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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가상방 개망나니-208화 (287/313)

적가상방 개망나니 208화

호남성이 발칵 뒤집혔다.

아니, 호남성만이 아니라 중원 전체가 뒤집어졌다.

처음 들려온 소식은 그럴 만한 일이라고 여겼다.

- 녹림십팔채와 장강수로십팔채가 제대로 붙었다!

국지적인 분쟁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두 세력이 한 치도 양보할 생각이 없는 모습을 보여 온 것으로 보아 곧 크게 싸우겠구나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도 많았다.

그래서 두 세력의 싸움 소식에 크게 놀란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에 이어 튀어나온 소식은 모든 사람들의 입을 벌리도록 만들었다.

- 녹림십팔채와 장강수로십팔채의 싸움에 사사천문이 호남성의 사파를 이끌고 개입했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모두 같은 소리를 했다.

“아니, 여기서 사사천문이 왜 나오는데!”

사사천문은 녹림십팔채나 장강수로십팔채와 아무런 분쟁도, 이익 관계도 없는 사이였다.

사사천문이 사파의 패자 중 하나를 자처하지만, 녹림십팔채나 장강수로십팔채 역시 오랜 역사를 가진 거대 사파였다.

심지어 과거 녹림과 장강수적이 하나가 되었을 때는 사파의 지존이라는 위치를 차지했던 역사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들의 관계는 어지간하면 서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소가 닭 보는 듯한 관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사사천문이 기습을 하려고 왔다가 오히려 포위를 당한 장강수로십팔채를 도와 녹림십팔채의 뒤를 쳤다는 것이다.

싸움이 끝난 이후, 당장 녹림십팔채는 사사천문에게 개입한 의도가 무엇인지를 추궁했다. 그에 비해 장강수로십팔채는 사사천문과 자신들의 관계는 돈독하다는 말을 퍼뜨리고 있었고 말이다.

사사천문은 이와 관련하여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사사천문이 조용한 이유는 탈혼수사 능광이 죽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사사천문의 장로인 탈혼수사 능광의 시신은 녹림십팔채와 장강수로십팔채가 부딪쳤던 낭산채와 몇 리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능광의 시신은 완전히 숯이 될 정도로 타 버린 상태였고, 그를 따라 움직이던 직속 수하들 역시 인근의 폐장원과 함께 숯이 되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사사천문이 침묵을 지키자 녹림십팔채는 크게 분노하며 사도련과 접촉을 하고 있다는 말이 들려오고 있었다.

사사천문과 사도련은 서로가 사파의 종주라 외치는 사이였기에 녹림이 사사천문 때문에 사도련의 손을 잡는 거라는 말이 파다하게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사건이 불과 며칠 만에 다른 소문에 덮여 버리고 말았다.

- 마검 화홍이 나타났다.

이렇게만 들었을 때는 그다지 놀랄 소문도 아니었다. 이미 화홍을 가지고 있는 암군으로 인하여 온갖 사건들이 벌어지는 중이었으니까.

하지만 소문은 이정도가 아니었다.

- 장사(長沙)에서 고구검(呱勾劍)이 화홍을 가지고 사파의 무사들을 도륙했다!

사람들은 이게 무슨 소린가 싶었다.

몇몇 사람들은 암군이 가지고 있다던 화홍을 어떻게 고구검이 가지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며 일단 관망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강호 무인들은 이런 인과 관계에 집중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중요한 사실은 그저 고구검에게 화홍이 있다는 사실뿐이었다.

당장 장사 인근에 있던 무인들이 고구검에게 달려들며 화홍을 빼앗기 위한 싸움이 벌어졌다.

그런데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 원릉현(沅陵縣) 인근에 있는 수가촌에서 화홍을 들고 있는 신원미상의 무인이 지나갔다!

- 영주현(永州縣)에서 화홍이 나타나서 정파와 사파의 무인들이 혈투를 벌였다!

소란은 호남성에 한정해서 일어나지 않았다.

- 호북성에서 화홍이 나타났는데, 무당파가 분란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회수했다고 한다!

- 섬서성(陝西省)에서는 사파의 고수가…….

- 광동성에서는 상인이 모르고 판매한 물건이 화홍으로…….

- 강소성에서는…….

강호가 온통 화홍에 대한 소문으로 가득 차 버리고 말았다. 온갖 곳에서 자신이 진짜 화홍이라며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이 상황에 크게 당황했다.

그러나 이런 당황은 곧 혼란으로, 다시 탐욕으로 순식간에 바뀌어 갔다. 서로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화홍이 진짜 화홍이라 믿었고, 사람들은 화홍을 얻기 위해 목숨을 걸고 달려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의 소문이 더 흘러나왔다.

- 암군은 탈혼수사와 양패구상(兩敗俱傷)을 당했다!

* * *

“진짜라니까!”

주점에서 술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던 사람들이 누군가의 요란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들이 바라보는 곳에는 네 명의 사내가 열을 올리며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내가 들었는데, 고구검이 들고 있는 화홍이 암군이 가지고 있던 진짜 화홍이라고 했다니까!”

“그러니까 누가 그런 말을 해 줬다는 건데?”

“우리 형이 장사에서 일하잖아. 형이 장사에 있는 무림인하고 친한데, 그 사람이 고구검을 쫓아가면서 말해 줬다고 했어.”

“야! 너한테 형이 어딨냐? 이 새끼가 입만 열면 거짓말이 제멋대로 나오네.”

“내가 언제 친형이라고 했냐? 아는 형이라고, 아는 형!”

그러자 다른 사내가 되받아쳤다.

“헛소리하지 마. 내가 들었던 얘기로는 고구검이 가지고 있는 화홍이 진짜 화홍일 리가 없다고.”

“무슨 얘기를 들었는데?”

“내가 듣기로는 암군이 죽으면서 화홍을 던져 버렸고, 시골 무지렁이가 그걸 주웠는데 비싸 보여서 팔았다고 들었거든. 그리고 그것을 지나가던 광동성 상인이 보고 예사롭지 않은 검이라고 생각해서…….”

“야! 집어치워, 집어치워! 암군이 죽었다고 소문난 게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벌써 광동성까지 건너갔다는 거야?”

“진짜라고! 이거 상방에 있는 어르신이 얘기해 주신 거라 확실하다니까!”

“닥치고 술이나 마셔!”

한껏 싸우던 사내들이 술잔을 들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주점 이 층 한쪽 구석에는 이런 사람들의 말싸움을 가만히 듣고 있는 풍백이 있었다.

‘흐음…… 내가 죽었다라…….’

탈혼수사를 죽인 풍백은 조심스럽게 모습을 감추고 사람과 접촉을 피하며 움직였다.

그렇게 며칠 동안 움직이다가 기양현(祁陽縣)에 도착하고 나서야 현재 강호 전역을 소란스럽게 만드는 소문을 들을 수 있었다.

녹림십팔채와 장강수로십팔채 그리고 사사천문과 사도련이 얽히고 있는 소문은 어차피 크게 관심이 없었다.

풍백이 알던 과거에서는 녹림과 수적이 이런 식으로 부딪쳤던 일 자체가 없었다.

되도록 자신이 알던 과거와 달라지지 않도록 노력을 해 왔던 풍백이지만, 이들에 관련된 이야기는 풍백의 손을 떠났다고 할 수 있었다.

이미 벌어진 일이고 풍백이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이들이 서로 치고받든지 아니면 사사천문과 사도련의 손을 잡든지 알바가 아니었다.

단지 풍백이 바라는 점이 있다면, 되도록 이들이 자신이 알던 과거를 많이 바꾸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물론 이 정도 거대 세력들이 이합집산을 벌이는 중인데 그 여파가 작을 리는 없겠지만.

그리고 화홍이 천하 각지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일도 크게 놀라지 않았다.

풍백은 이미 한 번 겪어 봤던 얘기였다.

과거의 마검쟁탈이 왜 강호 전역을 울리는 이야기가 되고 온갖 음모론을 양산하는 근원이 되었겠는가?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강호 전역에 화홍의 복제품이 나타나는 일 때문이다.

당시에 나타난 화홍의 복제품은 실제 화홍과 비교하더라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적어도 보검에서 명검에 이르는 품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이것이 실제 화홍인지, 아니면 복제품인지 제대로 파악할 사람이 없었고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애매하게 뒤로 빠져 있던 문파부터 온갖 군소 문파들까지 화홍을 손에 넣으려고 달려들기 시작하면서 강호는 완전히 혼란에 빠지고 만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에 풍백은 되도록 마검쟁탈에서 빠지고 싶었다. 괜히 아귀다툼에 끼어들었다가 휩쓸리는 것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새로운 소식 하나가 더 추가되었다.

무려 자신이 죽었다는 소문이었다.

‘가관이군. 이게 어떤 의미일까?’

사실 굳이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애초에 시신이 발견되지도 않은 사람이 죽었다는 소문이 날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아무런 증거도 없이 풍백이 죽었다는 소문이 만연해져 있다.

결론은 지금 누군가가 뒤에서 사실을 조작하고 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설마 마교가 이런 짓을?’

가능성이 있었다.

분명 마교 소속인 상초진이 화홍을 손에 넣기 위해 나섰던 것을 직접 봤었다. 그러니 화홍을 손에 넣기 위해 과감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에 마교와 함께 다른 이름 하나도 자연스럽게 떠오르고 있었다.

‘어쩌면 구천마겁일지도…….’

이전까지 이름도 모르고 마겁이라 불렀던 정체를 알 수 없는 놈들.

새외에 머물며 아직 중원에 들어오지 못했다고 믿었던 놈들이 이미 강호의 밑바닥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건 이미 확인을 했다.

하지만 이들이 화홍을 탐내고 직접 움직인 것은 전혀 확인하지 못했기에 구천마겁을 의심하기에는 당위성이 조금 부족했다.

‘어떤 놈들이든지 중요한 사실은 내가 가지고 있는 화홍을 탐내고 있을 거라는 사실이겠네.’

풍백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진짜 화홍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가짜 화홍을 뿌리고 자신이 죽었다고 소문을 낸 놈들이 추적해 올 것이라 생각했다.

‘아마도 나를 조용히 잡기 위해서 화홍 복제품도 뿌리고, 내가 죽었다는 소문도 낸 것 같다만…… 덕분에 내가 편해질 수 있다는 건 모르고 있구나.’

풍백은 이미 화홍의 복제품이 강호에 뿌려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이것을 계기로 자신을 쫓는 사람들을 모두 떨쳐 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자신이 죽었다는 소문까지 내 버렸으니, 당장 자신을 추적하고 있던 사람들만 뿌리칠 수 있다면 추가적으로 그의 뒤를 따라붙는 사람은 더 이상 없을 가능성이 대폭 상승한 것이다.

풍백은 주점 내부를 슬쩍 둘러봤다.

주점 내부에는 동네 술꾼부터 상인에 무인까지 다양한 군상들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뜬 풍백은 찻잔을 내려놓은 후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을 하고 주점을 나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제 슬슬 잠자리에 들어갈 시간이었기에 길거리에는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았다.

길거리를 걸어가던 풍백은 자신이 나온 주점에서 몇 개의 기척이 따라오는 것을 느꼈다.

나름 숨기겠다고 노력을 하는 것 같은데, 풍백의 이목을 속일 수는 없었다.

슬쩍 미소를 지은 풍백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계속 걸었다.

사실 이들이 주점에 있을 때부터 자신을 쫓는 추적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

강호에는 풍백이 죽었다고 소문이 흐르고 있지만, 그것을 믿지 않는 사람과 이전부터 풍백을 쫓고 있던 사람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실제로 풍백도 살아 있고, 그런 풍백의 뒤를 쫓아오는 추적자도 있는 상황에서 암군이 죽었다는 소문만 계속해서 널리 알려지고 있는 것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암중에 있는 누군가가 정보를 통제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현재 풍백을 뒤쫓는 이들이 더 이상의 경쟁자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었다.

태연히 길거리를 걸어가는 풍백과 그에게 어떻게든 미행하는 걸 숨기려 노력하며 쫓아오는 사람들의 대치가 한동안 이어졌다.

그러나 이런 대치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길거리를 걸어가던 풍백이 돌연 뒷골목으로 들어가는 길이 나오자마자 순식간에 그쪽으로 몸을 날렸기 때문이다.

최대한 풍백의 이목을 속이기 위해 멀찍이 떨어져서 쫓아오던 사람들이 황급히 뒷골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뒷골목에 들어선 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레 뜰 수밖에 없었다.

뒷골목은 그들의 특성상 제법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모두 풍백처럼 연한 녹색의 경장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몇몇 사람들은 풍백이 그랬던 것처럼 허리춤에 검까지 차고 있었다.

“이, 이게 뭐야!”

“빨리 찾아! 빨리!”

“비켜라, 비켜!”

무인들이 풍백을 찾아 사람들을 밀치고 다녔다.

뒷골목 사람들은 이 사람들이 왜 이러나 싶은 눈으로 바라보는 중이다.

어차피 이들은 아무런 내막도 모른다. 그저 돈 몇 푼을 받고 오늘은 무조건 이 옷을 입으라고 해서 입고 있는 것일 뿐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뒷골목 사람들에게 돈 몇 푼과 함께 새 옷도 생기는 일인데 거부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무인들은 사람들을 헤집고 다니면서 얼굴을 확인하고 찾아다니는 상황을, 정작 풍백은 멀찍이 떨어진 허름한 건물 이 층에서 작은 창문을 통해 은밀히 지켜보고 있었다.

“어디에서 나온 놈들인지 알고 있나?”

풍백이 물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상인처럼 보이는 사내가 간교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대답을 원하시면 해 드리겠지만, 아시다시피 저희가 그냥 대답을 해 드리지는 않습니다.”

“이것도 돈을 받으려는 건가?”

“저희는 암상(暗商)입니다. 정보는 훌륭한 판매 대상이지요.”

간교한 미소를 보이는 사내는 암상이었다.

풍백이 호남성에 들어오면서 계약을 맺은 이들 중 하나가 바로 이들이었다.

사람들이 암상을 바라보는 인식은 그리 좋지 않다. 거의 사기꾼을 바라보는 듯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고는 한다.

하지만 풍백은 암상에 대해 제법 잘 알고 있었다. 과거 새외에서 암상과 꽤 많은 거래를 해 봤기에 해박하다면 해박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알려진 인식과 달리 한 번 계약을 맺으면 그 결과 자신의 목숨이 달아난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거래를 보장해 주는 곳이 바로 암상이다. 하오문과 비교도 할 수 없이 믿음직한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흠이라면 비싼 가격과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모두 돈으로 계산을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들과 협상을 제대로 못하면 눈 뜨고 코 베이는 수준으로 당한다는 것 정도였다.

뒷골목 사람들이 모두 자신과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것도 모두 암상과 맺은 계약에 따라서 준비된 것들이었다.

풍백이 품에서 돈을 꺼내려다가 문득 손을 멈추더니 물었다.

“대답을 해 주겠다는 것이지, 알고 있다는 말은 아니지?”

“그것 역시 계산을 하시면 대답을 해 드리겠습니다.”

암상은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똑같이 간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나 풍백은 이미 암상의 뜻을 읽었다.

“모르고 있군.”

“글쎄요…….”

암상이 애매하게 대답을 했지만 풍백은 피식 웃으며 전낭에서 손을 뗐다.

지금처럼 뭔가 뜯어먹으려는 것을 잘 피하는 것이 암상에게 당하지 않는 방법 중 하나였다. 그리고 풍백은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중인지 알아보는 탁월한 눈을 가졌고 말이다.

“준비한 건?”

“여기 있습니다.”

풍백의 말에 암상은 품에 넣고 다닐 수 있는 주머니 하나와 등에 메고 다닐 수 있는 보퉁이 하나를 내밀었다.

풍백이 암상에게 준비해 달라고 한 물품이었다. 그 안에는 지금까지 그가 애용했던 흑연과 암기를 비롯하여 특별히 의뢰한 물품 등이 담겨 있었다.

안타까운 것이 있다면 사천당가의 암기는 모두 사용했기에 따로 보충할 수 없었다는 정도였다.

“다른 준비는 모두 끝난 건가?”

“날짜까지 모두 맞춰서 준비 중에 있습니다.”

“준비만 확실하다면, 약속했던 추가금을 지불해 주도록 하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암상의 간교한 미소를 보며 풍백은 암상들이 다니는 비밀 통로를 통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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