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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가상방 개망나니-38화 (38/313)

적가상방 개망나니 38화

“으헉!”

왕삼은 과거 객잔에서 유금성을 만났던 일이 떠올랐는지 사색이 되었고, 호위무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며 풍백의 앞을 가로막았다.

식사를 하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기겁하며 우르르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 도련님! 우리도 얼른 도망가죠! 빨리요!”

왕삼이 사람들 틈에 끼어서 도망가자고 했지만, 위치가 좋지 않았다.

서문세가 사람들이 있는 방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어 보니, 지금 풍백 일행이 계단에 도착하기 전에 저들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차라리 돌변적인 상황에 부닥치지 않으려면 차라리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이 좋았다. 행여나 눈먼 칼에 왕삼이 다칠 위험이 있으니까.

“늦었어. 그냥 기다리고 있어.”

풍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에서 또 하나의 사내가 튀어나와 나동그라지며 네 명의 사람이 튀어나왔다.

서문세가의 문양이 수놓인 무복을 입고 있는 건장한 사내 하나와 그를 중심으로 품(品) 자 형태로 포위하고 있는 세 명의 사내.

그런데 서문세가 사람을 본 풍백이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눈을 커다랗게 크게 뜨더니 그의 입술 사이에서 신음처럼 소리가 흘러나왔다.

“……대장?”

풍백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은 없었다. 그의 작은 목소리는 아직 이곳에서 도망치지 못한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에 묻혔기 때문이다.

“서문세가 대공자님이다!”

“소가주님이라고 해야지!”

“저놈들이 겁도 없이 서문표 소가주님하고 시비가 붙었구나!”

처음에는 막무가내로 도망치려던 사람들이 상대가 서문세가의 소가주인 서문표라는 걸 알아보자, 이제는 도망칠 생각을 하는 대신에 구경하고 응원하려는 모양새였다.

풍백은 그런 사람들 틈에서 거의 얼이 빠진 것처럼 서문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안대를 하고 있던 눈이 멀쩡한 것하고, 얼굴에 있던 흉터가 없다는 것만 제외하면 대장이…… 맞아. 하! 대장이 서문세가 소가주였어? 아니, 그런 사람이 왜…….’

그러고 보니 서문표가 대장으로 부임한 것은 정확하지는 않아도 서문세가가 적웅에게 밀려 항주를 떠나 안휘성으로 들어간 이후였다.

‘그렇다면 서문세가가 적웅에게 밀려난 이후 자책감이든 뭐든에 휩싸인 대장이 군부에 투신했다…… 라는 얘기가 되는 건가?’

정확한 사연은 알 수 없다. 그때로 돌아갈 수도, 돌아가고 싶지도 않으니까.

하지만 항주에서 서문세가가 밀려난 것이 서문표가 군부에 투신하게 된 것에 큰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건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얘기였다.

기분이 묘했다.

자신과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함께했었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풍백이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 사이, 준엄한 얼굴로 서 있던 서문표는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세 사내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며 조소를 지었다.

“겨우 이 정도였으면서 감히 대서문세가의 여식을 희롱하려고 해?”

“서, 서문세가?”

“제길…….”

세 사내는 서문세가라는 말에 당황한 것처럼 서로를 바라봤다.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이 큰 낭패인 것처럼 보였다.

그런 세 사내를 보는 서문표의 조소는 더욱 진해졌다.

“오늘 너희가 함부로 입을 놀린 대가로 크게 벌을 내릴 것이니, 오늘은 아픔을 거울 삼아 차후에는 여인을 희롱하거나 입을 함부로 놀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서문표의 말에 사람들이 조그맣게 환호성을 냈다.

“오오오! 소가주님, 멋지다!”

“저게 바로 대협(大俠)의 모습이지.”

“저런 망나니들에게도 자비를 베푸시다니, 그럴 필요는 없는데 말이야.”

“괜히 정파가 아니지. 함부로 사람 목숨을 빼앗으면 그게 사파지, 정파겠어? 아주 훌륭한 모습이구만.”

이렇게 감탄을 하는 사람들 틈에서 풍백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적응이…… 안 되네. 대장이 닭살 돋게 정파의 얼간이나 하는 말을 주워섬기고 있다니.’

풍백이 자신이 알던 서문표와 괴리감을 느끼는 것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저놈들이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시비를 걸었다고 생각하고 있네.’

다섯 사내는 오 층에 올라올 때부터 살기를 흘렸고, 서문표와 서문세령이 있는 방으로 정확히 찾아갔었다.

방에 있었으니 이건 몰랐다고 하더라도, 저들이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하고 있다는 징후는 여러 가지로 나타나고 있었다.

저들의 얼굴에는 낭패라는 표정이었으나 눈에서는 무언가 노리는 눈빛을 내비치고 있었고, 각자 은밀하게 손가락을 움직이며 의사소통도 하고 있었다. 당장 풍백의 눈에 보이는 징후만 모두 합쳐 네, 다섯 개였다.

심지어 이미 기절한 것처럼 보이는 두 사내 역시 안정적인 호흡과 미세하게 움직이는 손가락만 보더라도 기절한 척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해는 됐다.

과거에 풍백이 알던 대장이 아니다. 지금은 서문세가의 소가주인 서문표였다. 풍백이 알던 대장보다 무공도 낮았고, 경험과 안목도 형편없었다.

‘그리고 저놈들도 무공은 낮지만, 생각보다 뛰어난 살수야.’

꽤 연기도 잘하고, 신호도 보내는 걸 보면 합을 자주 맞췄던 놈들이 분명했다.

흔히 강호에서는 앞에서 날아오는 화살보다 뒤에서 다가오는 비수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바로 지금 일어난 상황에 정확히 일치하는 말이다.

‘어? 잠깐, 설마 이거…….’

풍백은 무언가를 깨달았던 그때, 분위기를 살피던 세 사내 중 하나가 소리쳤다.

“쳐라!”

그 외침과 함께 세 사내가 동시에 서문표에게 병장기를 휘두르며 출수했다.

서문세가는 흔히 명문세가가 그렇듯 많은 무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서문세가를 대표하는 것은 도법이다.

그런데 서문표는 허리에 매달려 있는 도를 뽑지 않고 쌍수를 현란하게 움직이며 세 사내의 공세를 받아 갔다.

보법을 펼쳐 세 사내의 공세를 물 흐르듯이 비껴 낸 서문표의 주먹이 후방에 서 있던 사내를 노렸다.

사내는 기겁을 하며 황급히 검으로 서문표의 주먹을 받아 냈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다.

땅!

“크웩!”

가벼운 쇳소리와 함께 입에서 피를 뿜으며 날아간 사내는 한쪽 구석에 처박혔다.

서문세가의 대표 무공이 도법이라고 했지, 서문세가의 권법이 볼품없다는 말이 아니었다. 특히 지금 서문표가 펼치는 천뢰권(天雷拳)은 웅혼한 내공을 담아 상대를 부숴 버리는 패도적인 무공이었다.

사내는 검으로 천뢰권을 막기는 했어도, 주먹에 담긴 웅혼한 내공에 내상을 입게 된 것이다. 일류고수가 펼치는 천뢰권을 정면으로 받아 내면 이런 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사내 하나를 제압한 서문표는 사나운 호랑이가 먹이를 덮치듯이 남은 두 사내를 노려 갔다.

풍백은 쓰러진 사내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실력을 숨기고 삼류무사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어. 그렇다면 오늘이 진짜 그날이라는 건가?’

과거 서문표가 항상 강조하던 말이 있었다.

“상대를 파악했다고 과신하지 마라. 확신할 수 없는 상대에게는 전력을 다해야 한다. 나는 운이 좋아 눈 하나로 끝났지만, 대부분은 눈이 아니라 목숨을 잃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이 어떻게 눈을 잃었는지 설명을 해 줬다.

철저한 계획을 짜고 다가온 살수, 이류무사 수준이었으나 삼류무사인 것처럼 무공 수위를 속였고, 마지막 대미는…….

두 사내 중 하나를 빠르게 제압한 서문표가 마지막 사내를 처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자 이를 악문 사내가 서문표를 향해 퇴법(腿法)을 사용했다.

대단한 퇴법도 아니었다. 그저 대각선으로 올라오는 궤적을 보니 허리를 노리를 것으로 보였고, 약간의 변초가 있다면 중간에 궤적을 수정하여 머리를 노릴 것이다.

뒤로 물러서며 퇴법을 피하고 다시 달려드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겨우 삼류무사를 상대로 서문세가의 소가주가 뒤로 물러선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서문표는 오히려 한 걸음 더 다가서 다리가 위로 올라올 각을 없애며 한 손으로 사내의 발목을 막아 내려고 했다. 그다음에는 활짝 열린 사내의 가슴에 주먹을 박아 넣으면 싸움은 끝나게 된다.

그런데 그의 귀에 벼락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피해!”

다른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도 있었지만, 유독 이 목소리만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 목소리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서문표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소리친 것에 따라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탕!

용수철이 튀기는 듯한 소리와 함께 퇴법을 사용하던 사내의 신발 밑창에서 손잡이가 없는 칼붙이처럼 생긴 암기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쏘아졌다.

“헉!”

대경한 서문표는 지면을 박차고 허공으로 몸을 띄워 회전하며 암기를 피했다. 암기는 간신히 서문표를 스치고 천장에 박혔다.

얼굴이 흉신악살(凶神惡煞)처럼 일그러진 사내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실패했다! 죽여!”

그와 함께 쓰러졌던 네 명의 사내가 벌떡 일어나더니 일제히 서문표를 향해 달려들었다. 상대가 삼류무사 수준일 거라 생각하고 손속에 사정을 두었기에 진짜 정신을 잃었던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이 간악한 놈들!”

하마터면 암기를 맞을 뻔했던 서문표가 분노를 토해 내더니 도파(刀把)를 잡았다.

다섯 사내가 사방에서 동시에 달려들며 서문표를 향해 일제히 초식을 펼쳤다.

이번에는 방금 전처럼 자신들의 무공 수준을 숨기지 않았기에 살벌한 기운을 뿜어내며 서문표의 숨통을 노려 갔다.

살수들의 실수였다.

분노한 일류고수가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았다면 바로 도주를 했어야 했다.

그들의 공세가 제대로 펼쳐지기도 전에 서문포의 도가 도집에서 뽑히며 삭막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쉬카카칵!

그 소음 이후 다섯 사내는 제자리에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고, 서문표는 싸늘한 얼굴로 뽑았던 도를 도집에 집어넣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섯 사내의 목에 일제히 붉은 선이 그어지더니 이내 피를 뿜어내며 그대로 쓰러졌다.

장내는 순식간에 침묵에 휩싸였다. 일반 사람들 눈에는 뭔가 번뜩인 순간 다섯 사내의 목이 잘린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잠시 후 사람들이 하나도 입을 열기 시작했다.

“와…… 봤어?”

“봤겠냐? 뭐가 번쩍한 순간 저놈들이 죽는 걸로 보였어.”

“암기까지 쓰는 걸 보면 소가주님을 노린 살수였나 봐.”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도 눈이 있기에 사내들이 살수라는 건 알아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서문표의 손속이 과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리 좋은 경험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죽은 사내들을 바라보고 있는 서문표의 곁으로 곧 한 여인이 다급한 얼굴로 다가왔다.

“오라버니, 어디 다치신 곳은 없는 거예요?”

이제 스물 정도로 보이는 여인을 본 사람들은 다른 의미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세상에…… 저게 사람이야?’

‘선녀다, 선녀야!’

‘절강제일미라는 말이 부족하다!’

눈처럼 흰 피부와 꽃처럼 고운 얼굴이라는 설부화용(雪膚花容)에 붉은 입술에 하얀 치아라는 단순호치(丹脣皓齒)가 합쳐지면 바로 이런 모습일 것 같았다.

눈앞에서 보고 있는데도 마치 상상 속에서 보이는 이상적으로 아름다운 여인을 보는 듯한 묘한 느낌을 주는 여인.

절강제일미 서문세령이 바로 이 여인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서문세령에게 홀려 있었지만, 풍백은 그런 서문세령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있었다. 그저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서문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걸로 대장…… 아니, 서문표가 눈을 잃는 일은 사라진 거겠지.’

뭔가 기분이 애매했다.

자신이 대장이라 부르던 서문표를 구했지만, 지금의 서문표가 자신이 알던 대장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서문표가 암기에 당하지 않도록 신호를 줘서 눈 하나를 잃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전 대장의 그 집요할 정도로 신중한 성격은 아마 이번 사건으로 인하여 눈을 잃었기에 생긴 강박과 같은 것이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면 이제 서문표가 과거에 내가 알던 대장의 모습이 되는 일이 없어질지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서문표가 앞으로 나와 사방으로 포권을 해 보이며 말했다.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오늘 이곳에서 드신 식사비는 저희 서문세가에서 모두 지불하도록 하겠습니다.”

정중한 서문표의 인사에 사람들이 손사래를 쳤다.

“서문 소협이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갑자기 나타나 칼부림을 시작한 저놈들이 나쁜 놈들이지요.”

“제 식비는 그냥 제가 계산하겠습니다!”

“저도 제가 내겠습니다!”

사람들의 얘기에 서문표는 다시 한번 사방으로 포권을 취했다. 그런데 포권을 취하던 서문표가 풍백과 눈을 마주치자 입술을 미세하게 달싹거리기 시작했다.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음이었다.

서문표는 이미 소리를 쳐서 경고를 보낸 사람이 풍백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혹시 이곳에 살수를 고용한 사람이 있으면 은공(恩公)에게 누를 끼칠지 몰라 이렇게 인사를 드립니다. 괜찮으시다면, 은공을 대접할 수 있도록 오늘 저녁에 시간을 내주실 수 있으십니까?]

풍백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해시(亥時, 21~23시)경에 조용히 사람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포권을 마친 서문표는 서문세령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구경을 하고 있던 사람들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비위가 좋다고 하더라도 무려 다섯 사람이나 죽어 간 자리에서 밥을 먹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풍백은 잠시 죽은 다섯 사내를 바라봤다.

‘과거 대장의 발도술(拔刀術)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히 대단하기는 하네.’

이 정도면 완숙한 일류고수라고 할 수 있었다. 어쩌면 절정고수를 코앞에 두고 있을지도 몰랐다. 풍백이 서문표를 만났을 때는 이미 절정고수였으니까.

죽은 시체를 살펴보고 있는 사이, 옆으로 다가온 호위무사가 물었다.

“아까…… 살수 신발에 암기가 있는 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풍백이 피하라고 소리친 것을 바로 옆에 있는 호위무사가 듣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 물음에 풍백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표정이 이상했소.”

“표정…… 이요?”

“당장 위급한 상황인데도 미세하게 웃고 있더군. 그렇다는 말은 무언가 한 수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오.”

그냥 대충 변명을 한 것뿐이다. 어차피 급박한 상황에서 살수의 얼굴을 본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렇게 봤다고 우긴다면 어쩌겠는가?

“아…… 그랬군요.”

다행히 호위무사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모양이다.

풍백은 어울리지 않게 조용한 왕삼을 돌아봤다. 왕삼은 크게 놀랐는지 조금 창백해진 얼굴로 가슴에 손을 대고 있었다.

“왜 그러고 있는 거냐? 너무 놀라 애 떨어지기라도 한 거야?”

“엄청 놀랐습니다.”

심각하게 말하는 왕삼의 모습에 풍백은 어깨를 으쓱했다.

왕삼과 같은 사람은 평소에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 가는 걸 볼일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벌써 두 번째 이런 광경을 봤으니 당연히 크게 놀랐을 것이다.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아름다울까요?”

“……어?”

“봤습니까? 우와! 진짜 절강제일미라는 말이 아깝지 않더라고요! 완전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가지고 아무런 생각도 안 날 정도였어요!”

“너 놀랐다는 게, 그 여자 때문이었냐?”

“도련님은 안 놀랐어요? 완전 사람인지 선녀인지 구분도 안 될 정도였는데.”

왕삼은 딱히 걱정을 해 줘야 할 정도의 정신 상태를 가진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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