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265화 (265/272)

265화

『이른 실점이 양 팀 선수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맨시티의 선제 득점 이후, 경기는 맨시티의 일방적인 공세 속에서 진행됐다.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정신 차려!"

경기의 추가 일방적으로 기운 모습에 놀란 일부 고양 팬들이 응원하는 선수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젠장.'

곽찬구 감독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분위기란 정말 무서웠다.

일반적이면 이렇게까지 고양이 밀린 적은 없었다.

하지만 클럽월드컵 결승전이 주는 부담감과 맨시티의 파상공세에 고양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상황이 너무 안 좋은데요. 고양유나이티드가 이 분위기를 수습하지

못하면 더 큰 위험이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중계진이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결국 그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팡!

맨시티의 중앙 수비수 튀레가 후방에서 길게 올려준 볼이 전방에 있던 강철인에게까지 정확히 향했다.

볼을 잡기 위해 펄쩍 뛰어오르는 강철인은 유태준이 급하게 뛰어올라 경합했다.

하지만 강철인이 여유롭게 헤딩으로 공을 따낸 뒤, 근처에서 쇄도하는 타말에게까지 공이 전달됐다.

페널티박스 바깥쪽에서 타말이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팡!

낮고 빠르게 날아간 슈팅이 그대로 눈앞에 수비수와 쇄도하는 공격수들을 지나쳐 고양 유나이티드의 골문을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먼 거리에서 슈팅을 때릴 줄 몰랐던 박지원이 황급히 몸을 날렸다.

하지만 제대로 걸린 타말의 슈팅은 그런 박지원마저 스치듯 지나더니 그대로 골문 구석을 크게 흔들었다.

출렁-

우와아아아아-

맨시티 팬들의 함성이 드져 나왔다.

『아! 고양. 또 실점합니다. 이번에는 타말의 골입니다.』

타말은 환한 얼굴로 동료들과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반면, 고양 선수들의 분위기는 완전히 내려앉았다.

“정신 차례! 여기서 주저앉을 거야!?”

평소 침착하던 박형우가 이례적으로 동료들을 질타했다.

고양 선수들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한편, 팀을 지휘하는 곽찬구 감독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이제는 세계 무대에서 어느 정도 먹힐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나.'

곽친구 감독은 슬쩍 콘라드 감독 쪽을 쳐다보았다.

콘라드 감독은 무표정한 얼굴로 필드를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달랐다.

무료하고 지루함으로 가득 찼다.

"제기랄, 우리가 너무 쉽게 보이고 있어."

감독으로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곽찬구 감독은 수석코치를 불렀다.

"수코!"

"네!"

서둘러 곽찬구 감독은 수석코치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네가 보기에는 어떤 것 같아?"

"최악입니다."

"그건 나도 알아. 그러니까 이걸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냐 이거야."

"저희가 공수밸런스가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지금 분위기가 너무 안 좋습니다. 나쁜 분위기에만 벗어나도 충분히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거고요."

“후우, 이럴 때 지우가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팀이 어려운 상황일 때, 주장인 김지우는 필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다.

지금까지 팀이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는데 김지우의 역할도 상당했다.

삑.

경기 중 반칙이 발생했다.

쉬레와 스즈키가 경합 과정 중에 충돌하면서 바닥을 구른 것이다.

서로가 고통스러워하자 주심이 잠시 휘슬을 불어 경기를 멈추게 했다.

곧 양 팀 의무팀이 뛰어들어가서 선수들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두 선수 모두 멀쩡했다.

그 사이, 곽찬구 감독이 박형우를 불렀다.

"형우야!"

"예!"

“네가 도와줘야겠다. 가능한 중거리슈팅도 많이 때리고, 뭔가 분위기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거면 뭐든 해봐."

“네, 최대한 해볼게요."

“그래, 미안하다. 어려운 부탁해서."

"아닙니다."

곽친구 감독은 이어서 석종호를 불렀다.

"종호야!"

"네."

"오늘 경기 너무 부담 갖지 말라고 했잖아. 실수할 수도 있어, 그런데 그건 잠깐일 뿐이야. 오늘 네게 주어진 역할이 얼마나 큰지 알지?"

"......예."

"다들 널 믿고 있다고. 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봐. 너 파워풀하게 할 수 있잖아. 퇴장당해도 좋아. 네가 보여줄 수 있는 박력! 그거 다 보여주란 말이야!"

“정말 괜찮나요?"

“물론이지! 임마! 이런 말까지 하기는 뭣하지만, 한 놈 담근다 생각하고 뛰라고! 물론 사람을 진짜 담그면 안 되지만, 그런 각오로 밀어붙이라고.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넵."

“대답 크게 안 해?"

"넵!"

“좋아, 믿는다.”

곧 주심의 휘슬과 함께 경기가 재개됐다.

곽찬구 감독은 팔짱을 끼고 필드를 주시했다.

감독으로부터 특급명령(?)을 받은 석종호가 상당히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어어!?"

"으라차!"

쿵!

"억!"

삑!

강철인으로부터 공을 받은 라비가 석종호의 강한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벌렁 넘어졌다.

주심이 휘슬을 들며 반칙을 선언했다.

라비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석종호를 노려봤다.

석종호는 개의치 않고 자리로 돌아갔다.

이어지는 플레이에서도 석종호는 몸을 사리지 않고 필드 곳곳을 누비며 맨시티 선수들을 괴롭혔다.

그런 와중에 보다 못한 주심이 옐로카드를 줬다.

우우우우-.

카드를 내미는 주심을 향해 고양 유나이티드 팬들의 야유가 퍼졌다.

“그럴 줄 알았다. 멍청한 코리안."

“이제 거칠게 못 움직이기....어엇? 윽!"

맨시티 선수들은 경고를 받은 석종호의 플레이가 소극적으로 바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오히려 석종호는 더 거칠게 플레이했다.

그런 플레이가 맨시티 선수들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미친 거 아냐!?"

"아니, 저 새끼 퇴장당하려고 작정했나?"

오히려 상대가 걱정(?)할 정도로 석종호의 플레이는 과격했다.

그런데 이러한 석종호의 플레이가 경기 전체 흐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틈이 보여!"

볼 점유율을 거의 내주다시피 했던 고양은 흔들리는 맨시티를 상대로 볼 소유권을 어느 정도 되찾았다.

이런 상황에서 박형우가 맨시티 페널티박스 앞에서 강력한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팡!

발끝을 벗어난 공이 맨시티의 골문을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조인스 골키퍼의 간담이 순간적으로 서늘해질 정도였다.

"좋아! 잘하고 있어!"

석종호에 이어 박형우까지 무언가 보여주자 고양 유나이티드 선수들도 서서히 혼란을 수습하고 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 이제 좀 살겠네.”

스코어는 0:2를 기록하고 있지만, 시간은 아직 전반전이었다.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할 수 있어!"

박형우가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고 외쳤다.

그러자 지켜보던 서포터스들도 '할 수 있어! 고양'을 외치며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경기 양상이 점차 바뀌고 있었다.

***

'이것 봐라?'

콘라드는 묘하게 바뀐 분위기를 보고 흥미가 생겼다.

'전술을 바꾼 것도 아니고, 고작 말 몇 마디에 이렇게 바뀔 수가 있다고?'

유럽에도 분명 전술이 아닌 열정과 투지로 선수들을 싸우게 만드는 감독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감독들은 대개 오래가지 못한다.

철저하게 준비된 전술과 오랜 훈련과 실전으로 다져진 선수들의 시너지로 승부하는 것이 프로축구의 세계였다.

'열정과 투지로 싸우는 건 소년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지.'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상대하는 고양 유나이티드는 콘라드 감독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여전히 맨시티가 우위에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런데 고양 유나이티드에 아까와는 다른 묘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느낌이 좋지 않아.'

오랜 기간 감독으로서 다져왔던 감이 좋지 않다고 외치고 있었다.

'그런데 왜 내 심장이 뛰지?'

과연 이 팀이 자신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로치오 단장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우리 팀은 너 같은 천재가 이해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동력처럼 작용하고 있어. 그게 우리 팀의 매력이야.

“무슨 황당한 소리를 하나 했더니, 이거였나?"

때마침.

고양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대거 맨시티 진영으로 빠르게 넘어오고 있었다.

하프스페이스에서 공을 잡은 호프만이 측면을 쇄도하는 카초에게 공을 배달했다.

측면에서 카초를 시작으로 박형우와 한석원에 스즈키와 석종호까지 패스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그런데 그 어떤 맨시티 선수들도 그 패스 흐름을 끊지 못했다.

마치 뭐에 홀린 것처럼, 그들을 방치하고 있었다.

그 사이, 맨시티 수비수들 사이를 절묘하게 파고든 황진용의 발아래로 공이 정확히 배달됐다.

황진용은 망설임 없이 슈팅을 시도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걸 본 조인스 골키퍼가 달려 나왔다.

그걸 본 황진용은 걸려들었다는 듯 씩 웃었다.

그리고는 공을 뒤로 살짝 흘렸다.

"어?"

예상 밖의 플레이에 맨시티 선수들이 당황했다.

그 순간. 어느샌가 나타난 정성진이 강하게 슈팅을 때렸다.

팡!

"아!"

골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조인스 골키퍼마저 튀어나온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 빈 골대로 공이 빨려 들어갔다.

출렁-

우와아아아아-

완벽하게 팀으로서 만든 득점이었다.

그걸 지켜본 콘라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이가 없구만."

그런데 어째서인지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좀 더 보여줘 봐.'

콘라드는 다음 상황을 기대하고 있었다.

***

0:2까지 됐을 때 ‘오늘 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웬걸, 생각보다 빠르게 추격골을 넣은 팀을 보고 조금은 안도했다.

"회장님, 추격 골을 넣기는 했지만, 여전히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겠죠."

천지원 사장의 냉정한 평가에 나도 동의했다.

오늘 맨시티의 플레이는 예사롭지가 않다.

공격의 중심인 강철인부터 시작해서 전체적으로 맨시티 선수들의 몸이 가벼운 편에 속했다.

여름에 친선 경기에서 만났던 맨시티는 없었다.

“확실히 시즌 전과 후는 다르구나."

나는 슬쩍 스코어보드를 봤다.

[고양 유나이티드 1:2 맨시티 ]

“남은 시간은 60분 정도 되는 건가."

전반 30분이 막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이제 전후반 통틀어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60분 정도.

1시간 안에 무언가 커다란 반전이 필요했다.

“걱정되십니까?"

“아니요."

딱히 걱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기까지 왔던 여정이 녹록지 않았다.

그걸 떠올렸을 때, 나는 우리 팀이 이 경기에서 모든 걸 쏟아내는 걸 보고 싶었다.

결과는 그 이후에 생각하고 싶었다.

“지켜봐야겠죠."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었다.

***

“한 골만 더 넣으면 동점이야! 할 수있어!"

추격 골을 넣은 고양 유나이티드 선수들에게는 자신감이 생겼다.

분위기 반전은 성공했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 좋은 분위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강철인이 공을 잡는데요! 오늘 강철인의 플레이는 상당히 인상 깊습니다.』

강철인이 공을 잡고 움직이면 1~2명의 선수로는 그를 막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오늘 공을 잡을 때마다 제일 위협적인 선수가 바로 강철인이었다.

그런 강철인에게 기회가 왔다.

삑!

페널티박스 안으로 파고들기 위해 드리블하던 쉬레를 스스키가 파울로 끊어냈다.

박스 바깥쪽에서 얻은 맨시티의 프리킥 기회.

당연한 이야기지만, 키커로 강철인이 나섰다.

그런 강철인을 막기 위해 고양 선수들이 인간 벽을 만들었다.

강철인은 공과 인간 벽을 번갈아 보며 자세를 잡았다.

삑.

주심의 휘슬과 함께 공을 차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 순간, 강철인이 움직였다.

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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