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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가상방 개망나니-3화 (3/313)

적가상방 개망나니 3화

적호경은 점차 풍백의 얘기에 빠져들었다. 아니, 적호경 뿐만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풍백의 입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회의에 들어온 사람들 중 오늘 회의에서 상산현의 망나니라 불리던 풍백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될 거라 예상했던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다.

풍백은 이런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는 오로지 자신의 아버지인 적호경만을 바라보고 말하고 있었다.

자신의 말에 점점 집중하는 적호경의 모습은 기쁘기도 했고, 한편으로 실제가 아니라 자신만의 환상이라는 생각에 슬퍼지기도 했다.

“상산현에 없으면 시선을 밖으로 돌리면 됩니다.”

“어디를 염두에 두고 말하는 것이지? 그 정도 무위를 가진 문파라면 어쭙잖은 곳은 아닐 텐데?”

“문파가 아닙니다.”

“문파가 아니라고? 그러면…….”

“구주현(衢州縣)에 있는 청송무관(靑松武館)과 손을 잡아야 합니다.”

구주현은 상산현의 동쪽에 있는 곳으로, 적가상방에서 물품을 판매하는 강산현이나 기타 화전민 마을보다 거리가 훨씬 멀었다.

상산현 인근을 대상으로 상행을 하던 적가상방으로서는 전혀 주목하지 않던 곳이기도 했다.

아니, 사실 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산적들에게 위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겨우 무관 정도에 위협을 느낄 수 있겠습니까?”

얘기만 듣고 있던 적가상방의 총관이자, 적호경의 의형제인 진덕양이 끼어들며 물었다.

질문 자체는 회의적이었으나 사실 진덕양이 끼어들어 질문을 던지는 것을 보면 뭔가 제대로 된 방책이 만들어지는 느낌에 마음이 성급해지는 중이라는 증거이기도 했다.

진덕양의 의문은 타당했다.

무관이라면 보통 돈을 받고 무공을 가르쳐 주는 곳이다. 그에 비해 적가상방을 괴롭히는 산적들은 낭인무사들까지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의 무위를 가지고 있지 않던가.

적호경은 진덕양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그가 말하려던 것이었다.

풍백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숙부님 말씀이 맞습니다. 일반적인 무관이라면 위협을 느낄 리가 없겠지요.”

“그 말은…… 일반적인 무관이 아니라는 말이구나.”

“그렇습니다. 청송무관은 평범한 무관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청송무관주는 평범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면?”

“무당파(武當派)의 속가제자(俗家弟子)입니다.”

구대문파(九大門派) 중 하나인 무당파가 강호에서 갖는 위치는 대단했다. 북숭소림(北崇少林), 남존무당(南尊武當)이란 말처럼 소림사(少林寺)와 함께 정파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무당파의 속가제자라면 대단한 것이다. 어지간한 중소 문파의 일대제자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놀랐다는 듯이 눈을 조금 크게 뜨기는 했어도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무당파 속가제자라고 하더라도 산적들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속가제자는 진산절학까지 익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것은 속가제자의 무골이 떨어져서 익히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다른 이유로는 무공이 외부에 유출될 위험 때문에 가르쳐 주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속가제자 중에 일류 고수를 넘어서는 사람은 손에 꼽을 만큼 적다.

그렇다면 속가제자가 만든 무관에서 무공을 배운 무인들의 수준은 얼마나 될까?

비관적인 사람들의 반응을 둘러본 풍백은 예상했다는 듯이 준비했던 말을 더했다.

“또한 무당파의 기명제자(記名弟子)이기도 하지요.”

“기, 기명제자?”

“그럴 리가! 무당파의 기명제자는 도적(道籍)에 올라야 할 텐데 속가제자라니!”

풍백의 말에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그에 풍백은 크게 놀랄 일이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전례가 없었던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다만 극히 드문 사례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단순히 전례가 있었다는 말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맞습니다! 좀 자세히 설명이 필요합니다!”

사람들이 격앙되어 소리치기 시작하자, 적호경이 앞에 있는 탁자를 손바닥으로 내리치며 크게 소리쳤다.

“모두 조용!”

상방주인 적호경의 호통에 사람들이 입을 다물자 적호경이 풍백에게 사람들이 일제히 묻던 것을 다시 물었다.

“무당파의 기명제자가 속자제자라니 무슨 말인지 설명해 보도록 하여라.”

“제가 듣기로 청송무관주는 무공에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속가제자로 무당파를 입문했으나 장로 중 하나인 현호자(賢湖子)의 눈에 띄어 기명제자가 될 수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현호자?”

“무당파에 그런 장로가 있었소?”

“나도 처음 들어보는데…….”

사람들은 현호자를 알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현호자는 무당파에서 공식적인 활동을 하지도 않았고, 강호 밖으로 한 걸음도 나오지 않은 채 오직 무공만 익혀 오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후 그가 무당파에서 하산한 이후 강호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게 된다.

다시 정리를 하자면 청송무관주는 무당파의 기명제자이자 장로인 현호자의 제자이고, 무당파 장문인의 사질(舍姪)이라는 말이었다.

즉, 청송무관이 표국을 세운다면 그 유명한 무당파를 등에 업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무당파를 등에 업은 표국을 상대로 산적이 도발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겁니다. 도발을 한다고 하더라도 청송무관이 가지고 있을 무위를 생각하면 산적들은 위험 요소가 되지 않을 겁니다.”

만약 풍백의 말대로만 된다면 적가상방은 이번 위기를 멋지게 벗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상방이 더욱 커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무당파와 현호자, 청송무관에 대한 긴 설명에 이어 산적이 청송무관에 함부로 적대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까지 끝나자 적호경을 비롯하여 장내에 있는 사람들은 멍한 얼굴로 풍백을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불과 촌각(寸刻) 전에 풍백은 언제나 그랬듯이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졸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지금 풍백이 쏟아내는 온갖 얘기들을 듣고 있자니 눈앞에 있는 그가 진짜 풍백이 맞기나 한 건지, 지금까지 내뱉은 말들이 모두 진실이기는 한 건지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

적호경이 빠르게 헛기침을 하며 정신을 수습하고 입을 열었다.

“어허험! 그러면 청송무관을 중심으로 표국을 만드는 것까지는 좋다. 이 모든 것이 예상대로만 된다면 집을 팔아서라도 돈을 마련해야지. 하지만 과연 청송무관이 표국을 세우려고 할 것인지부터 확인을 해야겠군.”

“할 겁니다.”

이번에도 풍백이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안다는 말이더냐?”

“현재 청송무관은 점차 가세가 기울고 있습니다.”

“가세가 기울어? 아니, 무당파 기명제자이자 장로의 제자가 만든 무관인데 무공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더냐?”

“그게 아니라 반대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가세가 기울고 있다는 말이지?”

“청송무관은 다른 무관과 비교도 할 수 없이 적은 돈을 받고 있습니다. 그 돈을 가지고는 수련에 필요한 병장기 등을 구입하는 것도 간신히 할 정도라고 합니다. 그것만이 아니라, 무관주가 워낙 호한(好漢)이라 간혹 제자에게 금전적으로 문제가 일어나면 무관주가 자신의 돈주머니를 열어서 도와주기도 한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으면 어떤 일이든지 망하기 마련이다. 그것은 굳이 상방이 아니라 세상 어떤 일도 마찬가지다.

강호의 무인들은 그런 것을 잘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무관이 망하는 경우는 거의 금전적인 이유가 대부분이다. 사파나 다른 무관과 싸움에 져서 망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았다.

“적가상방으로서는 오히려 믿음직한 사람이겠지요. 그런 호한이라면 절대 배신할 일이 없을 테니까요.”

풍백의 말이 맞았다. 금호상방과 백건상방의 견제를 받고 있는 적가상방으로서는 돈에 휘둘리지 않는 청송무관주와 같은 사람이 필요했다.

“적가상방에서 자금을 지원하고, 표국의 무사는 청송무관의 제자들이 담당한다면 준비 기간도 그리 길지 않을 겁니다. 일단 구주현에 장원 하나를 구입하면 표국 일을 시작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음…….”

“또한 표국이 망하는 이유 중 하나가 표물을 맡기려는 사람이 없어서입니다. 그런데 표국의 이름이 알려지기까지 적가상방의 물품을 모두 맡기게 된다면 그 수익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

적가상방은 거의 외부로 물품을 돌리는 것이니 표행이 많았다.

표행이 많고, 표국을 세울 때에 돈을 많이 지원했던 만큼 표행에 대한 비용을 줄일 수도 있었다. 당장은 크게 돈이 나가고 표가 쉽게 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득이 될 수밖에 없었다.

“대체 너는 이런 정보들을 어디서…… 이 모든 것들이 술자리에서 들었던 이야기라는 말이냐?”

적호경이 놀랍다 못해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이것들이 모두 술자리에서 들었던 이야기일 리는 없었다.

‘사실은 모두 내가 경험했던 이야기들이지.’

백건상방의 곽자억에게는 곽종도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적가상방이 몰락해 갈 때쯤 우연찮게 술을 먹고 있던 풍백과 만나 말싸움을 하게 되었다.

그때 곽종도는 백건상방과 금호상방이 적가상방을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말하며 조롱을 퍼붓고 왈짜패를 시켜 풍백을 흠씬 두들겨 팼었다.

또한 청송무관은 원래 금호상방의 지원을 받아 표국을 만들게 됐었다. 그것을 계기로 무당파를 뒷배로 세운 금호상방은 향후 절강성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게 된다.

회의는 갑자기 격렬하게 변했다.

풍백이 지금까지 늘어놓은 이야기와 방법을 기준으로 표국의 규모를 논하고, 표국을 세울 돈이 얼마나 동원 가능한 것인지, 표국을 세운다면 언제쯤부터 표행이 가능할 것인지를 놓고 격론에 빠져들었다.

이런 격론을 나누면서도 사람들의 시선이 언뜻언뜻 풍백을 스치고 지나갔다.

‘허어…… 역시 호부(虎父) 밑에 견자(犬子)는 없다는 것인가?’

‘약관이 되기 전부터 술이나 퍼먹고 다니던 놈이 이런 비책을 내놓을 줄은…….’

‘그러면 그렇지! 어렸을 적에 엄청 영특했던 녀석이 술만 퍼먹는 망나니가 될 리가 없지!’

물론 지금까지 풍백이 했던 얘기를 무조건 믿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확실히 풍백의 제안은 가능성이 있었다. 이제 이것을 현실화하기 위해 풍백의 얘기가 모두 사실인지부터 실제 실행을 하려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논의해야 했다.

적호경은 사람들이 풍백을 보는 시선이 변했음을 느꼈다. 그것이 너무 기분 좋았다.

자신이야 풍백이 자식이니 헛소리를 늘어놓는 것만 아니면 좋게 바라보는 것이 당연했다. 그러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풍백을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기분이 더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아직 끝이 아닙…….”

풍백이 뭐라 말을 하려고 하는데, 적호경이 먼저 말했다.

“이 녀석,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면서 일부러 졸고 있는 척을 하다니……. 이렇게 구체적인 생각이 있었으면 조는 척을 하지 말고 바로 말을 했어야 할 것 아니더냐.”

“……네.”

“다음부터 좋은 생각이 있다면 굳이 이러지 말고 바로 말을 하도록 해라.”

적호경의 목소리는 처음과 달랐다. 처음 내비쳤던 실망의 기색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이었다. 또한 입가에 내비친 대견하다는 미소는 풍백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주먹만 한 뜨거운 것이 목을 타고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고 했다.

‘나는…… 왜 과거에는 이렇게 하지 못했던 걸까? 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느냐고.’

환상일 뿐이었다. 그것도 죽기 전에 꾸는 아주 짧은 꿈.

어렸을 적부터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책을 잡았어야 했고, 아버지를 도와 상방의 일을 했어야 했다.

너무 부끄러웠다.

‘결국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어서 이런 환상을 보는 거야……. 차라리 처음부터 잘했어야지…….’

이 순간에 사람들의 감탄을 들어서 무엇 하겠는가? 이것은 모두 현실이 아니고 환상에 불과한데 말이다.

이렇게 자조 섞인 생각을 하는 풍백의 눈에 적호경이 들어왔다. 자신을 자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적호경의 모습은…… 부끄럽게도 이 순간 전까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모습이었다.

그에게 익숙한 적호경의 모습은 호통을 치고 실망에 가득한 눈뿐이었다.

“아! 무슨 할 얘기가 더 있다고?”

마침 적호경이 끊었던 말에 대해 물어 왔다.

풍백은 일부러 눈물을 참기 위해 침을 꿀꺽 삼켰으나 소용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얼른 고개를 숙여 눈물을 감추며 입을 열었다.

“그렇…… 습니다. 상산현은 절강성 서쪽에 교통 요충지입니다……. 그러니…….”

풍백의 말은 점점 작아지고 끊어졌다.

그리고 그의 눈에서 뭉친 눈물이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것이 보이는 순간,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니, 눈물을 참을 수 없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풍백이 흘리는 눈물은 바로 앞에 있는 적호경에게도 보였다. 느닷없이 눈물을 흘리는 풍백의 모습에 적호경이 크게 당황했다.

“아니, 왜 눈물을 흘리는 것이더냐? 어디 몸이라도 아픈 것이냐?”

그 물음에 풍백이 힘겹게 자신의 감정을 억눌렀다.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끝난 게 아니었다. 마지막 남은 말까지 모두 해야 했다.

환상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기회가 생겼으니 가슴에 한이 될 때까지 남아 있던 말을 남길 수 없었다.

다시 한번 침을 삼키며 마음을 추스른 풍백이 입을 열었다.

“아닙니다. 이곳 상산현은 북으로는 안휘성(安徽省)이, 서쪽으로는 강서성(江西省)이, 남쪽으로는 복건성(福建省)으로 연결되는 관도가 지나다니는 곳입니다. 지금까지는 상산현 근방을 대상으로 물품을 팔아 왔지만, 믿을 수 있는 표국이 있으니 적가상방의 상권을 다른 성으로도 확장할 수 있을 겁니다.”

실제 금호상방은 절강성을 넘어 안휘, 강서, 복건성까지 상권을 넓혀 갔었다.

적호경은 풍백의 말에 흐뭇한 감정을 넘치도록 느꼈지만, 그보다 지금 눈물을 흘리는 아들이 걱정되었다.

“그래, 네가 한 말은 잘 알아들었다. 어디 우리 적가상방이 표국이라는 날개를 얻어, 절강성은 물론이고 다른 성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자꾸나.”

“……네, 아버지.”

풍백은 고개를 들어 적호경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아직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지만, 그의 입가에는 밝은 미소가 매달려 있었다.

‘이제…… 다 끝났다.’

다시 한번 과거로 돌아온다면, 지금 이때로 돌아온다고 생각했을 때 하고 싶었던 말을 모두 했다.

그러니 이제는 만족했다. 조금의 미련도 없이 눈을 감을 수 있었다.

풍백은 마지막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뇌리에 새기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제 그만 쉬고 싶었다. 환상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몸에서는 힘이 넘치고 있었으나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했다.

마지막 미련을 털어 버린 풍백은 조용히 마지막을 준비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문득 적호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산아? 정말 어디 아픈 것이냐? 으음…… 아무래도 안 되겠다. 얼른 의원을 불러와야겠어.”

“……응?”

눈을 떠 보니 두 눈에 걱정을 가득 담고 있는 아버지 적호경이 보였다.

‘뭐, 뭐지? 주마등처럼 지나간다는 그것이…… 왜 안 끝나는 건데?’

풍백은 머릿속이 매우 혼란스러워졌다.

환상이 끝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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