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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 구단주-271화 (271/272)

271화

클럽월드컵 우승 이후,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나 떨고 있냐?”

"어, 너 엄청 떨고 있는데?”

"후......"

"야야. 얼굴 좀 펴라! 새신랑이 그렇게 굳어 있으면 어떡하냐?”

고급스러운 예복을 입은 상태에서 풀메이크업까지 한 나는 거울을 보며 표정을 다듬고 있었다.

그런 내 옆에 있는 백태현이 피식 웃었다.

“새끼, 나보다 결혼 먼저하고 부럽다."

“너도 곧 할 거잖아."

“그렇긴 하지.”

결혼식. 살면서 가장 중요한 날이다.

그래서 그럴까?

떨리는 마음이 도저히 진정되지 않는다.

그런 나를 향해 백태현이 툭 던지듯 말을 걸었다.

"아, 신부는 봤냐?”

"아직."

"그래, 지금 안 보는 게 낫다."

"왜?"

“그건 나중에 보면 알아."

의미심장한 백태현의 말에 나는 어리둥절했다.

"이야, 회장님, 엄청 멋있으세요!"

“우와, 회장님 존잘인 건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뒤늦게 나타난 직원들이 나를 보고 온갖 아첨을 떨었다.

"고맙습니다.”

나는 직원들에게 가볍게 웃어 보이며 감사함을 표했다.

“회장님, 신혼여행은 바로 떠나신다고 하셨죠?"

천지원 사장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김 비, 아니, 유리는 천천히 가도 된다고 했는데, 임신한 몸이어서 괜히 늦게 가면 더 힘들 것 같아서 말이죠."

“그렇군요. 그럼 어디로 가십니까?"

“유럽으로 갈 것 같네요."

"아아, 그렇군요. 그럼 혹시......"

의미심장한 눈빛을 읽은 천지원이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도대체 뭐 하는 거야? 둘이 사귀어?"

"뭐래."

슬쩍 끼어들어서 한마디 툭 던지는 백태현을 보니 어이가 없었다.

"신랑분 입장하셔야 합니다~"

예식장 직원의 안내에 나는 슬슬 이동해야 했다.

"저 가보겠습니다."

"회장님~! 파이팅입니다!"

사람들에게 꾸벅 인사한 뒤, 나는 입구로 향했다.

꽉 닫혀 있는 문 앞에 선 나는 끓어오르는 긴장감을 달래기 위해 호흡을 골랐다.

몇 번의 호흡 끝에 옆에서 대기하던 예식장 직원이 신호를 보냈다.

“이제 들어가셔야 해요."

"아, 넵."

곧 문이 열리자 나는 바로 식장 안으로 향했다.

셀 수없이 많은 사람이 나를 향해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으로 맞이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향해 가볍게 박수를 보냈다.

그렇게 단상 앞에 서자, 오늘 결혼식장 사회를 맡은 신진호 팀장이 말 문을 열었다.

“네, 멋진 회장, 아니, 신랑분이 등장하셨고요, 자, 이제 오늘의 주인공 중 한 분이시죠? 신부님을 맞이하도록 하겠습니다. 자. 다같이 뜨겁게 박수와 함성 부탁드립니다!"

짝짝짝ㅡ.

결혼식장 불이 꺼지고, 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열린 문을 통해 보이는 신부에게로 향했다.

"아."

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정말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서 있었다.

잔뜩 수줍어하는 그녀 옆에는, 그녀의 아버지이자 영신그룹의 실세 김진철 이사가 함께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보폭을 맞춰 함께 걸어오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선까지 걸어온 그들을 보고 걸어갔다.

“잘 부탁한다.”

“감사합니다. 장인어른."

"크흠."

나는 김유리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우리는 수줍지만, 그래도 당찬 걸음으로 단상 앞으로 향했다.

“신랑, 신부를 향해 다시 한번 뜨겁게 박수 부탁드립니다!"

짝짝짝짝ㅡ.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

신혼여행은 서유럽 위주로 코스가 짜였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프랑스 등을 돌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제 아내가 된 유리는 배가 많이 부른 상태여서 많이 돌아다니기 어려웠다.

그래서 하루 일정은 최대한 간소하게 진행했다.

그렇게 유럽을 투어하던 우리는 마지막 일정으로 영국으로 향했다.

현대 축구의 종주국이라 불리는 잉글랜드에서 우리는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어서 오세요, 회장님."

"수고가 많습니다. 로치오 단장."

여전히 로치오 단장은 열정적으로 세계 각지를 돌며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이 사람만큼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매번 신세지네요."

“아닙니다. 회장님, 신세는 제가 더 지고 있죠."

처음 로치오 단장을 만났을 땐, 이렇게 표정이 다양한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함께 지낸지 몇 달이 지나자 그는 생각보다 감정 표현이 풍부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업무는 잘 됩니까?"

“예, 안 그래도 회장님께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

“천지원 사장으로부터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어떻게 됐습니까?"

사실 로치오 단장은 아주 중요한 일 때문에 잉글랜드까지 날아왔었다.

그 중요한 일이란 바로......

"콘라드 감독하고 개인 합의는 마쳤습니다."

"오, 그거 듣던 중 반가은 소식이군요."

"다만 맨시티와 협상에 조금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요?"

우리는 콘라드 감독을 영입하기 위한 빅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

"이미 유럽을 넘어 소문이 퍼진 상태이긴 합니다. 그것 때문에 맨시티의 심기가 좋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건 우리의 잘못은 아닌데요."

"그렇죠. 하지만 맨시티는 우리가 여론에 일부러 유포했다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허, 참."

콘라드 감독의 고양 유나이티드 이적설은 이미 전 세계에 퍼진 상태였다.

콘라드 감독의 이적설이 가시화되면서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최고의 명장이 K리그로, 그것도 클럽월드컵에서 치열한 일전을 벌였던 팀으로 이적한다는 사실은 놀랄만했다.

"게다가 맨시티는 지금 시즌 중이어서, 중도에 콘라드 감독을 보낼 수 없는 상황입니다. 계약 기간도 여전히 남아 있고요."

"콘라드 감독의 계약기간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네, 콘라드 감독이 재계약을 거부하긴 했지만, 맨시티는 남은 잔여 기간이라도 최대한 붙잡을 생각인 모양입니다."

프리미어리그는 후반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코라드 감독이 이끄는 맨시티는 여전히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완벽한 독주체제를 만들고 있었다.

여기에 챔피언스리그까지 순항 중이었다.

클럽월드컵에서 패배한 이후, 맨시티는 각성이라도 한 듯, 이전보다 더욱 무섭게 승리를 거머쥐고 있었다.

"맨시티는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연패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콘라드 감독을 더욱 놓을 수 없겠죠."

"흐음. 뭐, 이런 상황을 아예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네, 미리 임시 감독을 데려와서 다행입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미리 콘라드 감독이 올 때까지 팀을 이끌어줄 사람을 구했다.

그 사람은 바로......

"크리스토퍼 제이든 감독이 소방수 감독으로 계약을 허락해줘서 다행입니다."

"심장이 좋지 않긴 해도, 콘라드 감독이 후임 감독으로 온다는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온 모양입니다."

처음에 병을 이유로 감독직을 거절했던 제이든 감독은 콘라드 감독이 후임 감독으로 올 동안 팀을 이끌어달라는 제안을 받고 고민하다가 수락했다.

그래서 현재 고양 유나이티드는 곽찬구 감독의 후임으로 크리스토퍼 제이든 감독이 임시 감독으로 팀을 이끌고 있었다.

“콘라드 감독은 뭐라고 하던가요?”

"시즌이 종료되고 2주 정도 휴식기를 거친 다음 바로 팀에 부임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됐습니다."

“음. 그래도 당사자와 이야기는 잘됐군요."

현재 시간은 2월.

콘라드 감독은 5월에 시즌을 마치고 6월 중순 이후부터 팀을 이끌 예정이었다.

약 4개월만 잘 넘기면, 최고의 명장이 우리 팀으로 오게 된다.

“여러모로 기대가 되는군요."

내 말에 로치오 단장도 흐뭇하게 웃어 보였다.

“아, 콘라드 감독이 만나 뵙고 싶어 합니다."

“지금요?"

“네. 오늘 런던에서 토트넘과 경기가 예정되어 있는데, 경기가 끝나면 시간이 된다고 합니다."

“음. 가능합니다. 너무 늦지만 않는다면."

“알겠습니다.”

임신한 아내가 있기 때문에 너무 늦게까지 시간을 낼 수는 없었다.

로치오 단장도 그 부분을 알고 미리 클

콘라드 감독과 시간적인 부분을 조율했다고 한다.

그렇게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콘라드 감독과 만나게 됐다.

"오늘도 멋지게 이기셨더군요."

"뭐, 이 정도는 어렵지 않죠."

맨시티는 토트넘을 3:0으로 꺾었다.

강철인이 해트트릭까지 더해졌다.

“제가 회장님을 몇 번 만나지 않았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 부탁, 아니, 요구할 조건이 있습니다."

"무엇이죠?"

다짜고짜 조건이 있다는 이야기에 살짝 심기가 불편했지만, 이어지는 콘라드 감독의 말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제가 고양 유나이티드의 감독으로 부임하면, 강철인과 튀랑, 쉬레 이렇게 3명의 선수를 데려올 수 있게 해주십시오."

"뭐라고요?"

현재 맨시티에 가장 중요한 세 명의 선수를 영입하게 해달라는 말에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맨시티가 그 선수를 팔겠습니까? 게다가 계약기간도 상당히 많이 남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내 말에 콘라드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이미 맨시티 고위 인사들과 이야기가 됐습니다."

"음?"

“제가 떠나면, 맨시티 스노부들은 팀을 리빌딩할 겁니다."

"......"

“리빌딩하는 과정에서 강철인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이 모두 리빌딩 명단에 들어간 상태고요."

“그 선수들을 설마 한꺼번에 처분한다는 겁니까?"

"아니오, 처음부터 모두 다 팔 수는 없죠. 하지만 순차적으로 정리가 될 겁니다."

"으음."

"쉬레의 경우 첼시와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쪽과 접촉을 하긴 했지만 선수 본인이 모두 거절했죠."

"왜죠?"

"유럽 어느 팀을 가도, 본인이 이룰 수 있는 것들은 다 이루었으니까요."

쉬레는 맨시티 소속으로 뛰면서 대부분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콘라드 감독이 주장에 따르면, 선수의 동기부여가 떨어진 상태라고.

“그래서 우리가 영입이 가능하다?”

“제가 쉬레를 설득하긴 했습니다. 곧 결론을 내리겠죠."

쉬레는 클럽 월드컵 결승전에서 우리팀을 상대로 득점을 했던 선수였다.

현장에서 봤을 때 상당히 좋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실제로 유럽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 중 하나로 꼽혔다.

"감독의 요구에 지금 당장 답변을 드리기는 곤란하군요."

“저도 당장 답변을 바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충분하게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이야기하고 싶군요."

그 뒤로 콘라드 감독과 향후 일정과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는 다음 헤어졌다.

"왔어요?"

"응, 혼자 있는 동안 심심하지 않았어?"

“괜찮아요. 아이하고 함께 있어서 심심하지 않았어요."

일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온 나를 유리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나는 간단하게 씻고 나와 그녀의 품에 안겼다.

그녀의 뱃속에서 느껴지는 아이의 고동소리를 들으며 말했다.

“아빠가 이렇게 힘들게 일하고 있다.”

조금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그 말에 반응이 온 걸까?

“어? 방금 아이가 움직였어요. 아빠 말을 알아들었나 봐요.”

"허허."

“아마 힘내라고 그런 게 아닐까요?"

“자식, 고맙네."

나는 유리의 배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우리 언제 만날 수 있을까?"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배 속에 있는 아이에게 말했다.

그리고 머지않은 시간에 나는 배 속에 있는 아이와 만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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