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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가상방 개망나니-60화 (60/313)

적가상방 개망나니 60화

하오문 광주 지부.

말상의 얼굴을 하고 있는 지부장이 말했다.

“그래서 현재 상황에 대해 종합해서 간략하게 말해 봐.”

“청해상방 대공자인 문영후가 실종된 이후, 현재 청해상방에서 문영후가 최종적으로 향했다고 알려진 복건성 남평현(南平縣) 인근을 쥐 잡듯이 뒤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 하오문에도 협조 요청이 의뢰로 들어온 상황이고요.”

“다른 하오문 지부에 입 닫고 있으라는 말은 모두 들어갔던 거지?”

“그렇습니다. 누군가 정보를 팔았다면 벌써 우리에게도 소식이 들어왔겠지요.”

“흥! 팔 정보가 있을까? 어차피 문영후에 관련된 정보는 아직 우리 손에서 상부에 넘어가지 않았잖아.”

“맞습니다. 그래서 하오문 지부 중 몇몇 곳에서는 정보 공유를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중이고요.”

“누구 좋으라고. 우리가 보고를 올리면 저희들이 팔아먹을 거라는 걸 모르는 줄 알아?”

지부장은 비릿하게 미소 지으며 다시 물었다.

“그래서 청해상방의 늙은이는 어떻게 하고 있지?”

“똑같습니다. 거의 미친 것처럼 아랫사람들을 조지고 있다고 합니다. 당장 문영후나 문약란에 대해 찾아오지 않으면 다들 쫓아내겠다고 했다던데…… 상황을 보면 진짜 그럴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면 슬슬 때가 됐다고 봐도 되려나?”

“저는 그렇게 생각됩니다.”

지부장은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청해상방은 문영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후로 상행까지 뒤로 미뤄 가며 문영후와 문약란을 찾는 데 혼신의 힘을 하다고 있었다.

문약란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향후 청해상방을 이끌어 가야 할 문영후가 사라졌다는 건 아주 심각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 대해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하오문 광주지부에 있는 사람들뿐이었다.

문약란에 대한 정보를 얻은 문영후가 절강성 상산현으로 향했다는 것, 그 이후 꾸준히 지원해 준 하오문의 정보를 받아 가며 결국 문약란을 손에 넣었다는 점, 마지막으로 하룻밤 사이에 문영후를 비롯하여 그의 호위무사 등이 모두 실종되었다는 것까지.

이후의 일도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누군가 흔적을 숨기려 한 것 같았지만, 하오문은 그런 어설픈 흔적에 현혹당하지 않았다.

장원에는 싸움의 흔적과 함께 바닥에 제대로 치우지 못한 혈흔이 남아 있었다.

그 말은 장원에서 격렬한 싸움이 있었다는 말이고, 문영후와 호위무사들은 아마 죽임을 당했을 거라고 예상했다.

그렇다면 범인은 누굴까?

세상에서 가장 쉬운 질문이었다.

왜냐하면 바로 다음 날 문영후가 데리고 갔던 문약란이 적가상방에서 돌아다니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적가상방의 누군가가 문약란을 데리고 왔겠지.’

문영후가 데리고 다녔던 호위무사의 수준이 보통 이상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니 아마 청송표국의 힘을 빌렸을 거라고 예상했고, 청송표국의 힘을 빌리려면 적가상방의 아주 일부만 가지고 있는 권력이 있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문약락은 풍백의 전담 시비였다.

그리고 풍백은 청송표국이 설립되도록 힘을 쓴 핵심 인물이었으며, 또한 적가상방의 소방주이기도 했다.

증거는 없지만 만약 딱 한 사람으로 특정을 지어야 한다면 지부장은 자신 있게 풍백을 가리킬 것이다.

“좋아, 그러면 이제 비싸게 팔아먹을 시간이다. 청해상방 늙은이에게 정보를 팔겠다고 연락해.”

“알겠습니다.”

* * *

진한 갈색 피부에 깡마른 노인인 문태성은 겉으로 보이는 외양과 달리 형형하게 눈빛을 빛내며 지부장을 노려보고 있었다.

“정보를 팔겠다고?”

“네. 방주님께서 찾으시던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의뢰는 비용 처리를 해서 넘겨주고 있었다. 그런데 추가로 돈을 더 달라고?”

“그만큼 비싼 값을 치러야 할 정보라는 말이 되겠지요. 저희도 이 정보를 알아내는 데 들어간 인력과 비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문태성은 콧방귀를 뀌었다.

하오문이 문파라는 시선도 있었지만, 정보를 판매하는 그들은 다시 말하자면 정보 상인이라고 불러야 했다. 그렇기에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엄살 역시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어차피 내가 내 아들과 딸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다는 건 모르는 사람도 없으니, 굳이 시간 낭비를 하지 말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얼마나 원하나?”

“화끈하시군요. 그러면 저도 편히 얘기하겠습니다. 마흔 개만 주시죠.”

지부장의 말에 문태성이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노려봤다.

“금원보 마흔 개라…… 욕심이 과하군.”

“제가요? 그럴 리가요. 저는 지극히 현실적인 금액을 얘기했을 뿐인데요.”

“언제부터 금원보 마흔 개가 현실적인 금액이 된 거지? 금원보 마흔 개면 다 무너져 가는 자네 하오문 지부를 마흔 개 정도 지을 수 있을 것 같군.”

“하하하하! 농담도 심하십니다. 아무리 지부 건물이 허름하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겨우 금원보 하나에 건물 하나를 지을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렇게 생각하나?”

“당연하지요.”

“그러면 내기 한번 하지. 내가 금원보 마흔 개를 가지고 자네 지부와 똑같은 건물 마흔 개를 짓겠네. 만약 성공하면 정보와 함께 금원보 마흔 개를 가지고 오게. 대신 실패하면 내가 금원보 일백 개를 내놓지.”

문태성의 말에 지부장은 몸을 움찔했다. 내공도 뭣도 없는 노인이었으나 그의 몸에서 나오는 기백은 도저히 일반인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번 일도 문태성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고민될 정도였다.

지부장은 어색한 헛기침과 함께 말했다.

“어허험! 그럴 시간이 있겠습니까?”

“왜 시간이 없지?”

“소방주와 따님이 걱정되지 않나봅니다.”

“내가 지금 내 아들과 딸을 걱정해서 찾는다고 생각했나?”

“……아닙니까?”

“바보가 아닌 이상 느낌이라는 걸로 알고 있었지. 어차피 내 아들은 죽었을 거야. 딸? 어디 도망가서 내 눈에 띄지 않으려고 숨죽이고 있겠지.”

“…….”

“아들이 죽은 것이 아니라면 벌써 연락이라도 왔어야 해. 적어도 청해상방을 이어받고 싶다면 말이야. 그런데도 연락이 없다? 그러면 그냥 죽었다고 생각해야지. 그 녀석 욕심에 어떤 바쁜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연락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

“…….”

“그럼에도 내가 아들을 찾는 이유는 딱 하나야. 아비 된 도리로 최소한 그 원한을 갚아 줘야겠다는 것. 그것뿐이지.”

“…….”

“자! 방금 전에 물어봤지? 그럴 시간이 있냐고. 충분히 있네. 내 아들을 죽인 놈이 어디로 도망간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내 손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러니 가격을 다시 말해 봐. 상식적인 선에서 말이야.”

문태성의 긴 얘기를 들으면서 지부장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욕을 하고 말았다.

‘빌어먹을 정도로 독한 노친네!’

설마 문영후가 죽었다고 이미 가정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아들이 죽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는 문태성의 모습에 소름이 돋기도 했다.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오면 아들의 죽음에도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가격을 깎을 생각은 없었다. 문태성이 독한 장사꾼인 것처럼 자신 역시 정보를 팔아서 먹고사는 정보 상인이라 할 수 있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합리적인 가격을 제안하지요.”

“얘기를 해 보게.”

“금원보 서른다섯 개로 합시다.”

“쯧…… 그냥 오늘 만남은 없었던 걸로 하세.”

정보 하나를 사기 위해서 어지간한 문파 하나 세울 수준의 돈을 넘겨줄 생각은 추호도 없는 문태성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문태성에게 지부장이 말했다.

“일어나시기 전에 몇 가지 알고 계셔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말하게. 내가 나가기 전까지 얘기하는 것이 좋을 거야. 난 이 자리가 꽤 불편하거든.”

지부장은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하는 문태성의 등에 대고 말했다.

“저희가 팔려고 하는 정보는 다른 어떤 곳에서도 알지 못합니다.”

그 말에 문태성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

“흠…… 그 말은 자네들이 정보를 입수하고 추가로 흔적을 지웠다는 말인가?”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비싼 정보일수록 아는 사람이 적어야 하니까요.”

잠시 무언가 고민하던 문태성이 고개를 들더니 발걸음을 다시 움직였다.

“그래도 비싸. 차라리 개방에 기부금으로 금원보 열 개 정도 주면 그들이 알아 올 수 있을지도 모르지.”

‘망할 놈의 늙은이 같으니…….’

지금 문태성의 말은 정보의 가치를 금원보 열 개라고 전달한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금원보 열 개는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적었다.

‘나중에 따로 팔아먹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지.’

지부장은 이제 막 문지방을 넘으려는 문태성에게 말했다.

“문약란의 위치를 비롯한 대부분의 정보도 모두 알고 있습니다만…….”

그 말에 문태성의 걸음이 멈췄다. 그런 문태성에게 지부장의 말이 이어졌다.

“상방주님께서 문약란을 청해상방에 큰 도움이 되는 곳에 정략혼인을 시킬 생각이라는 건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문약란의 정보를 더하면…… 금원보 서른다섯 개 정도 가치는 충분한 것 아닙니까?”

문태성이 고개를 돌려 서늘한 눈으로 지부장을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 그걸 보는 지부장의 얼굴에는 미소가 진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문태성의 말을 듣고 그의 미소는 곧 다시 굳었다.

“금원보 스물다섯 개만 받게.”

“상방주님, 그건 너무…….”

“자네가 내 아들에 대한 정보는 숨길 수 있었겠지만, 내 딸에 대한 정보는 숨길 수가 없겠지. 적어도 자네들이 내 딸을 납치해서 데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네.”

“절대 납치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나도 알아. 그러니까 내 딸이 살아 있고, 위치는…… 대충 가까우면 강서성이나 복건성이겠고, 멀면 절강이나 안휘겠지.”

지부장은 안색이 전혀 변하지 않았지만, 그의 속마음은 식은땀 한바가지 정도를 흘리는 중이었다. 특히 절강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는 입으로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귀신같은 늙은이 같으니…….’

아마 문태성은 지부장이 흘린 몇 가지 정보와 눈치를 보며 때려 맞춘 것이 분명했다.

“말했듯이 개방에 요청하면 시간은 좀 더 걸린다고 하더라도, 가격 자체는 더 싸게 먹히는 것도 사실이야. 그러니 나는 시간을 아끼는 걸로 하고, 자네는 그 시간을 아끼는 대가로 조금 더 받도록 해.”

지부장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이내 길게 한숨을 토해 냈다.

“어쩔 수 없군요. 이번은 별로 좋은 소식도 아니니, 제가 크게 인심을 쓴 걸로 하겠습니다.”

“말은 바로 해야지. 서로 약간의 양보를 한 좋은 거래였을 뿐이야. 나중에 이번 사건을 들먹이며 나오면 곤란해.”

‘음흉한 노친네…….’

결국 마지막 꼼수도 간파당한 지부장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문영후 소방주와 문약란 소저는 모두 한 사람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절강성 상산현에 있는 적가상방이라고 있는데…….”

지부장은 품에서 모든 것이 정리되어 있는 문서를 꺼내서 내밀며, 숨기는 것 하나 없이 모두 털어놓기 시작했다.

문서를 펼쳐 읽으며 지부장의 얘기를 듣는 문태성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는 지부장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 불길은 작았지만, 그만큼 뜨겁고 무시무시했다.

* * *

강서성 서쪽에 위치한 응담현(鷹潭縣)은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하지만, 인근에 있는 도교의 성지와 같은 용호산(龍虎山)이 있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곳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이 많이 방문한다는 말은 곧 이곳의 규모 역시 크게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었다.

백련문(白蓮門)은 이런 응담현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곳 응담현의 패자(霸者)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늦은 밤.

백련문 깊은 곳 화려한 전각에 있는 방에서 창밖으로 달을 보며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대략 불혹(不惑, 40세)을 넘겼을 것 같은 중년의 사내는 온몸으로 자신이 무인이라는 것을 강하게 알려 주고 있었다.

특히 그의 몸에서 은연중에 흘러나오는 기도는 절대 평범한 수준의 무인이 보일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 남자가 바로 백련문의 문주인 무정검군(無情劍君) 주천구였다.

무언가 사연이 있을 법한 눈으로 밝은 달을 보며 술잔을 기울이던 주천구는 곧 시선을 돌렸다. 그가 바라보는 곳에서는 무복을 입은 한 사내가 다가오고 있었다.

“문주님을 뵙습니다.”

“무슨 일인가?”

“보고를 드릴 사안이 있습니다.”

“보고? 이렇게 늦은 시간에 보고라니…… 급한 일인가 보군.”

“그런 건 아니옵고…… 이 시간이라야 다른 사람이 없기에 지금 찾아왔습니다.”

사내의 말에 주천구의 눈썹이 살짝 흔들렸다. 사내가 무엇을 보고하기 위해 왔는지 알아챈 것이다.

술잔에 담긴 술을 입에 털어 넣은 주천구가 말했다.

“보고할 내용이 뭔지 말하라.”

“그분이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쩍!

주천구의 손에 들린 술잔에 한 줄기 금이 갔다.

“……죽었다고?”

“그렇습니다.”

“언제?”

“이미……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사내가 부복하고 머리를 최대한 숙였다.

하지만 주천구는 그런 사내를 책망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것은 사내의 임무가 아니었다.

술잔을 내려놓은 주천구가 입을 열었다.

“자세하게 알고 싶다.”

“상세히 조사해서 가져오겠습니다.”

사내가 물러서고 혼자 남은 주천구는 다시 달을 바라봤다. 달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매우 복잡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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