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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가상방 개망나니-214화 (299/313)

적가상방 개망나니 214화

강서성 서쪽 끝, 호남성으로 연결되는 관도 인근에서 한 사내가 비조처럼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사내의 경공은 대단했다.

가볍게 지면을 박찬 것만으로 무려 오 장을 넘는 높이를 날아오르는 사내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경공의 대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밤하늘로 날아오른 사내가 공중제비를 몇 번 돌면서 가느다란 나뭇가지 위에 내려섰다. 당장 부러져야 당연하겠지만, 나뭇가지는 가볍게 몇 번 낭창거리는 것으로 사내의 몸을 버텨 주고 있었다.

사내는 나뭇가지 위에서 호남성 방면 관도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자 곧 허름한 마차 한 대가 관도를 따라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관도를 따라 천천히 움직이는 마차의 창문으로 한 사내가 고개를 내밀며 주변 경관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그 사내는 강호에서 암군이라는 별호를 받은 풍백이었다.

‘역시 계속 마차를 타고 있군.’

나뭇가지에서 이것을 지켜보고 있는 사내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사내 손정방은 무영초자(無影樵者)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었다.

과분한 별호일 수 있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손정방의 별호에 무영이라는 말이 들어갔다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손정방의 경공은 무영이라는 말이 붙어도 충분하다 할 만큼 대단했기 때문이다.

손정방은 강호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싸움을 하고 다니지는 않았다. 그의 특기는 추적, 감시였으니까.

경공에 자신이 있던 손정방은 의뢰를 받아서 누군가를 추적하거나 감시하는 의뢰를 받고는 했었다. 덕분에 몇몇 사람들은 손정방을 낭인무사와 다를 것이 뭐냐며 비아냥대기도 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강호에 살아남는 방법에 무조건 싸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애초에 손정방이 바라는 목표와 다른 무인들이 바라는 목표는 상이하게 달랐다.

누군가는 강호에서 명성을 날리는 것이나 대협이라 불리는 것, 또는 거대 문파에 높은 자리를 꿰차는 것이 목표일 수 있다.

그러나 손정방은 그런 것은 아무것도 필요 없었다.

손정방에게 필요한 건 돈이었다.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부인과 아들을 부양하려면 돈보다 더 필요한 것은 없었다.

그렇기에 의뢰를 받으면서도 위험할 것 같은 의뢰는 절대로 피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나타난 의뢰인은 손정방이 경공의 고수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암군에게서 화홍을 훔쳐서 가져와 달라고 의뢰를 했었다.

손정방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암군이 얼마나 대단한 고수인지 강호에 대충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그런 고수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화홍을 훔치다가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목이 잘릴 수 있는 것 아닌가.

혹자는 암군보다 이전에 화홍을 들고 있었던 적발마도가 더 무서운 무공을 선보였다고 하기도 했다. 그에 비하면 암군은 상대가 힘들 것 같으면 도주하고,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만 상대한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손정방은 의견이 달랐다.

‘오히려 그게 무서운 것 아닌가?’

상대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순간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처리할 적은 가차 없이 처리한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실리를 택하고 움직이는 이 모든 것이 손정방에게는 더없이 냉정하게 보이기만 했다.

적발마도가 더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손정방은 오히려 암군과 같은 사람이 더욱 만나고 싶지 않았다. 아무래도 암군을 상대로는 도망칠 기회조차 없을 것 같으니까.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의뢰인이 훔쳐 달라는 검이 강호를 진동시키고 있는 마검쟁탈의 화홍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런 화홍을 훔쳐서 가져다준다면, 의뢰인은 고맙다고 하고 끝날 것 같은가?

절대 아니다.

화홍이 자신의 손에 있다는 걸 숨기기 위해서라도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손정방이 의뢰를 거절하자 어쩔 수 없이 의뢰인은 암군을 찾아 달라는 의뢰만 요청하게 된 것이다.

‘돈 몇 푼 더 버는 것보다는 역시 안전제일이지.’

이런 생각을 하던 손정방은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오싹!

손정방은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어…… 방금 눈이 마주치지 않았나?’

하지만 다시 보니 암군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주변 경관을 둘러보기에 바빠 보였다.

아무래도 자신이 잘못 느낀 것이 분명했다.

지금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백여 장이 넘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주목한다?

절대로 그럴 리가 없었다. 자신이 듣기로는 암군이 절정고수라고 알고 있는데, 백여 장을 넘어서 기척을 느낄 수 있다면 이미 절정의 수준을 뛰어넘은 것일 테니까.

‘그럴 리가 없겠지. 내가 예민했던 거야. 아무래도 이번 의뢰를 마치면 한동안은 몸조리 삼아서 쉬는 것도 좋겠어.’

이제 아들이 세 살이 되었다.

어린 자식이 커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모든 아비들의 삶의 낙이다.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흐뭇하고 기분이 좋은 것이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슬슬 둘째를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군.’

아마도 이런 말을 한다면 부인은 부끄러워할 것이다. 손정방은 아직까지도 그런 모습을 보이는 부인이 매우 사랑스러웠다.

손정방은 흐뭇하게 웃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마차가 움직이는 걸 자세히 살폈다.

‘여기서부터는 관도가 외길이니 의춘현(宜春縣)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겠군.’

이제 곧 점심을 먹을 시간이 다가온다. 그리고 이대로 조금만 더 움직이면 노상객잔 하나가 나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손정방은 아마도 마차가 노상객잔에서 멈추리라 예상했다. 그러면 먼저 가서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행여나 그냥 지나치는 모습이 보이면 얼른 나와서 뒤쫓으면 되니까.

중간에 암군이 마차에서 내려서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암군을 찾은 건 며칠 전이었다.

그때 암군은 마차를 구하던 중이었고, 손정방은 암군이 구입한 마차를 찾아 내부에 무언가를 살포해 놨었다.

바로 천리미향(千里迷香)이다.

말처럼 천리나 떨어진 곳까지 향기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반경 수백 장까지는 향기가 퍼지는 방향제였다.

천리미향은 평소에는 아무런 향기도 나지 않지만, 천리미향에 맞는 진액을 코밑에 바르면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특수한 방법을 제외하고는 천리미향을 지울 수 없기에 한 번 바르면 절대로 상대를 놓치지 않게 만들어 주는 기물이다.

암군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마차를 타면서 천리미향이 온몸에 묻은 상태였다. 그러니 그가 아무리 도주하려고 하더라도 얼마든지 쫓아갈 수 있는 손정방이었다.

‘아마도 오늘 정도면 의뢰인이 여기까지 쫓아올 수 있겠지?’

암군을 발견하고 전서구를 날린 지 벌써 여러 날이다. 이미 나흘 정도 거리에 그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 아마도 오늘이면 의뢰인이 자신이 남긴 흔적을 쫓아올 거라 생각되었다.

‘미안하지만 나도 먹고살아야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단다.’

손정방은 암군을 향해 손톱만큼의 미안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

이미 암군이 누군지, 얼마나 강한지 알면서 쫓아오는 의뢰인이니 당연히 암군이 이곳에서 죽을 거라 믿는 손정방이었다.

손정방이 낭창거리는 나뭇가지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그리곤 비쾌한 경공으로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린 지 한 식경 정도 지나자 손정방이 알고 있던 노상객잔이 나타났다.

객잔에 들어간 손정방은 간단하게 음식을 주문하고 암군을 태운 마차가 다가오는 것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손정방이 식사를 하고 있는데 마침 마차가 객잔에서 멈추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주렴을 걷고 들어오는 암군이 보였다.

‘역시 내 생각대로 흘러가는군.’

미소 띤 얼굴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손정방은 먹고 있던 소면을 다시 입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객잔에 들어온 암군이 주변을 한 번 둘러보더니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손정방은 최대한 암군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소면을 먹었다. 그러나 그의 등줄기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니, 왜 나를 쳐다보는 거지? 설마…… 날 알아본 건가?’

상식적으로 누군가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렇게 뚫어져라 바라볼 이유가 없다.

손정방을 바라보던 암군은 저벅저벅 다가오더니 그의 맞은편 자리에 털썩 앉았다. 손정방은 입에 소면을 물고 있는 상태로 고개를 들어 의뭉스러운 얼굴로 암군을 바라봤다.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던 암군이 살짝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반갑다.”

“저기…… 누구신지…….”

“직접 얘기를 하는 건 처음이겠지?”

암군의 말에 손정방은 깜짝 놀라 입에서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마치 자신이 감시하고 추적 중이었던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입에 물고 있던 소면을 후루룩 빨아들인 손정방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는데…… 당신은 누구요?”

“음…… 이렇게 말하면 조금 나을지 모르겠군.”

“그게 무슨…….”

“반가워, 비토(飛兎).”

손정방의 눈이 격렬하게 떨렸다.

비토라는 별명은 오직 그와 친한 몇몇의 친우들이 자신을 부를 때 쓰는 것이었으니까.

풍백은 마치 동경이 깨지는 것처럼 표정이 깨져 가는 손정방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손정방이 자신을 추적하고 있다는 것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어차피 당시에 자신을 추적하는 사람이 딱히 손정방만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풍백을 계속 추적하고 있는 것은 오직 손정방뿐이었다. 나머지 추적자들은 모두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수혈을 짚여 반나절은 잠이 들고 말았다.

손정방만 계속 추적을 하도록 놔둔 이유는 간단했다.

과거 풍백이 새외에 있었을 때의 동료였던 비토가 바로 손정방이었으니까.

풍백에게 비토는 다른 동료들보다 조금 더 특별했다.

일단 풍백이 부대에 처음 소속되자마자 가장 살갑게 도와주기도 했고, 부대에서 썼던 연유라는 이름을 지어 준 것도 그였으니까.

비토는 자신의 이름이 신화에서 따온 것이라고 말하며 부대에 소속된 부대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만들어 줬다.

그리고 이런 비토를 자신의 손으로 죽임으로써 풍백은 더 이상 동료들과도 말을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그랬던 비토가 자신을 추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풍백은 가장 먼저 계산을 해 봤다.

‘아마…… 올해에 부인과 아들이 죽임을 당하겠군.’

풍백은 다시 비토가 그런 아픔을 겪고 군부의 부대로 투신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된다면, 회귀 전과 마찬가지로 비토는 죽음을 면치 못할 테니까.

의자에 앉아 있는 풍백에게 점소이가 다가와 물었다.

“식사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여기서 제일 잘하는 음식으로 식탁에 가득 차게 올려 봐.”

그러면서 철전 몇 개를 건네주자 점소이가 헤벌쭉하게 웃으며 냉큼 주방으로 달려갔다.

어느새 손정방은 다시 표정을 가다듬고 멋들어지게 연기를 했다.

“사람을 잘못 본 듯하오. 나는 비토라는 사람이 아니오.”

하지만 풍백은 그런 손정방의 말에 대답을 하는 대신 혀를 차며 말했다.

“먹는 게 부실하군. 하여튼 돈 벌어서 예쁜 마누라와 토끼 같은 아들을 건사한다고 밖에서 이렇게 소면만 먹으면 안 돼. 그러다가 몸 상한다고.”

다시 한번 손정방의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그건 순간적이었을 뿐, 그의 얼굴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냥 해 본 말일 거야. 내가 혼인을 했는지, 아들이 있는지 암군이 어떻게 알겠어?’

그러나 손정방의 마음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었다. 최소한 이곳을 빨리 벗어나야 할 것 같았다.

손정방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풍백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상한 사람이군. 합석을 하고 싶으면 허락을 맡았어야지. 사람 잘 만나서 조용히 넘어가는 줄 아시오.”

그러고는 손정방은 자리를 뜨려고 했다.

‘좋아! 자연스러웠어!’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며 걸어가려는 손정방에게 풍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쯧쯧…… 이대로 그냥 가면 별로 좋지 못한 일이 일어날 텐데, 어지간하면 그냥 좀 앉아 있지?”

별로 크게 위협적인 말은 아니었다. 그러나 정작 그 말을 듣는 손정방은 감히 그 말을 허투루 들을 수 없었다.

암군은 근래에 강호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크게 유명해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가 도주하면서 참살한 사람만 몇 명이던가?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죽은 것으로 알고 있는 암군이 사실 살아 있었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그가 사사천문의 천라지망을 돌파했을 뿐만 아니라 사사천문의 장로 탈혼수사 능광, 그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암군이 하는 말이다.

게다가 자신의 친우만 알고 있는 별명도 알고 있고, 자신에게 부인과 아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결국 손정방은 풍백의 말을 무시하며 나갈 수가 없었다.

이미 풍백은 자신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를 무시하고 나간다?

차마 부인과 아들의 목숨을 걸고 그런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

순간적으로 오만 가지 생각을 하던 손정방이 우뚝 멈춰 서서 힘겹게 물었다.

“내게…… 바라는 게 뭐요?”

“지금은 일단 자리에 앉았으면 좋겠군.”

크게 한숨을 내쉰 손정방이 원래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풍백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의 눈동자에는 풍백에 대한 두려움이 엿보이고 있었다.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어. 당신을 해코지하려고 불러 세운 것이 아니거든.”

“……내 별명과 가족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오?”

풍백은 그런 손정방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냥 옛날에 동료가 당신에 대해 얘기했던 것이 기억났거든.”

“동료?”

암군의 동료라니, 그가 왜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것인지 머리가 대단히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손정방을 보고 있던 풍백이 음식 나오는 걸 기다리는 것이 지루한지 객잔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물었다.

“보아하니 어딘가로 전서구를 보내는 것 같던데, 누군가의 의뢰로 나를 추적하고 있던 건가?”

찰나의 순간에 손정방은 고민했다.

‘내가 전서구를 보내는 것도 봤다고? 대체 누가 누구를 감시하고 있었던 거야? 어쩌지? 얘기를 해야 하나? 그랬다가 내 가족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러나 그의 입에서는 이미 본능적으로 그의 직업에 걸맞은 대답이 나오고 있었다.

“의뢰를 받은 적은 없소. 나는 그저 강호에 소문이 자자한 암군을 발견했을 뿐이고, 그래서 혹시나 싶어서 당신을 따라다니고 있었을 뿐이오.”

“진짜로?”

“지금 상황에서 거짓말을 하겠소? 만약 내가 거짓말을 했다면 벼락을 맞을 것이오! 벼락을!”

손정방이 더 이상 의심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한 인생 최고의 연기를 보여 줬다.

그런데 그가 준비한 연기를 모두 펼치자마자 주렴을 가르며 일단의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풍백은 그들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왜냐하면 가장 앞에 있는 사람이 이미 안면이 있던 사람이었으니까.

바로 무량파의 문주인 망월도 여명회였다.

객잔을 둘러보던 여명회는 풍백을 보더니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말했다.

“흐흐흐! 네가 내게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더냐? 너는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모르는구나.”

여명회를 바라본 풍백은 다시 시선을 돌려 손정방을 바라봤다. 그 눈빛은 무량파를 불러들인 것이 네가 아니냐는 물음을 담고 있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손정방은 슬그머니 풍백의 시선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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