못하겠느냐?'

'죄송합니다. 전하.'

사신은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말았다.

그런 모습을 본 연은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기수에게 말했다.

'저자를 가두어놓고 잘 먹이도록 해라.'

'네?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

이런 일이 있는 후 연은 스웨덴에 첩자를 보내 사정을 알아봤다.

스웨덴의 국왕에 오른 칼 10세는 사촌이자 스웨덴의 전 여왕인 크리스티나와 결혼할 대상자였다.

하지만 독신을 고집한 크리스티나 여왕이 받아들이지 않자 성격이 이상하게 변했다.

아무튼 칼 10세는 우여곡절 끝에 왕위를 물려받았다.

크리스티나 여왕이 로마로 떠나면서 그에게 미안했는지 보상으로 왕좌를 넘긴 거였다.

추밀원의 반대가 있었지만, 스웨덴군의 사령관이었던 칼 10세는 무력으로 진압했다.

독일에서 온 칼 10세지만, 왕위에 오르자마자 단숨에 스웨덴을 장악했다.

그런데 핀란드인들에게 스웨덴 병사 2천 명이 죽임을 당했다.

스웨덴인들은 불같이 분노했다.

자신들이 핀란드인들을 핍박한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이 당한 일만 내세운 거다.

칼 10세는 이런 민심을 이용하려 했다.

조선군과 붙어봐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 칼 10세는 왕좌를 지키기 위해 민심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스웨덴군을 죽이라고 한 자는 틀림없이 조선의 태자이다. 핀란드인들을 사주해서 포로로 잡인 우리 스웨덴군을 죽이라고 종용한 것이 틀림없다. 그러니 우리는 나서야 한다. 모두가 죽더라도 전쟁터에서 죽자! 발키리의 인도에 따라 오딘의 발홀과 프레이야의 폴크방으로 가자!'

독일인인 칼 10세의 말에 바이킹들은 환호했다.

전장에서 죽어야만 갈 수 있다는 발하라!

그곳에 갈 스웨덴의 용사들은 넘쳐났다.

하지만 반대파였던 악셀 옥센셰르나 백작과 그를 따르는 추밀원은 칼 10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조선의 태자가 그러지 않았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니 속지 마라!'

조선군이 강하다는 걸 아는 스웨덴 사람들.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칼 10세는 소양으로 사신을 보내기로 했다.

조선의 태자가 스웨덴의 사신을 죽인다면 자신의 말이 통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칼 10세는 연을 사신까지 죽인 악독한 전쟁광으로 만들기로 했다.

그래야만 호전적인 스웨덴 사람들을 규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망해버린 폴란드-리투아니아를 차지하려고 칼 10세는 이미 5만 명이나 되는 군사를 모아 놓았다.

그런데 조선군이 물러나지 않고 폴란드-리투아니아 땅을 점령해 버렸다.

'빌어먹을 조선!'

자신이 생각한 위대한 군주의 길을 막아선 조선이 죽도록 미웠다.

'야코프, 그자가 한 말이 틀어졌다고 해도 이대로 끝낼 수 없지.'

루스 차르국의 대공의 장자인 야코프란 자가 찾아왔다.

그가 만든 머스킷을 팔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 그는 칼 10세의 야망에 불을 짚었다.

'조선을 치러 떠난 루스 차르국-폴란드-리투아니아 연합군은 틀림없이 패배할 겁니다. 그때를 노려 군사를 모으십시오. 잘하면 북방의 군주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무너져 버렸다.

이미 모아 놓은 5만 명이나 되는 군세.

다시 돌려보내기도 그랬다.

'죽음을 불사하면 돼!'

스웨덴군의 사령관으로 부임한 후 칼 10세는 지형을 돌아봤다.

'아무리 강한 조선군이지만, 강과 호수, 계곡과 험준한 산으로 이루어진 스웨덴의 땅을 함부로 쳐들어오진 못할 거야.'

조선군이 쳐들어온다고 해도 능히 막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만 하더라도 발트해에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육로로 진군할 수도 없었다.

남쪽이든 북쪽이든 수많은 호수로 둘러싸인 스톡홀름이라 무장열차는 물론 기병대조차도 진격이 불가능했다.

사실 칼 10세 구스타브는 대단한 자였다.

연만 아니었다면 북유럽과 동유럽을 휩쓸어 버렸을 거다.

1654년 왕위에 오른 칼 10세는 프리드리히 3세 폰 홀슈타인고트로프 공작의 딸 홀슈타인고트로프의 헤트비히 엘레오노라와 정치적 목적으로 혼인을 하고 전쟁을 선언했다.

폴란드-리투아니아의 얀 2세가 스웨덴의 왕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반대로 폴란드를 쳐버린 거였다.

'제2차 북방 전쟁'이라 말하는 이 전쟁은 1655년부터 1660년 그가 죽기 전까지 수많은 나라가 전쟁에 휩싸였다.

폴란드-리투아니아 연방, 루스 차르국, 브란덴부르크 프로이센 공국, 합스부르크 군주국, 덴마크-노르웨이뿐만 아니라 네덜란드 공화국까지 그가 일으킨 전쟁에 개입되었다.

이렇게 야심많은 칼 10세가 연에게 전쟁광이라고 하다니 웃기지도 않았다.

아무튼 어려운 스웨덴의 사정을 전쟁으로 해결하려고 했던 칼 10세지만, 그의 생각대로 연이 움직이지 않았다.

연은 새로 확보한 서쪽 영토를 정비하며 때를 기다렸다.

'무턱대고 스톡홀름을 점령하러 갔다가는 큰일 날 뻔했군.'

조서원 요원들이 포섭한 덴마크인들을 보내 알아본 바로는 스톡홀름은 요새나 다름없게 변해 있었다.

그렇다고 칼 10세에게 조선의 총과 물품들을 판매할 권한을 주고 싶지 않았다.

'자국민을 볼모로 전쟁놀이하는 놈은 반드시 죽여야 해.'

21세기에도 그런 놈들이 있었다.

자국민을 볼모로 삼고 따르는 놈들과 부귀영화를 누리는 독재자는 생각보다 많았다.

'핵이라도 한 방 날리고 싶군.'

인구가 80만 명도 안 되는 스웨덴이지만, 병사만 5만 명이 넘었고 군함은 50척이나 되었다.

그러니 우수한 화력을 가진 조선군이지만, 함부로 진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은 생각 끝에 황해도 송림 제철소에서 새로운 배를 연구하고 있던 나대용 장군의 후손인 나진서와 공돌이들을 불러들였다.

조서원의 부원장인 삼복이보다 보름이나 늦게 소양에 도착한 나진서에게 연이 물었다.

"어찌 가능하겠느냐?"

"네, 전하. 놈들이 가진 대포의 위력이 어찌 되는지는 모르지만, 능이 막아 낼 수 있는 거북함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장하구나! 그래, 선친이 이순신 장군을 도운 것처럼 나를 도와다오."

"알겠습니다. 꼭 전하께서 원하시는 거북함을 완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아프리카를 돌아서 조경함이 온다고 해도 엄청나게 많은 암초 때문에 스톡홀름으로 접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연은 새로운 배를 만들기로 했다.

그건 바로 거북선같이 선실 내부를 온전히 보호할 수 있는 거북함이었다.

암초의 위험을 피하고자 평저선인 판옥선 형태로 설계한 거북함.

거기에 거북선처럼 철판으로 씌운다면 해상 전투에 능하다는 바이킹 따위는 겁낼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어디 한번 해보자! 이놈들아."

위대한 이순신 장군을 도와 왜놈들을 물리치는데 엄청난 공훈을 세운 나대용 장군.

그의 후손인 나진서가 연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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