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7화
경기가 끝나고 시상식이 예정되어 있었다.
시상식을 기다리는 동안, 현장 중계진이 오디오를 채웠다.
『고양 유나이티드가 알두하일을 합계스코어 5:2로 잡아내면서 창단 이후 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성공했는데요. 이와 동시에 엄청난 대기록들을 쏟아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화면에 기록이 나오는데요. 우선 2002년 AFC챔피언스리그로 개편된 이후로 첫 출전에 우승까지 기록한 팀은 2014년 호주의 웨스턴시드니였는데요. 고양 유나이티드가 2번째로 대기록을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패 우승입니다.』
『AFC챔피언스리그 역사상 첫 출전에 무패 우승한 최초의 팀이 바로 고양 유나이티드입니다! 그야말로 대기록인데요!』
『웨스턴시드니도 조별리그에서 2패를 했었거든요. 그때는 32강 토너먼트였는데, 그때보다 지금이 더 토너먼트에 오르기가 어렵거든요.』
『그렇습니다. 그리고 AFC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해본 K리그 클럽 중에서 통산 7번째 우승 클럽이기도 합니다.』
『포항, 성남, 수원, 전북, 울산, 부산에 이어 고양이 7번째 우승 클럽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이어서 개인기록도 살펴보면, 여기도 대기록들이 나왔습니다.』
『박형우 선수가 역대 AFC챔피언스리그 단일 시즌 최다 득점자로 득점왕에 올랐죠?』
『그렇습니다. 본선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14골을 기록했는데요. 이전에 최다 득점자는 2013년 광저우의 무리키, 2016년 서울의 아드리아노, 알사드에 바그다드 부네자, 이렇게 3명의 선수들이 있었는데요. 이 선수들을 모두 뛰어넘은 선수가 박형우입니다.』
『이번 시즌 박형우 선수의 활약은 눈이 부셨죠. K리그에서도 2년 연속 토종 득점왕에 올랐고, 2부 리그 시절까지 합치면 3년 연속 득점왕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는데요. 이제는 아시아 무대마저 완벽하게 제패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미 있는 점은, 모처럼 나온 한국인 득점왕이라는 건데요. 2004년 성남의 김도훈, 2011년 전북의 이동국 이후로 3번째 한국인 득점왕이 나왔습니다.』
『약 17년 만에 나온 한국인 득점왕이네요.』
카메라 화면에는 박형우가 환한 얼굴로 웃으면서 동료들과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 옆에는 호프만이 있었다.
『분데스리가에서 넘어온 호프만의 활약도 무시할 수 없는데요. 이적 첫해에 아시아 무대를 정복했습니다.』
『그렇죠. 호프만도 충분히 자기 몫을 했죠? AFC챔피언스리그 최다 도움자고요. 기록을 보니까 무려 12개의 도움을 기록했더라고요.』
『대단하네요.』
『10골 12도움. 공격포인트 22개나 기록했는데, 박형우의 활약도 있지만 호프만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쉽지 않았을 겁니다.』
이어서 곽찬구 감독의 모습도 나왔다. 그는 주장 김지우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곽찬구 감독도 K리그 최고의 명장 반열에 올랐다고 해도 무방한데요. 2부 리그부터 시작해서 1, 2부 리그 우승, FA컵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K리그 역사상 이렇게 모든 트로피를 들어본 감독이 있었나 싶네요.』
『과거에 전북을 이끌었던 최강희 감독이, 전북을 이끌면서 FA컵과 리그,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모두 경험해보기는 했었는데, 다만 차이는 전북이 2부 리그 경험은 없다 보니 2부 리그 우승 트로피가 없다는 차이점은 있네요.』
이어서 지태훈 신임회장과 로치오 단장이 환한 얼굴로 대화하는 모습이 잡혔다.
『지태훈 회장의 모습인데요. 정말 저보다 한참 어린 회장이지만, 대단합니다. 공격적인 투자와 다양한 정책으로 팀을 짧은 시간에 성장시켰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네요.』
『이제 다음 달이면 영신그룹 회장에 정식 취임이 된다는데요. 30대 젊은 대기업 회장으로서의 활약도 무척 궁금합니다.』
『옆에 있는 로치오 단장도 유벤투스에서 고양으로 와서 많은 부분에 도움을 줬는데요. 내부 관계자들의 말로는 로치오 단장이 오면서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하네요.』
화면은 관중석을 향했다.
관중석에는 걸게 하나가 걸려 있었는데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우리는 클럽월드컵으로 간다!】
그걸 본 이형욱 캐스터가 말했다.
『이제 고양은 클럽월드컵으로 향합니다. AFC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출전하는 클럽월드컵은 12월에 예정되어 있는데요. 이번 클럽월드컵에는 지난 시즌 유럽챔피언인 맨체스터시티도 참여합니다.』
『그렇습니다. 각 대륙 간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 나와서 경쟁하는 클럽월드컵인데요. 고양은 아시아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합니다.』
『지난여름이었죠? 맨체스터시티와 고양은 이미 한차례 친선경기로 맞붙었던 적이 있었는데요. 이 두 팀이 과연 클럽월드컵에서도 맞붙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그렇습니다.』
『자 그러면, 잠시 후에 시상식이 진행되는데요. 저희는 시상식에 맞춰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여기는 고양 유나이티드의 홈구장, 고양더블은행파크입니다!』
* * *
우리는 우승을 대비해 미리 우승기념 유니폼을 제작했다.
로치오 단장의 적극적인 제안이 있었기에 제작이 된 것이다.
“어차피 우리가 우승할 건데, 기념 유니폼을 입고 시상식을 진행해야 멋이 있죠.”
로치오 단장은 결승이 끝나기도 전에 우승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게 제작한 특별 제작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마침내 준비된 시상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상식 무대 입구에는 아시아축구연맹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프로축구연맹, 고양 유나이티드 관계자들이 도열 해서 선수들에게 우승 메달을 전달하고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순서대로 우승 메달을 목에 건 그들은 환한 얼굴로 시상 무대에 섰다.
홈팬들은 그 누구도 집에 가지 않고 남아서 선수들의 이름을 한 명씩 외치며 환호했다.
그렇게 주장 김지우가 마지막으로 우승 메달을 목에 걸면서 모든 선수가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렇게 선수들이 메달을 받은 이후 곽찬구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도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렇게 모든 선수단 시상식 무대에 오르자 우승트로피가 김지우에게 전달됐다.
주장으로서 먼저 영광스러운 우승트로피를 손에 쥔 김지우의 두 눈이 떨리고 있었다.
그는 호흡을 고른 뒤, 천천히 선수들 앞으로 향했다.
선수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대기하고 있었다.
우! 우! 우!
일부 선수들은 오랑우탄처럼 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걸 본 팬들도 따라서 소리를 냈다.
무척이나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그런 선수들을 향해 김지우가 조용히 하라며 검지를 입에 댔다.
그러자 일순간 선수들이 조용해졌다.
홈팬들도 당연하다는 듯 조용해졌다.
“모두 준비됐나!”
김지우의 목소리가 경기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러자 선수들과 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대답 대신 발을 힘차게 구르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향해 김지우가 허리를 살짝 숙인 뒤 외쳤다.
“자, 그럼 하나, 둘, 셋-!”
김지우가 머리 위로 힘차게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와아아아아아아-.
펑! 퍼펑! 펑!
힘찬 함성과 함께 무대 뒤에 준비되어 있던 폭죽이 터졌다.
선수들은 서로를 끌어안고 무대 위를 방방 뛰었다.
관중석에 있던 팬들도 방방 뛰며 기뻐했다.
그렇게 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김지우가 돌연 트로피를 들고 어딘가로 걸어갔다.
“어라? 어디 가요?”
“어?”
우승의 기쁨에 취하던 선수들이 김지우를 보고 어리둥절했다.
김지우는 지태훈 앞에 서서 우승트로피를 내밀었다.
“여기 있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우승트로피를 건네받은 지태훈.
모두의 시선이 지태훈에게도 향했다.
그는 호흡을 고르더니 옆에 있던 김유리의 손을 잡고 무대 위로 올라갔다.
일순간 조용해진 상황에서 지태훈이 그녀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우승트로피를 내밀며 말했다.
“유리야. 사랑한다! 평생 사랑하며 지내자. 나와 결혼해 줄래?”
예상치 못한 지태훈의 프로포즈에 김유리는 화들짝 놀랐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야, 지우야. 너 알고 있었냐?”
놀란 곽찬구 감독이 김지우에게 말을 걸자, 김지우는 대답 대신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그러면서 며칠 전에 부탁받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김지우 선수. 부탁이 있습니다.
-네?
-우승하면 트로피 시상하고 우승트로피를 잠깐 나에게도 빌려주겠습니까?
-네? 무슨 일로…….
-프로포즈하려고 합니다.
-아!
그렇게 성사된 일이었다.
지태훈의 프로포즈는 방송 화면에도 고스란히 잡히고 있었다.
“어머! 어떻게!”
“와, 우리 구단주님 프로포즈하는 거야?”
“비서님이 임신했다고 들었는데, 이제 둘이 결혼하려고 하네!”
팬들도 설레는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봤다.
그때, 이진수와 신진호가 거의 동시에 외쳤다.
“받아줘!”
“받아줘!”
그러자 다들 전염이라도 된 것처럼 ‘받아줘!’를 외쳤다.
잔뜩 놀랐던 김유리는 곧 정신을 차리더니 수줍게 트로피를 받으며 말했다.
“네. 잘 부탁해요.”
와아아아아-.
지태훈의 프로포즈를 승낙한 김유리의 모습에 모두가 환호했다.
그 상황에 지태훈이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상자를 열자 고급스러운 반지가 나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반지를 꺼내 그녀의 손가락에 끼웠다.
그리고 곧 두 사람이 키스했다.
그런 두 사람을 향해 엄청난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그렇게 시상식은 성황리에 끝났다.
* * *
고양 유나이티드 우승 소식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ACL 결승】고양 유나이티드, 사상 첫 우승 달성!……12월 클럽월드컵 진출.
┖내가 볼땐 당분간 고양 천하일 듯.
┖위에 댓글에 동감. K리그를 수십 년 보는데 이 정도로 역대급 팀이 있나 싶음.
┖솔직히 얼마나 유지될까 궁금하기는 하네. 그래도 최소 몇 년은 고양 막을 팀 없을 듯.
┖하나 걸림돌은 있음. 김지우를 시작으로 베테랑 선수들 은퇴러시 시작할 확률 큰데, 세대교체 잘해야 함.
┖세대교체는 별로 걱정이 안 되던데. 이번에 유태준 활약한 것만 봐도, 고양은 화수분처럼 선수가 나옴. 그리고 외부 영입은 로치오 단장이 알아서 잘하겠지.
┖타팀 팬으로서 ㅈㄴ 부럽다.
고양의 우승에 관심을 두는 곳은 비단 대한민국이 전부는 아니었다.
같은 시각 일본과 중국도 반응을 보였다.
【CCTV】2028ACL 우승팀은 고양 유나이티드.
┖진짜 우리나라는 축구하면 안 되는 듯.
┖돈 많이 썼다가 훅 갔어.
┖2010년대가 그립다.
┖한국은 이제 오일머니도 있어서 우리처럼 돈이 없는 것도 아니야.
┖하, 광저우 이것들 언제 정신차리냐.
【니케이】고양 유나이티드, 알두하일 꺾고 ACL 우승.
┖일본은 한국한테 안 돼.
┖우리 마지막 우승이 언제더라?
┖축구로 한국에게 비빌 수 있는 건 국가대표 정도 뿐이야.
┖J리그 경영방식도 바뀔 때 아닌가?
┖한국은 끊임없이 인재(人才)가 나온다. 반면, 우리는 끊임없이 인재(人災)가 나온다.
아시아 국가들은 대부분 대한민국을 부러워하거나 시기 또는 질투하는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의외로 서방국가들도 반응이 있었다.
그중 영국의 반응이 남달랐다.
【BBC】고양 유나이티드, 2028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지난번 맨시티와 붙었던 그 한국 클럽이 아챔 우승했대.
┖와, 그럼 콘라드의 맨시티하고 또 붙는 거야?
┖아니. 그건 알 수 없어. 맨시티와 붙으려면 대진표상 결승에 올라가야 해.
┖맨시티에서 뛰는 강철인이 조국 팀과 맞붙는 모습을 또 보겠네.
┖아마 맨시티가 쉽게 이기지 않을까? 올해도 압도적인 선두잖아.
┖강철인이 혼자 상대할 수도 있어. 작년에는 도움왕이었는데 이번에는 득점 선두야.
┖이건 인정. 강철인 막을 수 있는 팀 많지 않음.
┖지난 주말 경기에서 리버풀전 4골은 보고도 믿기지 않더라. 혼자서 리버풀을 때려잡던데.
┖감독이 일정상 쉬게 해준다고 벤치에 앉혔다가 전반에 0:3으로 져서 어쩔 수 없이 출전했더니 후반에 혼자 4골 ㅋㅋㅋ 진짜 미친놈임.
┖전성기 메시가 와도 어려울걸?
┖맞아. 전성기 손흥민도 힘듦.
┖야, 한국 클럽 무시하지마. 알아보니까 개네 구단주 바뀌고 4년만에 아시아까지 정복했더라.
┖구단주가 두바이 왕하고 친한 사이래.
┖그 지난 월드컵에서 활약했던 박형우인가 하는 선수도 한국 팀에서 뛰고, 우리가 예전에 노렸던 호프만도 그곳에서 뛰어.
┖아, 기억난다. 유벤투스에 있던 카초도 거기서 뛰지 않나?
┖맞아. 외국인 선수들은 다 수준이 있어. 한국인도 국대 출신 많고.
┖조금 흥미진진하네.
이렇게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는 가운데, 고양 유나이티드의 다음 행보는 클럽 월드컵으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