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점검(2)
조선 시대에도 한반도에 사는 조선인은 주변 타민족보다 체구가 좋고 키가 컸다.
원은 더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알려준 운동 경기가 있었다.
그건 바로 농구였다.
물론 농구를 한다고 키가 큰다는 근거는 없다.
원은 현대식 부대 단위(部隊 單位, Military Unit)를 참고하여 경비대를 편제했다.
가장 작은 단위인 분대, 십인장 개념이다.
그 위로 50명까지 소대.
250명까지 중대.
1,000명까지는 대대로 나누도록 했다.
경비대 대대장이면 천인장이나 다름없었다.
아직 연대장과 여단장은 두지 않았다.
제1사단 경비대 제1사단 대대장들과 사단장인 정용식은 원이 직접 가르친 대원들이다.
그래서 사단장만 빼고 아직 급을 나누지 않았다.
'경쟁을 시켜야지.'
지금도 지속해서 조선전력공사가 있는 옹진반도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
극락이나 다름없는 곳이라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다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이미 체제에 굳어버린 사람들은 분란의 소지만 되지.'
그래서 여러 가지 테스트를 거쳐 받아들인 직원들.
대부분이 20살 이하였다.
넘치는 혈기에 세상에 순응하지 못하는 젊은이들.
그들은 현 조선의 제도에 불만이 많았다.
어찌 보면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한 번 들어오면 밖으로 나가는 것을 통제했기에 지금까지 문제가 없었다.
'들어오면 끝이지.'
먼저 우두를 접종하고 머리를 빡빡 밀어버렸다.
여자라면 단발로 쳐버렸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이따위 말이나 비슷한 태도만 보여도 바로 염전으로 보내 버렸다.
어차피 소금은 필요하고 옹진반도는 천일염을 만들기에 좋은 곳이었다.
물론 생산된 소금은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소금은 왕족들만 할 수 있는 수익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종친을 건들 필요가 없지.'
왕족들은 원에게 힘이 되어줄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뇌물이 아니라 용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주고 있다.
천일염은 쌓아두고 3년 이상 기다려야 쓰디쓴 간수가 빠지고 먹을 만해진다.
간수에는 짠맛을 내는 소금은 거의 없고, 염화마그네슘과 황산마그네슘만 들어 있어 쓴맛을 내기 때문이다.
먹기 좋은 천일염을 얻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대신 빠진 간수와 재배한 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먹였다.
종이와 두부.
어찌 보면 절에서 스님들이 하는 일을 조선전력공사에서 다하고 있었다.
아무튼 옹진반도에 한 번 들어오면 그 누구도 허락 없이는 밖으로 나갈 수 없다.
머리만 봐도 직원인지 아닌지 알 수 있기에 관리도 편했다.
머리가 간지러워 미칠 것 같은 원.
1만 명이 넘는 대원들이 있기에 뻑뻑 긁을 수도 없었다.
'너희들은 좋겠다.'
빡빡 깎은 머리를 보니 너무나 부러웠다.
'가발을 써야 하나?'
하지만 혼례를 올리지 않았기에 상투를 틀 수 없어 티가 날 게 분명하다.
'아버지가 왕위에 오르시면 다 밀어버릴 거다.'
원뿐만 아니라 외부 활동을 하는 직원들 또한 머리를 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빡빡 깎은 머리만 보면 부러운 눈치였다.
이제 위생이 뭔지 아는 옹진반도 사람들.
집안에 빈대라도 나오면 난리가 났다.
그만큼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단상 아래까지 밀고 온 농구대.
대원들이 둘러쌌고 열띤 응원전이 시작되었다.
"""육경 이겨라!"""
"""해경 이겨라!"""
원이 알려준 규칙대로 농구 경기가 시작되었다.
337박수 등 응원이란 것도 알려 줬더니 나름대로 변형하여 열심히 하고 있다.
"철조망은 잘 만들고 있느냐?"
"네, 사장님. 모두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안전 장갑은 착용하고 있고?"
"네, 사장님."
백령도에 있는 1만 명이 넘는 대원들.
틈틈이 돌아가면서 철조망 만드는 작업에 투입됐다.
도구래 봐야 펜치뿐이지만, 가죽으로 만든 안전 장갑을 끼고 안전에 신경 썼다.
'파상풍에라도 걸리면 뒈지는 거지.'
철조망을 만들다가 혹시라도 찔리면, 피를 짜내거나 불로 지지라고 했다.
'빨리 설파제를 만들어야 하는데.'
설파제(Sulfa Drugs).
설파닐아마이드(Sulfanilamide)는 페니실린(Penicillin)이 나오기 전에 광범위하게 사용된 항균 작용을 하는 약이다.
설파제 이전에 실바르산이 있었는데 독성이 큰 비소화합물이라 소독제로 많이 썼다.
매독에도 효과적이라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로 순수한 유기화합물인 프론토질(Prontosil)로 만든 것이 설파제이다.
프론토질은 사람에게는 비교적 해가 적고 감염균만 죽이는 강력한 항균력이 있다.
비타민B군에 속하는 엽산(Folate)은 인간의 몸에서 합성하지 못한다.
그러나 세균은 자체적으로 만들어 쓴다.
음식으로 얻을 수 있는 엽산은 DNA 합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영양소이다.
'산모에게 필수지.'
바로 이것을 이용한 것이 설파제이다.
인간은 음식을 섭취해서 엽산을 얻지만, 세균은 자기들이 만든 것 아니면 쓰지 않는다.
그래서 설파제를 복용하면 세균의 번식을 막고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설파제는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요로결석이 생길 수 있다.
게다가 내성이 생기면 더 강한 세균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항생제는 다 그러니 어쩔 수 없지.'
설파제도 항생제라 볼 수 있지만, 화합물이라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항생제란 사람에게 이로운 미생물이 만들어낸 물질로서, 사람에게 해로운 미생물의 발육을 저지하는 물질이라고 정의했기 때문이다.
그와 달리 푸른곰팡이에서 찾아냈다는 페니실린.
인류 최초의 항생제이다.
원은 페니실린보다 설파제를 만들고자 했다.
푸른곰팡이를 찾아내는 것도 일이지만, 배양하는 것도 대량 생산하기에도 쉽지 않다.
진짜 사람에게 이로운 균종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다양한 균종을 찾아내서 수도 없이 실험해 봐야 한다.
'그 짓을 언제 하고 있어.'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 또한 바로 약으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최초 발견 후 20년이 지난 후에야 페니실린 약이 나왔던 것이다.
아무튼 페니실린을 만드는 일은 반도체 원료인 단결정 실리콘을 만드는 것보다 확률이 낮았다.
하지만 게르하르트 도마크(Gerhard Domagk)가 만든 설파제는 달랐다.
자연에서가 아니라 실험실에서 만들 수 있는 합성 화학물질이라 굴리면 된다.
원은 천재들에게 화학 공식과 원리를 알려주고 개발을 시켰다.
알약으로 복용할 수 있고, 가루나 용액으로 만들어 상처에 직접 뿌릴 수 있는 설파제.
앞으로 일어날 전쟁을 앞두고 빨리 개발 해야 했다.
원이 계획한 조선을 위해서도 설파제가 필요했다.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려야 했기 때문이다.
'설파제가 있으면 출산율을 높일 수 있지.'
항생제가 있기 전에는 출산하다가 감염돼서 죽는 경우가 많았다(4명 중 1명 사망).
하지만 설파제가 있다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화학약품이라 대량 생산이 쉬운 설파제.
매독과 임질에도 효과가 있고, 파상풍은 물론 성홍열, 신우염, 수막염, 가스괴저, 중이염, 편도염 치료에도 특효약이다.
한마디로 만들기만 하면 만병통치약(萬病通治藥)이 되는 것이다.
'역시 애들이라 그런지 잘 노네.'
현대라면 중2병에 삐뚤어질 나이.
대원들은 그렇지 않았다.
매일 같이 훈련하고, 쉬는 날이면 축구와 농구를 하면서 운동을 하기에 치솟는 호르몬을 감당할 수 있었다.
진한 감청색으로 물들인 옷을 입고 있는 육경 대원.
하얀 옷을 입고 있는 해경 대원.
모두 가슴 왼쪽에 반대색으로 된 '번개' 표시가 덧대어 있었다.
"아스피린은 잘 사용하고 있느냐?"
"네, 효과가 정말 좋습니다."
해열 진통제인 아스피린.
설파제보다 훨씬 만들기 쉬웠지만, 원은 개발조차 하지 않았다.
설파제를 만드는 일이 급했기 때문이다.
대신 버드나무 껍질을 달인 물을 아스피린이라 불렀고, 그것을 마시게 했다.
'아버지 때문이라도 설파제는 빨리 만들어야 해.'
문식이가 어디서 봤는지 효종의 죽음에 대해 말한 적이 있었다.
항우장사나 다름없는 아버지 효종이 말년에 죽었던 이유가 염증으로 인해 침을 놓다가 귀 옆에 흐르는 동맥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은 아버지의 귀 주변을 살펴봤다.
그런데 정말 구멍이 있었다.
'아예 염증을 가라앉히면 문제 될 것이 없지.'
전이개낭종.
귀 앞에 생긴 구멍 안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세균에 감염되면 누공에서 악취와 분비물이 나오고 부어오른다.
유병률은 2~3%지만, 어릴 때 수술로 제거하기에 현대에서는 병도 아니다.
조선 시대 침의 종류를 보면 외과 수술도 했던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세자인 아버지 얼굴을 째자고 말할 수 없기에 설파제가 필요했다.
'살벌하네.'
돼지 오줌보에 가죽을 입혀 만든 공을 사용하는 농구 경기는 치열했다.
거의 몸싸움이나 다름없었다.
'제길, 빨리 고무를 합성해 내야 하는데.'
공이 잘 튀지 않기에 치열한 몸싸움이 많이 벌어졌다.
원은 굳이 나서서 규칙이 어떻고 스포츠맨십이 어떻다는 개소리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차피 이들은 총을 들고 나가 싸울 군인이 될 터이다.
'정복하지 않으면 정복당하지.'
역사는 지금까지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특히나 지금은 전적을 확인하기 위해 죽은 자의 귀나 목도 베는 시대다.
그런 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감성 따위를 따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원은 석탄으로 고무를 만들 생각이다.
과학 천재 중 무려 5명을 뽑아 5개의 팀을 만들었다.
각 팀에는 탈락자에서 고른 수재를 붙여 석탄을 가지고 연구를 시켰다.
CTO 공정(Coal to Olefin).
화합물 합성의 기본 원료인 에틸렌을 만드는 3가지 방법 중 하나다.
원유에서 얻는 NCC(Naphtha Cracking Center).
천연가스로 얻는 ECC(Ethane Cracking Center).
석탄에서 얻는 CTO(Coal To Olefin).
이 세 가지 방법 말고 에틸렌을 대량으로 얻는 방법은 없다.
원은 그중 석탄에서 에틸렌을 얻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다 문식이 때문이지.'
중국에서나 쓰는 공정이고 공해를 엄청나게 유발하는 기술인 CTO 공정.
연구소에서 다른 박사들에게 물었더니 헛짓하지 말라고 핀잔만 들었다.
아무튼 에틸렌을 가장 싸게 생산하는 방법은 석탄을 이용한 CTO 공정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석유와 천연가스 공정과 달리 석탄을 이용한 CTO 공정은 오직 에틸렌과 프로필렌만 만들 수 있었다.
'뭐, 그거면 충분하지.'
올레핀(Olefin)이라 부르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석탄을 가스화해서 합성가스를 생성한 후 메탄올로 전환하고, 다시 올레핀으로 만들면 된다.
말은 쉽지만, 무지막지 굴려야 했다.
천재들과 연구원들이 매일 같이 다양한 방법으로 석탄을 가지고 씨름하고 있다.
정확하지도 않은 두 개의 금속판을 붙여 만든 금속 온도계를 보며 반응을 살피는 일은 지루하고 위험했다.
환각 작용이 있기에 고대 그리스에서는 사제들이 아폴로 신의 신탁을 듣기 위해 사용했다는 에틸렌.
석유화학공업의 왕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물질이다.
에틸렌은 사향 비슷한 냄새로 판단 할 수 있기에 만들어진 결과물을 사향과 비교해서 직접 맡아 봐야 했다.
'어쩔 수 없지.'
한번 냄새를 맡으면 하루는 강제로 쉬게 했지만, 마음은 좋지 않았다.
아무튼 에틸렌만 뽑아낼 수만 있다면, PE 파이프부터 비닐봉지, 플라스틱 의자까지 모든 것을 다 만들 수 있다.
놀랍게도 에틸렌은 식물에서 자연적으로 합성이 되는 노화를 촉진하는 호르몬 역할도 한다.
에틸렌 가스로 과일을 빨리 익히거나 개화를 촉진하는 데도 사용할 수 있다.
원은 태어난 후 말을 할 수 없던 시절부터 테크트리를 수도 없이 머릿속에서 구성했다.
대단하고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먹고 싸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던 아기 시절.
원의 머릿속은 그 누구보다 팽팽히 돌고 있었다.
문식이는 환생하면 똑똑한 이들을 찾아 굴리면 된다고 했지만, 공식이는 자신을 굴렸던 것이다.
아무튼 농구 경기의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졌다.
얻어맞았는지 코피를 흘리는 대원도 있었다.
'이러다 쌈 나는 거 아냐?'
원이 보고 있으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사실 집단 난투극을 벌인 적이 수도 없었다.
그러면서 점점 규칙이 정리되어 갔다.
가장 사고를 많이 친다는 사춘기.
문제 많은 사춘기 또래가 모여있으니 시도 때도 없이 사고가 났다.
하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가차 없이 염전으로 보냈기에 선을 넘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조선전력공사 경비대원들.
한마디로 치고받고 싸우면서 잘 자라고 있었다.
해경과 육경.
양쪽에서 뽑은 최고의 전사(?)들.
"""우아아!!!"""
쪽수가 많은 육경의 승리로 끝났다.
원은 흐뭇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승 상금을 주고 싶었지만, 줘봐야 쓸데도 없었다.
대신 우승한 육경 대원들 모두에게 별도로 기름에 튀긴 통닭을 제공하기로 했다.
삶거나 구운 돼지만 먹으면서 힐끔힐끔 눈을 돌리는 해경 대원들.
육경 대원 중 한 명이 자신에게 배정된 통닭을 반으로 나누더니 들고 가서 전해줬다.
그러자 너도나도 통닭을 들고 해경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결국 해경과 육경 모두 모여서 잔치를 벌였다.
비록 소속은 다르지만, 같은 마을에서 온 경우가 많았기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다.
또한 자유 무역을 할 수 있는 백령도에는 먹는 것만큼은 다양하고 풍족했기에 가능했다.
어느덧 서해안에 해가 지고 붉은 석양이 아름답게 퍼져 있었다.
원은 정용식과 함께 백령도 사령부로 향했다.
그의 뒤에는 앞으로 '옹진십팔동인'이라 불릴 18명의 호위와 대대장들이 따랐다.
너구리 새끼를 따라가는 너구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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