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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가상방 개망나니-11화 (11/313)

적가상방 개망나니 11화

구주현의 밤거리는 풍백이 살던 상산현과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마셔! 마셔!”

“오늘은 내가 책임질 테니까, 모두 집에 들어갈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점소이! 여기 술 안 가져올 거야?”

“계산 좀 해 주세요!”

음식을 파는 반점과 주점이 몰려 있는 번화가의 모습은 천하의 어디를 가더라도 거의 비슷한 모습이기는 했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 식사를 하는 사람들, 서로 무슨 심각한 얘기를 하는지 언성을 높이는 사람들까지. 고된 하루를 보낸 사람들은 특히나 오늘의 나쁜 기억을 잊고 싶다는 듯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풍백은 이런 소란스러운 거리를 천천히 걷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주점이나 반점의 현판을 둘러보는 모습이 마치 적당한 술집을 찾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풍백을 따라다니는 호위무사는 생각이 많아졌다.

‘음…… 혹시 술을 마신다고 하면 나라도 막아야 하는 건가?’

당연히 호위무사가 풍백을 막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사흘 동안 같이 다니면서 왕삼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했던 것이 바로 풍백의 술 문제였다.

대충 상황을 보면 내일 중요한 협의가 있는 모양인데, 지금 당장 왕삼이 없으니 자신이라도 나서서 막아야 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풍백은 지금 술을 마실 생각이 없었다. 그는 그저 찾고 있을 뿐이다. 정보를 얻을 곳을 말이다.

‘음…… 구주현의 규모가 상당해서 암향거(暗香居)가 꽤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네.’

군부 또는 관부, 아니면 황궁은 천하에서 일어나는 온갖 정보를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모두 어디에서 정보를 얻는 것일까?

사람들은 일차적으로 각 지방마다 있는 지방관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관부나 군부와 연이 있는 상방이나 문파 등에서 정보를 얻는다고 알고 있거나, 황궁의 금의위(錦衣衛)가 직접 정보를 캐고 다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약 이와 같이 정보를 수집한다면 정말 중요한 정보는 얻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나마 금의위가 직접 정보를 찾는다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금의위가 전 중원을 돌아다니며 일일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다.

그래서 만든 것이 바로 암향거란 곳으로, 일반 사람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무인이나 문파들조차 알지 못하는 곳이다.

암향거는 일반인들 사이에 정보를 찾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암향거는 주점일 수도 있고, 객잔일 수도 있으며, 다루(茶樓)일 수도 있고, 홍등가(紅燈街)에 있을 수도 있다.

풍백은 바로 이 암향거를 찾는 중이었다.

구주현 밤거리를 한참 동안 걷던 풍백은 마침내 현판 귀퉁이에 조그만 암향거의 표식이 자리하고 있는 곳을 찾고는 걸음이 멈췄다.

암향거를 찾으려면 지금처럼 현판이나 입구에 있는 표식을 찾으면 된다. 이 표식은 혹시나 암향거의 존재가 다른 곳에 알려질 것을 생각하여 그 종류만 수십 가지에 달했다.

지금 보이는 현판 귀퉁이에 새겨진 문양은 다른 사람이 봤을 때는 마치 검댕이 묻은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풍백은 저 검댕처럼 생긴 것이 문양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풍백의 얼굴에 곤란함이 번지고 있었다.

‘아, 하필이면…….’

풍백이 바라보고 있는 곳은 구주현에 있던 어느 주점이나 반점, 객잔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크고 화려한 장원이었다. 이 장원의 현판에는 천화루(天花樓)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그렇다.

바로 기루(妓樓)였다.

사실 풍백은 기루가 아주 익숙했다. 상산현에 있는 기루 중에서 그가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던 곳은 없다고 말할 수 있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곳에 들어갔다가 차후에 왕삼이 징징거릴 것을 생각하니 벌써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물론 그렇다고 왕삼 때문에 기루에 들어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쩝…… 어차피 이전에 상방회의에서 정보를 술자리에서 얻었다고 했었으니, 대충 얼버무리면 되겠지.’

풍백이 천화루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호위무사가 그런 풍백을 다급히 불렀다.

“도, 도련님! 설마 술을 드시려고…….”

막아야 하는지 고민하던 호위무사가 결국 마음을 정한 모양이었다.

“술을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오.”

“그러면 기루에는 왜 가시는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지 확인하려가 가는 것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소.”

말을 마친 풍백이 뭐라 다시 말하려고 하는 호위무사를 무시하고 천화루로 걸어갔다.

아마도 지금 이 자리에 호위무사가 아니라 왕삼이 있었다면 풍백이 기루로 가는 것을 다리를 부여잡으며 막았겠지만, 아직 그 정도 관계가 아닌 호위무사는 풍백을 적극적으로 막을 수 없었다.

결국 호위무사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마지못한 걸음으로 풍백의 뒤를 따랐다.

“어서 오십시오. 처음 방문하시는 겁니까?”

기루 입구에 다가가자 점소이인지, 아니면 기루의 뒤를 봐주는 흑도패인지 알 수 없는 사내가 나오며 물었다. 왜 이렇게 말하냐면, 지금 나온 사내가 어지간한 흑도패는 박살 낼 수 있을 것처럼 건장했기 때문이었다.

“처음 오기는 했는데…… 혹시 이곳에 광서성(廣西省) 계림(桂林)에서 온 초화(草花)라고 있나?”

풍백의 말에 흑도패가 환히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아이쿠! 초화 아가씨를 찾아오신 거군요! 그런데 지금 초화 아가씨가 조금 바쁘셔서…….”

사내는 말을 길게 늘이며 은근히 손을 내밀었다. 노골적으로 돈을 챙겨 달라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런 사내의 모습에도 풍백은 기분 나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음흉하게 웃으며 품에서 전낭을 꺼내 철전 몇 개를 꺼내 사내의 손에 올려놨다.

그러자 사내는 입이 귀에 걸릴 것처럼 올라가며 말했다.

“아! 바쁜 줄 알았더니 마침 자리에 있군요! 바로 불러 드릴까요?”

“그럼, 그럼! 내가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아주 짧고! 굵게! 놀다가 갈 생각이니 알아서 잘 챙겨 주게나.”

“저만 따라오십시오!”

풍백은 팔자걸음으로 천천히 앞서 가는 사내를 따라 걸었다.

뒤에서 쫓아가는 호위무사는 그런 풍백을 보며 혀를 찼다.

‘쯧쯧…… 사람이 좀 변했나 싶었더니 그게 아니었군. 그리고 구주현에 처음 온다는 사람이 광서성 계림 출신 기녀 이름은 어디서 알아낸 거야? 하긴 사람이 쉽게 바뀔 리가 없지.’

호위무사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몰랐다.

사실 지금 풍백은 암향거의 비밀 암호를 나눴다.

광서성 계림은 이곳 현판에 새겨진 암향거의 밀마(密嗎)를 해석했다는 신호였다. 그리고 초화는 암향거를 뜻하는 것으로 초원에 있는 풀꽃처럼 중원 각지에 있는 암향거를 상징했다.

또한 사내가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했던 것은 사실 돈이 목적이 아니다. 풍백이 돈을 건네주면서 그의 손에 정해진 수신호를 알려 주는 것이 목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짧고 굵게 논다는 말은 사안의 시급함을 알린 것이다.

호위무사는 비록 이류무인이었지만, 그가 강호를 종횡하며 얻었던 경험은 진짜였다. 그렇기에 얼마 전 자신보다 고수인 무인을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 바로 눈앞에서 무슨 암호가 서로 지나다녔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만약 처음부터 풍백이 정보 단체를 찾아온 거라는 걸 알았다면 방금 전 대화를 듣고 무언가를 파악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호위무사의 머릿속에 풍백은 며칠 전 경험으로 무언가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에서, 기녀를 만나러 기루를 찾아온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으니 그런 것을 파악할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아무튼 안으로 들어가자 화려한 전각들이 눈에 들어왔고, 간간이 주렴 사이로 사내들이 아리따운 기녀를 품에 안고 시끄럽게 노는 모습이 보였다.

호위무사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주렴 사이로 보이는 기녀들을 훔쳐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런 고급 기루에 온 것도 처음이었고, 저잣거리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기녀들은 호위무사의 혼을 빼놓기 충분했다.

‘호…… 혹시 나도 데리고 같이 술을 마실 건가?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호위무사의 임무는 대체 어디로 팽개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때 풍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대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도록 하시오.”

“네, 네? 여…… 기서 말입니까?”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힘이 쭉 빠진 호위무사가 되물었다. 그러자 풍백을 안내하던 사내가 얼른 나섰다.

“저쪽에 호위무사 분과 시종이 쉴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안내해 드리라고 하겠습니다.”

사내가 어딘가로 수신호를 보내자 또 다른 건장한 사내가 호위무사를 안내하기 위해 다가왔다.

“도, 도련님! 그래도 제가 호위를 해야…….”

“기루에서 호위는 무슨 호위? 그냥 여기서 쉬고 있으시오.”

이것을 끝으로 풍백은 사내의 안내를 받으며 장원 안쪽으로 이동했다. 호위무사는 그런 풍백풍의 뒷모습을 허탈한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사내는 풍백을 천화루의 가장 안쪽에 있는, 크기는 그리 크지 않지만 가장 화려한 전각(殿閣)으로 안내를 했다.

이 전각은 방이 여러 개가 있는 곳이 아니었다. 돈이 많은 정말 특별한 소수의 사람만 들어와 통째로 사용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화려한 방에 풍백을 안내한 사내는 곧 정중히 인사를 하고 사라졌고, 그가 나가자마자 미리 준비되어 있었던 것처럼 아리따운 기녀들이 음식을 가지고 들어왔다.

커다란 식탁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음식을 차리고 난 이후 기녀들이 일제히 밖으로 나갔고, 잠시 후 한 사람이 방으로 들어왔다.

기녀가 입고 있는 하늘하늘한 옷이 아니라 제대로 궁장(宮裝)을 입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방에 들어온 여인 풍백을 향해 절을 올렸다.

“귀한 분을 모시게 되어 광영(光榮)이옵니다.”

절을 올린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풍백은 맞은편에 사뿐히 앉아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여인의 절을 받은 풍백은 뭐라 말을 하지 않고 여인을 빤히 바라봤다. 마치 여인의 미색에 홀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시선을 받고 있는 여인은 부담스럽지도 않은지 시선을 피하지도 않았다. 마치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처럼 더욱 미소가 진해질 뿐이었다.

“귀하신 분께서 어디서 오신 분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 말에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풍백의 입가에도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 미소가 호의가 담긴 미소는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로 마치 비웃는 것처럼 한쪽 입꼬리를 비틀며 올리는 미소였다.

“미쳤구나?”

“무슨 말씀이신지…….”

옥이 굴러가는 듯한 여인의 목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그러나 풍백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차가웠다.

“내가 지금 여기에 너희들 궁둥이나 두들기러 온 것 같나?”

“네? 천첩(賤妾)은 그런 의미로 드린 말씀이 아니라…….”

“언제부터 암향거가 사용자에게 출신을 물어봤지? 미친 건가? 아니면 죽고 싶다는 건가?”

풍백의 말처럼 암향거는 정보를 얻으러 온 사용자의 출신이나 신분 등을 물어볼 수 없다. 심지어 방문하고 돌아간 사용자의 정보를 얻으려고 해서도 안 된다.

암향거에서 정보를 얻으러 오는 군부, 관부, 황궁의 사람들이 어떤 신분일까?

일반 관리가 방문하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지만, 확언하고 말하건대 대부분은 은밀하게 작전을 수행하는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암향거에서는 방문한 모든 사람의 정보를 어떻게든 얻으려고 하지만, 정작 정보를 얻기 위해 온 사람에 한해서는 그 신분이나 출신을 불문에 붙인다.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만약 지금 방문한 사람이 암행(暗行)하는 어사(御史)라면 어떨까?

어사는 명백히 황제의 명을 받고 움직이는 사람이다. 그런 어사가 암행을 한다는 말은 대부분 지방관의 부패와 같은 중대한 일을 조사하고 처리한다.

이런 어사의 신분을 물어본다는 건 이 지역의 암향거가 통째로 사라질 수 있는 일이다. 왜냐하면 정보의 반입 및 반출만 전담해야 할 암향거가 부패한 지방관에게 넘어갔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으니까.

역설적으로 그렇기에 풍백은 암향거를 찾았다.

정보를 얻기 위해 강호의 단체를 이용해도 된다. 예를 들자면 개방(丐幫)이라든지, 아니면 하오문(下午門)이라든지, 그것도 아니면 무영각(無影閣)과 같은 정보 단체를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에게 정보를 구입한 사람의 신상까지 파고드는 습성이 있었다.

그에 비하여 암향거는 자신을 증명하는 과정이 조금 복잡하기는 하더라도 그 체계만 알고 있다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자신에 대해 조사를 하지도 않으니 금상첨화(錦上添花)다.

그런데 이런 풍백에게 신분을 물어봤다.

이 말은 두 가지 중 하나였다.

하나는 말했듯이 지방관이나 다른 어떤 곳과 유대 관계가 생겨 정보를 얻으러 온 사람의 신분을 알아내야 할 이유가 생겼다든지, 아니면…….

‘내가 의심스러운 경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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