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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가상방 개망나니-184화 (239/313)

적가상방 개망나니 184화

당유진은 무언가를 눈치채고 물었다.

“그러면 황궁의 어사님이 저희 당가의 무공을 익히고 계신 건가요?”

당한수도 그 질문에 당황한 표정이 되었다.

풍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당가의 무공이라는 걸 몰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익히면서 차후에 당가의 무공이라는 걸 알아챘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당가가 상산현으로 온다니, 이렇게 비급을 돌려주라며 저에게 넘겨줬습니다.”

당유진은 비급을 돌려받았다는 생각에 얼굴이 밝아졌지만, 당한수는 조금 복잡해 보였다.

원래는 아무리 잃어버리거나 실전된 무공이라고 하더라도 습득을 하면 돌려줘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해당 문파와 원수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당가는 그런 힘이 없었다. 그러니 문제 삼을 수도 없었다.

심지어 황궁의 어사라고 하지 않은가. 어사에게 강호의 법도를 내세울 수도 없었다.

이런 당한수에게 풍백이 말했다.

“그래서 어사님이 저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하더군요. 허락도 없이 당가의 무공을 익힌 것을 용서해 달라고요. 그리고 당가의 무공을 사용하도록 허락을 해 달라고도 했고요.”

그 말에 당한수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렇게 당가의 허락을 받으면 적어도 그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되는 거니까.

“상황이 그렇게 됐다니 어쩔 수 없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소가주님?”

“맞아요! 이렇게라도 비급이 돌아왔다는 것이 감사할 뿐이에요!”

당유진은 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비급을 자신의 품에 감싸 안았다.

그걸 바라보는 당한수는 이제 희망이 생긴 얼굴이었다. 만류귀원신공과 기본 무공이 있으니, 확실히 발전할 여지가 충분히 생긴 것이다.

당가의 무공도 모두 도반삼양귀원공에서 나왔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만류귀원신공을 기본으로 삼아 무공을 연구하다 보면 이전과 같이 많은 무공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대가 아니라면 그다음에서라도.

또한 독과 암기에 관련한 책자도 있었다. 이것만 있으면 기초 수준의 독과 암기는 빠르게 뛰어넘을 수 있을 터였다.

당가의 앞날에 한 줄기 빛이 내린 것이다.

이런 두 사람의 귀에 풍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행이군요. 어사님이 말씀하시기를, 황궁무고에는 당가에서 나온 책자가 많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기회가 생기면 당가의 무공을 더 가지고 오겠다고도 말씀하셨고요.”

이 말에는 두 사람 모두 만세를 부를 뻔했다.

‘다시…… 다시 사천당가의 위상을 되찾아올 수 있어!’

‘다음 세대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비급을 빨리 받을 수만 있다면, 도련님이 성장했을 때는 사천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당한수는 처음 자신의 태도를 반성했다. 이렇게 대협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어사를 상대로, 무공을 허락 없이 익혔다는 것이 기분이 상했던 자신의 좁은 마음을 비판하는 것이다.

당유진이 풍백에게 물었다.

“그 어사님의 존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저희 당가가 다른 건 몰라도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습니다!”

그에 풍백이 곤란한 얼굴로 말했다.

“사실 저도 이름을 모릅니다.”

“네? 존함을…… 모른다고요?”

“어사님은 자신의 임무가 중하여 이름을 알려 줄 수는 없고, 그저 연유라 부르라고 했습니다.”

“아, 그러면 연 대인이라고 불러야겠군요.”

고개를 끄덕인 당유진이 풍백에게 말했다.

“꼭 연 대인께 전해 주세요. 저희 당가를 잊지 말아 달라고요. 그리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당가는 연 대인의 편이라고요. 천하가 모두 연 대인의 적이라고 하더라도 저희 당가만은 연 대인의 편에 설 거라고요. 그러니 언제든지 당가를 찾아 달라고 전해 주세요.”

진심이 철철 넘치도록 묻어나는 당유진의 말에 당한수는 이전에 그랬던 것처럼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당가의 성격이 묻어나는 당유진의 말에 풍백 또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적가상방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기만 하더라도 만족할 겁니다.’

풍백은 다시 품에 손을 넣어서 작은 병 하나를 그들의 앞에 내려놨다.

“아! 잊을 뻔했군요. 이것도 전해 주라고 했습니다.”

“이건…….”

“마, 맙소사! 주천금단!”

당한수는 작은 병에 담겨 있는 열 개의 금빛 영단을 보고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당연히 직접 봤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로는 너무나도 많이 들어 보았다.

과거 당가의 직계는 모두 주천금단을 먹고 내공심법을 익혔다고 들었다. 그러면 내공만은 일류고수 수준으로 빠르게 도달할 수 있었다고 했고 말이다.

이 얘기를 듣고 밤에 잠을 자면서 꿈에서조차 봤었던 것이 바로 주천금단이었다.

아직 주천금단이 무엇인지 모르는지, 당유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풍백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보시는군요. 맞습니다, 주천금단이라고 하더군요.”

“이, 이것도 어사님께서…….”

“그것도 맞습니다. 황궁에서 얻은 제조법으로 만들었다고 하시더군요.”

“크흑…….”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당한수가 북경이 있는 방향으로 머리를 땅에 찍으며 절까지 했다. 이렇게 아낌없이 도와주는 어사님을 향해 감히 불경한 생각을 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수, 숙부님!”

절을 하고 일어선 당한수가 이번에는 주천금담을 향해 절을 했다.

‘이것만 있으면 일 년…… 아니, 반년이면 일류고수까지 성장시킬 수 있어!’

현재 당가의 직계 중 무공을 익히고 있는 사람은 모두 여덟 명이었다. 나머지는 독과 암기를 연구하고 있었다.

병에 담긴 주천금단도 열 개니, 이것으로 그들 모두 내공에서는 부족함이 없도록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단시간에 일류고수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두세 명 이상의 일류고수가 나올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주천금단을 복용하고도 일류고수가 되지 못한다면…… 되도록 만들어야지.’

- 안 되면 되게 하라.

당가에서 흔히 하는 말 중 하나였다.

당한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미소를 짓고 있는 풍백을 바라봤다.

‘대체…… 이 사람은 뭘까?’

당한수가 봤을 때, 풍백은 바보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러니 풍백이 자신이 가져온 비급과 주천금단의 가치를 모를 리가 없었다. 이것만 있으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적가상방을 세가로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런 보물을 아무런 욕심이 없는 것처럼 그들에게 돌려주고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로 보일 수 없는 배포였다.

‘감히…… 고맙다, 감사하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군요. 이 당한수가 목숨을 걸고 적가상방과 적 공자에게 은혜를 갚도록 하겠습니다.’

풍백은 당한수와 마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 * *

숭무장은 기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이런 기묘한 분위기에는 긴장감이 다분히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긴장감이 흐르기는 하더라도 대전에 있는 사람들의 눈치는 비장함이 담겨 있지 않았다. 오히려 미묘하게 기대감이나 밝은 분위기를 보이는 중이었다.

“문주님! 서신이 왔습니다!”

상석에서 침묵하며 앉아 있던 숭무장주 노성한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직접 서신을 가져온 무사에게 다가갔다.

빠르게 서신을 눈으로 읽어 간 노성한의 표정이 더욱 굳어 갔다.

대전에 있던 숭무장의 중역들은 노성한의 표정에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차며 물었다.

“장주님, 서신에서 뭐라고 합니까?”

“저희에게도 알려 주시면…….”

중역들의 말에 노성한이 가만히 있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금원보 일백 개를 부른다고 하는군.”

이 말에 중역들이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우와아아아!”

“이 정도면 숭무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겁니다!”

“살아날 수 있다니? 금원보 일백 개라면 금자로 천 냥에 달하는 돈이야! 그 돈이면 어지간한 군소 문파를 통째로 두세 개는 살 수 있을 거라고!”

말이 그렇다는 것이다. 실제로 문파를 돈을 받고 파는 사람은 없으니까.

아무튼 가뜩이나 부족한 자금 때문에 고생을 하고 있던 숭무장은 막대한 돈에 엄청나게 고무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 있는 노성한 때문에 곧 진정되었다.

“문주님? 왜 그런 표정을 짓고 계시는 겁니까? 이 정도면 엄청난 결과 아닙니까?”

“엄청난 결과지, 엄청난 결과야.”

설마 일이 이렇게 풀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상방의 요구에 굴복할 수 없어서 선조가 모아 왔던 골동품을 팔아 치우려는 것뿐이었다.

처음에는 예상대로였다.

감정사를 동원해서 골동품 중 제법 값이 나가는 물건을 팔아 치우고, 그렇게 나온 돈으로 상방의 압박을 받는 점포를 유지하며 상방과 기싸움을 이어 갔다.

상방도 시세보다 싸게 판매하며 손해를 보는 중이니, 이렇게 버티면 상방이 손해를 감수하지 못하고 떨어져 나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물건이 나오고 말았다.

겉으로 봐서는 평범한 검이었다. 검집에는 아무런 무늬도 없었고, 딱히 비싼 소재로 만든 검집도 아니었다. 검파 역시 평범했다.

아마도 검집에서 뽑아 보지 않았으면 계속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검을 검집에서 뽑은 순간, 굳이 감정사에게 감정을 받을 필요도 없었다. 노성한 역시 무인이었기에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예기가 심상치 않다는 걸 바로 인지할 수 있었으니까.

검파에 흐릿하게 음각(陰刻)된 글자가 있었으니, 바로 화홍(花紅)이었다.

화홍검이 보통 물건이 아니라는 걸 알아본 노성한은 바로 시험에 들어갔다. 그리고 화홍검으로 잘 벼려진 검을 두부처럼 잘라 버리는 것을 보고는 이것이 어마어마한 명검이라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아마도 노성한이 검사(劍士)였다면 화홍검에 엄청난 욕심을 냈을 것이다.

이런 검을 들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무공 수준이 적어도 한 단계 이상은 높아진다고 할 수 있었다. 적의 검을 두부처럼 잘라 버리는 명검과 부딪치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노성한은 도객(刀客)이었고, 아쉽지만 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 여러 사람들과 문파에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대문파에서 엄청난 가격에 화홍검을 구매하겠다고 서신이 날아온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러시는지……. 혹시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라고 하실 생각이십니까?”

중역들은 너무 무리한 것 아니냐는 표정이었다. 그런 중역들을 보며 노성한이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불가능할 건 없겠지. 지금 화홍에게 쏟아지는 관심을 생각하면 금원보 일백 개가 아니라 일백오십 개 이상을 받을 수도 있을지 모르니까.”

“헉! 너무 무리하시는 건 아닌지…….”

“하지만 내가 고민하는 건 돈 때문이 아니야.”

“네? 그러면…….”

“이 화홍검을…… 꼭 팔아야 하는 걸까?”

뜬금없는 말에 중역들의 얼굴이 어리둥절해졌다.

지금 숭무장은 아주 힘든 상황이었다. 겨우겨우 골동품을 팔아 가면서 간신히 버티는 중인데, 화홍검을 팔지 않는다면 그나마 남아 있는 골동품이 모두 팔리는 순간 바로 파산하고 말 것이다.

그런데 화홍검을 팔지 않는 것을 생각하다니,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중역들 중 부장주는 노성한이 어떤 이유로 이런 말을 했는지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설마…… 장주님은 그 소문 때문에 그러시는 것입니까?”

노성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표정만 보더라도 그가 부장주의 말을 부정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소문? 무슨 소문?”

“들은 것이 있소?”

“나도 모르는데? 어떤 소문인지 아는 분이 계신지…….”

중역들은 서로에게 물어봤으나 아무도 대답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실 아직 소문이 아주 많이 퍼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소문에 밝은 사람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퍼지는 상태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 숭무장에 있는 화홍검에는 전대 천하제일인의 무공이 숨겨져 있다!

출처가 어딘지, 누가 한 말인지 아무도 몰랐다. 어쩌면 화홍검이 명검이라는 소문을 들은 누군가가 술김에 한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지금 은연중 사람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진짜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었다.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처음에는 노성한도 이 소문을 듣고 실소를 흘렸다. 화홍검이 명검이기도 하지만, 그런 비밀이 담겨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 소문은 점점 구체적으로 변해 갔다.

전대 천하제일고수의 이름이 튀어나오거나, 그 이전에 천하제일고수라 불렸으면서도 출신이 불분명했던 사람들의 이름이 계속 튀어나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화홍검의 모습이 어떻게 생겼는지 사람들 사이에 흘러나왔다.

- 화홍검의 길이는 네 척(尺)이 조금 넘는데, 검배(劍背)에는 붉은색 혈조(血槽)가 있다.

이 소문을 듣고 노성한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화홍검의 모습과 똑같았으니까.

이때부터 노성한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걸 판다고? 천하제일고수였던 사람이 쓰던 검인데? 이 검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 몰라도, 여기에 천하제일고수의 무공이 있다고 하잖아!’

숭무장은 먼 옛날 한때 잘나갔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래 봐야 호남성에서 제법 잘나간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만약 화홍검에 진짜 비밀이 있고, 이 비밀을 풀어 천하제일고수의 무공을 얻을 수 있다면?

숭무장은 단순히 군소 문파가 아니라 호남성의 패권을 다투는 문파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이런 욕심이 생기자 더 이상 돈은 노성한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건 소문이지 않습니까!”

“음…… 소문이라고 하더라도 검의 형태까지 맞출 수는 없는 일 아닐까요?”

“누군가가 화홍검을 살펴보고 밖에서 입을 함부로 놀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누가 있다는 말이오? 솔직히 화홍검에 대해서 자세히 살펴본 사람은 장주님과 부장주님, 그리고 여기에 있는 중역들이 전부이지 않습니까.”

“우리 중 누가 입을 털었을 수도 있지요. 듣자 하니 임 형이 입이 좀 가볍다고 하던데…….”

“뭐라고! 지금 누구를 의심하는 건가! 그러는 맹 형이야말로 술만 먹으면 주둥이로 온갖 얘기를 다 털어놓지 않은가!”

“주, 주둥이? 이 사람이 말 다했어?”

“다 못했다! 기루 좀 작작 다녀! 기루에서 네가 한 얘기가 다 밖으로 나가는 거라고!”

“이노옴!”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하려는 중역들을 보고 노성한이 얼굴이 일그러뜨리더니 크게 소리쳤다.

“모두 닥치시오! 지금 뭐하자는 건가!”

노성한이 고함을 치고 나서야 중역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런 중역들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노성한이 말했다.

“지금 숭무장의 앞날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에 대해 논하는 자리에서 이게 무슨 추태인가! 이런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을 수 있겠나?”

중역들은 아무도 대답을 못했다. 그들도 낯짝이 있기에 자신들이 방금 보였던 모습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알고 있는 것이다.

노성한은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결정을 내리겠소! 일단 화홍검을 판매하지는 않겠소! 그리고 지금부터 화홍검에 어떤 비밀이 있는지 자세히 찾아볼 것이고, 비밀이 없다는 확신이 들면 그때 팔도록 하겠소!”

몇몇 중역들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추상과 같은 노성한의 고함에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니 일단 외부에는 화홍검을 판매한다는 말을 취소하도록 하시오.”

눈치를 보던 중역들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 믿을 수 있는 고수나 명숙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아무래도 소문에 홀려 담을 넘는 놈들이 나타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잠시 고민을 하던 노성한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오. 그러면 너무 많은 사람을 초청할 수는 없고, 가장 믿을 수 있고 대협이라 소문난 사람들만 부르는 것으로 합시다.”

말을 하면서도 노성한의 머릿속에서는 몇 개의 이름이 떠올랐다. 그중에는 청송무관의 우검학도 있었다.

하지만 곧 노성한은 우검학의 이름을 지웠다.

‘우 대협은 고지식할 정도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이번에 개파식을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했었지?’

아쉽지만 무려 개파식을 준비하고 있는 장문인이 될 사람을 부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화홍검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함으로써 오히려 사람들이 진짜 화홍검에 어떤 비밀이 있다고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그리고 곧 이 소문은 마치 해일처럼 일어나 전 호남성 전역으로 퍼져 나갈 것이고, 이웃해 있는 성까지도 이 소문에 휩쓸려 사람들이 몰려오리라는 것을 말이다.

아마 이것을 짐작했었다면 상대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우검학까지 초청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무려 절정고수인 우검학이었으니까.

이것에 대해 후회를 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그때는 이미 수십여 명의 사파의 무인과 얼굴을 가린 무인들이 난입하여 숭무장을 박살을 내 버린 뒤였으니까.

이 소동에서 화홍은 쟁탈전을 벌이는 무인들 손에서 이리저리 넘겨져 가며 혈겁을 일으켰다.

마검쟁탈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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