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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가상방 개망나니-150화 (162/313)

적가상방 개망나니 150화

방금 전 자신이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 주는 풍백의 말에 사마진걸은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잊었습니까? 저는 상인입니다. 상인에게 정파와 사파가 무슨 상관입니까? 돈 잘 벌고, 벌어 놓은 돈만 잘 지키면 되는 일이지요.”

“이놈이…….”

“원래라면 녹림을 피해 정파의 협사(俠士)분들에게 지켜 달라고 부탁을 해야겠지만, 지금은 아시다시피 무려 ‘정파’의 세가에서 저희의 돈을 뜯으려고 하는 중이니 어쩔 수 없지요.”

사마진걸의 눈이 이글거리며 불타고 있었다.

“가만있어 봐라……. 여기에 하남성 관부에 성금을 내면서 부탁 좀 해야겠고, 소소하게 하남성 정파에는 당분간 조금 시끄러워지는 일이 벌어지더라도 참아 달라고 기름칠 좀 하고, 대별산채 혼자는 힘들 수 있으니 적당한 사파에 힘 좀 보태 달라고 예의를 좀 차리고? 아참! 낭인무사를 백 명쯤 고용해서 사마세가를…….”

“헛소리 좀 작작해라! 겨우 절강성 시골에 있는 군소 상방 주제에 그런 어마어마한 인원을 움직일 수 있다고? 그런 개소리를 내가 믿을 것 같나?”

버럭 소리를 지르는 사마진걸의 모습에 풍백이 눈을 끔뻑이며 그를 바라봤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시는구나?”

“내가 뭘 모른다는 말이냐!”

“지금 소가주님이 달라고 한 금액만으로 계산하는 중입니다만?”

“……뭐라고?”

“못 들으셨어요? 이 사람들을 모두 동원할 수 있는 돈이요. 사마세가 소가주님께서 달라고 한 돈으로 다 가능하다고요.”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제 아시겠어요? 소가주님이 달라고 했던 돈이 얼마나 많은 돈인지?”

사마진걸은 저도 모르게 멍하니 입을 벌렸다.

진짜 몰랐다.

그저 적가상방에게 동생인 사마장위가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적당한 협박을 통해 돈을 왕창 뜯어낼 생각 정도만 했을 뿐이었다.

그리고 조사에 분명 화오염장의 소금 전매권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있었지만, 그저 작은 염전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조사 자료에 화오염장이 얼마나 거대한 규모인지 설명이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마 군소 상방으로 분류되는 적가상방이 그런 거대한 염전을 가지고 있을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풍백은 또다시 무언가를 고민하다가 다시 손뼉을 치며 말했다.

“이거 너무 여러 문파와 협의를 해야 되니까 엄청 번거롭네요. 그냥 다섯 번째 제안이 제일 편하기는 하겠어요.”

이 말에 사마진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제는 표정관리를 할 수도 없었다.

“……다섯 번째 제안은 뭐냐?”

“간단합니다. 참초제근(斬草除根), 발본색원(拔本塞源), 거기지엽(去其枝葉).”

세 가지 사자성어는 각각 조금씩 다른 뜻을 가지고 있으나 뜻은 비슷했다.

문제가 생기면 그 뿌리째 뽑아 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사마진걸 역시 이 사자성어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감히 이 사자성어를 사마세가에 대입시켜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아무리 대별산채가 다른 사파와 함께 사마세가를 노린다고 하더라도 감히 사마세가를 뿌리째 뽑겠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정파에서 무려 세가라는 칭호를 사용할 수 있는 거대 문파가 바로 사마세가가 아니던가!

너무나 광오한 풍백의 말에 사마진걸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자신만이 아니라 사마세가 전체를 모욕한다는 생각에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것이다.

“너는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

“과연 그럴까요? 선은 소가주님이 먼저 넘으신 거죠.”

“뭐, 뭐라고?”

“왜요? 상방이니까 당연히 대사마세가가 하는 말에 고분고분 따라갈 줄 아셨어요?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할 리가 있나요?”

“이놈…….”

“설마 적가상방을 찍어 내겠다고 하셨으면서 사마세가에는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그런 논리인가요?”

식탁에 올려놨던 사마진걸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걸 보면 아마도 곧 누군가의 얼굴에 꽂힐 예정인 것 같았다.

“아! 아직 다섯 번째 제안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네요. 다섯 번째 제안은 아주 간단합니다. 사도련하고 얘기를 하는 거죠.”

“사, 사도련?”

사마진걸은 사도련이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파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사도련은 사마세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절대 아니었다. 그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군웅회가 나서는 수밖에 없었다.

“자세한 건 협의를 해 봐야 알겠지만, 아마 소가주님이 요구하신 정도의 돈의 절반 정도만 주기적으로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할 겁니다. 어차피 사파와 정파가 평소에 국지적으로 싸우는 건 거의 매일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이, 이놈이!”

“아참! 그러고 보니 사마세가는 사도련보다 사사천문하고 사이가 좋지 않았죠? 얼마 전에도 한바탕 싸움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사사천문 역시 마찬가지였다. 군웅회 수준이 아니라면 사마세가가 홀로 감당할 곳이 아니었다.

만약에 사사천문의 삼귀 중 하나만 나타난다면, 사마세가는 단리세가에 지금의 위치를 내주는 것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다시 군소 세가로 무너지는 것에 대해 걱정해야 할 것이다.

“어차피 사사천문이 이전에 있었던 일로 사마세가와 사이가 좋지 않을 텐데, 여기에 제가 슬쩍 등을 밀어주면 좋다고 달려들지도 모르겠네요.”

“…….”

“사사천문과 싸움이라……. 하루하루가 참 박진감 넘치고 즐겁겠어요. 부디 제가 만들어 줄 상황을 재미있게 즐기시길 바랄게요.”

사마진걸은 풍백의 말에 대답도 못했다.

정말 풍백의 말처럼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인지 솔직히 알지 못했다. 그러나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시행이 가능하다면…….

“저희 적가상방을 괴롭히고 싶다고요? 그러면 이렇게 경고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몰아치셨어야죠. 저희가 준비도 못하게.”

“…….”

“이제는 늦었어요. 아무래도 사마세가가 우리에게 원한이 깊은 것 같으니, 만약을 대비해서 적가상방에 문제가 일어나면 당장이라도 이 제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놔야겠네요.”

“…….”

“아, 이렇게 예상 밖의 쓸데없는 돈이 들어가는군요.”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부들부들 떨던 사마진걸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만…… 합시다.”

“뭐라고요?”

“후우…… 없었던 일로 할 테니, 그만하자는 말이요.”

하대를 하던 말투도 다시 반존칭으로 돌아왔다.

그 말을 들은 풍백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만하기는 뭘 그만합니까? 일은 이미 벌어졌습니다. 단순히 말 한마디에 그만둘 상황이 아니라는 걸 모르시겠습니까?”

사마진걸은 풍백의 말에 발끈하여 소리쳤다.

“그러면 어쩌자는 거요?”

“왜 화를 내시는지 모르겠군요.”

“이 사람이 정말…….”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사마진걸을 보고 풍백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이미 소가주님은 저에게 사마세가를 들먹이며 협박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원한…… 이라고 말하면 조금 과장된 것이겠지만, 아무튼 충분히 저와 적가상방을 싫어하고요.”

“………….”

“언제 소가주님이 저희를 상대로 분노를 표출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망하거나 문제가 발생할 상황을 차단하려면 적어도 준비는 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마진걸은 풍백의 말에 뭐라 대답을 하지 못했다.

풍백이 정말 사마세가를 상대로 어떤 수작을 부리는 걸 바라지는 않았다. 자신이 독단적으로 일으킨 일에 본가가 엮이게 되면 감당할 수 없었다.

‘단순히 욕을 먹는 수준이 아니라 어떤 징계를 당하게 될지 모른다.’

이를 악문 사마진걸이 나지막이 물었다.

“……당신이 바라는 것을 말해 보시오.”

“죄송하지만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만? 이 상황을 제가 만들었습니까? 모두 소가주님이 만든 것 아닙니까? 그러니 제가 바라는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정말 사마세가와 한번 끝까지 해보자는 것이오?”

풍백은 잔뜩 일그러진 사마진걸을 가만히 바라봤다.

‘쯧쯧…… 그러기에 감당할 수 있는 걸 탐했어야지. 배포도 없는 놈이 욕심만 많아 가지고서는…….’

과거 풍백은 사마진걸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듣지 못했다. 솔직히 사마세가에 대한 아무런 관심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적어도 자신이 죽을 때까지는 사마진걸이 가주가 됐다는 얘기는 들어 보지 못했다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도 사마진걸이 대충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과거에 풍백이 왜 사마진걸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없을까?

간단했다.

풍백이나 암향거가 주목할 만한 인재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인 풍백이 물었다.

“그러면 정말…… 끝까지 가 볼까요?”

사마진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런 사마진걸을 보며 풍백이 말했다.

“두 가지만 요구하겠습니다. 별로 어려운 요구도 아닙니다. 이것만 해 주신다면 저희 적가상방은 향후 사마세가를 상대로 어떤 방식으로든 행동을 취하지 않도록 하지요.”

“……요구 조건이 뭡니까?”

“첫째, 사마세가주의 공식적인 입장이 담긴 문서를 보내 주세요. 사마세가 역시 향후 적가상방을 적대시하거나 피해를 유발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문서를요.”

사마진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지금까지 적가상방을 위협했던 건 그의 독단적인 행동이었다. 그런데 이것으로 인하여 본가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일이 벌어질 뻔했다는 걸 알리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세가에 알리지 말고 우리끼리 해결하는 것이…….”

“제가 소가주님을 어떻게 믿습니까?”

평소라면 이 부분에서 발끈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실제로 자신이 협박을 시작했으니까.

결국 이를 악물고 있던 사마진걸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 겠소. 세가에 연락을 하도록 하겠소.”

아무래도 가주인 아버지에게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 직접 고해야 할 것 같았다. 벌써부터 아버지가 자신을 노려보며 호통을 치는 모습이 눈앞에 선히 그려졌다.

“그러면 두 번째 요구 조건입니다.”

“무엇이오?”

“사과하세요.”

뿌득!

사마진걸이 저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사과를…… 하라고?”

“당연한 것 아닌가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사과를 하실 건가요, 아니면 다 집어치울까요?”

재촉하듯 다시 물어오는 풍백을 바라보는 사마진걸의 눈길에 살의가 떠올랐다.

그는 머릿속에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오늘 새벽에 슬쩍 가서 숨통을 끊어 버려? 단리세가고 나발이고, 이미 죽은 사람이 뭘 어쩔 건데?’

지금까지 풍백이 얘기한 것은 아직 시행된 얘기들이 아니다.

그러니 풍백이 무언가를 시도하기 전에 죽여 버린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모두 조용해질 것이다.

아니, 굳이 오늘 새벽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황학루를 나가서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처리할 수도 있었다.

옆에 호위무사가 있지만, 그래 봐야 이류무인이었다.

사마세가에서 데리고 온 수족들을 이용해서 소란을 피워 주고, 그 틈에 무공을 모르는 풍백을 납치하거나 단검으로 급소를 찔러 버릴 수도 있었다.

‘그렇게 할까?’

이런 고민을 하고 있으니 조금 안타까워졌다.

처음부터 하오문을 시키지 말고, 차라리 자신이 직접 나서서 풍백을 납치해 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싶었다.

만약 그랬다면 풍백의 입에서 거절하겠다는 말이 나왔을 때, 바로 죽여 버리고 없었던 일로 만들 수 있었는데 말이다.

사마진걸의 눈동자에 비친 살기가 점점 더 진해져 갔다.

풍백은 사마진걸의 눈동자가 점차 살기에 물드는 것을 보고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생각을 하나 보네.’

풍백이 점점 미소를 짙게 띠며 입을 열었다.

“제가 봤을 때, 우리 사마세가 소가주님은 참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요?”

“순진하다는 말입니다.”

강호 무인에게 순진하다는 말은 절대로 칭찬이 아니다.

와락 일그러지는 사마진걸의 얼굴을 보며 풍백이 불쑥 물었다.

“어떻게, 오늘 밤에 저를 쓱싹하고 처리할 생각이십니까?”

“무슨 소리를….”

“아니면 제가 황학루를 나가서 객잔으로 돌아가기 전에 처리할 생각일지도 모르겠군요.”

“나를 어떻게 보고 그런 말을 하는 거요!”

속마음을 너무 정통으로 들켰기 때문에 쉽게 감추기 어려웠던 사마진걸은 버럭 화를 내를 것으로 감정을 숨기려고 했다.

그러나 풍백의 눈에는 모두 어설픈 수작으로 보일 뿐이었다.

“제가 아까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소가주님은 평소에 다른 사람에게 감정을 쉽게 드러내던 분이십니다. 그러니 아무리 숨기려고 해 봤자, 저에게는 너무 뻔히 보인다는 말이지요.”

사마진걸은 환하게 웃고 있는 풍백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고 싶었다.

단지 얼굴만 보고 자신의 속마음을 알아내는 풍백이 너무 짜증나서 머리가 돌아 버릴 것 같았다.

“그런데 우리 순진하신 소가주님은 이런 생각을 해 보셨나요? 오늘 왜 하오문도가 저를 납치하지 못했는지요.”

“흥! 위대하신 일검단악 대협께서 적 공자를 안전하게 보호해 주신 것 아니겠소.”

잔뜩 비꼬는 사마진걸의 말에 풍백은 여전히 웃으며 대답했다.

“일부분은 맞추셨네요. 그런데 정말 저를 보호해 주는 사람이 여기 있는 고 무사님밖에 없는 것인가부터 의심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확실히 일리 있는 이야기였다.

풍백의 말처럼 적가상방이 화오염장에서 그 정도로 많은 돈을 벌고 있다면, 일류고수를 수신호위로 고용했을 수도 있었다.

사마진걸은 풍백을 바라보다가 허탈하게 하늘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모습을 본 풍백이 웃는 얼굴로 물었다.

“그러면 이제 사과하실 생각이 들었나요?”

결국 떨리는 눈동자로 고개를 푹 숙인 사마진걸은 기어드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가…… 잘못했소.”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었지만, 사마진걸은 마치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도저히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라 믿어지지 않았다.

살면서 이런 굴욕은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을 보며 싱글거리며 웃고 있는 풍백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

“조금 부족한 것 같지만, 이렇게 직접 사과를 해 주시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지요.”

“…….”

“그러면 이제 가주님께 적가상방에 해를 입히지 않겠다는 약속만 받아 주시면 되겠군요. 언제까지 보내 주실 건가요?”

“……최대한 빨리 적가상방으로 보내 주도록 하겠소.”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도 상방에 사마세가에서 보낸 문서가 도착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해야겠네요.”

허탈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사마진걸을 보며 풍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떠나기 전에 그를 보며 말했다.

“무인은 검을 휘두르지만, 저희는 검을 휘두르지 않습니다. 배운 적도 없으니 제대로 휘두를 수도 없겠지요.”

“…….”

“하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검을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 문사는 붓을 검처럼 휘두르고, 상인은 돈을 검처럼 휘두르지요. 무인에게 병기는 생명과 같다면서요? 그러면 상인에게 검이나 다름없는 돈은 어떨까요?”

“…….”

“오늘 소가주님이 저희 적가상방에게서 빼앗으려 했던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이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그러면 다음에는 조금 더 좋은 일로 만나면 좋겠군요.”

말을 마친 풍백이 천천히 황학루를 내려갔다.

풍백이 완전히 내려가고 난 이후 사마진걸이 고개를 돌려 풍백이 내려간 계단 쪽을 스산한 눈으로 바라봤다.

‘한번 확인을 해 보마. 진짜로 화오염장이 그 정도 가치가 있는지, 네 말대로 그런 막대한 돈을 벌고 있는지 말이다.’

사마진걸의 눈에서는 분노의 불길이 시뻘겋게 타오르고 있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네가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 나에게 허튼소리를 지껄였던 거라면…… 잡아다가 뼈째로 씹어 먹어 주지.’

뿌드득!

이가는 소리가 살벌하게 울렸다.

황학루를 나와 걸어가던 풍백에게 고우길이 말했다.

“정말……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래요?”

“사마세가의 소가주를 몰아붙이고, 심지어 사과를 받아 내다니……. 저는 적가상방이 그 정도로 대단한 힘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감명 깊었다는 듯이 말하는 고우길을 힐끗 보며 풍백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 그거요? 그냥 반쯤은 헛소리였어요.”

“……네?”

“강호의 문파나 녹림 같은 사파의 협력을 받아 내는 것이 그렇게 쉬울 것 같습니까? 상대는 사파입니다. 협상을 하겠다고 찾아갔다가 역으로 붙잡혀서 인질이 될 수도 있어요.”

고우길은 풍백의 말에 기가 막히다는 듯이 눈이 커다랗게 돼서 바라봤다.

“그, 그러면 다 거짓이었다는 말입니까?”

“거짓말이라고 말하면 조금 그렇고, 사실을 조금 많이 부풀렸다고 합시다.”

풍백의 말처럼 녹림십팔채와 협상하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다. 차라리 사도련이나 사사천문과 협상을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물론 사도련과 사사천문 역시 사파이기에 협상이 쉬울 리가 없다.

어쩌면 사마진걸이 뜯어내려고 했던 돈보다 더 막대한 돈을 뜯길지도 모른다. 아니, 아예 적가상방 자체를 흡수하려고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화오염장의 수입도 그렇다.

분명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온갖 사람들을 모두 포섭할 정도로 흘러넘치는 건 아니다.

그나마 가장 실현가능한 것은 아마도 단리세가를 지원하는 것이다.

단리세가는 정파고, 사마세가가 적가상방을 적대하기에 지원한다는 명분을 알려 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테니까. 어차피 이전부터 사마세가를 견제하는 중이었고.

‘지금쯤 이를 갈면서 사실 확인을 하려고 하겠네.’

사실 확인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었다. 과장을 했다는 말이지,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으니까.

정말 사마세가가 죽자고 달려들면 살기 위해서라도 어딘가와 손을 잡을 것이다. 그것이 사도련이 될 수도 있고, 사사천문이 될 수도 있으며, 녹림십팔채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애매한 사안에 대해 아마도 사마진걸은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사마세가주도 사정을 모두 들으면 적가상방에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공문을 보내고 말걸.’

어차피 하남성의 세가가 절강성의 상방에게 해를 끼칠 일은 거의 일어날 수 없었다. 두 지역 사이는 어마어마하게 거리가 떨어져 있으니까.

사마세가주 역시 적가상방이 막대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확인하면 그냥 공문을 보내고 말 것이다.

‘그런데 이걸 알까 모르겠네? 그 공문을 보내 준다는 말은, 여차하면 우리 적가상방이 낙양의 상권으로 파고 들어갈 여지가 생기는 거라는 걸 말이야.’

물론 아직까지는 낙양까지 손을 뻗칠 생각은 없었다. 그저 가능성에 대한 것만 떠올린 것이다.

‘그나저나 역시 무력이 너무 부족해.’

사마세가의 협박은 그냥 별것 아닌 사건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무력으로 협박을 할 여지를 줬다는 것에 집중해야 했다.

만약 적가상방이 스스로를 보호할 힘이 있었다면, 아무리 요즘 제법 잘나간다는 사마세가라고 하더라도 감히 이런 식으로 협박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풍백은 이전부터 해 왔던 적가상방의 무력을 더 키우는 방법에 대해 골똘히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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