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전력공사-40화 (40/275)

40. 남쪽 방어(3)

21세기 대한민국 제2의 대도시인 부산(釜山)은 동평현(당감동)에 있는 산이 가마꼴과 같다고 부산이라고 불렀다.

성종 12년(1481) 동국여지승람 산천조에 부산포(釜山浦)라는 기록이 있는 후 부산(富山)은 부산(釜山)으로 바뀌었다.

어두운 밤바다.

대형 판옥선 두 척을 이어붙인 크기의 철갑선이 부산포 앞바다에 떠 있었다.

갑판 위 전구 불빛 아래 정렬해 있는 해경 대원들.

함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다. 알겠나?"

"""멸!"""

"누구든지 다치기만 하면 혼날 줄 알아라. 알겠나!"

"""멸!"""

"우리는 자랑스러운 조선전력공사의 해경이다. 땅개 새끼들에게 절대 질 수 없다. 모두 명심하고 각자 위치로 돌아가 대기하라!"

"""멸!"""

이번 대마도 정복 작전은 해경이 나섰다.

어찌 된 일인지 육경과 해경은 서로 으르렁거리며 갈수록 자존심 대결이 커져만 갔다.

하지만, 원이 한 말이 있기에 주먹다짐 같은 폭력은 일어나지 않았다.

'요즘 도로 공사나 광산에서 일손이 달린다고 하던데 누구든 사고 치면 바로 보내버려라.'

원이 육경과 해경, 기마대의 대대장들을 모아 놓고 했던 말이다.

그래서인지 주로 농구나 축구 같은 운동 경기로 내기를 하며 경쟁했다.

'일본군 꼴이 나는 건 볼 수는 없지.'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의 육군과 해군.

견원지간(犬猿之間)은 애정이라 부를 정도였다.

아무튼 원은 같은 경비대원끼리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 가차 없이 처벌하라고 명 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있었다.

정기적인 사격대회에서 언제나 해경에서 우승자가 나왔다.

육경에서 저격수 중의 저격수라 불리는 포쌍이를 능가하는 해경의 저격수.

다름 아닌 쌍년이의 동생 포삼이었다.

'너는 뭐가 되려고 그러느냐? 공부도 못하고 허구한 날 놀기만 하니 내가 속이 타 죽겠다.'

'언니, 걱정하지 마세요. 저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요.'

'생각? 생각 좋아하네. 생각이 있는 애가 그렇게 산다는 말이냐? 그런데 날마다 바닷가에는 뭐하러 가는데?'

'언니도 봤는지 모르겠네요. 엄청나게 큰 배가 있어요. 돛도 많이 달렸고.'

'갤 선을 본 거로구나?'

'네, 언니. 저 아무래도 해경에 입대할까 봐요.'

'안된다. 배가 크다고 안전한 건 아니다. 바다는 무서운 곳이야. 절대 안 된다.'

'사나이라면 대양을 누비며 세상을 돌아봐야 한다고 했어요.'

'누가 그러든? 그놈 누군지 이름 대봐라. 내 당장!'

하지만 포삼이는 쌍년이의 허락도 받지 않고 해경에 입대를 해버렸다.

훈련을 마친 포삼이는 갤 선을 타고 대륙을 오가면서 견시(見視)를 담당했다.

공부는 못했지만 운동 신경이 좋아서 그런지 영화에 나오는 해적처럼 밧줄을 타고 놀기를 좋아했다.

보다 못한 함장은 포삼이를 견시 담당으로 임명했다.

지루함과 심심함을 참지 못한 포삼이는 총을 들고 망루에 올라가 수면 위에 떠 오르는 큰 물고기를 닥치는 대로 잡았다.

그것도 심심했는지 주로 물고기의 눈을 겨냥하고 한 방에 죽이는 기술을 나름대로 터득했다.

흔들리는 배에서 순간적으로 포착하여 사격하는 건 재능이 있다고 해도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심심함을 참지 못한 포삼이가 해냈다.

"포삼이 잘해 낼 수 있겠지?"

이번 작전에 투입된 조경 1호 함장이 저격용 총에 달린 망원경을 손질하고 있는 포삼이에게 물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대대장님. 말씀만 하시면 박살을 내버리겠습니다."

"그래, 너만 믿는다. 준비하면서 쉬어라."

"멸!"

해경의 인원은 많지 않았다.

처음 2천 명에서 시작한 해경은 지금도 3천 명이 넘지 않았다.

배가 있어야 인원을 늘리든지 하는데, 배가 없기에 어쩔 수 없었다.

대마도 동쪽 이즈하라 항구 앞에 조경 1호가 대기하고 있는 사이 북쪽에서 판옥선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세종 1년(1419) 삼군 도체찰사 이종무가 대마도를 정복하러 갔을 때는 서쪽 두리포로 접근했으나 이번에는 달랐다.

대마도에서 가장 큰 마을인 이즈하라부터 공격하기로 작전을 세웠다.

열도에서 이키섬을 거쳐 건너오는 해적들이 기항하는 곳이라 이곳을 완전 초토화해 버리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 이즈하라에서 조그마한 돛단배가 조경 1호선으로 다가왔다.

조경 1호에 올라탄 대마도 사신.

기이하게 생긴 배를 보고 놀랐지만, 서둘러 말을 꺼냈다.

"꼭 이러셔야겠습니까? 제발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조선에 변함없는 충성을 맹세할 터이니 제발 살려 주십시오."

"헛소리 마라. 그동안 네놈들이 박쥐 같은 짓을 한두 번 했느냐? 또한 대마도는 조선의 땅이 분명하거늘 어찌 네놈들이 통치한단 말이냐. 바로 공격에 들어갈 터이니 어서 썩 꺼지거라. 아니면 이곳에서 구경이나 하든지."

이번에 조선군을 대표하여 작전에 참여한 병조참의(兵曹參議) 유혁연(柳赫然)이 단호하게 말했다.

"제발, 부탁입니다. 살려주십시오. 영감."

"시끄럽다! 썩 꺼지거라!"

"영감! 영감!"

유혁연은 듣는 체도 하지 않고 함장에게 말했다.

"준비됐으면 작전을 수행하시오. 조선전력공사에서 새로 만들었다는 철갑선의 유력을 보고 싶구려."

"알겠습니다. 즉시 작전을 수행하겠습니다."

조경 1호 함장은 함교(艦橋, Bridge)로 들어가 바로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모두 잘 들어라!

-이제부터 대마도 정복 작전을 시작한다.

-사정 볼 것 없다.

-충분한 시일을 두고 경고를 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았다.

-따라서 앞으로 1시간 동안 무차별 사격을 허락한다.

이즈하라항에서 1km 떨어져 있는 해상.

조경 1호선 옆으로 판옥선들이 줄줄이 떠 있었다.

-탕!

포삼이가 조2 소총의 총신을 3cm나 늘이고 망원경을 단 저격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항구에서 가장 화려한 옷을 입은 자의 머리가 터지면서 함포 사격이 시작됐다.

-펑! 펑! 펑!

조경 1호에서 함포가 발사되자 판옥선에서도 반투명한 폴리에틸렌으로 감싸인 철통 콘크리트 포탄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원은 철통 콘크리트 포환이 녹스는 것을 방지하고, 포구를 보호하고, 포압을 높이기 위해 연질 폴리에틸렌으로 포탄을 감싸 놓았다.

그래서인지 철통 콘크리트 포탄의 발사 속도는 엄청났다.

사신의 말을 묵살하고 함교로 들어온 유혁연은 그 모습을 보며 놀라 말했다.

"과연 대단합니다. 어찌 포가 뒤로 밀리지도 않고 발포한 후 바로 제 위치로 간단 말입니까?"

"주퇴복좌기(駐退復座機, Recoil Buffer)라고 합니다. 사장님께서 연구원들과 만든 기술의 산물입니다."

"사장님이라면 태자 전하를 이르는 말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어찌···."

"상단에 소속된 직원들은 모두 그렇게 부르라고 태자 전하께서 명 하셨습니다."

"크흠."

원이 눈여겨보고 있는 무신 집안 출신인 병조참의 유혁연은 심기가 불편했지만, 입을 다물었다.

강직한 성품이지만, 경비대는 조선전력공사라는 상단의 소속임을 알기 때문이다.

아직 후장식 대포의 실험이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에 급히 만든 대포를 주퇴복좌기가 설치된 포대에 고정해 놓았다.

아무튼 급히 깎아 만든 전장식 강철 대포의 성능은 엄청났다.

최대 사거리가 5km가 넘었고, 유효 사거리 또한 2km가 넘었다.

판옥선의 경우 흑색화약을 쓰지만, 조경 1호에서는 무연화약을 쓰기에 포탄을 날리는 힘과 사거리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폴리에틸렌으로 감싸서 포환을 만들었기에 강철 대포를 탈취당한다 해도 그만한 성능이 절대 나오지는 않을 거로 확신했다.

그래서 원은 믿을 수 없는 조선군에게 강철 대포 운영을 맡겼다.

아무튼 조경 1호에서 사용하는 무연화약은 니트로글리세린과 콜로디온(Collodion), 흑연을 섞어 만들었다.

콜로디온은 에탄올과 에데르의 혼합용액에 면화약(Nitrocellulose)을 녹여 만든 시럽 같은 액체이다.

흑색화약과 비교해 연기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깨끗하게 연소 되며, 더 큰 힘을 내는 무연화약은 발군(拔群)의 실력을 보였다.

판옥선에서 쏜 포탄보다 조경 1호에서 발사된 포탄을 맞은 건물들은 더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급히 만든 전장식 강철 대포의 성능도 실험할 겸.

1시간 동안 무차별 포격이 끝난 후, 함장은 유혁연을 보며 말했다.

"우리는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어쩌시겠습니까? 이곳에서 진격을 보시겠습니까? 아니면 따라가시겠습니까?"

"내가 여기에서 할 일이 뭐 있겠소. 번거롭지 않다면 따라가도 괜찮겠소?"

"번거로울 일이 뭔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밖은 위험하니 이곳에 계시도록 하십시오."

"고맙소."

-붕! 붕! 부웅!

힘찬 뱃고동 소리로 신호를 보내고 난 조경 1호는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와 동시에 판옥선들은 불타고 있는 이즈하라를 향해 힘차게 노를 저었다.

* * *

대마도 도주 소 요시나리(宗義成).

사신을 보냈으나 돌아오지 않자 가신들을 데리고 급히 도망을 쳤다.

소 요시나리는 언덕 위에서 불타오르는 이즈하라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돈만 썼어···."

왜에서 돈을 주고 해적들을 데리고 오자고 말했던 가신들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숙였다.

조선의 화포.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리 멀리 날아올 줄은 몰랐다.

그래서 준비해 놓은 화포는 물론 데리고 온 해적들까지 단숨에 휩쓸려 버렸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가신들을 보며 물었지만,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직접 조선으로 건너가 무릎이라도 꿇고 사죄를 했어야 했는데···.

인제 와서 후회해 봐야 너무 늦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항복하자!"

"""도주!"""

"왜?"

"아, 아닙니다."

"에이! 쌍."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든 가신들도 미웠지만, 제3대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미쓰가 더 미웠다.

도와 달라고 그렇게 사정을 했는데도 듣는 체도 안 하다니.

"빌어먹을 새끼들!"

원래부터 대마도는 조선이건 일본이건 체급 자체가 달라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아버지 소 요시토시(宗義智)는 양쪽의 눈치를 보며 잘 대처했다.

자신 또한 그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아니 기회가 없었다.

조선에서 왕이 바뀌고 바로 쳐들어올 줄은 몰랐었다.

일본에 빌붙어 오사카 전투에도 참전했다.

단바 방면에서 목숨을 걸고 수비도 했다.

그래서 종사위하(従四位下)에 서위(叙位)가 되었지만, 그뿐이었다.

아버지가 조선과 기유약조(己酉約条)를 맺었을 때 국서를 위조한 사실이 폭로되자 관직에서 쫓겨날 뻔했던 거다.

그래도 일본에 붙어 살살거렸는데 인제 와서 나 몰라라 하다니.

"더러워서 못 해 먹겠네!"

도주건 뭐건 목숨보다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아쉬운 건 그 많은 재산을 화포를 구입하고 쓸모도 없는 해적들을 데리고 오느라 써버린 거였다.

"백기를 만들어라!"

"""도주!"""

"시끄럽다!"

칼을 빼든 쇼 요시나리의 두 눈에서 흉흉한 빛이 쏟아지자 겁을 먹은 가신들이 뒤로 나자빠졌다.

"너는 빨리 가서 무조건 항복한다고 전해라. 이러다간 모두 죽겠다. 죽고 나면 뭔가 남느냐? 어서 서둘러라!"

"네, 도주."

어느새 이즈하라 항구에 판옥선들이 정박하고 조1 소총을 든 조선의 병사들이 뛰어내리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조경 1호는 섬을 돌면서 눈에 띄는 선박은 모조리 파괴했다.

* * *

대마도에서 정복 작전이 시작된 지도 모르는 사직서를 낸 선비들.

성균관(成均館) 유생들을 꼬드겨 유소(儒疏)를 작성하게 했다.

멋모르고 날뛰는 성균관 유생들.

천인소(千人疏)를 작성하여 합문(閤門)으로 달려가 연좌시위를 벌였다.

그 뒤로 지방에서 도끼나 관을 매고 올라 온 선비들까지 동참했다.

"전하!"

"""전하!"""

성균관 유생의 대표가 외치자 유생들과 선비들이 합창하듯 힘차게 따라 했다.

"이 나라 조선은 이대로 가면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이고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 하였는데, 어찌하여 신분을 무시하고 관원을 뽑을 수 있으며, 부모가 물려준 머리를 깎을 수 있단 말입니까?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하지만 지켜보던 백성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신분이 다른지라 함부로 입을 열지는 않았다.

하지만 닭목 가지 하나 비틀지도 못할 것 같은 선비들이 시퍼런 도끼를 옆에 놓고 외치니 백성들은 비웃었다.

계속되는 외침에 누군가 짜증이 났는지 옆 사람에게 물었다.

"말 좀 묻겠소. 지금 뭣 때문에 저러는지 아시요?"

"보면 모르오. 자기 밥그릇 챙겨 달라는 거잖소."

"우리 집 개새끼랑 똑같구먼요. 지 밥그릇 비면 지랄하는 것이."

말을 들은 선비 하나가 도끼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이놈! 방금 뭐하고 하였느냐?"

"저 말입니까?"

"그래 이놈아!"

"저 아십니까?"

"이런 죽일 놈을 봤나. 이놈이 감히!"

"감히 뭘 말입니까?"

또박또박 말대꾸하자 선비는 도끼를 치켜들고 다가왔다.

하지만 백성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도끼로 절 죽이시려고 하는 겁니까?"

"내가 네까짓 놈 하나쯤 죽이지 못할 것 같으냐?"

말과 동시에 선비는 도끼를 내리찍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상대는 가만있지 않았다.

예사롭지 않은 몸짓으로 움직였다.

백성에게 허리춤이 잡힌 선비는 빙글 돌더니 땅바닥에 그대로 내리꽂혔다.

힘을 쓰고 난 백성은 손바닥을 털더니 기분 나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나리. 저에 대해 아시는 것도 없으시면서 왜 욕부터 하십니까? 게다가 저를 죽이려고 도끼까지 휘두르다니. 아무리 양반이라고 하셔도 그러시면 유학에서 말한 성인들의 가르침에 어긋난 것 아닙니까?"

"크흑···. 이놈이···."

땅바닥에 쓰러진 선비는 온몸이 욱신거려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비참하게 당한 선비를 본 유생들과 다른 선비들.

동시에 일어나더니 백성을 향해 달려갔다.

-탕!

갑자기 천둥소리와 같은 총소리가 울리자 유생이건 선비건 백성들까지 모두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지만 사고를 친 백성은 그 순간 자리를 피해 버렸다.

"나는 포도대장 이완이다. 지금부터 움직이는 자는 모두 처벌하겠다."

육모 방망이를 든 포졸을 이끌고 나타난 이완.

원이 특별히 은도금해 준 조3 소총을 들고 쓰러져 있는 유생들과 선비들 사이를 지나 유생 대표 앞에 섰다.

"묻겠다. 집회(集會) 허락은 받았느냐?"

"허락이라뇨?"

"그럼 허락도 받지 않고 시위(示威)를 한단 말이냐? 이는 불법이다."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당연히 법이 있으니 그리 말한 것이다. 여봐라! 불법 집회자를 모두 잡아 감옥에 처넣어라!"

"""네, 대장 나리."""

육모 방망이를 든 포졸들이 유생들과 선비들을 체포하려는 순간.

대전과 가까운 입문이 열렸다.

"국왕 폐하 납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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