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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가상방 개망나니-196화 (263/313)

적가상방 개망나니 196화

상초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아니, 정확하게는 상초진이 아니라 그가 거느리고 나온 무인들을 보고 놀랐다.

“금정문이다!”

“아니, 금정문 같은 대문파까지 나섰다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강호의 무인들은 금정문이 나선 것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의형문이나 통천방, 무량파 모두 호남성에서는 알아주는 문파였지만, 아무리 그들이 명성이 높은 문파라고 하더라도 금정문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금정문은 호남성에서 실제로 패권을 다투는 문파였고, 의형문 등은 그 아래에서 금정문과 같은 위치로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문파였으니까.

이 차이가 별로 대단하지 않게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상세하게 비교하기 시작하면 이들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고 할 수 있었다.

“형장께서는 누구신가?”

의형문주 양중신의 말에 상초진이 포권을 하며 대답했다.

“과분하게도 금정문에서 당주직을 받은 상초진이라고 합니다.”

“웅풍철검!”

상초진의 말에 누군가가 그의 별호를 불렀다. 창룡봉무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상초진이 금정문에 당주로 입문한 사실은 호남성에서도 제법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 말에 상초진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과분한 별호라서 조금 창피하군요.”

다른 때라면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상초진의 겸양의 말 따위는 대답하고 싶지도 않았다.

“금정문에서도 화홍을 노리는 건가?”

“노린다…… 는 말은 조금 그렇군요. 저희는 호남성에서 과한 피바람이 몰아치는 걸 바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분란의 소지가 되는 화홍을 안전하게 문파로 가지고 갈 생각뿐입니다.”

의형문주 양중신이 했던 말과 대동소이(大同小異)했다.

이 말에 통천방주 두성원이 콧방귀를 뀌었다.

“킁! 하여튼 정파의 위선자 놈들은 말도 잘 가져다가 붙인다니까. 그러면 우리 통천방에서 화홍을 가져다가 안전하게 문중에서 지키도록 하지. 어때? 그러면 너희 금정문이 원하는 피바람을 사라지게 될 텐데.”

그 말에 무량파 문주인 여명회가 피식 웃었다.

“문도 하나하나가 도둑놈이나 다름없는 사파에서 화홍을 지킨다?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군.”

“뭐라고?”

“내가 틀린 말을 했나? 욕망에 충실하라. 이것이 사파가 내걸고 있는 기치 아니었어? 통천방으로 화홍이 들어가면 당장 내분이 일어나고 소란 중에 화홍은 사라질걸.”

“그러면 네가 가져가겠다는 건가?”

“차라리 내가 가져가는 것이 맞겠지. 정파의 위선자처럼 행동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사파의 도둑놈처럼 행동하지도 않으니까.”

“크하하하!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하는구나. 내가 모를 줄 아나?”

여명회가 무슨 말이냐는 듯이 두성월을 바라봤다. 그러자 두성원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동현(邵東縣)에 있던 상방이 사파가 노린다는 얘기를 듣고 너희에게 보호를 요청했었지?”

두성원의 말에 여명회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런가? 나는 모르는 일이다만.”

“크흐흐흐! 모르는 일? 모르고 싶은 일이겠지. 보호를 요청한 상방을 한입에 꼴깍 삼켜 버렸는데, 이 사실이 외부로 발설되면 정사지간이 아니라 사파라 불릴 테니까.”

“이상한 헛소문을 입에 달고 사는구나. 역시 사파라 불릴 만한 모습이군.”

“헛소문이라고? 그 상방을 노리고 있던 것이 바로 우리 통천방이었다! 너희 문파로 상방이 들어간 것도 두 눈으로 직접 봤었고, 그 상방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것도 모두 직접 확인한 사실이라는 말이다!”

두성원은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다.

“내 말이 의심스럽다면 소동현에서 사라진 상방과 무량파에 대해 알아봐라! 이런 놈이 화홍을 보호하겠다고? 차라리 우리 통천방이 저 박쥐 새끼보다는 훨씬 믿음직스러울 거다!”

차갑게 변한 여명회가 두성원을 노려보는 가운데, 상초진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

“갑자기 이런 얘기를 왜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화홍은 우리 금정문에서 가져갈 겁니다. 누구에게도 넘길 생각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믿기에는 사안이 너무 중하니까요.”

그러자 가만히 있던 의형문주 양중신이 나섰다.

“그건…… 우리 의형문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겠네.”

“아, 문주님께서도 화홍을 원하시는 건가요?”

“……원하네.”

처음에는 강호의 안녕을 입에 담았던 양중신이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더 이상 기만을 하며 욕심을 숨길 수 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현 상황에서 강호의 안녕을 위해 화홍을 회수한다면, 그 대상은 의형문이 아니라 금정문이 맞다고 할 것이다.

양중신은 절대로 화홍을 넘길 생각이 없었다.

‘나는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있어. 그렇지만 내 아들은…… 손자는…….’

양중신은 화홍에 숨겨져 있다는 전대 천하제일고수의 무공이 필요했다. 지금 그가 익히고, 그의 아들과 손자에게 전수하고 있는 무공은 명백히 한계가 있는 무공이니까.

아마도 아들과 손자는 운이 좋다면 자신처럼 절정고수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다.

한계가 있는 무공을 가지고는 절대로 초절정 이상이 될 수 없었다.

이미 오십이 넘은 양중신이었다. 그렇기에 더 이상 높은 수준의 무공에 대한 열망은 적었다.

그러나 자신의 아들과 손자까지 그 벽을 넘지 못한다는 것은 큰 문제였다. 또한 지금의 무공을 가지고 절정고수에 도달한다는 것도 보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천하제일고수의 무공이라면…….’

무려 천하제일고수다.

그 말은 적어도 절대의 경지에 오른 고수라는 말이겠고, 절대고수가 익혔던 무공이 한계가 있는 무공일 리 없었다.

상초진은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양중신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두성월, 여명회를 바라봤다. 그들 역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들의 시선에서는 절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그들을 바라본 상초진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모두 화홍을 그냥 넘길 생각이 없는 것 같군요. 그렇다면 남은 건…… 실력 행사가 되는 건가 봅니다.”

“미안하네. 의형문에게 화홍은 꼭 필요하다네.”

“킁! 겨우 금정문의 이름에 놀라서 꼬랑지를 내릴 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지.”

“화홍은 내가 가져가겠다. 살아남더라도 나중에 원한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점점 기세를 높여 갔다.

이런 상황에서 풍백이 입을 열었다.

“참 재미있네.”

풍백의 말에 올라가던 기세가 슬그머니 사라지더니, 사람들의 시선이 풍백에게 향했다.

시선을 받고 있는 풍백은 마치 과시라도 하는 것처럼 화홍을 빙글 돌리고는 검집에 납검하며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내가 몰라서 그러는데, 다 병신들만 모인 건가? 정작 화홍은 내 손에 있는데, 저희들끼리 누가 가져갈 건지 싸우고 있는 꼴이 아주 가관이야.”

이런 풍백의 말에 두성원이 나서며 말했다.

“제법 검 좀 쓰던 것 같더구나. 그 정도면 강호에서 큰 어려움 없이 돌아다니기는 했겠지만, 여기 어르신들 사이에서 말하기에는 부족해.”

“아! 그래?”

“당연하지. 그러니 목숨이라도 건지고 싶다면 화홍은 그 자리에 내려놓고 머리를 땅에 박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제 알았다.”

풍백은 가볍게 손뼉을 치며 말했다.

“내가 우습게 보였던 거구나.”

그 모습에 두성원은 물론이고 여명회도 실소를 지었다.

분명히 풍백이 보여 줬던 무공은 꽤나 대단하기는 했다. 그러나 절정고수인 그들의 눈에는 난파칠식의 한계가 눈에 보였다.

또한 풍백이 강호의 무인들을 상대로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 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화홍의 힘에 의지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풍백이 정말 그들이 신경을 써야 할 정도로 고수였다면 검기를 사용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이들은 풍백의 소매에서 나온 단검에 순간적으로 검기가 서렸던 것을 확인하지 못했던 것이다.

풍백은 결정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두성원을 가리켰다.

“너로 결정했다.”

“흐흐…… 왜? 한번 붙어 보자고? 어차피 네 차례가 돌아올 테니, 여기서 설칠 필요는…….”

“여기서 시간을 끌 생각은 없어. 그래서 빨리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인데, 가기 전에 일단 네놈의 목을 잘라서 가려가려고. 사파라고 했으니 관부에 가져다주면 포상금도 꽤 나올 것 같고.”

마치 자신의 전낭에서 철전을 꺼내는 것처럼 쉽게 말하는 풍백의 모습은 두성원에게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감히 자신을 우습게 보고 있다는 말이니까.

“오냐, 어디 한번 해 봐라.”

스르릉!

두성원이 독심사검이라는 별호를 받을 수 있게 만들어 준 자신의 검을 뽑았다.

그 모습을 본 풍백이 주변을 둘러보고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화섭자?’

‘저걸 왜…….’

사람들의 의문에 쌓인 시선을 받으며 풍백이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러려고 하니까 조금만 기다려.”

그리곤 풍백이 주위에 있는 무인들에게 외쳤다.

“살고자 하는 사람은 지금부터 무조건 도망쳐라. 그렇지 않고 나를 쫓아오는 사람에게는 어떠한 자비도 베풀지 않을 테니까.”

혼자 있으면서 당당히 말하는 풍백의 모습을 사람들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대충 보더라도 이곳에서 압도적인 열세에 빠진 것은 풍백이었으니까.

그런데 말을 마친 풍백이 화섭자를 떨어뜨렸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는 땅바닥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펑!

화섭자가 떨어진 곳에서 폭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폭음이 터진 것에 비해 엄청난 충격은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검은 연기가 솟구쳐 올랐을 뿐이다.

검은 연기는 신기하게도 바람에 흩어지지 않고 점점 퍼지며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다.

“흑연(黑煙)이다! 벌레 같은 놈이 도망치려는 건가?”

두성원은 검은 연기가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흑연이라는 걸 알아보자마자 바로 풍백을 향해 몸을 날렸다.

흑연이 시야를 모두 가리는 것을 제외하고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그 역시 사파였기에 흑연을 사용했던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엔…… 범위가 너무 좁은데…….”

뒤에서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하기는 했지만, 어차피 상관없었다. 흑연은 그저 가장 먼저 몸을 날리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으니까.

‘목을 잘라 주고 화홍부터 챙겨 주마!’

지면을 박차고 뛰어오른 두성원은 슬슬 흑연에 휩싸이기 시작하는 풍백을 향해 떨어지며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에서는 절정고수의 상징과 같은 검기가 줄기줄기 흘러나오고 있었다.

두성원은 당연히 자신의 일검에 풍백의 목이 잘려 나갈 거라고 확신했다. 풍백이 자신을 향해 벽공장을 뿌리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지만, 당연히 크게 긴장하지도 않았다.

자신의 검기가 벽공장을 자르고 풍백마저 반으로 가를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두성원의 확신은 풍백이 내민 수장과 부딪치는 순간 산산이 부서졌다.

콰쾅!

‘뭐, 뭣!’

풍백의 벽공장과 부딪치며 일어난 반탄력에 공중에서 뒤로 주욱 밀려갔다. 지면에 두 다리로 서 있었다면 이렇게 밀려나지 않았겠지만, 어디 지지할 곳이 없는 공중이었기에 밀려나는 걸 막을 수 없었다.

당연히 막지도 못할 거라 믿었던 풍백의 반격에 두성원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름도 없는 무명잡배에게 밀렸다고 생각하니 수치심이 밀려든 것이다.

하지만 풍백은 흑연에 점점 묻혀 가며 이런 두성원을 향해 미묘한 웃음을 띠고 손을 흔들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개 같은 자식을 봤나!”

풍백이 자신을 조롱한다 생각한 두성원이 버럭 고함을 지르고 지면을 박찼다. 그의 신형이 흑연에 휩싸여 버린 풍백에게 쏘아졌다.

그때 다시 폭음이 울려 퍼졌다.

퍼펑!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퍼퍼펑!

퍼퍼퍼펑!

처음 폭음이 터진 곳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듯이 사방으로 폭발이 이어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반경 이백 장을 덮어 버린 검은 연기는 풍백을 쫓아왔던 무인들은 물론이고, 나중에 나타난 사대 문파 사람들까지 모두 뒤덮을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두성원이 풍백이 서 있던 곳을 검으로 베었다. 하지만 그의 검은 허공을 가르고 지나갈 뿐이었다.

이미 풍백은 자리를 옮긴 것이다.

흑연이 모든 사람의 시야를 빼앗자 곧 무지막지한 싸움이 시작됐다.

“화홍을 뺏어라!”

“어디! 어디에 있느냐!”

“죽여! 일단 주위에 있는 놈들을 죽이라고!”

시야를 빼앗겼기 때문인지, 느닷없이 난전이 시작되었다.

의형문을 포함하여 금정문까지 나타났을 때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하던 강호의 무인들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사방이 어둠 속에 잠기게 되자 생각이 바뀌었다.

‘기회다!’

‘이런 상황에서 화홍을 손에 넣기만 한다면…….’

‘들키지 않을 수 있어!’

그리고 어둠 속에서 싸우는 것이니, 잘하면 금정문과 같은 대문파 무사라고 하더라도 진흙탕 싸움으로 끌어당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서로 눈이 보이지 않는 건 똑같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에 흑연 속에서 수백 명의 무인들이 시력을 제외한 감각에 의존하며 싸우기 시작했다.

“크아악!”

“아악! 내, 내 다리가!”

“죽어! 죽으라고!”

“화홍은 어디에 있지?”

흑연에 시야를 빼앗긴 것은 절정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중에서도 두성원은 다른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서걱!

“으악!”

두성원의 검기에 누군가가 죽어 나가자 다른 사람이 외쳤다.

“여기다! 여기에 화홍을 들고 있는 놈이…… 억!”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놈을 죽이며 두성원이 외쳤다.

“이 미친놈들! 나는 그놈이 아니라 독심사검 두성…… 망할!”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몇 놈이 두성원을 향해 병장기를 휘두르며 동귀어진을 하듯이 몸을 던지고 있었다.

‘이런 개 같은 경우를 봤나!’

아무래도 두성원이 마지막에 풍백이 있던 곳으로 들이닥쳤기 때문일 것이다.

풍백이 이곳에 서 있었다는 건 모든 사람이 봤고, 누구보다 눈부신 검법을 보이고 있는 두성원이 당연히 풍백이라 생각한 것이다.

눈이 보이지 않으니 이걸 어떻게 할 수도 없었다.

스가각!

“크륵…….”

“내 눈! 내 눈이!”

무인들의 비명을 들으며 두성원이 점점 흥분했다.

“오냐, 어디 덤벼 봐라!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

흑연의 지속 시간은 대략 일다경 정도였다. 그동안 달려드는 불나방 정도는 모두 죽여 버리고도 힘이 남아돌 것이다.

그렇게 두성원은 달려드는 무인들을 족족 죽여 나갔다.

“죽어! 죽어! 너도 죽어!”

“크헉!”

“으흐윽…….”

“컥!”

광기에 젖어서 검을 휘두르는 두성원의 손길에 달려들던 무인의 목숨은 쉽게 사라져 갔다. 애초에 독심이라 불리는 두성원이 사람을 조금 많이 죽였다고 당황할 일도 없었다.

그렇게 무인들을 죽여 가던 두성원은 누군가가 자신의 배후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런다고 모를 줄 알았느냐! 뒈져라!”

두성원의 검이 날카롭게 후방을 사선으로 가르고 지나갔다.

그런데…… 두성원의 검에는 아무것도 걸리는 것이 없었다.

순간, 두성원은 무언가 섬뜩함을 느꼈다.

‘뭔가…… 잘못 되었다!’

이런 판단을 내리자마자 두성원이 황급히 지면을 박차고 뒤로 물러서거나 하늘로 뛰어오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두성원은 자신의 목에 닿아 있는 싸늘한 감촉에 아무런 움직임도 보일 수 없었다.

‘대, 대체 어떤 놈이…….’

아마도 뒤에서 누군가 접근하는 것처럼 느낀 건 상대가 자신을 유인한 것이 분명했다. 정작 그의 목에 검을 대고 있는 사람은 접근하는 것 자체를 느끼지도 못했다.

마른침을 삼키는 두성원의 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말했지. 네 목을 잘라 가겠다고.”

풍백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두성원은 피부에 잔뜩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이, 이노옴!”

두성원이 고함과 함께 검을 움직여 풍백을 베어 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건 두성원의 생각뿐이었다.

그의 목은 이미 풍백의 손에 들린 화홍에 잘려서 지면으로 떨어지는 중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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