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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전력공사-73화 (73/275)

< 73. 한양 개발(1) >

열도를 혼란에 빠트린 원은 다시 내정에 신경 쓰기로 했다.

'내정이 안정되지 않으면 모래성이나 다름없지.'

원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정확히 알고 있다.

그에게 있어 가장 큰 힘은 조선전력공사 경비대이다.

하지만 보급이 된다 해도 경비대원의 수가 적기에 세계를 지배할 수는 없다.

'말박이 놈들처럼 죽이고 돌아다닐 수는 없지.'

칭기즈칸이 유럽까지 쳐들어갔지만, 세상을 피로 물들였을 뿐이다.

원은 그런 짓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결과가 좋지 않아.'

내정을 생각하지 않고 정복하고 약탈하고 다니면 그 뒤는 엉망이 될 게 뻔했다.

이제 원은 조선군 총사령관 지위에 올랐다.

만반도에서 무력하면 원이지만, 내정을 신경 써야 했다.

아버지인 효종이 조선을 다스리고 있지만, 결국 자신이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원은 무한히 돈을 찍어 낼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조선의 화폐인 동전을 발행하고 관리하는 조선은행은 100% 원의 소유이다.

원의 노력으로 조선에서 굶주림은 사라졌고 경제도 안정되었다.

쌀 본위제라 '물가 오름세'라 말하는 인플레이션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쌀이야 산동반도와 만주에서 생산하는 것만 가지고도 모든 백성을 먹여 살릴 수 있지.'

아버지인 효종과 합의하여 산동반도와 만주 땅은 모두 원의 소유로 인정되었다.

'청나라가 고맙게 느껴질 때도 있네.'

청나라가 명을 멸하면서 이전 소유주였던 대륙의 백성들 땅을 모두 빼앗아 버렸다.

그러니 자기 땅이라고 우길 만한 사람은 없었다.

이러니 청나라가 고마울 수밖에.

원이 소유한 산동반도는 거대한 곡창지대이다.

조선전력공사는 노예로 살고 있던 조선인들을 고용하였다.

대륙의 백성들이 농사를 짓고 있지만, 임금을 제외한 수확물 대부분은 조선전력공사의 수익이다.

하지만 이제 막 얻은 만주 땅은 개발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원은 만주 땅을 직접 관리하려고 했지만, 포기했다.

너무나 넓은 땅이고 관리로 고용할 조선인들도 부족했다.

그래서 만주 땅은 산동반도같이 직접 관리하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개발한 농지는 모두 임대 형식으로 분양하기로 했다.

아무튼 쌀을 생산하는 만큼 돈을 찍어내면 된다.

조선 비단이라는 옷감을 독점 기술로 생산하고 있기에 화폐 발행은 문제 될 것이 전혀 없었다.

원은 이전에 화폐로 쓰던 면포와 쌀을 손에 쥐었기에 자금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원은 조선을 발전시키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왕창 풀기로 했다.

은동리에 짓고 있는 새로운 본사 건물 옆에는 실내체육관만 한 대강당이 있었다.

본사 건물에서 나온 원은 대강당으로 들어갔다.

-사장님께서 들어오십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주십시오.

스피커에서 소리가 울리자 천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조선전력공사 본사가 있는 은동리를 알고 있었지만, 처음 와본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말로만 들었던 은동리는 정말 대단했다.

철근 콘크리트로 단단하게 지어진 높은 건물들은 보기만 해도 입이 쩍 벌어졌다.

크고 웅장한 건물들은 비싸다는 유리로 된 창이 나 있었고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이 일하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 있는 대강당이란 장소는 신기할 정도로 넓었고 아늑했다.

빛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전기를 이용한 전구에서 빛이 나오니 대낮처럼 환했다.

원이 단상에 나타나자 누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모두 고개를 숙였다.

"""사장님을 뵙습니다."""

"""태자 전하를 뵙습니다."""

말이 섞여 있긴 했지만, 원에 대한 존중의 뜻을 표하는 건 똑같았다.

단상에 올라선 원이 모여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지었다.

'이들 중에 몇 명이나 재벌이 될까?'

생각과 달리 원은 21세기 한국처럼 잡다한 것을 다 하는 재벌 그룹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생각이다.

'한 가지만 잘하기도 힘든데 이것저것 문어발씩 기업 운영은 말이 안 되지.'

1945년 독립된 후, 북괴의 남침까지 겪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한국식 재벌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전문분야별로 경쟁시켜야지.'

원은 앞으로 생겨날 기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건설업체만 보더라도 엉망이지.'

도급순위에 있는 거대 건설업체의 직원은 몇 명 되지도 않았다,

하청에 하청으로 짓다 보니 부실은 필수가 되었다.

'헛소리는 아예 지껄이지 못하게 만들 거야.'

원은 21세기 한국과 같은 대기업은 오직 조선전력공사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봤다.

모든 백성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존경받는 왕실 기업으로 조선전력공사를 만들 계획이었다.

생각을 마친 원은 손바닥을 아래로 흔들었다.

-모두 자리에 앉아 주십시오.

처음 보는 접이식 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단상에 있는 원의 얼굴을 쳐다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거대 상사의 사장이 아니라면 원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가 많았다.

-내가 너희들을 부른 이유는 다 너희들을 부자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그동안 조선전력공사와 관련된 상사나 상단들은 모두 돈을 많이 벌었다.

그래서인지 원이 오라고 하자 연락을 받은 사람들은 번개같이 뛰어왔다.

이곳에 온 사람들은 가지각색이었다.

장사를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경강 다리 공사를 했던 훈련도감 병사들도 있었다.

원이 손가락을 튀기자.

단상 뒤에서 거대한 막이 내려왔다.

막에는 만반도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보는 바와 같이 조선 전역에 도로를 내고 있다.

-단단하고 넓은 도로가 얼마나 유용한지 모두 알 것이다.

-그런데 그 도로보다 더 좋은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철도이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상단을 운영하는 사람들이라 도로의 용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철도는 말만 들었지 어디에 쓰는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원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튀기자 새로운 막이 내려왔다.

-저것이 바로 철도 위를 달리는 기차라는 것이다.

-철로 만들어졌기에 철마라고도 부른다.

여기저기서 막에 그려진 기차를 보고 감탄하며 웅성거렸다.

-지금은 도로를 따라 마차로 사람이나 물품을 운반하고 있다.

-하지만 많이 실어 나를 수가 없다.

-그러나 기차가 운영되면 너희들이 상상할 수 없는 만큼 많은 사람과 물품을 운송할 수 있다.

-그것도 빠르고 안전하게 말이다.

철도 그림 옆에 적혀 있는 숫자를 본 사람들은 놀라 감탄했다.

수백 대의 마차로도 운반할 수 없는 엄청난 물량을 기차 한량이 모두 실어 나를 수 있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빠를 속도였다.

신의주에서 한양까지 한나절이 걸리지 않는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기차가 다니면 너희들이 할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조선의 상업을 발전시키는 일이다.

인제야 왜 자기들을 불렀는지 감을 잡은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면 미소 지었다.

사람의 이동과 물품 운송이 커질수록 돈을 버는 일은 더욱 쉽고 수익은 많아질 게 틀림없었다.

-늦어도 내년 추수 전에는 철도가 운행될 것이다.

-따라서 그 전에 너희들은 준비해야 한다.

원은 민간 기업을 기울 생각이었다.

모든 걸 조선전력공사에서 다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키우고 싶어도 자본을 가진 상단이 별로 없었다.

-철도를 따라 운반되는 물품을 받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다.

-그건 바로 조선의 집들을 새로 짓는 일이다.

자본이 없다면 자본을 만들 기회를 주면 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한양 개발'이었다.

조선의 수도인 한양을 대대적으로 개발하고 그 수익으로 민간 기업들이 커나갈 수 있게 할 생각이다.

원의 설명은 계속되었고, 모인 사람들의 미소는 끊이지 않았다.

만반도 곳곳에 콘크리트 도로가 깔리면서 다른 것도 변해갔다.

길을 따라 사람들이 모이면서 마을이 커져 갔다.

마을이 커지면서 큰 장터가 생겼다.

전 같으면 장터 주변에 우후죽순 허술한 집들이 생겨났겠지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었다.

배수 시설이 갖춰진 콘크리트 포장이 된 큰 장터는 모두가 조선전력공사가 만든 곳이기 때문이다.

변해버린 장터를 구경하던 백성이 주변에 지어지고 있는 집들을 보며 상인에게 놀라 물었다.

"여보시오? 말 좀 물어봅시다."

"무엇을 알고 싶으십니까?"

"저 집들은 뭔데 저리 많이 짓는 답니까?"

"아, 저 집들이요. 조선전력공사에서 짓는 집들입니다."

"그래요? 큼지막하니 보기 좋네요. 어디 대감들이 살 곳인가 보네요."

상인은 씩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저 집들은 우리 같은 백성에게 임대하는 집입니다."

"그래요? 비쌀 건데 돈 많이 버나 봐요."

"에이, 그건 아닙니다. 조선전력공사에서 저렴하게 임대 해준다고 했습니다. 우리도 신청해서 한 채 임대하기로 했습니다."

"참말입니까?"

"참말이고 말고요."

상인은 씩 웃으면서 안쪽을 가리켰다.

"저기 보이는 제 집사람이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아무리 봐도 좋아 보이지 않습니까?"

"그러네요. 참말로 좋겠습니다."

"혹시 초가집에 사시나요?"

"그렇죠. 다들 초가집에 살지 기와집에 어떻게 살아요. 우리 같이 힘없고 돈 없는 백성이."

"그럼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상인은 안으로 들어가더니 종이 한 장을 들고나왔다.

"여기 적힌 대로 하면 초가집을 저 집처럼 바꿔 준다고 합니다. 동네 사람들과 잘 상의 해보시고 결정하세요."

"뭔데 그래요?"

백성은 종이를 받아 들고 한 자 한 자 읽어 나갔다.

한글을 배우기는 했지만, 잘 쓰지 않아서 읽기가 힘들었다.

"그러니까 동네에서 결정하면 마을 전체를 바꿔 준다는 말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대신 마을 사람들 모두 동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집을 모두 조선전력공사 소유로 바꿔야 한다는데 이게 뭔 말이래요?"

"집 짓는데 돈이 한두 푼 들어가는 게 아니라서 그렇게 한다고 하네요."

"예? 그래도 말이 안 되잖아요?"

"마을 단위로 도로부터 상수도와 하수도를 만들고 집을 짓는데 그 돈이 얼마나 많이 들겠습니까?"

"그래도 집은···."

"죽을 때까지 살 수 있는 집인데 뭘 걱정합니까? 얼마 안 되는 임대료만 내면 수리도 다 해준다는데."

"참말입니까?"

"그럼요."

원은 조선의 집들을 모두 바꾸고 싶었다.

'해충들이 득실거리는 초가집을 이대로 둘 순 없지.'

하지만 돈이 문제였다.

물론 원이 아니라 백성들이 문제였다.

여윳돈을 가진 백성들이 거의 없었다.

먹고살 만해진 조선이지만, 번듯한 집을 짓고 산다는 건 꿈같은 일이었다.

고민 끝에 원은 행식이를 불러 상의했다.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사장님. 이 방법은 어떻겠습니까?"

"무슨 방법인데 말해 보거라."

"제가 자주 경강 다리 공사장에 가보았습니다. 그래서 생각 난 건데···."

행식이의 말은 훈련도감 병사들을 이용하자는 거였다.

"아무리 봐도 군졸보다는 공사장에서 일하는 게 체질인 것 같습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느냐?"

"제가 군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훈련도감 군졸들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술 마시길 좋아합니다. 점심때도 막걸리라도 한잔해야 한다고 생떼를 부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야만 힘이 나서 일할 수 있다고 합니다."

행식이가 무엇을 말하는지 눈앞에 선했다.

'노가다가 체질이라는데 그렇게 해줘야겠군.'

그렇지 않아도 훈련도감 병사들을 조선군에 편입시키고 싶지 않았다.

이미 굳어져 버린 사고방식을 변화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행식아, 그들에게 일도 하고 돈도 벌 기회를 주자."

"어떻게 말입니까?"

경강 다리 건설 현장에 훈련도감 병사들을 투입하면서 원은 생각이 바뀌었다.

비리의 온상이라 생각했는데 일 하나만큼은 잘했다.

물론 돈 때문이었다.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 돈을 주기에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문제라면 생떼를 부린다는 거다.

"병사가 술을 마셔도 문제지만, 돈을 받고 일하는데 술을 마신다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맞습니다. 말도 안 되는 짓인데 하도 항의해서 어쩔 수 없이 막걸리 정도는 주고 있습니다."

원은 지그시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작정 하지 말라고 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이 좋을 것 같았다.

"그들이 술을 마시지 않고 열심히 일하게 만들면 된다."

"어떻게 말입니까?"

"일한 만큼 더 벌 수 있다면 술을 마시지 않고 더 열심히 일하지 않겠느냐?"

"그러긴 하지만,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지금 주는 보수도 많은데 그보다 더 주기는 싫습니다."

경강 다리 공사에 동원된 훈련도감 병사들은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 하루에 2문을 받는다.

또한 일정보다 일을 빨리 끝내면 추가로 더 줬다.

원래 녹봉미(祿俸米)로 한 달에 한 말씩 받았으니 돈으로 따지면 월급이 10문이었다.

단순히 계산해봐도 경강 다리 공사장에서 일하면 6배나 많은 돈을 받았다.

물론 날씨가 좋지 않으면 쉬어야 했기에 6배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도 4~5배는 되었다.

그래서인지 경강 다리 공사장은 훈련도감 병사들에게 최고의 일자리였다.

푸짐한 점심에 오전, 오후 두 번 새참까지 주니 서로 일하려고 경쟁이 치열했다.

그런데 경강 다리 교각 공사가 끝나가자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행식아?"

"네, 사장님."

"백성들이 잘 먹고 잘살수록 나라가 부강해진다. 그러니 그들이 모두 잘 먹고 잘살 수 있도록 계획을 짜보자."

"어떻게 말입니까?"

"이번 기회에 한양을 새롭게 개발해 보고 싶다."

"네?"

원은 한양 지도를 꺼내 탁자 위에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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