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가상방 개망나니 44화
적호경의 거처에서 나온 풍백은 자신의 거처로 걸어가며 생각을 정리했다.
‘일단 담당자를 빨리 선정해야겠지?’
지금 풍백과 적가상방이 취급하려고 하는 정육은 이미 도축된 소를 사 오는 것이었다.
만약 소를 사 와서 직접 도축을 하고 정육으로 만들어 판매를 하려고 한다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도축장도 만들어야 하기에 돈도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리 도축된 소를 사 와서 가공만 한다면 넓은 정육점만 있으면 된다. 정육점 안에서는 도축된 소의 가죽을 벗기는 일부터 뼈를 발라내는 과정을 시행하고, 손님이 직접 찾아올 수 있는 곳에는 작업이 끝난 정육을 판매하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작업된 정육은 상산현에서 판매를 하겠지만, 사실 상산현에서는 그리 돈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상산현에는 충분히 정육점이 있었으니까.
가장 잘 팔릴 것 같은 곳은 작은 마을과 화전민 마을 같은 곳이다. 그런 작은 마을에서는 목장을 하는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비싼 소를 도축해서 먹을 수도 없었다.
그런데 만약 적가상방에서 정육을 적당한 가격에 공급하기 시작한다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전제 조건이 있지만, 가격만 맞는다면 반드시 구입할 것이 분명했다.
‘사실 정육이 얼마나 팔리든지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
정육점을 운영하려는 것은 그저 다른 사람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다.
상인이라는 사람들은 웃긴 점이 있었다.
다른 누군가가 어떤 것을 사들이기 시작하면, 혹시나 싶어서 따라서 구입하는 경우가 있다. 뿐만 아니라 원래 은자 한 냥이었던 물건도 점점 돈이 되는 걸 아는 순간 판매업자가 가격을 올려 은자 열 냥을 받기도 한다.
그런 문제를 최대한 줄이려면 적어도 눈을 가릴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풍백이 건의했던 정육점이 바로 이런 의도로 시작하려는 것이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백건상방 정도는 한 방에 날려 버릴 정도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
풍백의 모든 계획은 일 년 후에 일어날 멸문을 막는 것이다. 백건상방은 안중에도 없었다.
하지만 급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백건상방이 이런 식으로 딴지를 걸고 나선다면…….
‘치워 버려야겠지?’
싸늘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잠시 노려본 풍백은 이내 자신의 거처를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거처에 거의 다 왔을 무렵, 풍백의 눈에 심각한 얼굴로 자신의 거처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 수월이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수월이?”
자신을 부르는 풍백의 목소리에 흠칫 놀란 수월이 뒤를 돌아보고, 목소리의 주인이 풍백이라는 걸 알자 서둘러 다가왔다.
“도련님!”
풍백은 그런 수월이의 뒤를 살피며 문약란이 같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
“혼자야? 듣자 하니 소란이가 너하고 같이 장터에 나갔다고 하던데.”
당연히 같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문약란이 보이지 않기에 물었다. 물어보면서도 당연히 그녀 자신의 숙소로 갔거나, 아니면 인사를 하려고 자신의 거처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수월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런 그의 생각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도련님! 소, 소란이가 가출했었던 거래요!”
“……뭐?”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어서 바라보니 수월이 급히 말을 이었다.
“아까 같이 장터에서 구경 다니고 있었는데요, 갑자기 어떤 남자들이 오더니 자기가 소란이 오라비라면서 소란이를 데리고 갔어요.”
“소란이는 그냥 따라갔고?”
“네…… 오라버니가 맞다고 하면서 자기 발로 걸어갔어요. 뭔가……이상했어요. 그냥 가출 같은 것이 아닌 것 같은 그런 느낌?”
수월의 이야기를 들은 풍백의 얼굴이 굳었다.
‘결국 사단이 났네.’
문약란이 그냥 따라갔다는 걸 보면 상대는 분명히 청해상방에서 온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진짜 문약란의 오라비일지도 모르고 말이다.
‘대체 어떻게 알고 찾아왔을까?’
풍백은 나름 숨긴다고 숨겼다. 그리고 애초에 문약란에 대해서는 광동성에서도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광동성과 바로 인접해 있는 것도 아니고, 복건성을 건너 절강성에 있는 작은 상방에 문약란이 숨어 있다는 걸 알고 찾아왔다?
그 정도 정보력이 있었다면 청해상방은 일반적인 상방이 아니라 강호에서 손꼽히는 정보 단체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 말은 누군가 정보를 팔았다는 말이고…… 그건 아무래도 하오문이겠지?’
암향거나 개방은 정보를 사고파는 곳이 아니었다. 또한 무영각이 문약란에 대해 파악하고 팔았다는 것보다, 차라리 하오문 무사들 중 하나가 문약란의 특이한 눈동자를 보고 했다가 얻어걸렸다는 것이 설득력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풍백의 생각은 너무나 정확했고 말이다.
“도련님…… 소란이 어떡해요? 진짜 가출한 거 맞아요? 다시는…… 다시는 소란이를 보지 못할까 봐 무서워 죽겠어요…….”
수월이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겨우 두세 달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문약란처럼 친해진 사람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문약란보다 더 친한 사람도 없었다.
수월이에게 문약란은, 문약란에게 수월이가 그랬던 것처럼 너무나 소중한 친구였다.
그런 친구를 다시 못 보는 것은 아닌가 너무나 두려워졌다.
“일단 내가 알아볼 터이니, 너는 그만 돌아가도록 하거라.”
“감사합니다. 도련님…… 소란이가 위험하다면 제발…… 소란이를 구해 주세요…….”
“알겠다.”
“제가 그 사람들 가는 걸 조금 따라가 봤는데, 마차를 타고 서쪽으로 가더라고요. 꼭 부탁드릴게요.”
수월이는 거듭 허리를 숙여 보이며 돌아갔다.
혼자 남은 풍백은 가볍게 혀를 찼다.
‘쯧…… 이걸 어쩐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좋은 건 이대로 모르는 척 놔두는 것인데.’
상대는 청해상방이다.
광동성 오대 상방 중 하나라는 것은 대단한 규모다. 백건상방과 같은 곳은 청해상방에 비교하자면 군소 상방이나 다름없다.
물론 규모가 그렇다는 말이지, 청해상방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광동성을 벗어나면 그 영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진다.
이들이 상산현에 진출하려고 하더라도 만약 금호상방과 백건상방, 적가상방이 손을 합치면 발가락 끝도 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청해상방의 자금력과 인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들이 적극적으로 적가상방을 괴롭히려고 한다면, 적어도 백건상방 이상의 문제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지.’
아무래도 수월이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저들은 아주아주 운이 좋게 길바닥에서 마주쳤고, 수월이까지 그대로 보내 줬다.
그것은 불필요한 분란이나 소란을 일으킬 생각이 없다는 것처럼 들렸다. 그러니 이대로 문약란이 청해상방으로 돌아간다면 아마 그들이 적가상방을 두고 적대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문득 문약란의 초록빛 눈동자가 떠올랐다.
마치 누군가를 원망하는 듯, 시리도록 아픈 듯한 그녀의 눈동자와 눈빛은 풍백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날아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풍백의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무시할까?’
* * *
문약란은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바라보는 곳은 아무것도 없는 벽이었다. 그런 벽을 바라보고 있는 문약란의 눈동자는 불과 얼마 전까지 보여 줬던 눈빛과 전혀 달랐다.
아무런 의지도 실려 있지 않은 텅 빈 죽은 눈동자였다.
그때 그녀의 방으로 누군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문영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가겠다.”
그 목소리가 들리자 죽은 것처럼 텅 비어 있던 문약란의 눈동자가 짙은 적의와 두려움, 공포로 물들어 갔다.
문약란의 허락이 떨어지기도 전에 문영후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그걸 본 문약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마치 맞서 싸울 거라는 듯이 작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노려보기 시작했다.
방으로 들어온 문영후는 문약란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비릿하게 웃으며 방문을 닫았다.
“왜? 싸워 보려고?”
“나를 어떻게 찾은 거죠?”
“쉽지는 않았어. 설마 절강성까지 왔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거든. 덕분에 너를 찾으려면 대단히 많은 돈이 들어갔지. 오히려 묻고 싶을 정도야. 대체 어떻게 했기에 광동성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절강성으로 왔는지.”
납치를 당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항상 작은 상자에 갇혀 햇빛을 볼 수도 없었고 말이다.
문영후는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탁자에 올려놨다.
두 개의 화촉(華燭)과 고급스러운 술병 하나.
화촉을 본 문약란의 눈동자는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거세게 흔들렸다.
화촉은 색깔을 들인 밀초를 말하는데, 외관에는 형형색색의 꽃과 새를 양각으로 새겨 놔서 대단히 고급스럽고 화려해 보였다.
일반적으로 이런 화려한 화촉은 혼례식에서 쓰이게 된다.
문영후는 문약란을 보며 물었다.
“이 화촉 기억나?”
“…….”
“언젠가 내가 말했었지? 너를 내가 갖게 되는 날, 이 화촉에 불을 붙이게 될 거라고. 그러니까 잘 기억해 놓으라고도 했었지.”
문약란의 피부가 소름이 돋았다. 그녀 역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 소름 끼치는 기억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탁자 위에 화촉을 촛대에 세우고 불을 붙인 문영후가 문약란을 바라봤다. 그의 눈동자에서 비치는 더러운 열망이 엿보였다.
항상 이랬다.
이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은.
어렸을 적에 문영후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은 거의 벌레를 바라보는 눈과 같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이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바뀌기 시작했다.
벌레는 보는 눈에서 알 수 없는 열망이 가득한 눈으로, 또다시 음습한 욕망이 가득한 눈으로, 종국에는 광기 어린 집착의 눈으로.
“아버지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내 손목에 수궁사가 없어지면 아버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난 모든 걸 말할 거고!”
“나도 찬성이야. 그렇게 해.”
“……뭐?”
“그런데 말이야. 네가 아버지께 어떻게 얘기를 하려고?”
“그게 무슨…….”
“뭔가 착각하는 것 같아서 얘기하는데, 아버지는 너 여기에 있는 걸 몰라. 그저 내가 절강성에 청해상방과 거래할 사람이 있어서 이곳을 방문했다고만 알고 있을 뿐이지.”
문영후의 눈빛이 점점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혀 갔다.
“그리고 나는 너를 아버지께 데리고 갈 생각이 없어. 아버지는 안타깝게도 너를 절대 찾지 못할 거야. 정략혼인을 할 수 없어서 안타깝겠지만, 그래도 나중에 저승에 가서 사랑하는 아들이 너무 갖고 싶던 장난감을 손에 넣었다는 걸 알게 되신다면 그나마 위안이 되시겠지.”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너무 무서웠고, 토할 것 같았다.
덜덜 떨리려는 턱에 힘을 주고 다시 말하려던 문약란의 말을 문영후가 막았다.
“그리고 언제까지 아버지라고 부를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왜 모르는 척하는 거야? 너도 네가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잖아.”
문약란의 눈이 격렬하게 흔들렸다.
‘이 사람 알고 있었어!’
단순히 같은 혈육에게도 더러운 욕망을 품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문영후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다.
어머니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빠르게 확장을 하고 있던 청해상방이 광동성에서 제법 큰 상방을 운영하던 그녀의 가문을 원활히 흡수하기 위해 정략혼인을 내세웠다.
상방 자체가 흡수되느냐, 아니면 완전히 무너져 빈털터리가 되느냐의 기로에서 어머니는 가족들을 위해 정략혼인을 하게 되었다. 원래 어머니가 만나던 정인(情人)은 피눈물을 흘리며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정략혼인을 하고 나서야 어머니는 문약란을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보통이라면 파혼이 될 수 있는 사안이었지만, 청해상방주 문태성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 혼인을 없던 일로 하기에는 걸린 것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결국 문약란은 문태성이 낳은 아이로 알려졌다.
“놀랐나 봐?”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너무 그렇게 놀라지 마. 잘 생각해 봐. 네 어미가 너를 임신해서 나타났을 때, 아버지와 함께 그 사실을 알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었잖아.”
“…….”
“내 어머니 말이야.”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문태성의 본처는 문약란이 같은 핏줄이 아니라는 걸 알았고, 그걸 문영후에게 알려 준 것이다.
어렸을 적은 문영후에게 괴롭힘을 받았던 기억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어 가며 문영후의 괴롭힘은 점차 약해졌고, 그 대신 그의 눈빛에서는 더러운 욕망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건 문약란의 미모가 점점 빛을 발하며 더욱 심해져 갔다.
문영후의 노골적인 눈빛을 본 어머니는 결국 문약란에게 그녀가 문태성의 딸이 아니라는 걸 알려 주고, 문영후를 조심하도록 만들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문약란은 자신이 왜 이런 고통을 받으며 살았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나마 문약란을 보호해 주던 것이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문태성이 문약란의 미모를 이용하여 제대로 정략혼인을 시키려고 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수궁사였다. 수궁사가 없었다면, 아마도 문영후는 벌써 문약란을 벌써 겁탈했을지도 몰랐다.
‘차라리…… 아버지에게 모든 걸 다 얘기했었다면…….’
문영후의 노골적인 눈빛과 수작에 문약란은 몇 번이고 청해상방주인 문태성에게 얘기를 하려고 했다.
적어도 상품으로써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문태성이기에, 그 상품에 손상이 가려고 하는 걸 좌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문영후의 협박에 그럴 수 없었다.
만약 문태성에게 한 마디라도 흘리는 날에는 어머니부터 죽을 것이라는 그 협박.
그날 이후로 문약란은 어머니와 함께 청해상방에서 도망칠 준비를 했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더 이상 남아 있을 필요가 없어진 문약란은 도주를 했다.
절망에 빠진 것처럼 문약란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문영후는 그런 문약란을 보며 키득거리더니 옷을 벗으려는 것처럼 옷고름을 풀었다. 그걸 본 문약란이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다가 화촉 하나를 손에 쥐었다. 가까이 다가오면 이걸로 찌르려는 것처럼.
그런 문약란을 보며 문영후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잘 생각해. 네가 지금부터 손가락 하나라도 나에게 반항하면 어떻게 될까?”
“…….”
“적가상방에 네 친구도 있고, 듣자 하니 거기에 있는 적풍백이라는 놈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
“서, 설마…….”
“적가상방 자체를 무너뜨리는 건 어려운 일인데, 그 두 사람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없애는 일은 지금 당장도 가능하다는 거야. 알잖아? 우리 상산현에서 그리 멀리 오지 않았거든.”
“이 더러운…….”
“어떻게 할까? 내 무사들 몇 명을 보낼까? 아니다! 기왕이면 두 사람을 잡아 와서 네 눈앞에서 손수 목을 잘라 줄까?”
부들부들 떨리던 문약란의 손이 풀리고 그녀가 들고 있던 화촉이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문약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문영후는 오히려 눈물을 보이는 문약란의 모습에 더 흥분했는지 얼굴마저 달아오르고 있었다.
“십 년을 기다려 왔던 바로 그 순간이야. 운우지락(雲雨之樂)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즐거운 시간을 갖자고.”
말을 마친 문영후가 문약란에게 점점 다가서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문약란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는 것처럼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런데 문영후가 내민 손에 문약란에게 닿기 바로 직전, 바깥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다.
탕! 탕! 탕! 탕!
“여기 내 시비가 있다고 하던데, 맞으면 문이나 열어 주시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