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벌집 막내 구단주-250화 (250/272)

250화

실점 직후 위기는 존재했지만 금방 동점골을 만들어낸 고양.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다.

양 팀 모두 승부를 가르는 득점을 만들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결승전다운 경기력을 보여주는 양 팀인데요. 정말 예측할 수 없는 내용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두고 장군 멍군이라고 하지요? 이런 경기 내용이면 누가 골을 넣어도 이상하지 않네요.』

『두 팀 모두 패스의 정확도, 경기 속도, 전술 모두 수준급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치열한 경기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들어가!”

고양의 공격 상황에서 호프만이 쇄도하는 한석원을 보고 패스를 찔러넣었다.

정확하게 발밑으로 향하는 패스를 받은 한석원이 순식간에 알두하일의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들어갔다.

순간적으로 위기를 느낀 이스마일이 태클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태클이 공교롭게도 공이 아닌 발목으로 향했다.

“악!”

태클에 당한 한석원이 비명과 함께 쓰러지면서 잔디밭 위를 굴렀다.

삐이이이익!

눈앞에서 지켜본 주심도 망설임 없이 휘슬을 길게 불고 오른팔을 길게 뻗어 알두하일의 페널티박스를 가리켰다.

『주심이 PK를 선언합니다! 고양이 PK를 얻습니다!』

『기회가 왔는데요. 그 전에 한석원 선수가 괜찮은지 걱정이네요. 부상은 없어야 할 텐데요.』

『후반에 교체되어 들어가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던 한석원인데요. 부상은 없어야 합니다.』

의무팀이 들어가서 한석원의 상태를 빠르게 살폈다.

한석원은 순간적인 통증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런 그를 향해 고양 팬들이 힘차게 이름을 외치며 응원했다.

『고양이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는데요. 이 기회를 잘 살려야 합니다.』

PK키커로 박형우가 나섰다.

박형우는 공 앞에 서서 호흡을 골랐다.

그런 그의 앞에는 무사 알리가 굳은 얼굴로 자세를 잡았다.

삑!

주심이 공을 차라며 신호를 보냈다.

박형우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곧 힘차게 공을 찼다.

팡!

그와 동시에 무사 알리도 몸을 날렸다.

팡!

“아!”

우와아아아아!

박형우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아! 무사 알리가 막아냅니다!』

『박형우 선수답지 않은 실수가 나왔는데요. 너무 아쉽네요. 너무 정직하게 슈팅을 때렸네요.』

『왼쪽으로 날아가기는 했는데 힘과 궤적 모두 무사 알리 골키퍼가 막아내는 데 문제없는 슈팅이었습니다.』

굉장히 드문 상황이 연출됐다.

박형우가 PK를 실축하는 모습을 본 동료 선수들과 벤치 그리고 고양 팬들 모두 탄식했다.

반면, PK를 막아낸 무사 알리는 두 팔을 위로 올리며 포효했다. 그런 그를 알두하일 선수들이 다가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알두하일 팬들도 무사 알리의 이름을 외치며 박수를 보냈다.

『상당한 변수가 나왔는데요. 고양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신경 쓰지 말고 본인의 플레이에 집중해야 합니다!』

PK 실축의 영향일까?

불과 몇 분 지나지 않아서 이번에는 고양 수비에 실수가 나왔다.

“막아!”

박스 안으로 공을 몰고 들어가는 라비오를 본 스즈키.

급한 마음에 팔을 길게 뻗어 그를 잡아챘다.

순간 라비오가 뒤로 넘어졌다.

삐익!

그 장면을 본 주심이 휘슬을 불면서 동시에 오른팔을 길게 뻗어 고양의 페널티박스를 가리켰다.

『아, PK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PK는 너무 안 좋은데요.』

『이건…… 스즈키의 실수네요. 마음이 너무 급했어요.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플레이를 해서 PK를 내줬네요.』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고양이 역전의 기회를 잡았다면, 이번에는 알두하일이 반격하는 기회를 잡았다.

“칙쇼.”

뒤늦게 자신의 어이없는 실수를 깨달은 스즈키는 얼굴을 감싸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런 그에게 김지우가 다가가 말했다.

“스즈키. 너무 자책하지 마. 동료를 믿어보자.”

“캡틴.”

김지우는 박지원을 쳐다봤다.

마침 박지원은 골문 앞에서 굳은 얼굴로 자세를 잡고 있었다.

그런 그의 앞으로 등장한 키커는 살만이었다.

알두하일의 핵심 스트라이커인 살만이 직접 PK를 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경기장에는 약간의 고요함이 흘렀다.

“제발.”

지켜보던 고양 팬들이 양손을 쥐고 기도했다.

그 사이, 주심이 휘슬을 불고 공을 차라는 신호를 보냈다.

삑.

신호를 받은 살만이 움직였다.

팡!

힘차게 날아간 공이 골문으로 향했다. 그 순간 박지원이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이 모든 광경은 불과 1~2초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곧 고양 벤치와 팬들 그리고 동료들이 모두 환호했다.

“그렇지!”

“좋았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중계진도 거의 비명 같은 목소리로 외치며 말했다.

『잡았습니다! 박지원이 막아냅니다!』

『이야아아! 이거죠! 이게 바로 팀을 구하는 수문장이죠! 정말 박지원 골키퍼는 오늘 자기 역할은 다했네요!』

박지원의 슈퍼세이브에 이번에는 고양의 모든 이들이 환호했다.

『오늘 양 팀 골키퍼들 정말 대단한 수준의 선방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정말 감탄만 나옵니다.』

『불과 몇 분 전에 무사 알리 골키퍼가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박지원 골키퍼가 ‘나도 있다!’는 듯 보여줬네요!』

양 팀 골키퍼들의 믿을 수 없는 활약 덕분에 경기는 더욱 기름을 부은 것처럼 뜨거워졌다.

『열렸는데요! 카초 슈우우웃! 골대 맞습니다!』

『알두하일의 반격인데요! 막아야죠! 뤼카인데요! 아! 골대를 맞춥니다!』

양 팀은 서로 번갈아 가며 골대까지 맞추는 진귀한 광경을 보여주기도 했다.

『양 팀 감독이 교체카드를 준비합니다.』

『변화 줘야죠.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득점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양 팀 모두 공격적으로 맞불을 놓을 수 있는 선수들이 투입됩니다!』

양 팀 감독들은 수비 대신 공격을 선택하며 공격 자원들을 대거 교체로 투입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불구하고 득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아! 주심이 종료 휘슬을 붑니다! 2028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은 양 팀이 치열한 공방전을 펼친 끝에 2:2로 마무리됩니다!』

『서로에게는 조금은 아쉬울 수 있는 결과지만, 오늘 보는 이들은 상당히 치열하고 재미있던 경기였네요. 이제 2차전이 남아 있는데요. 고양 유나이티드는 이제 홈에서 2차전을 준비해야 합니다.』

『고양 유나이티드가 홈에서는 상당히 좋은 전적을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고양 유나이티드는 이제 정말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모든 걸 끌어올릴 준비를 해야 합니다.』

『네, 그럼 저희 중계는 여기서 마칩니다. 시청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  *  *

결승 1차전 경기가 2:2로 마무리된 상황을 본 나는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드러냈다.

“회장님. 2차전에서 분명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

“끙. 아쉽네요. 1차전에서 그래도 어느 정도 승부를 볼 줄 알았는데.”

“스포츠가 그렇지만 종종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낼 때가 있지 않습니까?”

“뭐, 그렇죠.”

용준형 사장은 아쉬워하는 나를 위로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십니까?”

“아뇨. 천지원 이사만 먼저 돌아가고, 저는 두바이로 갑니다.”

내 말에 용준형 사장이 눈을 빛냈다.

“오, 칼리드 왕을 만나러 가시는 건가요?”

“예. 제가 여기 온다고 하니까 중간에 두바이로 들렸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역시.”

“뭐, 저도 칼리드 왕하고 할 이야기도 있고요.”

일국의 왕을 무슨 동네 친구 만나러 가는 사람처럼 가는 사람은 아마 나밖에 없을 것이다.

이곳에 오면서 들었던 이야기도 있어서 바로 한국으로 귀국하는 것보다 두바이에 갔다가 돌아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럼 저하고 같이 두바이로 가시죠. 마침 저도 두바이로 가려던 참이었거든요.”

“용 사장님은 무슨 일로 두바이로 가십니까?”

“아, 다른 건 아니고 두바이 지부 쪽 일들을 좀 처리해야 해서요. 겸사겸사 이란 정부 의뢰도 그쪽에서 보고하는 것으로 하시지요.”

“그렇게 하시죠.”

그렇게 나는 용준형 사장과 함께 두바이로 향했다.

“어서 오시게. 아우님.”

“전하.”

“전하는 무슨. 그냥 평소대로 부르게.”

칼리드 왕은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는 직접 공항까지 마중 나왔다.

국가 원수가 아니라면 받기 어려운 특전이었다.

나는 그가 타고 온 차량을 함께 타고 왕궁으로 향했다.

“그래, 경기는 나도 지켜봤네. 아쉽겠구만.”

“네, 아쉽네요. 그래도 2차전이 남아 있으니까요.”

“그래. 아우님이라면 2차전에서 충분히 만회하겠지.”

우리는 서로를 보며 작게 웃었다.

“그건 그렇고 형님은 국가 운영 괜찮으십니까? 많이 바쁘실 텐데.”

“정신없이 바쁘네. 새로운 정책들을 시도하고 있고, 두바이는 끊임없이 바뀌고 있지.”

“잘하고 계시네요.”

“하하. 아우님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구만.”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하던 나는 조용히 이진호 회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꺼냈다.

내 이야기를 들은 칼리드 왕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 말이 사실인가?”

“네. 이진호 회장이 직접 듣고 저에게 전달한 정보입니다.”

“끄응. 어쩐지 너무 조용하게 지낸다고 하더니, 그따위 헛짓거리를 준비하고 있었다니.”

“어떻게 하실 건가요?”

조심스럽게 어떻게 할 건지 묻자 칼리드 왕이 조금 생각했다가 대답했다.

“아무리 나바드가 내 형이라고 해도 쉽게 제거할 수는 없어. 허나, 이 정도 사건이면 충분히 제거할 수 있는 명분은 되겠지.”

칼리드 왕은 나바드를 확실하게 제거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조금은 섬뜩한 기분을 느꼈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았다.

“아우님 덕분에 내가 또 위기를 넘기는구만. 고맙네.”

“아닙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다행입니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뭐든 이야기하게. 내 아랫것들에게 일러 머무는 동안 누를 끼치지 않게 하라고 일러둘 터이니.”

“아, 감사합니다.”

역시 이렇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이것보다 좀 더 중요한 목적이 있었다.

“형님.”

“음?”

“혹시 제 결혼식 때 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음? 자네 결혼하나?”

칼리드 왕이 깜짝 놀라 반응했다.

“네. 저 결혼합니다.”

나는 김 비서가 임신했다는 사실과 함께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말에 칼리드 왕이 호탕하게 웃더니 곧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축하하네. 축하해. 결혼식 날짜는 잡혔나?”

“아직 조율 중입니다.”

“아아. 알겠네. 우리 아우님 결혼식인데 내가 꼭 참석해야지. 어떻게든 일정 비워서 참여하겠네.”

“고맙습니다.”

이렇게 일국의 왕이 하객으로 참석하기로 결정됐다.

*  *  *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

나는 상당히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예전부터 계속 이어져 왔던 고민이자 내 인생의 최대 숙제가 있었다.

바로,

“프로포즈 어떻게 하지?”

프로포즈였다.

내가 사랑하는 연인이자 앞으로 평생을 함께 보낼 김 비서에게 프로포즈를 대충할 수는 없었다.

“프로포즈뿐만이 아니야. 김진철 이사님한테도 인정받아야 해.”

예비 장인어른한테 완벽하게 인정받아야 하는 숙제도 남아 있었다.

“어떻게 한다.”

나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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