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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가상방 개망나니-160화 (182/313)

적가상방 개망나니 160화

풍백은 흑의인들을 심문하면서 이들이 금벽궁의 비밀 부대인 암벽대라는 사실을 들었다.

금벽궁은 사천성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대문파였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적가상방에 있는 주천구의 백련문과 비슷한 위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고 금벽궁이 백련문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아니었다.

규모 면에서는 비슷하지만, 금벽궁에는 주천구와 같은 초절정고수가 없었으니까.

‘온다!’

풍백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그의 속마음은 긴장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었다.

암벽대원들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전일비가 어느 정도 수준의 고수인지 이미 들었고, 처음 이곳에 도착하여 기습을 하기 전에도 전일비를 직접 보고 확인을 했으니까.

빠르게 접근하는 전일비를 본 풍백이 지체하지 않고 바로 뇌공권을 펼쳤다. 강력한 경력이 담긴 풍백의 권력이 전일비의 얼굴과 가슴의 요혈을 향해 뻗어 갔다.

전일비는 풍백의 뇌공권을 보고 가볍게 코웃음을 치더니, 자신을 노려오는 권력을 향해 똑같이 주먹을 뻗었다.

퍼펑!

두 개의 권력이 부딪치며 공기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울렸다.

그 결과, 풍백이 가볍게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권력과 권력의 격돌에서 풍백이 손해를 본 것이다.

전일비는 선수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곧바로 지면과 수평이 되게 회전하며 십여 개의 장력을 쏟아 냈다.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려치는 전일비의 장법은 우습게 볼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장력을 담고 있었다.

풍백은 슬쩍 미간을 찌푸리며 난화보를 밟아 장법을 피해 갔다.

난화보는 분명 좋은 보법이고 빠르다. 그러나 다양한 변화를 내포하고 있는 상승의 무공을 상대할수록 그 한계를 명확히 드러내게 된다.

지금이 바로 그랬다.

전일비의 장법에는 상대의 움직임에 맞춰 변화할 수 있는 변초가 숨겨져 있었다.

난화보로는 이런 변화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난화보를 사용했음에도 전일비의 장법을 제대로 피할 수는 없었다.

픽! 픽!

장력이 풍백의 옷깃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대로 보법으로 피하려고만 하다가는 장력에 제대로 격중당할 판국이었다.

풍백이 어쩔 수 없이 쇄옥장을 펼쳐 전일비의 장법을 마주쳐 갔다.

퍼퍼퍼퍼펑!

쿵! 쿵! 쿵! 쿵! 쿵!

요란한 소리가 연이어 터져 나왔고, 풍백이 이전과 달리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섯 걸음이나 물러섰다. 충격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했다는 증거였다.

전일비가 이제 완전히 승기를 잡았다는 듯, 풍백의 허리를 향해 쌍장을 뻗어 왔다. 그의 쌍장에 담겨 있는 장력은 방금 전에 펼쳤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아마 이 쌍장에 적중 당하게 된다면 최악의 경우 하반신을 못 쓰게 될 수 있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풍백의 쌍수가 전일비의 쌍수를 향해 꿈틀거리며 밀고 들어갔다.

교룡금나수의 수법이었다.

직접적인 접촉을 피하고 금나수를 이용해 손목에 있는 완맥을 잡겠다는 노골적인 계획이었다.

“어림없지!”

크게 소리친 전일비가 펼치던 초식을 풀어 버리고 그 역시 빠르게 금나수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파바바바바박!

두 사람의 수장이 허공에서 현란하게 부딪치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서로의 완맥이나 곡지혈(曲池穴)과 같은 중요한 혈을 붙잡기 위해 술래잡기를 하는 것이다.

서로의 금나수가 부딪칠 때마다 풍백이 점차 물러서고 있었다. 전일비가 펼치는 금나수의 변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서며 그의 손을 피해야 했기 때문이다.

얼굴을 일그러뜨린 풍백이 땅을 박차고 뒤로 훌쩍 물러서려고 했다.

“흥! 어딜 도망가려고!”

전일비가 풍백을 쫓아오려고 했다.

그런 전일비를 맞이한 건, 뒤로 물러서는 풍백이 허공에서 내지르는 일곱 번의 발차기였다.

군부에서 배운 철마각(鐵馬脚)이라는 퇴법(腿法)이었다.

대단한 변화를 담지는 않았지만, 우직할 정도로 막강한 힘이 담긴 철마각을 경시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절묘한 순간이었기에 무시하려다가는 크게 손해를 볼 수 있었다.

‘젠장…….’

다 잡은 먹잇감을 놓치는 것처럼 안타까운 마음에 욕을 내뱉으며 풍백의 철마각을 받아쳤다.

파파파팡!

풍백은 철마각을 받아치는 전일비의 내공을 이용해 삼 장 정도 뒤로 훌쩍 이동했다.

지면에 내려선 풍백을 향해 전일비가 비웃음을 날렸다.

“도망가려고? 어디 한번 도망쳐 봐. 경공은 어느 수준이나 되는지 한번 보자.”

풍백은 대답을 하지 않고 전일비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런 풍백의 시선에 전일비의 비웃음은 더욱 짙어져 갔다.

“너무 자신 있게 덤비기에 어느 수준인가 했더니, 겨우 이 정도 알량한 무공을 가지고 덤볐던 건가? 스스로의 역량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죄는 목숨으로 갚아야 할 것이다.”

손을 섞어 본 결과, 전일비는 풍백이 일류고수 수준이라 생각했다.

내공은 일류고수 수준을 넘는 것 같지만, 그래 봐야 펼치는 무공 수준이 너무 낮았다.

‘아마도 평소에 자기가 절정고수입네 하고 다녔겠지. 어디서 기연을 얻었는지, 내공만 높은 멍청이에 불과한 주제에.’

탐색은 끝났다.

전일비는 앞으로 십여 초식이면 풍백의 목숨을 거둬들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런 판단을 내리고 있는 전일비를 바라보는 풍백 역시 그를 판단하고 있었다.

‘역시 절정고수가 맞구나.’

이미 전일비가 절정고수라는 것은 흑의인들을 심문하며 들었다.

암중에서 더러운 일을 하는 사람이 절정고수라는 것에 놀랄 것은 없었다. 금벽궁이 비록 초절정고수는 없었지만, 절정고수가 백련문보다 많았으니까.

혹시나 애매한 무공을 익힌 것은 아닌가 확인을 해 봤지만, 전일비는 확실한 절정고수였다.

이렇게 내외공과 무공까지 확실하게 절정고수인 상대는 군부에서 배운 무공만으로 이기기 어려웠다.

풍백이 소매를 두 번 접어 펄럭거리지 않게 고정하며 전일비에게 말했다.

“말이 참 많네.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벌써 나를 잡았어야지.”

“오냐, 지금 간다.”

전일비가 땅을 박차고 풍백에게 빠르게 달려들었다. 이미 상대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 생각했기에 그의 움직임에는 어떠한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풍백은 그런 전일비를 보며 쌍수를 움직여 나뭇잎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황룡사의 삼대절기인 보리패엽수였다.

전일비는 풍백의 쌍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방금 전 손을 섞으면서 보지 못한 무공인 탓이었다.

그러나 이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곤 무시하기로 했다. 방금 전까지 풍백이 펼쳤던 무공들 대부분이 보잘것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쇄옥장은 쉽게 볼 수 없는 무공이지만 결국 낭인들이 익히는 무공일 뿐이고, 철마각은…….

‘허접한 놈들이나 배우는 무공이지.’

이런 무공이나 펼치던 풍백이 대단한 절기를 사용할 것 같지 않았다. 아마도 운이 좋게 기연을 얻었거나 제법 괜찮은 내공심법으로 내공만 늘렸을 거라 단정했다.

그런 전일비를 향해 풍백이 수장이 나뭇잎처럼 팔랑거리며 다가왔다.

“흥!”

전일비는 팔랑거리는 수장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주먹에 내공을 잔뜩 담아 받아쳤다. 당연히 조금 전처럼 자신의 권력에 풍백의 수장이 튕겨날 거라고 믿으며.

하지만 결과는 그의 생각과 달랐다.

쾅!

“커헉!”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굉음과 함께 전일비는 무지막지는 경력을 느끼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뭐, 뭐야!’

전일비의 경악한 눈에 그를 향해 팔랑거리며 날아오는 풍백의 수장이 들어왔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저 수장이 자신에게 쏟아질 것이 분명했다.

방금 저 팔랑거리는 수장에 어떤 힘이 담겨 있는지 직접 겪어 봤다. 전일비는 풍백의 보리패엽수를 다시 직접 부딪치는 것보다 피하는 걸 선택했다.

전일비가 지면을 박차고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전일비가 뒤로 물러서는 걸 풍백이 가만히 지켜볼 리가 없었다.

직선적인 움직임에서는 난화보만 한 속도를 가진 보법은 흔치 않았다.

뒤로 피하는 전일비보다 더욱 빠르게 풍백이 쏘아지듯 달려왔다. 그와 함께 전일비를 향해 풍백의 수장이 팔랑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제기랄!’

풍백을 떨쳐 낼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전일비가 잔뜩 내공을 끌어올려 자신의 성명절기인 흑살장(黑煞掌)을 펼쳤다.

검은색으로 물들어 버린 쌍수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수장과 부딪쳐 갔다.

쾅!

다시 한번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러나 이전처럼 전일비가 비명을 지르거나 무릎을 꿇지는 않았다. 그저 어깨만 움찔했을 뿐이었다.

‘좋아! 이 정도면 됐어!’

크게 손해를 보지 않고 막아 냈기에 전일비의 전의가 다시 살아났다. 자신의 흑살장이라면 풍백이 펼치고 있는 이름 모를 장법을 충분히 막아 낼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풍백도 자신의 수법을 너무 손쉽게 받아 낸 것에 놀란 것인지 이어서 바로 출수를 하지 않고 있었다.

전일비가 물러서던 것을 멈추고 지면을 힘껏 박차며 풍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수장은 여전히 흑살장의 검은색으로 물들어 있는 상태였다.

‘단번에 심장을 뽑아 주마!’

달려들던 전일비는 풍백의 얼굴을 봤다. 기겁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걸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풍백의 얼굴을 본 순간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풍백은 그를 보며 이를 보일 정도로 웃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풍백의 쌍수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가 왜 웃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풍백의 수장을 따라 허공에 수영이 늘어나더니, 그 모든 수영이 마치 폭풍에 휘말린 나뭇가지처럼 흩날리며 자신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전일비는 대경실색했다.

쏟아지는 수영을 황급히 흑살장으로 막아 갔다.

피하는 건 불가능했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방위에서 수영이 쏟아지니, 어떻게 움직이든 피할 곳은 없었다.

쾅! 쾅! 쾅! 쾅! 쾅!

흑살장으로 풍백의 수영을 막아 갈 때마다 엄청난 내공이 자신의 단전을 진탕시켰다.

‘이놈도…… 절정고수였어!’

아무리 내공이 많다고 하더라도 겨우 일류고수가 자신에게 이런 충격을 줄 수는 없었다.

전일비의 얼굴이 고통에 일그러져 갔다. 막기만 하다가 죽든지, 아니면 살아나더라도 막대한 내상을 입을 것 같았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아직 그에게는 최후의 수가 남아 있었다. 이대로는 억울해서 죽을 수도 없었다.

결심을 한 전일비가 수영을 쳐 내더니 곧장 바닥을 굴렀다.

무인에게 수치라는 나려타곤(懶驢打滾)이었다.

수치를 무릅쓰고 펼친 나려타곤이었지만, 풍백의 쏟아지는 수영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다.

콰쾅!

“쿨럭…….”

풍백의 수장이 땅을 구르는 그의 등을 두 번 적중했다. 그 결과 전일비는 막대한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악문 전일비가 바닥을 구르던 힘을 그대로 이용하여 벌떡 일어나더니 풍백을 향해 쌍장을 뻗어 냈다. 마치 풍백에게 내공 대결을 거는 듯한 모양새였다.

지금처럼 우세를 잡기 시작한 상황에서 전일비의 내공 대결을 받아 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곳에는 전일비 말고도 암벽대원 다섯이 아직 남아있었다. 내공 대결을 하다가 외부에서 충격이 들어오면 치명적인 내상을 입을 수 있는데 누가 내공 대결을 하겠는가?

풍백 역시 같은 생각인지 전일비의 쌍장을 쳐 내려고 했다.

그런데 쌍장을 내밀고 있는 전일비의 소매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 불쑥 튀어나오더니 전일비의 손에 잡혔다.

두 자루의 단도였다.

전일비는 바로 자신의 앞에 있는 풍백을 향해 혼암단도술(昏暗短刀術)의 구명절초(求命絶招)를 펼쳤다.

혼암단도술은 이름 그대로 단도를 숨기고 있다가 기습적으로 사용하는 무공으로, 사실 은밀히 사람을 죽이는 자객들이 배우는 무공 중 하나였다.

전일비가 암벽대주가 되자 금벽궁주가 하사한 무공이었다.

평소에는 이 무공을 사용할 일이 없기에 그냥 배우지 않으려고 했었지만, 만약의 순간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에 결국 배웠던 전일비였다.

전일비의 쌍단도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풍백의 복부를 베어 갔다.

풍백이 도저히 피하지 못할 것이라 판단한 전일비의 얼굴에 희열이 떠올랐다.

‘흐흐…… 너무 억울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원래 강호가 이런 곳이니.’

승리를 확신한 전일비는 자신보다 고수를 잡아 낸다는 생각에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 순간, 풍백의 몸이 한 치 정도 뜨는 것처럼 보이더니 단도의 움직임에 따라 뒤로 스르륵 물러나는 것이 아닌가.

부운연화미리보의 공능이었다.

전일비는 믿을 수 없는 풍백의 움직임에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전일비가 말을 끝까지 하기도 전에 그의 가슴으로 팔랑거리는 나뭇잎 같은 수영 하나가 스르륵 다가왔다.

퍼억!

“끄에에……!”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위력에 전일비가 기괴한 소리를 내며 얼굴을 지면에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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