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화
맨체스터시티와 중요한 결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AFC에서 오피셜을 발표했다.
【오피셜】영신그룹, 2029년 AFC챔피언스리그 오피셜 파트너 합류!
2029년부터 영신그룹이 5년간 오피셜 메인스폰서로 AFC챔피언스리그를 후원한다.
연간 규모 300억, 총 규모 1,500억 상당이었다.
한국 기업의 후원 자체가 거의 전무 했던 상황에서 모처럼 AFC의 핵심 주관 대회에서 스폰서 유치가 확정된 셈이다.
영신그룹이 AFC챔피언스리그를 후원하게 된 계기는 전적으로 회장인 나의 의지가 반영되었기 때문이었다.
“도와주세요. 지태훈 회장님.”
내가 회장에 오른 이후, 대한축구협회에서 도움을 요청했다.
“2035년에 개최할 AFC아시안컵 유치를 위해서라도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스폰이 필요합니다.”
대한축구협회는 2035년 개최를 준비를 중인 아시안컵 대회를 자국에서 치를 수 있게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소극적인 투자 행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오일머니로 중무장한 서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매년 엄청난 금액을 지원하고 있었다.
서아시아뿐만이 아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의 화력 지원은 우리보다 훨씬 많았다.
이러다 보니 AFC는 우리에 대해 비호감적인 시선을 가질 수밖에 없고, 각종 대회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대한축구협회가 기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도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고양 유나이티드와 영신그룹을 이끄는 나의 존재는 빛과 같았다.
“내부 반대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늦지 않았어.”
누군가는 투자하기에 늦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가 국제적인 경쟁을 위해서라도, 기업의 투자는 필요하다.
단순히 축구 때문에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넓게 볼 때, 영신그룹은 축구로 인해 생긴 아시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이전보다 한국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가진 아시아 국가들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
AFC 회장도 이례적으로 나에게 감사 인사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판은 만들어졌다.”
내가 회장이 된 이상, 앞으로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치게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 * *
스코틀랜드 중부에 있는 글래스고.
『셀틱! 라이벌 레인전스를 상대로 쉴 새 없이 몰아붙입니다!』
“발라버려!”
“레인저스 새끼들이 깝치지 못하게 만들어!”
“정강이라도 부러뜨리란 말이야!”
글래스고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축구팀 셀틱.
경기장을 가득 채운 셀틱 팬들이 격렬한 응원을 펼치며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런 셀틱 파크 안에 한국인 여자가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힘내요, 요한 씨!”
바로, 김현지였다.
고양 유나이티드의 치어리더이자 박요한의 연인인 그녀가 두 손을 꼭 쥐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라이벌전답게 그 어느 때보다 경기는 격렬했다.
그런 경기의 중심에는 박요한이 있었다.
“요한! 받아!”
팡!
팀 동료이자 미드필더 잭 콜슨이 깊게 찔러준 패스를 박요한이 정확하게 받았다.
“저 녀석을 막아!”
박요한이 공을 잡을 때마다 레인저스 선수들은 긴장감을 놓지 못했다.
올 시즌 팀 내 최다골이자 스코틀랜드 리그 득점 1위를 달리는 박요한이었다.
고작 반시즌이다.
그가 리그 적응에 필요했던 시간이 말이다.
고작 반시즌 만에 리그 득점 1위까지 치고 올랐다.
그런 그가 레인저스를 상대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었다.
출렁-.
와아아아아!
“꺄아아악!”
라인브레이커라는 별명답게 상대 수비를 무너뜨린 박요한은 골키퍼마저 넘기는 로빙슛으로 깔끔하게 득점까지 만들었다.
즉시 경기장 전광판에 팔짱을 낀 박요한의 프로필 사진이 등장했다.
박요한은 어딘가로 달려갔다.
곧 김현지가 앉아 있는 관중석 앞에 선 그가 손가락 하트를 보이며, 그녀를 위한 세리모니를 펼쳤다.
예상치 못한 세리모니에 그녀가 감격한 표정을 드러냈다.
동료들이 박요한에게 다가가 함께 축하해 주었다.
그런 와중에 팬들이 박요한을 위한 노래를 불렀다.
오~ 계시가 내려졌네.
동양에서 태어난 요한이 우리를 위해 머나먼 이곳까지 와주었네.
요한!
셀틱의 사도!
박요한은 이미 셀틱의 슈퍼스타였다.
『박요한이 또 득점합니다! 벌써 리그에서만 18골을 기록합니다!』
『아직 전반기가 안 끝났는데 18골! 정말 대단합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이자 라이벌인 레인저스마저도 박요한을 막지 못합니다!』
미친 득점 페이스였다.
스코틀랜드 역사상 이러한 득점 페이스를 가진 공격수가 있었을까 싶었을 정도로, 박요한은 득점 머신이었다.
이러한 박요한의 대활약 덕분에 셀틱은 레인저스를 4:1로 대파했다.
더불어 리그 무패를 달렸다.
경기가 끝난 뒤, 박요한과 김현지가 만났다.
“오늘 너무 멋졌어요.”
“고마워요. 많이 기다렸죠? 우리 밥 먹으러 가요.”
“좋아요.”
“글래스고에 괜찮은 식당 하나 있어요.”
박요한은 자신을 만나기 위해 멀리 스코틀랜드 리그까지 찾아와 준 김현지가 고마웠다.
“가족분들은 안 계세요?”
“네. 엄마, 아니, 어머니가 이적 초반에 오셨다가 가시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한국이 아니다 보니 생활에 불편했던 상황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저 혼자 생활하고 있어요.”
“저런.”
김현지는 홀로 고생하고 있는 박요한에게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냥 저도 여기서 눌러살까요?”
“푸훕! 네?”
김현지의 돌발 발언에 식사하던 박요한이 깜짝 놀랐다.
“그, 괜찮으시겠어요?”
“후훗. 거절은 안 하시네요?”
“아, 그게, 음.”
갑자기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크흠! 아무튼 말씀이라도 고맙네요.”
“진심인데요?”
“…….”
마음 같아서는 같이 살아요! 라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두 사람의 관계가 그렇게까지 말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디까지나 박요한의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고양 유나이티드는 어떤가요? 다들 잘 지내고 있나요?”
“네. 이번에 아챔 우승해서 지금 일본에 가 있을 거예요.”
“아, 소식은 들었어요. 여건이 되면 저도 따라가서 보고 싶은데, 그러기는 일정이 안 맞네요.”
박요한은 이적을 했어도 고양 유나이티드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었다.
종종 구단 공식 SNS에 댓글을 남기거나 개인 게시물을 통해 애정을 드러냈다.
“이번에 결승전에 올라갔데요.”
“아! 저도 하이라이트로 봤어요. 잘하더라고요. 철인이 형도 많이 기대하던 눈치더라고요.”
“강철인 선수요?”
“네. 저 이적했다고 했을 때 철인이 형이 제일 먼저 찾아와서 밥 사주고 응원하고 갔어요.”
“와~”
“아무튼 결승전에서도 좋은 결과 있었으면 좋겠네요.”
김현지는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웃었다.
‘귀엽네.’
그녀는 당장이라도 그를 끌어안고 싶었다.
* * *
콘라드 감독은 코치들과 고양 유나이티드의 플레이 영상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허, 놀랍군.”
“여름에 봤었을 때하고 또 다르군요.”
콘라드 감독과 코치들 입에서 작게나마 감탄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저 등번호 88번은 누구지?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저 선수가 유태준입니다.”
“허. 어린데 상당히 괴물 같은 수비력을 보유하고 있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 같은데?”
콘라드 감독은 유태준의 플레이에 놀라워했다.
그런 그의 곁에 있던 전력분석관 코치가 감독의 눈치를 살핀 다음 설명을 덧붙였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 전에서 처음 데뷔했다고 합니다. 이후 이번 클럽월드컵까지 거진 주전으로 계속 나오고 있다고 하더군요.”
“저런 선수를 지금까지 묵혀뒀다는 상황이 이해가 안 돼.”
예전과 달리 한국 선수들이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유럽에 진출한 상태였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재능이 있다면, 유럽 스카우터나 감독들은 경계선을 가지지 않고 유심히 지켜보고 영입했다.
“잘만 키우면 좋은 선수가 되겠어.”
콘라드 감독은 단순히 선수 개인만 보지 않았다.
“전술적으로도 잘 다듬어져 있군. 최신 트랜드는 아니지만 말이야. 그래도 클래식이 때론 강할 때도 있지.”
“기본 뼈대는 저희가 여름에 봤던 대로 스리백을 기반한 3-4-3과 4-3-3을 번갈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뭐, 세부 전술을 봤을 때 변칙적이지는 않아. 하지만 선수 하나하나가 모두 수준급이야. 그래서 파괴력이 극대화되고 있는 거고.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것도 감독의 능력이라고 볼 수 있겠지.”
기본적으로 콘라드 감독은 고양 유나이티드의 전력을 좋게 평가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밀릴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하지만 지난여름에 우리가 자칫 질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
“그렇습니다. 특히 이런 토너먼트에서 변수는 크게 작용하니까요.”
“맞아.”
콘라드 감독은 수석코치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럼 판을 짜보도록 하자고.”
“네.”
* * *
“기적아. 엄마 뱃속은 편하니?”
김유리는 의자에 앉아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배가 예전보다 많이 부른 상태였다.
“우리 딸이 엄마가 된다니, 엄마가 봐도 신기하네.”
지태훈이 일본에 있는 동안 김유리는 친정에 있었다.
“엄마는 나를 가졌을 때 어땠어?”
“음. 두려웠어.”
“응?”
“임신은 처음이었으니까. 아무리 네 아빠를 사랑한다고 해도 나도, 그이도 부모가 되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그런 두려움이 있었어. 우리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그 전에 아이가 무사히 태어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걱정과 두려움이 먼저 앞섰지.”
“그랬구나.”
“그런데 막상 네가 태어나고 보니까 세상이 너무나 달라진 거야. 내가 이 아이를 위해 어떻게든 살아간다는 책임감도 생기고.”
“…….”
“특히 너의 아빠가 많이 달라졌단다.”
“아빠가?”
“응.”
처음 듣는 이야기에 그녀도 호기심을 갖고 들었다.
“너희 아빠가 당시에 정신적으로 많이 불안했던 시절이었어. 그런데 태어난 너를 보고 완전히 달라졌지. 그때는 막 사고도 치고 그랬는데, 그 이후로 최대한 사고 치지 않고 다녔고. 덕분에 지종윤 회장님의 오른팔까지 됐지, 뭐니.”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녀도 부모가 되는 일이 정말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나는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그녀의 물음에, 그녀의 엄마가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며 말했다.
“너희는 이미 좋은 부모란다.”
“……정말?”
“응. 그래도 내가 너보다 엄마로서, 또 부모로서 선배 아니니? 그러니 너와 네 남편을 믿으렴.”
“고마워요. 엄마.”
* * *
“후임 감독 찾는 것도 일이군요.”
“적당한 후보들을 찾아봤는데, 한번 보시렵니까?”
대회와 별개로 천지원과 로치오는 후임 감독 물색으로 바빴다.
이미 공식적으로 곽찬구 감독이 팀을 떠나는 상황이 확정된 상태였다.
이로 인해 다음 시즌을 대비한 후임 감독을 선임해야 했다.
“후보는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가능한 이들을 선별해 봤습니다.”
“그렇군요. 음. 후보가 상당히 많네요.”
“우리 팀에 어울리는 감독도 있고, 우리 팀에 지원하고 싶다고 밝힌 감독도 있으니까요.”
후임 감독 후보의 숫자가 무려 30명 가까이 됐다.
이 중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가 한 명 있었다.
천지원은 조금 망설이는 말투로 말했다.
“정말 이분이 저희 팀으로 와주실까요?”
“설득해 봐야죠.”
전(前) 대한민국 국가대표 감독.
크리스토퍼 제이든.
고양 유나이티드의 ‘유력한’ 후임 감독으로 거론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