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조선전력공사-22화 (22/275)

22. 진출(4)

조선전력공사 경비대 제2사단.

신의주에 도착한 후 제일 먼저 철조망부터 쳤다.

북동쪽 위화도를 향해 준비해온 철조망을 쭉 깔았다.

가져온 시멘트와 강변에 널린 모래로 벽돌을 만들고 1.5미터 높이의 담장을 철조망 뒤에 쌓았다.

앞으로 전쟁은 총격전이라 생각한 원은 성벽을 쌓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접근을 차단할 철조망과 담장은 바로 설치하라 지시했다.

원은 청나라 대군을 막을 곳을 빠르게 결정했다.

어릴 때 그곳을 지나온 적이 있기 때문이다.

1939년 완공된 수풍(水豐)댐이 없기에 위화도(威化島) 말고는 압록강을 건널만한 곳이 마땅히 없었다.

위화도를 주장하는 대대장도 있었지만, 원은 신의주를 선택했다,

홍수가 나면 고립되기 쉬웠고, 옆으로 지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신의주는 방어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위화도를 건너와도 신의주를 거치지 않고서는 대군이 이동하기 힘들었다.

신의주 동쪽은 산과 협곡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겨울에 강이 얼면 압록강 하구를 통하여 넘어 올 수도 있다.

따라서 하구까지 하천제방 공사 겸 방어진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겨울이 오기 전에 필히 완공해야 한다.'

무려 20km 가 넘는 거리에 콘크리트 제방(堤防)을 쌓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따라온 백성들이 동참하자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다.

제방 남쪽으로 넓게 펼쳐진 갈대밭,

앞으로 자신들이 농사를 지을 농지이다.

그러기에 백성들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뙤약볕에도 땀을 흘렸다.

"대원 나리, 시멘트가 부족합니다."

"곧 도착할 겁니다. 좀 쉬십시오. 이러다 병나겠습니다."

"어휘, 쉬다니요. 곧 큰비가 내리면 다 무너질 건데 빨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는 길에 수레에 시멘트를 가득 싣고 왔지만, 금방 떨어졌다.

지금도 계속 실어 나르고 있지만, 쓸 곳이 너무나 많았다.

다행이라면, 모래가 지천으로 널려있다는 거다.

다른 곳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원은 신의주 바로 밑에 희토류 광산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개발할 단계가 아니었다.

대신 널려있는 철광석, 무연탄, 석회석을 캐서 철과 시멘트 생산에 중점을 뒀다.

-꽝!

"오매! 저게 뭣이여.""화약이라고 하더구먼."

"화약? 비싼 거 아녀? 그런데 저렇게 막 써도 되남?"

"원손 마마께서 조선 제일의 부자 아니여. 걱정은 넣어 두게나."

구멍을 뚫고 화약이 가득 담긴 통을 넣은 다음 점화를 시키면 산이 무너져 내렸다.

사람들은 단순히 흩어져 있는 철광석과 무연탄, 석회석을 수레에 싣고 콘크리트 도로를 따라 옮기면 되었다.

모두가 분주한 가운데 신의주 동쪽 산 위에 높은 철탑이 세워졌다.

"조심! 조심! 망가지면 본사에서 다시 가져와야 한다. 제발 조심히 좀 다뤄라. 너희들 목숨만큼이나 중요한 것이다."

소대장은 장비를 옮기는 대원들에게 연신 주의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소대장님. 열식기관 설치 완료했습니다. 바로 가동해도 되겠습니까?"

"그래. 가동하고 전력이 제대로 나오는지 측정한 후 보고해라."

"넵!"

다양한 종류의 스프링을 만들 수 있게 되자 열식기관도 바뀌었다.

전처럼 상하 운동을 회전 운동으로 변경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해 낼 수 있게 되었다.

코일이 감긴 원통 속으로 영구자석을 상하로 왕복만 시켜도 전기는 생성되기 때문이다.

훨씬 간결해진 열식기관들이 정상 작동하자 대원들은 소대장의 허락을 받고 장비에 전원을 연결했다.

장비의 스위치를 켠 소대장.

손바닥보다 작은 둥근 것을 손에 쥐고 심호흡을 했다.

수도 없이 연습했지만, 긴장되는지 땀을 훔쳤다.

"하나둘삼넷! 하나둘삼넷! 여기는 신의주. 여기는 신의주. 대붕이 나와라. 오버."

북해에 사는 거대한 물고기 곤(鯤)이 변하여 새가 되었다는 전설상의 대붕(大鵬).

한번 날아오르면 9만 리를 난다고 한다.

그래서 백령도에 있는 통신 본부를 대붕이라 정했다.

-찌지직, 찌지직.

-여기는 대붕. 신의주, 첫 교신 축하한다. 수신 상태 양호하다. 오버.

"""와~!"""

통신 소대 대원들이 함성을 지르더니 서로를 얼싸안았다.

비록 음질은 좋지 않았지만, 본사와 백령도를 사이에 두고 수도 없이 연습하며 들었던 음성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소대장님, 성공했습니다."

"소대장님, 축하합니다."

"조용히 좀 해라."

대원들을 째려본 소대장이 다시 마이크 버튼을 눌렀다.

"여기는 신의주. 사단장님을 모시고 다시 교신하겠다. 오버."

-여기는 대붕. 알았다. 오버.

원은 트랜지스터를 만들어 내자 제일 먼저 단파(HF)를 이용한 무전기부터 제작했다.

3MHz~30MHz의 전파를 이용하는 단파 무전기.

지구 표면과 전리층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나아가기에 지구상 어느 곳과도 통신할 수 있다.

같은 대역을 사용하는 단파 방송(短波放送, Shortwave Radio)은 전 세계로 방송할 때 사용하는 라디오 방송이다.

단파 방송은 1927년에 네덜란드에서 국제 방송용으로 처음 사용했다.

2차 대전 독일 나치는 100KW 송신기를 사용하여 전 세계로 방송했다.

단파를 이용한 무전기는 21세기에도 사용하고 있었다.

CB(Citizen Band)라 불리는 단파 무전기.

누구나 쓸 수 있는 생활 무전기다.

법적으로 허가 받지 않고 사용 가능한 최대 출력은 3W.

출력은 작지만, 산꼭대기에 안테나를 설치하면 100km 되는 곳까지 통신할 수도 있다.

원이 처음 만든 단파 무전기는 출력 1W였다.

하지만 지금 신의주에 설치된 것은 100W이다.

따라서 동아시아 전역으로 교신할 수 있다.

원은 유선통신도 건너뛸 생각이었다.

아까운 구리를 이용해 통신선을 깐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병신 짓이지.'

유선 전화망조차 제대로 없던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에서도 무선 통신을 이용한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으로 바로 건너뛰었다.

나라가 가난했기에 돈이 없어 유선망을 구축하지 못했지만, 띄엄띄엄 중계기만 설치하면 되는 무선망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도입됐다.

이처럼 원은 처음부터 무선 통신을 준비했다.

물론 단결정 실리콘을 합성해 내지 못했다면, 아쉬운 대로 귀한 구리 선을 사용하여 유선으로 설치했을 거다.

아무튼 신의주는 빠르게 개발되고 있었다.

덕분에 옹진반도에서 신의주까지 가는 길도 콘크리트 포장이 진행되고 있었다.

무려 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라 땅은 잘 다져져 있었다.

경비대와 따라온 백성 중 일부는 오늘도 콘크리트를 치며 도로를 만들고 있다.

신의주 남쪽으로 갈대밭이 넓게 펼쳐진 평야가 있다.

그런데도 수시로 도발하는 여진족과 두 번의 호란 때문에 개발되어 있지 않았다.

원은 이 땅을 모두 사들였다.

압록강 제방 공사가 끝난 후.

신수 사단장은 작전 지시서대로 따라온 사람들에게 농지를 분배했다.

한 가구당 5천 평씩 1결(약 3천 평)이 넘는 땅을 배정받은 백성들은 믿지를 못하겠는지 어리둥절했다.

살 집을 짓는데도 대원들이 나섰다.백령도에서 지어 본 경험이 있기에 대원들의 손놀림이 무척이나 빨랐다.

집은 초가집이 아니었다.

바닥에 콘크리트를 치고 벽돌로 지어진 단단한 집이었다.

상수 처리장을 만들고 압록강에서 물을 끌어와 마을마다 물탱크를 만들고 수도를 연결했다.

일말의 희망을 품고 따라온 사람들.

온갖 자재를 들고 오느라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자신들을 위한 것이란 걸 알고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했다.

"조선전력공사에서 모든 것을 제공해줬습니다. 따라서 수익의 반은 조선전력공사에 내셔야 합니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그런데 남는 것은···."

배정받은 농지는 상상 이상으로 넓었다.

북쪽이라 이양법을 할 수 없지만, 농사를 망치더라도 30가마니는 넘게 나올 것 같았다.

15가마니를 조선전력공사에 주고, 세금으로 3가마니를 준다고 해도 최소 12가마니가 남는다.

아무리 자식들이 많다고 해도 먹고 살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추가로 남는 것은 조선전력공사에서 돈을 주고 모두 매입합니다."

"감사합니다. 나으리. 감사합니다."

"나으리라 부르시면 저 혼납니다. 그냥 대원이라 하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대원 나리."

감사를 표한 마을 촌장들은 자기 마을로 뛰어가 이 사실을 알렸다.

마을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대원들 모두 일하는 가운데 신의주 입구를 지키던 제3 대대원들.

그들의 눈에 위화도를 건너 말을 타고 달려오는 청나라 병사들이 들어왔다.

"대대장님 청나라 놈들이 오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그래?!"

신의주 입구 경비를 맡은 제3대대 대대장.

씩 웃더니 밖으로 나갔다.

담장 너머로 지천으로 깔린 갈대.

모두 태워버리고 쭉 뻗은 콘크리트 도로를 깔아 놓았다.

멀리서 우르르 말을 타고 달려오는 청나라 병사들.

넓게 흩어지며 콘크리트 도로가 아닌 갈대밭으로 거침없이 말을 몰아 달려왔다.

-히이힝!

"으악!"

곳곳에 깔린 철질려(鐵蒺蔾)에 말이 발광하자 함께 넘어져 비명을 질렀다.

-따각! 따각!

결국 콘크리트 길을 따라 다가오는 청나라 병사들.

"멈춰라! 움직이면 죽인다. 모두 무기를 버려라!"

"네놈들이 감히!"

-퍽!

눈알을 부라리며 입을 열던 놈의 아가리에 큼지막한 돌멩이가 내리꽂혔다.

청나라 병사들.

오면서 몇 명이 철질려에 당했다.

그런데 조선 놈들이 돌을 던지자 바로 활과 무기를 꺼내 들었다.

-탕! 탕! 탕!

"움직이면 죽인다. 반항해도 죽인다. 무기를 버리고 손을 들어라."

거침없었다.

말 위에서 활을 꺼내는 놈.

활시위를 매기도 전에 총알을 맞고 말에서 굴러떨어졌다.

-탕! 탕! 탕!

몇 놈이 도망을 시도했지만, 말을 돌려 달리기도 전에 사살되었다.

"모두 말에서 내려라. 불응한 자는 죽이겠다."

경비대원 중에는 어릴 때 청나라에서 살다 온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능통하진 않지만,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너희들은 조선전력공사의 허락도 없이 침범하고 난동을 부렸다. 모두 체포한다."

"이놈들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조선을 굴복시키고 명나라를 삼키더니 간덩이가 부은 청나라 병사들.

침을 뱉으며 대들었다.

-탕! 탕! 탕!

-퍽! 퍽! 퍽!

그런데 돌아오는 건 총알 아니면 몽둥이였다.

무기를 버리지 않는 자는 가차 없이 쏴 죽였고, 대드는 자는 몽둥이로 두드려 팼다.

백여 명 가까이 된 청나라 병사 중 살아남은 자는 30여 명이 되지 않았다.

모두 묶어 감옥에 처넣은 후.

"대대장님, 이래도 되는 겁니까?"

"안될 게 뭐가 있는데."

"그래도···."

"작전 지시서에 있는 내용이다."

"그렇습니까?"

"그렇다. 모두에게 전해라. 사장님께서 지시하신 내용이다."

"넵!"

"참, 포로, 아니 도둑놈들은 탄광으로 보내라."

"넵!"

대원들이 쓰는 용어는 현대 한국어가 많았다.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

원에게 현대식 군사 교육을 받은 대대장들을 따라 한 거였다.

날이 어두워지자, 담장 너머로 불빛이 왔다 갔다 했다.

횃불이 아닌 서치라이트를 가동한 거다.

발전 효율이 높아진 열식기관이 있기에 전력은 부족하지 않았다.

다음날 더 많은 청나라 병사들이 쳐들어왔다.

말을 멈추지 않고 화살을 쏘며 전력으로 달려왔다.

쏴 죽였다.

그중 몇 놈이 살아서 도망갔다.

며칠이 지나자 1,500명 정도 되는 청나라 병사가 위화도를 건너와 멀리서 멈춰 섰다.

그러더니 대장으로 보이는 자와 병사 두 명이 콘크리트 길을 따라 다가왔다.

"나는 대청나라 잘란 어전 에제이다. 따질 것이 있어서 왔다."

"나는 조선전력공사 경비대 제1사단 제3대대 1중대 1소대 소대장 복돌이다. 무엇을 따진단 말이냐?"

에제이는 뜻밖이라는 듯 고개를 살짝 움직였다.

청나라의 핵심 전력인 팔기군(八旗軍).

팔기제(八旗制)라고도 부르는 팔기군의 한 단위는 니루(牛彔, Niru)이고 약 300명 정도이다.

5개의 니루가 모이면 잘란(甲喇, Jalan).

또 5개의 잘란이 모이면 구사(固山, Gūsa).

즉 1기(旗)가 된다.

에제이는 5개의 니루가 모인 잘란의 대장인 잘란 어전(甲喇額眞, Jalan Eejen)이었다.

어전은 장긴(章京=參領, Janggin)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간단히 말해 소속 부대의 대장이란 뜻이다.

아무튼 잘란 어전 에제이는 너무나 당당한 조선의 병사를 보고 당황했다.

"조선전력공사 경비대?"

"그렇다."

"조선의 병사가 아니란 말이냐?"

"그렇다."

생각한 것과 다른 대답이 나오자 에제이는 멍해진 표정으로 한동안 말이 없었다.

"왜 우리 병사들을 죽였느냐?"

"병사 아니다. 약탈자다."

"뭐라고?!"

"이곳은 조선 땅. 그리고 조선전력공사의 신의주 분점이다. 다시 말해 청나라와 무역을 할 교역 장소란 말이다. 그런데 이곳에 활과 무기를 들고 달려오는 놈이 도적놈이지 청나라 병사란 말이냐?"

"뭐! 뭐?"

또다시 할 말이 없어진 에제이.

한참을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우리는 조선의 조정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우리는 나라의 허가를 받고 이곳에 교역 장소를 세웠다. 너에게 말할 이유가 없다."

"이놈이!"

"말조심해라. 죽기 싫으면. 너 또한 남의 땅을 허락도 없이 넘어온 도적놈일지 모른다. 도적놈은 모두 죽여야 한다."

"이, 이!"

잘란 어전 에제이는 이를 꽉 물고 부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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