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전력공사-108화 (108/275)

< 108. 대전쟁시대(11) - 지도 >

준가르 부족의 수장이자 자칭 칸인 호토고친은 대단한 결심을 하면서 히말라야산맥을 넘었다.

그건 바로 무굴제국과 일전을 각오하겠다는 거였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무려 50만 명이나 되는 준가르 부족이다.

그들을 이끌고 해발 1,000~3,000m가 넘는 산길과 협곡을 따라 오는 길은 쉽지 않았다.

'조선에서 지원해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지.'

연은 준가르 부족이 히말라야산맥을 넘어 남쪽으로 떠나겠다는 말을 듣고 수석총과 화약, 식량을 보내주었다.

쓸모는 없지만, 넓은 영토를 포기하고 떠나는 그들이 안전하게 정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잘 정착해야지만, 다시 돌아오는 일이 없지.'

유목민 특성상 그들이 다시 돌아온다면 말썽을 부릴 게 틀림없었다.

그러느니 정착하여 잘 사는 것이 여러모로 좋았다.

아무튼 연은 강대한 무굴제국의 영토로 향하는 준가르 부족을 위해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지원을 해줬다.

어찌 됐건 무굴제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준가르 부족은 필요했다.

그래서 특별한 것을 더 주었다.

호토고친은 심지가 나 있는 길쭉한 막대를 보고 읊조렸다.

"무서울 정도로 대단한 위력이었어."

준가르 부족은 라싸를 떠나 히말라야산맥을 넘어가면서 몇 곳에서 난관에 부닥쳤다.

사람과 말이 걸어가기에는 넉넉했지만, 마차를 끌고 가기에는 길이 너무 좁았다.

그때마다 조선에서 보내준 밀떡 폭탄을 사용했다.

바위틈에 밀떡 폭탄을 집어넣고 불을 붙이자 엄청난 폭음과 함께 거대한 암반이 쪼개지면서 무너져 내렸다.

"참으로 다행이었어."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호토고친의 눈동자는 흔들렸다.

"이런 어마어마한 기물이 있는 조선을 상대로 대항했다면···."

그 끝은 눈을 감고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임시로 만들어진 왕궁에서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호토고친 앞에 누군가 뛰어 들어왔다.

"칸이시여, 나와 보셔야겠습니다."

"무슨 일이냐? 무굴 놈들이 쳐들어온 게냐?"

무굴제국과 전쟁을 치를 결심을 하고 히말라야산맥을 넘었지만, 아직 아무 일도 없었다.

아니, 사람이라고는 흔적조차 없었다.

정찰에서 돌아온 병사들이 하는 말은.

'사람이 지나간 흔적이나 움막은 발견했지만, 집단으로 살았던 흔적은 없었습니다.'

넓은 강과 비옥한 토지와 온화하고 따듯한 이곳에 마을이 없다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정찰병을 더 많이 더 멀리 내보냈다.

그랬는데 인제 와서 무굴 놈들이 쳐들어오다니.

"그건 아닙니다. 칸이시여, 보시면 좋아하실 것을 병사들이 잡아 왔습니다."

"뭐, 무굴 놈들이 아니란 말이냐?"

"네, 칸이시여."

호토고친이 밖으로 나가자 신하들이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 수많은 부족민이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왜 이리 소란스러운 게냐?"

"칸이시여, 저기 좀 봐 보십시오."

"응?"

호토고친은 멀리서 병사들이 매고 오는 짐승을 보았다.

"저건? 어찌 이곳에도 산단 말이냐."

"소신도 그게 의문이옵니다."

호토고친이 알고 있던 짐승보다 약간 작았지만, 틀림없었다.

그건 바로 호랑이였다.

병사들은 누런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있는 벵골호랑이를 호토고친 앞에 내려놓았다.

병사들이 예를 올리기도 전에 기쁨 가득한 얼굴로 호토고친이 물었다.

"어디서 잡은 거냐?"

"칸이시어, 동쪽 숲속을 정찰하다가 발견했습니다."

"그래? 많이 있는 것 같더냐?"

"그런 것 같습니다. 이놈이 겁도 없이 덤벼서 총으로 쏴 죽인 후, 주변을 돌아다녀 보니 다른 발자국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넓게 수색해 보았습니다. 이곳은 호랑이가 무척이나 많이 사는 곳이 틀림없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호토고친은 지그시 눈을 감고 상황을 정리했다.

'잘 됐구나! 잘 됐어!'

왜 이곳에 아무도 살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풍부한 물이 흐르는 강과 비옥한 토지가 있는 이곳은 울창하고 무성한 숲이 대부분이다.

'호랑이 같은 맹수가 살기에는 최적의 장소야.'

준가르 부족이 도착한 인도 아삼주 지역은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들이 살기에도 좋은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밀도 높은 호랑이 밀집 지역이고, 물소, 사슴, 몽구스, 긴팔원숭이와 외뿔 코뿔소까지 있는 동물의 왕국이다.

그러니 그 누구도 아직 살지 않았던 거다.

북쪽과 동쪽은 거대한 산맥이 가로막혀 있었고, 남쪽 또한 정글이나 다름없는 울창한 숲으로 이루어진 산이 있었다.

그렇다고 서쪽으로 진출할 수도 없었다.

수도 없이 많은 넓은 강줄기가 있어 사람이 이동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그런 곳이라 인간이 개척하고 산 흔적이 없었다.

위험한 맹수들이 득실거리는 지역에 50만 명이나 되는 준가르 부족이 일시에 이주해 왔다.

대만만큼 넓은 지역이지만, 엄청난 수의 준가르 부족에게는 좋으면 좋았지, 나쁠 게 하나도 없었다.

히말라야 남쪽 산자락에 있지만 새로운 정착지는 해발 100m 정도였고, 주변은 농사와 목축을 하기에 최상이었다.

조선에서 보내준 곡식이 떨어지기 전에 무굴제국과 일전을 불사하려던 호토고친은 북쪽을 바라보며 호탕하게 웃더니 엎드려 절을 올렸다.

부족민들 또한 호토고친을 따라 함께 엎드렸다.

"달라이라마시어, 축복을 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 준가르 부족은 이곳에 왕국을 세우고 번창할 것입니다. 이 모든 건 달라이라마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호토고친은 몇 번이나 절을 하며 달라이라마가 있는 북쪽을 향해 감사를 표했다.

몸에 묻은 흙을 털지도 않고 호토고친은 죽은 호랑이를 밟고 엎드려 있는 부족민을 보며 크게 외쳤다.

"이곳은 달라이라마께서 말씀하신 축복의 땅이 틀림없다. 주변을 샅샅이 뒤져 맹수를 모두 잡아들여라! 이는 우리 가축을 보호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왕국의 부가 될 것이다."

"""칸이시여···!"""

유목민의 적은 다른 유목민이나 맹수였다.

몽골 초원에도 늑대가 살았기에 가축을 보호하기 위해 보이는 족족 죽였다.

그날 이후 아삼주 일대에서 벵골호랑이는 물론 표범까지 씨가 말랐다.

조선의 수석총으로 무장한 준가르 병사들은 거침없이 호랑이와 맹수들을 사냥하고 새끼들을 잡아 왔다.

"조선의 황제께 진상할 것이니 가장 튼실한 놈으로 다섯 쌍을 골라 놓아라."

"알겠습니다. 칸이시여."

"눈이 내리기 전에 서둘러 조선으로 가야 할 것이다."

"네, 칸이시여."

호토고친은 영리한 자였다.

그는 티베트에서 히말라야산맥을 넘어오는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나와 우리 부족이 살길은 조선을 따르고 섬기는 길뿐이다.'

연이 보내준 밀떡 폭탄의 유용성과 위력은 그의 가슴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두 번 다시 대항할 엄두를 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런데 가슴속 깊이 숨겨놓은 야망 또한 꿈틀거렸다.

'조선이 지원만 해준다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지.'

히말라야산맥 남쪽은 무굴제국의 영토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넘어오면서도 일전을 각오했다.

다행히 아무도 살지 않는 곳에 도착했지만, 언젠가는 부닥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조선이 자신들을 지원해줄지 떠오르는 게 없었다.

'무조건 숙이고 들어가야 해. 그것 말고는 조선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길이 없어. 아니야! 무굴 놈들을 쳐서 황금을 빼어와야 해.'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떠올랐다 사라졌지만, 조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조선말을 하고 조선글을 배우면 조선인으로 대우해 준다고 했지. 그럼 우리 부족도 조선말과 조선글을 쓰면 지원해주지 않을까?'

호토고친이 며칠에 걸쳐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조선과 동화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는 동안 준가르 부족민들은 숲을 정리하고, 울타리를 세우고, 집을 짓고, 터전을 만들었다.

호토고친은 울타리로 둘러싸인 넓은 초원에 신하들과 병사들을 모아 놓고 큰소리 외쳤다.

"용맹스러운 나의 준가르 용사들이여 들어라. 앞으로 이곳을 '신라싸(新拉萨)'라 부르고, 저기 흐르는 강은 '준가르강'이라 부르겠다. 우리 준가르 왕국은 이곳을 기반으로 세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따라서 주변을 개간하고 말을 살찌우도록 하라. 또한 조선을 섬기고 따르겠다. 그것만이 우리 준가르 부족이 살길이다. 대조선의 지원만이 무굴제국을 물리치고 우리 준가르 왕국이 강해질 수 있다."

"""칸이시여···!"""

연설을 마친 호토고친은 날랜 병사들을 뽑아 즉시 조선에 서신을 보냈다.

맹수 새끼들과 얼마 되지 않은 금은보화를 챙겨 보냈지만, 그것보다는 조선을 확실히 따른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숙일 때 숙일 줄 아는 현명한 호토고친 덕분에 준가르 부족은 원 역사와 달리 멸족하지 않았다.

신하들과 병사들 또한 호토고친이 말한 대로 조선을 섬기는 것이 최선이란 것을 알았다.

라싸에서 본 조선군의 위용은 대단했다.

조선에서 보내준 밀떡 폭탄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런 조선을 어찌할 수 없다는 생각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았다.

그래서인지 조선을 섬기고 따른다면 자신들 또한 강해질 거라 믿었다.

힘에 굴복하여 초원과 티베트를 포기하고 이곳으로 넘어왔지만, 조선에서 보내준 수석총이 있다면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한 무굴제국이지만,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조선의 수석총은 위력이 대단했지만, 자신들은 총과 화약을 만들 수 없었다.

조선에서 받아와야만 한다.

그러지 않다면 언제 무굴제국에 몰살당할지 알 수 없었다.

조선으로 서신을 보낸 후 호토고친은 신하와 장군들을 모아 놓고 회의를 가졌다.

"달라이라마께서 축복을 내려주셔서 이처럼 좋은 땅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만족할 순 없다. 따라서 조선에서 보내준 식량과 화약이 떨어지기 전까지 이곳을 개척해야 한다. 또한 준가르강을 따라 정복하고 농사를 지을 사람들을 잡아 와라. 그것만이 우리 준가르가 살아남을 길이다."

"칸이시여, 현명하신 생각이옵니다. 그런데 굳이 사람들을 잡아 올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개간하다가 야생 쌀이 곳곳에서 자라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곳은 그냥 씨만 뿌려도 쌀이 잘 자라는 곳 같습니다. 그러니 섣불리 움직이기보다는 힘을 먼저 기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오···, 달라이라마시여···."

유목민족인 준가르는 농사를 어떻게 짓는지 잘 몰랐다.

그래서 호토고친은 처음부터 계획했다.

무굴제국을 점령하고 약탈하기로.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농사를 지어 본 적이 없지만, 브라마푸트라강이라 부르는 준가르강 주변은 한눈에 봐도 농사짓기에는 최적의 땅이었다.

그런 곳에 야생 쌀이 자라고 있다니, 조선에서 준 씨앗을 그냥 뿌리기만 해도 잘 자랄 것 같았다.

"그대의 고견에 따르도록 하마. 타마고친 장군!"

"네, 칸이시여."

"날쌘 병사들을 뽑아 주변을 정찰하고 이곳을 넘보는 자는 잡아들이거나 죽여라.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사람들을 잡아다가 농사를 짓게 하면 더욱 잘할 것이 틀림없지만, 호토고친은 힘을 키우고 난 이후에 세력을 넓혀 가기로 계획을 짰다.

벌목하여 집을 짓고, 울타리를 지어 방목하면서 준가르 부족은 빠르게 힘을 키워나갔다.

호토고친은 라싸처럼 신라싸 중심에 있는 언덕에 왕궁을 짓고 준가르 왕국을 선포했다.

동에서 서로 흐르는 준가르강을 따라 진출한다고 천명했다.

동쪽은 거대한 아라칸 산맥(Arakan Mountain Range) 막고 있기에 세력을 확장하려면 준가르강을 따라 서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신라싸를 기반으로 삼고 주변을 휩쓸 준비를 하였다.

한겨울이지만, 신라싸의 최고 온도는 30도에 육박했기에 추운 곳에서 살아왔던 준가르 병사들의 복장은 가볍다 못해 입지 않는 자도 많았다.

밀림의 전사와 같은 준가르 정찰병들은 더 먼 곳까지 정찰을 나갔다.

"칸이시어, 우리 준가르 용사들을 막을 수 있는 자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바로 치심이 좋을 듯합니다."

타마고친 장군은 정찰병의 보고를 받고 좀이 쑤셨다.

조선의 수석총으로 무장한 보병과 기마병을 막을 세력은 주변에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친 유목민의 특성상 한곳에 머무는 것은 답답했다.

"아직은 아니다. 충분한 곡식과 말이 준비되면 그때 해도 늦지 않다. 그러니 병사들을 훈련하고 힘을 기르는 일에 소홀히 하지 말고 단단히 준비하거라."

"알겠습니다. 칸이시어."

"앞으로 우리 준가르 왕국은 무굴 놈들을 몰아내고 모든 지역을 준가르 영토로 만들 것이다. 나를 따라 무굴 놈들을 몰아내고 준가르만의 왕국을 건설하자!"

호토고친은 자리에서 일어나 양손을 높이 쳐들고 외쳤다.

"봄에 첫 곡식을 수확하고 바로 진격할 것이다. 그러니 나의 용사들은 준비하도록 하라!"

"""네, 칸이시어···!"""

다두 왕국에 이어 준가르 왕국이 새로운 전쟁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런 줄도 모르고 무굴제국 벵골 지역 지배자는 다카(Dhaka)에 모스크를 짓느라 바빴다.

이슬람으로 개종하면 인두세(人頭稅)를 면제받았기에 다카로 사람들이 몰려와서 앞다투어 이슬람교도가 되었다.

그로 인해 상업이 발달하고 세수가 늘어나자 그 돈으로 모스크를 수도 없이 많이 지었다.

21세기 다카에 모스크만 1천 곳이 넘는다고 하니 모든 수입을 모스크 건설에 쏟아부었던 게 틀림없었다.

아무튼 준가르 부족으로 인해 무굴제국 동쪽에 전운이 몰려오고 있었다.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