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가상방 개망나니 86화
어느 곳이든 각 성의 다스리는 최고 권력 기관은 총 세 곳이었다.
성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정을 관리하는 승선포정사사(丞宣布政使司)와 감찰 업무를 비롯하여 형(刑), 옥(獄)을 다스리는 제형안찰사사(提刑按察使司), 그리고 성의 모든 군사를 통솔하고 지휘하는 도지휘사사(都指揮使司)이다.
이런 최고 권력 기관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각 성의 성도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절강성 역시 마찬가지다.
항주에는 승선포정사사와 제형안철사사, 그리고 도지휘사사가 모두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렇다고 모두 한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건 아니지만, 모두 항주에 있다는 건 같았다.
풍백과 먼저 약속이 잡힌 곳은 도지휘사였는데, 인상적인 건 약속 시간이 미시(未時, 오후 1시~3시)였다는 점이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보통 뒤가 구리거나 무언가 은밀하게 무언가를 바라는 사람은 밤에 약속을 잡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인지 미시라는 약속 시간은 마치 도지휘사가 풍백에게 미리 선을 긋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여기가 도지휘사사구나.’
풍백은 으리으리한 건물을 보면서 생각했다. 서문세가도 다른 곳과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규모를 자랑했지만, 도지휘사사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고 할 수 있었다.
도지휘사사에서 통솔하고 지휘할 모든 병력이 항주에 모여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병력은 성내 곳곳마다 백호소(百戶所), 천호소(千戶所) 등으로 나뉘어 각각 상주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도지휘사사에 병력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도지휘사사에 상주하고 있는 병력은 다른 곳에 있는 병력보다 정예인 경우도 많았다.
절강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도지휘사사로 들어선 풍백은 거대한 연병장(練兵場)을 지나며, 연병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병사들의 기세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을 정도였다.
거대한 연병장을 지나 행정 업무를 보는 곳마저 지나고 나니, 곧 도지휘사의 집무실에 도착을 할 수 있었다.
“적가상방의 적풍백이 왔습니다.”
풍백을 안내해 온 병사는 딱히 존칭도 없이 무미건조하게 풍백이 왔음을 알렸다. 그러자 안에서 제법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라 해라.”
그제야 집무실로 들어선 풍백은 목소리처럼 날카로운 인상의 노년으로 접어드는 듯한 외모의 도지휘사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도지휘사는 풍백이 들어왔음에도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풍백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
‘흠…… 식상한 기싸움이네.’
흔히 이런 식으로 상대방이 조바심을 내도록 만들어 우위에 서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방법이지만, 식상하다는 말은 반대로 그만큼 잘 먹이는 방법이라는 말과 같았다.
또한 식상한 만큼 여러 가지로 응용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기다리다가 지치게 만들려는 상대가 너무 멀쩡해 보이면, 조금 극단적이기는 해도 만남 자체를 취소해 버리는 일도 생기고는 한다.
그렇기에 상대와 어떤 식으로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지, 상대가 이 자리를 아예 취소할 수 있는 상황이기는 한지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고, 상대의 성격이나 행동 방식 등을 고려해 대처해야 했다.
풍백은 자신을 보지도 않고 있는 도지휘사를 향해 포권을 취하며 인사를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적가상방의 적풍백이라고 합니다.”
“…….”
“바쁘신 듯한데 저쪽에 앉아서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풍백은 마치 자신의 집인 것처럼 한쪽에 있는 의자에 앉아, 앞에 있는 탁자 위에 있는 찻주전자를 들어 찻잔에 차를 따라 마셨다.
그런 풍백의 모습에 도지휘사는 잠시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시선을 돌린 도지휘사는 다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대충 알겠네.’
아마도 도지휘사는 이 자리 자체가 불만인 것 같았다.
그는 풍백이 어떤 사주나 청탁을 하기 위해 온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심지어 풍백이 상방의 사람이니 어쩌면 뇌물을 건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풍백을 만나고 있는 건, 순전히 항주의 유지인 서문세가주의 주선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이 자리를 승낙했으리라.
도지휘사가 노골적으로 풍백을 무시하고 기싸움을 벌이는 중이기는 하나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보아하니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업무 시간이 끝나자마자 쳐다보지도 않고 홱 가 버릴 분위기였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타협할 줄 아는 사람이지만, 자신의 자존심을 건드리면 손해를 본다고 하더라도 절대 타협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던가?’
풍백은 가만히 차를 마시며 과거를 떠올렸다.
군부에 있으면서 얌향거에서 절강성에 대해 자주 정보를 들여다봤던 풍백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도지휘사에 대해 조사된 내용 역시 알고 있었다.
‘능력도 제법 있지만, 본인은 내륙 지방이 아니라 전공(戰功)을 세울 수 있는 국경 지역을 원한다고 했었지?’
사람은 각자 원하는 바가 있었다.
누군가는 단순하게 돈을, 누군가는 자신의 일을,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식의 앞날이 잘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도지휘사가 바라는 일은 전방에서 전공을 세워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국경 지역에 있는 장수들이 도지휘사의 이런 생각을 들었다면 미쳤다고 할 것이다. 오히려 국경 지역의 장수들은 안정적이고 황궁으로 들어갈 수도 있는 내륙 지역 도지휘사를 더욱 선호하니까 말이다.
‘뭐, 원하는 것들은 사람마다 다른 법이니까.’
이런 성향의 도지휘사이기에 풍백의 말이 더욱 잘 먹힐 것이다.
한참 동안 앉아서 차를 홀짝이던 풍백은 차를 모두 비우자 다시 한 잔 따르며 입을 열었다.
“차가 아주 맛있습니다. 이거 철관음(鐵觀音) 아닙니까?”
복건성에서 생산되는 철관음은 중원에 명성이 높은 명차였다.
풍백의 물음에 도지휘사는 여전히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항주에서는 대부분 용정차를 먹던데, 도지휘사님은 용정보다는 철관음이 더 마음에 드셨던 것 같습니다.”
“…….”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동월(董越)이라는 관리분께서는 이 철관음을 누구보다 좋아하셨다고 하더군요.”
풍백의 입에서 동월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도지휘사가 미간을 찌푸리며 아주 잠시 풍백을 곁눈질로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다시 하던 업무를 계속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풍백은 다시 가볍게 입을 열었다.
“하긴 도지휘사께서 관리들을 모두 알고 계실 리는 없겠지요. 그런데 이 동월이라는 분이 황제 폐하의 신임을 얻어 각국에 사신으로 파견되었다는 건 아시는지 모르겠군요.”
도지휘사는 여전히 관심이 없는 눈치였다. 하지만 풍백은 황제 폐하라는 말이 나왔을 때, 아주 미세하게나마 그의 몸이 움찔했던 걸 알아봤다.
“그분께서 동쪽에 있는 조선(朝鮮)이라는 나라에 사신으로 방문을 하셨었는데, 중원으로 돌아오신 이후 그곳에서 아주 대단한 것을 보았다고 보고를 올렸다고 합니다.”
“…….”
“그분이 말씀하신 바에 따르면 조선의 화피궁(樺皮弓)은 길이가 중원의 활보다 짧으나 날아가는 힘이 심히 강하여 중원에서 사용하는 활보다 아주 멀리 날아가고, 더 강력한 관통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아주 대단하지 않습니까?”
풍백의 말이 끝났을 때는 어느새 도지휘사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 무슨 소리를 듣고 온 건가?”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저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기에 한번 꺼내 봤을 뿐입니다.”
“그러면 자네가 할 말은 이것으로 끝인가?”
“조금 더 있습니다.”
“무슨 할 말이 더 남았지?”
“이 얘기를 들은 황제 폐하께서 조선의 화피궁에 대해 조사를 하라는 명령을 직접 내리셨다고 들었습니다. 그에 각 지역의 야망이 있는 사람들은 이 화피궁에 대해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고 하고요.”
“그리고?”
“그중 한 사람이 바로 제 눈앞에 계신 도지휘사님이라는 정도가 전부일 것 같군요.”
도지휘사는 풍백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그러나 말을 마치고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풍백의 얼굴에서는 어떠한 의도도 읽을 수 없었다.
가만히 풍백을 노려보던 도지휘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풍백에게 다가오더니 그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풍백은 자기가 주인인 양 그의 찻잔에 차를 따라서 슥 밀어 줬다.
“넉살도 좋군.”
“이래 봬도 상인입니다. 상인이 넉살이 없으면 장사를 어떻게 하겠습니까?”
“좋아, 자네는 내 흥미를 사는 것에 성공했네. 적가상방의 적풍백이라고 했지?”
도지휘사는 너무나 쉽게 인정했다.
“맞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정보를 알고 있다는 점은 아주 인상적이었네. 그래서 나를 찾아온 목적이 뭔가? 설마 방금 전 자네가 말했던 화피궁에 대한 어떤 정보라도 알고 있다는 말은 아닐 테고…….”
그 말에 풍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알고 있는 것이 없을 거라 생각하시는 거죠?”
도지휘사의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곧 빠르게 수습한 도지휘사가 물었다.
“그러면 화피궁에 대해 알고 있다는 말인가?”
“제가 화피궁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화피궁에 들어가는 핵심 재료에 관하여 제법 알고 있는 것이 있기는 합니다.”
“어떻게? 대체 어디서 정보를 얻었다는 말인가?”
황궁에서 직접적으로 관심을 표명했던 화피궁이다.
그렇기에 화피궁에 대해 조금이라도 정보를 얻으려고 많은 사람들이 온갖 방법을 써서 발버둥을 치는 중이었다.
당연히 조선에서는 화피궁의 위력을 알기에 전략 물자로 구분하여 기술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거의 병적으로 단속을 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다 보니 아직까지 조선의 화피궁에 대해 정보를 얻어 낸 사람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한낱 중소 상방에서 화피궁에 대한 정보가 있다니, 이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방법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요. 중요한 건 제가 무엇을 알고 있느냐 아니겠습니까.”
여전히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풍백의 모습에 도지휘사는 서서히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하는 걸 느끼고 있었다.
풍백이 말했듯이 화피궁에 대한 일은 황제 폐하가 직접 내린 명령에 의해 시작된 일이다. 그렇기에 이것에 대한 정보를 황궁에 올린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자신이 그렇게 바라던 일이 실제로 가능하게 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대가로 이놈이 무엇을 바랄 것인지…….’
상대는 상인이었다.
그렇기에 절대로 공짜로 정보를 넘겨줄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도지휘사였다. 그 탓에 무엇을 바라고 이런 엄청난 정보를 건네주려는 건지 벌써부터 부담되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풍백을 잡아다가 어디에 묶어 놓고 정보를 토해 내라 하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풍백은 서문세가를 배경에 세워 두고 있었다. 아무리 도지휘사라고 하더라도 서문세가를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결국 도지휘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풍백과 협상을 하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자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풍백은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도지휘사님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그 말에 도지휘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대체 풍백이 말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뜬구름 잡는 소리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단도직입적으로 얘기를 하지.”
“말 그대로였습니다. 저는 이 일에 관련하여 원하는 것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단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제가 드리는 정보가 반드시 황궁으로 들어가는 것만을 바랄 뿐입니다.”
황궁으로 정보가 들어가는 일은 너무나 당연해서 언급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보다 풍백이 정말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원하는 것이…… 없다고?”
“그렇습니다.”
“정말 하나도 원하는 게 없다는 말인가?”
“정확합니다. 아무것도 원하는 것이 없습니다.”
도지휘사는 풍백의 말을 믿기 어려웠다. 세상에 어떤 상인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그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정보를 내준다는 말인가?
“지금 그걸 내게 믿으라는 말인가?”
“믿으셔도 괜찮습니다.”
“원하는 것이 하나도 없다면 왜 내게 정보를 주겠다는 건가?”
풍백은 그의 말에 대답을 하는 대신, 품에서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서 탁자 위에 올렸다.
“믿지 않으시는 것 같으니, 정보를 먼저 보여 드리지요.”
살짝 미간을 찌푸렸던 도지휘사는 일단 손을 뻗어 두루마리를 펼쳐 봤다. 그리고 내용을 읽으며 그의 눈이 점점 커졌다.
‘이건…… 활 제작도?’
정확히 말하자면 제작도는 아니었다. 단지 활을 만들면서 물소의 뿔을 어떻게 가공하여 활채 안쪽에 붙이는지에 대한 설명서였다.
도지휘사는 평생을 군부에서 살았고, 손에서 활을 놓아 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그가 활을 만드는 장인은 아니지만, 적어도 두루마리에 적힌 내용이 얼마나 신빙성을 가졌는지 정도는 알아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지…… 진짜구나!”
“그럼요.”
“물소의 뿔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었어! 어떻게 이걸 생각하지 못했던 거지?”
발상의 전환이라는 것이 다 그런 것이다.
대체 이걸 어떻게 한 것인지 도저히 이해를 못하다가, 정작 정답을 듣고 나면 이렇게 간단한 걸 왜 몰랐을까 자책하게 만든다.
풍백은 도지휘사가 손을 부들부들 떨 정도로 격동하여 두루마리를 보고 있는 걸 보면서 생각했다.
‘그런데 미안하지만 그것 가지고는 조선의 활 수준의 능력이 나오지는 않지.’
물소의 뿔을 사용해서 활을 만들어도 기존의 활보다 뛰어난 성능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조선의 화피궁과 같은 성능이 나오냐고 묻는다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이전 과거에서도 그랬었다.
그래서 황궁에서는 아직 모르는 재료나 제작공법이 있을 거라며 다시 온갖 첩자를 조선으로 출동시키게 된다. 그리고 적어도 풍백이 알기로는 자신이 죽을 때까지 그 정보를 결국 찾아내지 못하게 된다.
사실 화피궁이라 불리는 각궁(角弓)은 단순히 물소뿔만 있다고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소뿔은 재료 중 하나일 뿐이고, 그 외에 참나무와 명주실, 소 힘줄까지 복합해서 만들어야 했다. 단순히 물소뿔 하나만 가지고 제대로 된 성능이 나올 리가 만무했다.
물론 이런 내용은 풍백도 모르는 일이었고, 딱히 알고 싶지도 않은 내용이었다. 지금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가지고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끌고 갈 생각만 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 믿으시겠습니까?”
“하아…… 이러면 믿을 수밖에 없겠군.”
정보가 담긴 두루마리를 직접 손에 쥐여 줬으니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말씀을 드렸듯이 저는 단지 이 두루마리가 황궁으로 올라가기만 원할 뿐입니다. 아! 정보의 출처에 대해서도 비밀로 해 주시길 바라고요.”
“자네에 대해서도 비밀로 해 달라는 건가? 황궁에 이 정보를 얻기 위한 적가상방의 노고(勞苦)에 대해 알게 된다면 큰 상을 받을 텐데 왜 비밀로 하려는 건가?”
“저희와 같은 중소 상방이 황궁의 주목을 받으면 오히려 그것이 더 위험할 것 같지 않습니까?”
풍백의 말에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도지휘사는 반박을 하지 못했다.
황궁은 언제나 암계(暗計)와 암투(暗鬪)가 빗발치는 곳이다. 십 년 전에 권력을 잡았던 명문세가가 십 년 후에는 멸문을 당하기도 한다는 말이다.
그런 곳에 겨우 중소 상방인 적가상방이 정보를 구해 왔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풍백의 말처럼 어떤 평지풍파(平地風波)가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대신 도지휘사는 다르다.
그는 스스로를 보호할 힘과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있었다. 또한 사람들이 기피하는 분쟁 지역으로 나가고 싶어 하기에 그를 견제하려는 적도 없다시피 했다.
‘이 정보를 내가 구해 왔다고 전한다면…….’
도지휘사는 성인군자가 아니다. 오히려 냉철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자신에게 들어온 기회는 절대 놓치기 싫어하는 사냥꾼이 더 어울릴 것이다.
잠시 무언가를 가정해 보며 침묵을 하던 도지휘사가 말했다.
“좋아. 그러면 이 내용이 정확한 정보인지 장인을 불러다가 직접 확인을 해 보고, 정말 사실이라면…… 이걸로 부족하겠지만, 일단 도지휘사사에 들어오는 물품 중 일부를 적가상방이 납품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주도록 하겠네.”
도지휘사사에서 직접 행정적 업무를 처리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승선포정사사를 거치지 않고 도지휘사사에서 직접 구매하는 물품들이 절대 적지 않았다.
아마 그중 일부만 적가상방이 받는다고 하더라도 적가상방이 평소 올리던 매출 이상의 수익이 나올 것이다.
딱히 이쪽을 유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거래가 나쁠 것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해 주신다면 저희 적가상방 입장에서야 감사할 따름이지요.”
풍백은 환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의 두 눈에서는 의미심장한 눈빛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면 검증이 끝나고 나서 두 번째 단계를 시작할 수 있겠네.’
도지휘사는 모르겠지만, 황궁에 보고가 올라가면서 풍백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기반이 만들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