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가상방 개망나니 69화
당가타의 상징인 녹의를 입고 있기는 했지만 후줄근하고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고, 무엇보다 당가를 상징하는 당(唐)이라는 문구도 없었다. 현 당가타가 얼마나 위태로운 상황인지 옷차림만 봐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뒤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황을 지켜보던 당세기의 눈에 불이 켰다. 처음에는 인연이 있는 상대인가 싶었지만, 지금 보니 절대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당세기가 이런 상황에 나설 만큼 생각이 없지는 않았다. 단지 주먹을 불끈 쥐며 이를 악물었을 뿐이다.
그런 당세기의 눈에 사마중 뒤에 서 있는 사내가 보였다.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사내는 깔끔하고 비싼 옷을 입고 있기 때문인지 당세기는 자신의 옷차림이 조금 창피해졌다.
그런데 그 사내와 눈이 마주치자 당세기의 눈에 또다시 불똥이 튀었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도록 서서 조롱하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훑어보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움찔하던 당세기를 사마중이 바라봤다.
“그 아이는 당가타의 새로운 인재인가?”
당한수는 이를 한 번 꽉 다물었다가 당세기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인사를 드리거라. 사마세가의 와룡검(臥龍劍) 사마중 대협이시다.”
정말 죽어도 인사를 하기 싫었지만, 당한수가 어떤 마음인지 충분히 알고 있는 당세기는 그런 마음을 꾹 눌러 참으며 포권을 했다.
“……당가타의 당세기라고 합니다.”
“제법 똘똘하게 생겼군. 앞으로 당가타의 앞날이 아주 밝겠어.”
말 자체는 대수롭지 않았다. 그러나 사마중의 입에서 나오는 그 말은 묘한 억양을 사용하여 비아냥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있는 이 아이는 사마세가의 아이인데…… 굳이 알 필요는 없을 것이오. 어차피 다음부터는 서로 볼 일도 없을 테니.”
의도가 무언인지는 몰라도 당한수와 당세기를 모욕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충분히 성공한 것 같았다.
“그나저나 초대장이 없으면서 소연무장으로 들어가길 바라는 것 같던데…….”
“……방법을 찾는 중입니다.”
“쯧쯧쯧…… 그러면 쓰나. 모든 일에는 원칙과 규칙이 있는 법이지 않소? 서문세가에서 충분히 고심해서 이런 규칙을 만들었으니, 그것을 충실히 따라 주는 것이 손님으로서 가져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됩니다만? 당 대협 생각은 어떻소?”
‘허어…….’
당한수는 대답을 하는 대신 저도 모르게 하늘을 보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당가타에서의 삶도 편하지는 않다. 방계가 직계에게 주는 구박과 박대는 견디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도 지금 사마중이 하는 것처럼 노골적으로 대놓고 모욕을 주지는 않는다.
슬쩍 눈을 돌려 보니 당세기가 피가 나도록 주먹을 쥐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참…… 서럽구나…….’
더 이상 이 자리에서 모욕을 받고 있을 수 없던 당한수가 입을 열려고 할 때, 갑자기 옆에서 누군가의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이게 누구야? 연락도 없이 여기까지는 어떻게 온 거야?”
그 목소리에 당한수와 당세기를 비롯하여 사마세가의 사람들까지 모두 시선을 돌렸다.
그들이 바라보는 곳에는 한 사람이 시비와 시종, 호위무사를 대동하고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정말 반가운 사람을 만난 것처럼 활짝 웃고 있는 그 사람은 풍백이었다.
풍백은 공식적으로 서문세가주인 서문자건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서문세가를 방문한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서문자건의 생일잔치가 어떻게 되든지 손톱만큼도 관심이 없는 사람이기도 했다.
이미 목적은 달성한 상태였다.
서문자건과 뭔가 찜찜한 거래를 통해 도지휘사와 포정사를 소개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고, 그때까지 숙소에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서문자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방문했으면서 연회에 참석조차 하지 않는 일은 꽤 무례하게 보일 수 있었다.
그 결과, 풍백은 연회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거처에서 나와 초청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연회가 펼쳐진다는 소연무장으로 향하게 되었다.
소연무장으로 향하는 와중에 당가타와 사마세가의 충돌을 봤을 때도 처음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초대장도 없이 소연무장에 들어가려는 것에 대해 시비가 붙은 것 같은데, 어지간하면 남의 생일잔치에서 소란 피우지 말고 나가서 싸우라는 말 한마디 해 주고 싶은 정도였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풍백의 생각은 분노가 가득 찬 당세기를 보는 순간 바뀌고 말았다.
‘신…… 괴?’
과거 동료였던 신괴를 지금, 그것도 여기서 보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특히 팔 하나가 없던 것이 익숙했던 신괴가 지금은 멀쩡하다는 것에 꽤 위화감을 갖게 됐다.
‘그런데 당가타 사람이었어?’
풍백은 당세기의 옷차림을 보고도 출신을 맞췄다.
과거 풍백이 활동했던 군부의 비밀 조직은 서로의 과거를 밝히지 않았다. 딱히 금지된 것은 아닌데, 모두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자신의 과거를 밝히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신괴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풍백은 신괴의 과거에 대해 아는 부분이 아주 약간 있었다.
신괴는 풍백보다 삼 년을 늦게 들어왔고, 처음 부대에 와서 암묵적인 규칙을 모르는 상황에서 풍백에게 자신의 과거에 대해 몇 가지를 흘렸기 때문이다.
풍백이 걸음을 멈추자 뒤에서 따라오던 왕삼이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는 사람들입니까?”
“……잘 아는 사람이지.”
분위기를 보면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상황 같았다. 보아하니 앞에서 실실 웃고 있는 두 놈이 속을 긁고 있는 상황 같았고 말이다.
속을 긁고 있는 놈들이 사마세가라는 건 그들의 검을 보고 알아챌 수 있었다.
‘분위기가 애매한데?’
풍백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과거 부대에 있을 때, 대장과 신괴가 서로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 말은 서로의 얼굴도 몰랐다는 말이 될 것이다.
만약 오늘 저들이 소연무장에 들어왔었다면, 서문표는 몰라도 당세기는 서문표를 알아봤어야 했다. 그러니 아마 오늘 저 두 사람은 소연무장으로 들어가지 못한 게 분명했다.
‘하지만 내가 나선다면…….’
과거의 인연을 떠올린다면 그 정도는 충분히 해 줄 수 있었다.
또한 어쩌면 재미있는 관계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몰랐다.
당가타는 문제가 많은 문파였다. 그렇기에 앞으로 몇 년 후 당가타는 그 이름조차 없어지게 된다.
하지만 풍백은 빠르게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며, 잘하면 당가타를 다시 일으킬 수 있을 거라는 그림을 그려 보고 있었다.
문제라면 이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선 풍백이 직접 사천까지 가야 한다는 사실 정도였다.
‘하긴, 가문의 멸문을 막은 이후라면 못할 것도 없긴 하지.’
당가타가 다시 사천당가의 위용을 찾게 된다면, 적가상방은 절강성이라는 지역을 넘어 좁게는 중원의 남부, 넓게는 강호 전역으로 뻗어 나갈 발판이 될 수도 있었다.
‘일단 이것부터 도와줘 볼까?’
깊은 고민과 계산은 나중으로 미루기로 한 풍백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어? 이게 누구야? 연락도 없이 여기까지는 어떻게 온 거야?”
사람들의 시선이 풍백에게 쏠렸다.
누구에게 인사를 한 것인지 누구도 몰랐기에 서로 어리둥절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풍백은 성큼성큼 걸어가 당세기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의 몸에 묻어 있던 먼지가 깔끔한 비단옷에 묻는 것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을 보면 보통 친한 사이가 아닌 걸로 보일 정도였다.
정작 당세기는 당황해서 이상한 소리만 내고 있었다.
“어? 어? 어?”
“절강성에 왔으면 나부터 찾아오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저기…… 누구…… 신지?”
애매한 당세기의 말에 풍백이 그를 끌어안고 있던 팔을 내리며 인상을 썼다.
“뭐야? 지금 내가 누군지도 잊어버린 거야?”
“미, 미안한데 진짜 누구신지…….”
“실망이다, 소기(小琦)!”
소기는 당세기의 아명(兒名)이었다.
하지만 이 이름을 아는 사람은 당가타에서도 직계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풍백은 당연히 과거 신괴라 불렸던 당세기가 직접 얘기를 해 줬기에 아는 것이었다.
당세기는 풍백이 자신의 아명까지 말하자, 더욱 당황해서 얼굴까지 창백해지는 중이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사마중이 끼어들며 물었다.
“그쪽은 누구신가?”
풍백은 그런 사마중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퉁명스럽게 물었다.
“상대가 누군지 물어보기 전에 먼저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 예의 아닌가 싶습니다만?”
“……뭐라고?”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마중을 대신해서 그의 뒤에 서 있던 사내가 나섰다.
“이놈! 이분은 사마세가의…….”
“됐고요. 어차피 딱히 궁금하지도 않았네요. 그냥 서로 모르는 척하지요. 사마세가까지 찾아갈 일도 없을 것 같으니.”
“허…….”
“그리고 넌 언제 봤다고 나한테 이놈 저놈이야? 웃기지도 않은 놈이네.”
“뭐, 뭐라?”
사내의 얼굴이 분노로 달아오르고 사마중의 표정은 반대로 싸늘하게 변해 갔다.
상대가 사마세가였지만 풍백은 거침이 없었다.
어차피 사마세가는 절강성은커녕 인근에 있는 성도 아니고, 무려 하남성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곳이었다. 그러니 실질적으로 서로 부딪칠 일이 거의 없었다.
또한 사마세가는 정파였다. 정파가 상인에게 무시 좀 당했다고 사파처럼 무력을 동원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럴 수 있었다면 당장 서문세가부터 영파상방을 힘으로 박살을 냈을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아마 앞으로 당가타와 긴밀할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당가타와 사이가 좋지 않아 보이는 사마세가와 굳이 좋은 사이를 유지할 필요도 없었고 말이다.
당한수는 행여나 당세기의 친우로 보이는 풍백이 험한 입 때문에 낭패를 당할까 싶어 얼른 끼어들었다.
“우리 세기와 아는 사이 같은데…….”
“아! 당가타의 어르신이시군요. 생각지도 못하게 친우(親友)를 만나는 바람에 경황이 없어서 인사를 드리는 것도 잊고 있었습니다. 저는 절강성 상산현에 있는 적가상방의 적풍백이라고 합니다.”
방금 전 사마중과 너무 심하게 온도 차이가 나도록 친밀하게 대답을 하는 풍백이었다. 심지어 자신의 이름까지 말하고 있었다.
“바, 반갑네. 나는 당가타의 당한수라고 하네.”
인사를 주고받은 당한수가 다시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우리 세기와 어떻게…….”
“어? 연회가 시작되려는 것 같은데요.”
자신의 말이 잘렸는데도 기분 나빠 하지 않았다. 방금 풍백이 연회가 시작된다고 한 말이 더 신경 쓰였기 때문이었다.
“어서 들어가시지요.”
풍백의 말에 당한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는 초대장이 없어서 들어갈 수가 없네.”
“네? 초대장이요? 저런…… 그러면 저에게 빨리 말씀하시지 그러셨습니까?”
“응?”
풍백의 말에 당한수가 놀란 얼굴로 바라봤다.
풍백은 당한수의 시선을 받으며 무사에게 다가가 자신의 초대장과 함께 말했다.
“여기 이분들과 함께 들어가고 싶은데 괜찮습니까?”
원래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풍백이 서문세가에 머물면서 소가주인 서문표와 얼마나 친하게 지내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며칠 전에는 가주인 서문자건과 독대를 했던 것도 알려져 있었다.
고민하는 무사의 귀에 풍백의 목소리가 들렸다.
“곤란하신 것 같군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직접 소가주님께 부탁을 드려서…….”
“후우…… 아닙니다. 그냥 들어가셔도 됩니다.”
어차피 절차의 문제였다.
원래 강호의 유력 문파에서 온다면 초대장이 없어도 들어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당가타는 그 정도 문파가 아니지만, 말했듯이 풍백이 서문표에게 허락을 받으면 들어갈 수 있을 테니 굳이 그런 절차를 모두 밟을 필요는 없었다.
“감사합니다.”
공손히 인사를 한 풍백이 당한수에게 다가와 말했다.
“허락을 받았습니다. 이제 같이 들어가시지요.”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방금 전까지는 소연무장에 절대 들어가지 못할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나타난 풍백이 무사에게 말 몇 마디를 하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고맙소.”
“이 정도 가지고 뭘요. 어서 들어가시지요.”
풍백이 소연무장 쪽으로 손을 벌리며 말했다. 그러자 그쪽 방향으로 걸어가려던 당한수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몸을 돌려 사마중에게 포권을 했다.
“보시다시피 지금 들어가야 할 것 같아서 먼저 자리를 뜨겠습니다.”
“……그러시오.”
여전히 싸늘한 표정의 사마중 역시 포권을 했다. 그리고 뒤에 있는 풍백을 날카롭게 노려봤다.
풍백은 그런 사마중의 시선을 안중에도 없는지, 아직도 멍하니 있는 당세기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뭐해? 너도 빨리 같이 가야지.”
당세기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끌려갈 뿐이었다.
뒤에서 사마중이 노려보고 있었지만, 그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소연무장으로 가는 도중 당한수는 당세기에게 전음을 날렸다.
[대체 어떻게 알게 된 사이더냐?]
반쯤 혼이 빠진 표정으로 걷던 당세기가 당한수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전음을 쓸 수 없기에 직접 의사표현을 한 것이다.
[모르는 사이라는 말이냐?]
끄덕끄덕!
[그러면 왜 우리를 도와주는 거지?]
절레절레!
[……정말 모르는 사이가 맞느냐?]
끄덕끄덕!
대답을 하던 당세기는 아무래도 이대로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저, 저기! 적풍백 소협?”
풍백이 걸음을 멈추며 뒤돌아봤다. 그러자 당세기가 심각하게 고민을 하더니 솔직하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정말 기억이 나지 않아서 묻는 건데, 대체 우리가 어디서 만나서 친구가 됐던 겁니까?”
“하하하하!”
당세기의 말에 풍백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대체 왜 풍백이 웃는지 모르는 당한수와 당세기는 그런 풍백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웃어서 죄송합니다, 사실 오늘 처음 본 사이입니다.”
“……네? 아니, 그러면 제 아명은 어떻게 알고…….”
“그냥 귀가 밝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주는 친구가 있다고 하지요.”
일개 상인이라면서 중원 반대편이라 할 수 있는 사천에 있는 당세기의 아명까지 알고 있다니, 해명을 듣고 더 의혹에 쌓였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당한수가 나섰다.
“그러면 우리를 왜 도와준 것이오?”
“당가타에서 오셨으니까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먼저 말씀드렸듯이 저는 상가의 상인입니다. 그러니 물건의 가치를 파악하는 데 능하지요. 그리고 제 판단에 당가타는 이런 대접을 받을 곳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기분은 좋았다.
언제나 무시를 받아 왔던 당가타다. 당장 같은 정파인 사마세가조차 무시하고 도발을 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런데 중원 정반대편에 있는 상방이 당가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나쁠 수가 없었다.
“언젠가는 충분히 높이 날아오를 수 있는 당가타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면, 지금처럼 연회를 참가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지요.”
풍백은 적당히 이득을 찾는 모습을 보여 주며 상인의 안목으로 도와줬다는 걸 강조했다.
사실 이 정도는 이유라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지금 풍백이 도와준 것으로 인해 당장 당가타나 두 사람이 피해를 입은 것이 없었다. 온전히 이득만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딱히 두 사람이 화를 낼 일도 없었다. 또한 두 사람은 자존심을 모두 내려놓기로 작정하고 여기까지 온 것 아니던가.
풍백의 말은 순수한 호의로 이렇게 했다는 말인데, 그런 풍백에게 화를 낼 정도로 염치가 없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풍백에게 포권을 했다.
“도와줘서 고맙소.”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두 사람의 포권에 가볍게 마주 포권을 한 풍백은 소연무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어서 들어가시지요. 자리는 저와 함께 앉으시면 될 겁니다. 자리가 꽤 넓다고 들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