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8화
추가 시간의 추가 시간에 터진 극적인 동점골에 경기장은 불타올랐다.
맨체스터시티 골키퍼 조인스는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황망한 표정을 드러냈고, 벤치에서 지켜보던 콘라드 감독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강철인을 비롯한 맨시티 선수들도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게 바로 축구조 정말 눈으로 봐도 말도 안 되는 일이 연속으로 눈 앞에서 펼쳐집니다!』
곽찬구 감독은 호프만을 강하게 끌어안고 기쁨이 가득한 포효를 내질렀다.
“너, 맥주, 아니, 호프만 이 새끼! 잘했다! 정말 잘했다!"
“보스, 숨 막......!"
관중석에 있던 고양의 모든 팬이 광기에 물들어 환호했다.
호프만! 호프만! 호프만!
고양! 고양! 고양!
그렇게 기쁨을 만끽한 뒤, 다시 지정된 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주심이 킥오프를 알리는 휘슬을 불고 바로 정규 시간 종료 알리는 휘슬을 불었다.
『자칫 이대로 경기가 끝날 수 있었던 고양이 극적인 동점골을 기록하면서, 승부는 연장전으로 돌입하게 됩니다.』
『정말 대단하네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런 말이 있는데, 고양 유나이티드를 가리키는 말이 아닌가 싶네요.』
클럽월드컵 결승전 역사상. 역대 최대 스코어가 나왔다.
"이거 어떻게 될까요?”
나와 천지원 모두 손에 땀을 쥐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토록 경기가 극적으로 향할 줄은 몰랐다.
도저히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오늘은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력이네요."
"동감입니다."
양 팀 모두 이 악물고 투혼을 발휘하며 뛰고 있었다.
“아무래도 승부차기까지 갈 수도 있겠는데요?"
천지원의 물음에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
곽찬구 감독을 비롯한 고양의 모든 이들은 승부차기까지 염두하고 있었다.
“상대는 어떻게든 승부차기 전에 승부를 내고 싶어 할 거다. 우리는 그 점을 노리고 승부차기까지 갈 생각으로 경기를 뛰어야 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요?"
누군가의 우려에 곽찬구 감독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확실히 승부차기까지 가는 일은 위험할 수 있어. 하지만, 냉정하게 우리가 맨시티를 상대로 연장전에서 끝낼 확률은 낮아. 차라리 운을 걸고 승부차기에서 승부를 보는 게 나을 수도 있어.”
곽찬구 감독도 어렵게 내린 결론이었다. 그건 나머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인지하고 있었다.
곽찬구 감독이 모두를 불렀다.
“모두 모여봐."
감독과 코치, 선수들이 모두 둥글게 모여 어깨동무했다.
“지금까지 정말 잘해왔다. 남은 시간 후회 없이 뛰자, 알겠지?”
"예!"
“좋아, 우리 모두에게 행운을 빈다. 다 같이 파이팅 한번 외치자! 하나,둘!"
“파이팅!"
"좋아!"
짝짝짝ㅡ.
모두가 박수 치며 파이팅을 외쳤다.
그렇게 결의를 다진 선수들이 다시 경기장으로 향했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는데요, 승부는 연장전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만약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내지 못하면 승부차기까지 가야 하는데, 위원님께서는 이 경기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아, 정말 고양 유나이티드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경기를 잘 이끌어 갔다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이제 남은 시간 모든 걸 걸어야 합니다. 연장전에서 승부를 보든, 승부차기에서 승부를 보든, 고양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자, 말씀드리는 순간, 연장전 전반 시작됐습니다.』
주심의 휘슬과 함께 시작된 연장전 전반전.
양 팀 모두 고체 없이 연장전 전반을 뛰었다.
'교체할만한 선수도 없어.'
곽찬구 감독은 주먹을 꽉 쥐었다.
가용할 수 있는 선수들은 모두 뛰게 만들었다.
벤치에 분명 대기 선수들이 있지만, 이들에게 리스크를 끼치게 만들 수는 없었다.
'지금 남아 있는 벤치 멤버들은 미래를 위한 자원들이야. 함부로 기용 할 수는 없어.'
고양 유나이티드 감독으로 치르는 마지막 경기다.
그에게 이 경기를 좋게 마무리 지어야 할 명분이 있었다.
『발베르데 공을 잡습니다! 슈우웃! 하지만 공은 바깥으로 벗어납니다!』
후반 막판 고체로 들어왔던 발베르데가 아크 근처에서 힘차게 때린 슈팅이 골대 위로 벗어났다.
아쉬운 표정을 드러내며 자리로 돌아가는 발베르데의 모습이 화면에 크게 잡혔다.
『발베르데의 컨디션이 확실히 정상은 아니에요. 예전 같으면 저 거리에서 때린 슈팅이 정확하게 골문으로 향했거든요.』
『그렇죠. 득점도 많이 터졌던 자리이기도 했죠.』
지켜보던 콘라드 감독도 발베르데에게 무어라 소리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맨시티가 파상공세를 펼치고, 고양이 수비하는 모양인데요. 최소한 한 번 정도는 고양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 백종수 잡았죠! 백종수가 호프만에게, 호프만, 뛰어가는 정성진을 보고 내줍니다! 달리는데요!』
역습 기회가 찾아온 고양 유나이티드.
정성진의 빠른 발을 이용해서 빠르게 맨시티의 뒷공간을 침투했다.
하지만 미리 준비하고 있던 튀랑이 깔끔하게 슬라이딩 태클로 침투를
저지했다.
"아!"
정성진은 아쉬워하며 탄식했다.
『아쉽게 공격이 저지되는데요. 마침 주심이 휘슬을 불며 연장 전반전
을 종료합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시간이 흘러갔다.
연장 전반전 종료와 함께, 양 팀 선수들은 물만 빠르게 마시고 바로 자리를 바꿨다.
그리고 이어서 바로 연장 후반전이 시작됐다.
삐익!
“힘을 내라!”
고양 유나이티드 벤치에서 선수들에게 힘을 내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지켜보던 고양의 팬들도 힘차게 힘을 내라고 외쳤다.
둥! 둥! 둥!
힘을 내라! 고양!!
힘을 내라! 고양!!
고양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젖 먹던 힘까지 모두 끌어내면서 뛰었다.
맨체스터시티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맨시티에 대단한 선수가 많다고 한들, 그들 또한 사람이었다.
이제부터 정신력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자, 카초가 공을 잡습니다! 직접 드리블하며 뛰어 올라가는데요!』
카초가 측면에서 질주했다.
모든 힘을 쏟아내듯 바르게 질주하는 카초를 맨시티의 수비수들이 미처 막지 못했다.
그렇게 2~3명의 선수들을 제친 카초는 함께 라인에 맞춰 쇄도하던 박형우를 보고 낮은 얼리크로스를 올렸다.
박형우는 떨어지는 공을 보고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골키퍼 조인스도 공을 향해 몸을 날렸다.
쿵!
"악!
"억!"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공 대신 서로에게 충돌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놀란 주심이 경기를 멈추고 빠르게 의무팀을 투입하게 했다.
양 팀 의무팀이 빠르게 경기장으로 들어와 두 선수의 상태를 살폈다.
"괜찮아!?"
"크으으으!"
박형우는 상당히 고통스러워했다.
체력적으로 지진 상태에서 강한 충돌까지 이루어지니, 평소보다 고통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뛸 수 있겠어!?"
"크으으으! 뛰, 뛸 수 있어요!"
스프레이를 뿌리며 상태를 묻는 의무팀장에게 박형우는 다행히 뛸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 대답을 들은 의무팀장이 바로 벤치 쪽에 뛸 수 있다고 사인을 보냈다.
그 모습을 본 곽찬구 감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다행히 박형우 선수가 뛸 수 있다고 신호를 보내왔네요! 다행입니다!』
『팬들도 안심하는데요. 음, 문제는 조인스 골키퍼 같은데요.』
『아! 일어나지 못하네요.』
조인스 골키퍼는 여전히 고통스러워했다.
『어~ 잠시만요. 피가 나는데요.』
『앗, 저런.』
조인스 골키퍼의 이마에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겨우 자리를 털고 일어난 박형우도 피를 흘리는 조인스 골키퍼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난감해하는 박형우를 향해 강철인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형."
"아,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형, 경기하다 보니 벌어진 일이잖아요."
강철인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고 조인스 골키퍼 쪽으로 향했다.
『아, 결국 조인스 골키퍼가 뛰지 못한다는 사인을 보냈네요. 』
『보니까 이마에 피가 흐르는 거 말고도, 착지 과정에서 어깨부터 떨어졌네요. 아무래도 어깨를 다친 것 같은데요. 안타깝습니다.』
맨시티의 핵심 주전 골키퍼인 조인스의 이탈은 충격이 컸다.
콘라드 감독은 바로 백업 골키퍼 투입을 진행했다.
『백업 골키퍼로 제임스 골키퍼가 준비하는데요. 그래도 이 선수도 나름 베테랑 선수입니다.』
『그렇습니다. 브라이튼 호브 알비언에서 주전 골키퍼로 뛰었다가 지난 시즌부터 조인스 골키퍼의 백업 글키퍼로 영입되어 뛰고 있는데요. 나이는 올해 한국 나이로 40세가 되지만, 여전히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맨시티의 리그컵 우승의 주역이기도 했죠.』
『그렇습니다.』
빠르게 준비를 마친 제임스가 교체로 투입됐다.
맨시티 팬들은 제임스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했다.
급하게 투입됐지만, 제임스는 팀의 운명을 건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되었다.
그렇게 경기가 다시 재개됐다.
연장전 후반도 빠르게 흘러가는 상황에서, 고양이 다시 한번 기회를 잡았다.
『중앙에서 호프만이 측면으로 찔러주는데도 카초가 잡습니다 이번에는 본인이 직접 안쪽으로 들어오는데요! 카초 때립니다!』
팡!
페널티박스 오른쪽 부근에서 때린 카초의 슈팅.
발끝을 벗어난 공이 왼쪽으로 궤적을 그리더니 곧 골은 안쪽으로 향했다.
그대로 공이 골문 안으로 들어 가는 것인가 싶었지만, 제임스 골키퍼가 동물적인 움직임으로 펄쩍 뛰어올라 공만 살짝 툭 건드리면서 막아냈다.
『아! 막힙니다! 제임스 골기퍼의 선방!』
『야~ 이걸 막네요!』
교체 투입되자마자 결정적인 한 방을 보여준 제임스 골키퍼의 세이브에 동료들이 환호했다.
반면 결정적인 기회를 날린 카초는 아쉬운 표정을 크게 드러냈다.
그리고 이어지는 코너킥.
하지만 코너킥은 별다른 상황 없이 맨시티가 막아냈다.
그렇게 1~2차례 서로에게 공격 기회가 주어졌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삐이이익!
『아! 주심이 연장 후반 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붑니다. 결국 양 팀 모두 추가 득점 없이 승부차기로 넘어가 되었습니다.』
치열한 공방전 끝에 승부는 결국 승부차기에서 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결국 여기까지 왔네."
박형우를 비롯한 선수들은 승부차기를 앞두고 긴장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누, 누가 첫 번째로 찰까?"
이진수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첫 번째.
승부차기의 시작을 알리는 가장 중요한 선봉대이자 많은 부담을 안는 순번이기도 했다.
만약 첫 번째 키커가 실축한다면, 승부는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모두가 어렵게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나서는 이가 있었다.
바로 유태준이었다.
팀의 막내인 그가 제일 첫 번째로 나서겠다는 말에 모두가 놀랐다.
"안 돼. 우리 막내를 총알받이로 세울 수는 없어."
“맞아, 그리고 막내한테 너무 부담 크게 주는 거야. 그럴 수는 없지."
고참 선수들이 유태준을 말렸다.
하지만 유태즌의 의지는 확고했다.
“제가 나서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괜히 어정쩡하게 차는 것보다 화끈하게 첫 번째로 나서는 게 낫죠. 아니면 제가 5번째로 찰까요?"
“5번째는 좀…."
승부차기에서 1.3.5번의 위치는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그래서 보통 팀에 베테랑들이 나서는 경우가 많다.
“음, 그럼 태준이가 첫 번째로 차자."
"......!"
박형우의 말에 유태준을 제외한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괜찮겠어?”
박지원의 물음에 박형우는 생각을 굳혔다.
“네, 태준이가 오늘 보여준 활약도만 보면 충분히 첫 번째로 차게 해도 좋을 것 같아요."
그 말에 곽찬구 감독도 동의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그럼 태준이가 첫 번째로 차자."
"그럼 다음번은......"
그렇게 유태준을 시작으로 키커들의 순서가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