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가상방 개망나니 88화
포정사가 가볍게 헛기침을 내뱉었다.
“허험! 적 공자가 알려 준 정보가 황궁으로 들어갔을 테니, 아마 조만간 물소의 뿔을 구매하라는 명령이 내려올 것이오.”
“아마도 그렇겠지요.”
“그러면 적 공자는 그것을 얼마에 팔 생각이오?”
포정사의 말에 풍백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팔다니요? 저는 팔 생각이 없습니다만…….”
예상치 못한 풍백의 말에 포정사가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리고 다시 그의 미간에 굵은 선이 그어졌다.
‘싸게 넘길 생각이 없다는 말인가?’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대한 싸게 사는 것이 좋았다. 특히 지금은 물소의 뿔 가격이 아직 폭등하지 않은 상태이지 않은가.
포정사는 협박이라도 하는 것처럼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적 공자가 팔지 않는다고 하더라면 우리는 다른 사람을 통해 직접 구매할 수밖에 없소. 적 공자에게 그렇게 많은 물량이 있다면, 그걸 사 줄 사람도 마땅치 않을 텐데?”
그 말을 들은 풍백이 손가락 두 개를 올렸다.
“일단 두 가지를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내가 잘못 알고 있다니 무슨 말이오?”
“먼저 첫 번째, 현재 절강성에서 물소의 뿔은 거의 구매하실 수 없을 겁니다. 구매를 한다고 하더라도 아주 소량일 테고요.”
적가상방이 물소의 뿔을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절강성에 있는 물소의 뿔은 거의 전부 쓸어 담는 바람에 절강성 내부에서는 대량으로 물소의 뿔을 구매하는 일이 어려워졌다. 오죽하면 정육을 담당하고 있는 마평이 이제 물소의 뿔을 대량 구매할 수 없다며 보고를 했겠는가.
결국 마평은 인근에 있는 복건성과 강서성에서도 물소의 뿔을 구입해 왔었다. 덕분에 복건성과 강서성 역시 절강성과 인접한 지역에서는 물소의 뿔을 구입하기 어려울 것이다.
풍백은 깜짝 놀란 표정의 포정사를 보며 두 번째 손가락을 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왜 구매를 하시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오?”
풍백이 팔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포정사의 귀에 황당한 말이 들려왔다.
“제가 이전에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저는 분명히 이전에 물소의 뿔을 ‘드린다’고 말씀을 드렸던 것 같은데요.”
“뭐, 뭐라고?”
포정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풍백이 말한 물소의 뿔은 최소한으로 잡아도 은자 백만 냥이 넘어가는 금액이 나올 엄청나게 큰 사업이었다.
그런데 이런 사업을 통째로 포정사에게 넘겨주겠다고 한다. 그것도 상인이라고 하는 사람이 말이다. 누가 이것을 쉽게 믿을 수 있겠는가?
너무 놀라 격하게 뛰는 심장을 달래며 포정사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런 이득도 없이 어마어마한 수익을 포기하는 상인이 세상에 어디 있다는 말인가?’
생각에 잠겼던 포정사는 결론을 쉽게 낼 수 있었다.
‘그래, 이렇게 엄청난 이익을 포기한다는 말은 다시 말하자면 이걸 가지고 다른 무언가를 원한다는 말이 되겠지.’
포정사의 머릿속에 풍백이 애당초 순수한 마음으로 물량을 넘긴다는 선택지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봐 왔던 상인들 중에 그런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이건 포정사의 예상이 맞았다.
심각한 얼굴의 포정사가 물었다.
“그러면 이걸 내가 받으면…… 적 공자에게 무엇을 내주어야 하는 것이오?”
이제야 만족스러운 대답이 나왔다는 듯이 풍백의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는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제 친구들에게 얘기를 들었는데, 요즘 대인께서 한 가지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걱정이 늘었다고 들었습니다.”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풍백의 장단을 맞춰 줘야 할 순간이었기에 포정사는 그의 말에 어울려 줬다.
“내 걱정이 한두 개가 아니라서 그렇게만 말하면 어떤 걸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소만?”
“제가 말씀드리는 부분은 동쪽에 있는 상산현에서 일어나는 일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절강성에는 재미있게도 상산현이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적가상방이 있는 남서쪽에 있는 상산현이고, 다른 하나는 동쪽 해안가에 있는 상산현이었다.
그리고 동부 상산현에 있는 한 곳에서 나오는 물품은 절강성을 넘어 전 중원에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바로 화오염장이다.
상산현은 일조량이 많고, 해풍이 강하여 최고의 천일해염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는 무려 일천 묘가 넘는 염전이 만들어졌다.
절강성에는 화오염장을 제외하고도 다른 염전이 있기는 하지만, 천일염전은 오직 이곳만이 유일했다.
소금은 보통 세 가지 과정 중 하나를 이용하여 생산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자염(煮鹽)이라 부르는 방식으로, 바닷물을 끓여서 소금을 얻는 방식이다. 이렇게 얻게 된 소금은 불순물이 없어서 맛이 좋지만, 바닷물을 끓이기 위해 많은 땔감이 필요하기에 가격이 비싸다.
두 번째는 석염(石鹽, 또는 암염)이다. 말 그대로 돌처럼 생긴 소금인데, 동굴이나 지하에 있기도 하고 심지어 산 중턱에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것 역시 구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고, 생산되는 곳도 한정적이라 자염 수준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가격이 비싸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가 바로 화오염장에서 생산하는 천일염(天日鹽)이다.
이 방법은 위의 두 가지 방법으로 얻는 소금에 비하여 월등히 가격이 쌌다. 염전을 만들어 놓고 햇빛과 해풍만 있으면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위의 두 가지 방식으로 생산한 소금에 비하여 불순물이 많고 맛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세 가지 소금 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는 소금은 당연하게도 천일염이다. 비싼 소금은 거의 향신료와 다를 바가 없기에 어지간한 재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면 자염이나 석염은 지속적으로 먹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가장 큰돈이 되는 것도 천일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소금 가격이 싸다고 하더라도 자염이나 암염에 비하여 싸다는 말이지, 천일염도 절대 싼 가격이 아니었다. 또한 이런 천일염은 자염과 암염보다 대량으로 팔렸기에 수입적인 면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것이다.
풍백의 말에 포정사의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그 모습은 마치 몰라야 할 것을 풍백이 알아차렸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글쎄, 나는 적 공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소만. 조금 더 자세히 말을 해 주는 것이 어떻소?”
정말 풍백이 무언가 알고 하는 말인지 확인을 해 보려는 것 같았다. 이에 풍백은 굳이 더 이상 말을 돌리지 않았다.
“화오염장에서 생산되는 소금의 전매권(專賣權)에 관련하여 동해상방(東海商幇)과 이야기가 잘 안 풀리고 있다는 걸 말하는 겁니다.”
포정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전매권이란 어떠한 물품에 대해 독점으로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소금은 특정 상방과 일정 기간 계약을 하는 형식으로 전매에 대한 권리를 내주게 된다. 전매권 계약을 맺은 상방은 염전에 대한 관리 등을 맡아야 하고, 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은 관부에서 책정한 금액을 지불한 다음 이익을 붙여서 사람들에게 판매할 수 있다.
포정사는 부패한 관리였다.
몇 년 전, 그는 화오염장의 전매권을 가지고 있던 기존 상방과 계약을 파기하고 동해상방에게 전매권을 넘기며 모종의 계약을 맺었다.
소금을 판매하고 나오는 수익 일부를 자신에게 뒤로 전해 준다는 내용이 담긴 계약이었다.
이렇게 소금을 손에 넣은 동해상방은 상산현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동해상방이 그 계약과 관련하여 불만을 늘어놓는 터라 골치가 아프던 차였다.
풍백이 그러한 사실을 정확히 지적하자, 포정사는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채 풍백을 빤히 바라보며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
“전매권에 대한 협상은 항상 오래 걸리는 일이오. 그러니 지금은 시간이 조금 걸리는 중이지만, 곧 무리 없이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보고 있소.”
“제가 왜 협상이라고 말하지 않고 이야기라고 했을까요?”
“…….”
“대인께서 동해상방과 어떤 계약이 되어 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 소금을 판매한 순이익의 일 할 정도를 받고 계시지요?”
포정사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었다.
동해상방에게 받는 소금 판매 순이익 중 일 할은 흔히 말하는 뒷돈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풍백은 지금 포정사가 부정을 벌이고 있는 금액조차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말을 면전에서 한 것이었다.
이 정도까지 알고 있다면 더 이상 부정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왔을 것이 분명했으니까.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이오?”
“말씀드렸듯이 귀가 밝은 친구를 조금 알고 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친구들은 자신들이 죽으면 죽었지, 절대로 입을 함부로 놀릴 사람들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내 입장에서 적 공자의 말을 쉽게 믿을 수 없는 걸 용서하시오.”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가 이곳에서 하는 말은 절대 협박이 아닙니다. 그저 제의를 하는 것뿐이지요. 만약 대인께서 거절하신다면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번 다시 이곳을 바라보지도 않을 겁니다. 물소의 뿔 역시 그냥 넘겨 드릴 것이고요.”
물소의 뿔이라는 말이 나오자 포정사의 굳었던 얼굴이 슬쩍 풀렸다. 막대한 돈을 생각하니 풍백에 대한 없던 믿음도 생겨날 지경이었다.
‘그래, 제의를 들어 보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
가뜩이나 근래 동해상방과 협상이 지지부진하여 슬슬 짜증이 나던 포정사였다.
과거와 달리 제법 규모가 커진 동해상방은 이제 포정사를 상대로도 꽤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아직까지 동해상방의 과거만 떠올리는 포정사로서는 매우 괘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동해상방을 상대로 전매권을 다시 거둬들이거나, 다른 압박을 노골적으로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동해상방은 꽤 영악했다.
포정사가 언제든지 이전 화오염장을 손에 쥐고 있던 상방처럼 전매권을 무기로 사용하거나 압박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던 그들은 포정사에게 대응하기 위해 일꾼들을 통솔하여 하나의 조합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염려했던 것처럼 포정사가 자신의 지분을 늘리는 수작을 걸어오기 시작하자, 일꾼들을 동원하여 파업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 시작했다.
화오염장이 소금 생산을 중단하면 당연히 그 여파는 대단히 클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포정사는 일단 한 걸음 물러서서 어떻게 동해상방을 조질지 고민하던 차였다.
포정사의 얼굴이 슬쩍 풀리는 것을 본 풍백이 물었다.
“제가 제의를 해 봐도 괜찮겠습니까?”
“……들어는 보도록 하겠소.”
“감사합니다.”
풍백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방금 전에 말했다시피 지금 포정사 대인께서 동해상방에 소금 판매 순이익의 일 할을 받고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제 생각에는 대인께서 너무 큰 손해를 보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흐음…… 내가 손해를 보고 있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애초에 전매권을 대인께서 판매하지 않았다면 동해상방이 어떻게 소금을 판매하여 수익을 얻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렇지.”
“또한 수익의 일 할도 아니고 순이익의 일 할 만 받겠다고 하셨으니, 이미 대인께서는 상대를 충분하다 못해 넘치도록 배려를 해 주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럼, 그럼!”
“처음에는 아직 안정을 못한 상황이었기에 대인께서 수익의 일 할을 받았지만, 이제 안정을 찾은 상황이니 굳이 대인이 말씀을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동해상방에서 알아서 수익을 더 배분했어야 옳다고 생각합니다.”
짝! 짝! 짝!
포정사는 풍백의 현란한 혀놀림에 추임새를 넣다 못해 박수까지 쳤다. 마치 풍백이 자신의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은 아닌가 싶었다. 어떻게 말 하나하나가 이렇게 자신의 마음에 쏙 들게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이후로도 풍백은 조목조목 여러 가지 상황을 언급하며 포정사가 유리하게 온갖 미사여구를 늘어놨다.
포정사는 파도에 휩쓸린 나룻배처럼 풍백의 입에서 나온 말 한마디 한마디에 추임새를 넣기도 하고, 자신의 허벅지를 찰싹 때리기도 하며 동조했다.
풍백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밀었다.
“그래서 저는 이런 도의도 모르는 동해상방에 계속해서 전매권을 주는 것은 매우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워낙 자비로운 성격이시라 일말의 자비심으로 동해상방에 계속 기회를 주고 싶다는 건 이해하지만, 대인이 이렇게 자비를 베푼다고 하더라도 이해할 사람들이 아니라는 겁니다.”
“허허허! 내가 좀 자비롭기는 하지요.”
성격이 특이한 사람이 아닌 이상, 부패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포정사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저희 적가상방에 화오염장의 소금 전매권을 맡겨 주신다면 절대 실망하지 않도록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흐음…… 정말 그럴 수 있겠소?”
현란한 풍백의 말솜씨에 반쯤 넘어온 포정사가 턱을 쓰다듬으며 미심쩍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 포정사를 보고 풍백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저희는 그들과 같이 배포가 작지 않습니다. 저희가 물소의 뿔만 하더라도 그냥 드리지 않습니까.”
물소의 뿔을 황궁에 넘기면 엄청난 거금이 손에 들어올 걸 떠올린 포정사는 절로 흐뭇한 웃음이 나왔다.
‘하긴 배포가 크기는 해.’
고개를 끄덕인 포정사가 은근히 물었다.
“그러면 적가상방에서는 어떤 제안을 하려고 하는 것이오?”
풍백은 그런 포정사를 보며 진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저희는 반기(半期)에 한 번씩 소금으로 얻은 순이익 중 육 할을 포정사 대인께 드릴 생각입니다.”
“유, 육 할? 아니, 그러면 적가상방에서는 남는 것이 별로 없을 텐데…….”
“아닙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많이 남습니다. 꼭 현물로 무언가가 손에 들어와야지만 이익이 아니지 않습니까. 저희는 소금을 이용해서 판매 영역을 넓히고, 다른 물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추가 이득을 충분히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그럼요! 오히려 그들은 이런 점을 전혀 계산하지 않았기에 더욱 제가 간악하다 말하는 겁니다.”
풍백의 말을 들으니 동해상방에 대한 신뢰는 먼지처럼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오직 의심과 짜증, 분노만 차오르고 있었다.
이제 완전히 호의적인 시선으로 바뀐 포정사가 풍백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왜 하필 반기에 한 번으로 잡은 것이오?”
“이유는 간단합니다. 소금 판매로 나온 수익을 그냥 어딘가에 쌓아 두는 것이 아닌, 운영하여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오? 더 많은 이익을 낸단 말이오?”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소금을 판매하고 나온 수익 중 대인께 가야 할 금액이 금자 열 냥이라면, 반기 동안 그것을 운용하여 금자 열한 냥을 드릴 수 있는 겁니다.”
무려 수익이 일 할은 더 늘어난다는 말에 포정사의 눈이 반짝거렸다.
“정말 그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이오?”
“반기 정도 시간을 주신다면 충분히 낼 수 있습니다. 만약 저희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바로 전매권을 빼앗으십시오.”
포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매권을 부여할 수 있는 권한이 포정사에게 있는 한, 풍백과 적가상방이 그를 속이거나 기만할 수는 없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더 이상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 당장 은자 백만 냥 이상 수익을 얻게 해 주고, 향후 소금 판매 수익을 여섯 배 이상 더 받게 해 주겠다는데 고민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완전히 풍백을 믿기로 한 포정사가 만면에 미소를 짓고 말했다.
“그러면 이제부터 조금 더 깊은 얘기를 나눠 보도록 해 보는 건 어떻소?”
풍백 역시 진한 미소를 지었다.
“탁월하신 선택이십니다.”
그런데 풍백의 눈빛은 묘한 빛을 내고 있다는 걸 포정사는 알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에 좋은 선물을 줘서 고맙다고 해야겠네.’
풍백이 과거에 봤던 보고서에 따르면, 포정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안찰사의 감찰에 잡히게 된다.
안찰사는 대쪽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이미 포정사의 비리를 알아채고 한창 조사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번에 풍백이 건네준 물소의 뿔을 이용하여 황궁에서 나온 돈을 착복하게 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황궁으로 송치되고 그곳에서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포정사가 잡혀가고 그가 손을 댄 일들을 조사하게 될 텐데, 적가상방에 관련해서는 아무리 조사를 하더라도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물소의 뿔은 순수하게 호의에 의해 기부한 것으로 나올 것이고, 이런 풍백의 호의는 도지휘사가 옆에서 보증해 줄 것이다. 또한 소금 판매 대금은 관부에 납부하는 것을 제외하고 누구에게도 뒷돈을 준 적이 없을 테니까.
이런 미래를 예상하고 있기에 소금 판매 이익을 반기 후에 전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런 풍백의 계산을 모르는 포정사는 여전히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풍백과 소금 전매권에 관련된 계약 조항을 논의하고만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